주여
쓸데없이
남의 얘기 하지 않게 하소서
친구의 아픔을
붕대로 싸매어 주지는 못할 망정
잘 모르면서도 아는척
남에게까지
옮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면서도
속으론 철 철 피를 흘리는 사람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사람
차마 울 수도 없는 사람
모든 것을 잊고싶어하는 사람
사람에겐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가슴 속 얘기
털어 내 놓지 못하는 사람
가엾은 사람
어디하나 성한데 없이
찢기운 상처에
저마다 두팔 벌려
위로받고 싶어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우리는
말에서 뿜어나오는 독으로
남을 찌르지 않게 하소서
움추리고 기죽어
행여 남이 알까 두려워
떨고있는
친구의 아픈 심장에
한번 더
화살을 당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
박근혜도 박철언도 문인협회 회원인데 박인희는 어쩌면 등록된 시인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감히 시인의 칭호를 붙여 그녀의 시 한 편 소개하겠습니다
이 기도시는 1970년대 초 '뚜와 에 무와'로 가수 활동을 시작한 박인희의 것으로
우리에겐 이해인 수녀와의 두터운 우정과 사랑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 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로 시작되는
'얼굴' 이란 그녀의 자작시 낭송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해인 수녀와는 풍문여중 때 부터 단짝 친구로 소문이 나 있으며 그들의 우정은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와는 달리 주로 편지로써 서로의 생각과 우정을 교환하는
좀 특이한 관계였는데 그 관계는 이해인이 수녀라는 특수 신분인 탓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중학교 1학년 때 부터 정작 학교에선 말 한마디 주고 받지 않다가
집에가서 서로 편지를 끊임없이 써댔다고 하는걸 보면 두 사람 다 성격이 닮아있고
천성적으로 예술가적 문학적 시적 취향의 공감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듭니다
이 시 역시 박인희가 이해인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포함된 것이라 합니다
두사람의 우정이 남다르게 무르익은건 사실이지만 둘다 성격이 안쪽으로 꽉 들어차
보통사람들이 하는 말보다는 주로 글로서 교류가 이루어지다 보니 더러는 우리가
상상되지 않는 영적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며 보통사람 이상의 민감함과 질투심의 감정이
더러날 경우도 있다는 고백을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사랑'이나 '우정'에 관해 그토록 진하고 강열한 언어가 나올 수
있는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글로써 주고받는 언어는 대개 그냥 말로 할 때 보다 쓰는이에겐 더욱 많은걸
내포하려고할 것이고, 읽는이에겐 몇번 씩 곱씹어 음미되고 분석되어지는 속성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명색이 친목을 위한 인터넷 카페에서도 더러 가엽고 어찌할 수 없는 질투와 시기,
지나친 우쭐, 짧은 속창아지 등이 빗어내어 표현된 말 한마디로 친목이 아닌 반목이나
편가름으로 치닫게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할 때 자기 반성과 용서가 얼마나 스스로와 이웃을 아름답게 하는지 알지 못함이
아닐텐데도 말입니다
ACT4
첫댓글 여러번 머물다 갑니다.늘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