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뮤추얼펀드 운용사인 뱅가드가 벤치마크 지수를 변경, 내달부터 국내시장에서 관련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뱅가드 효과'다.
증시전문가들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정보기술(IT), 자동차 업종 대형주를 중심으로 자금 유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뱅가드는 지난 10월 이머징마켓(EM) 상장지수펀드(ETF)의 벤치마크 지수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뱅가드는 내달 6일부터 25주에 걸쳐 ETF 포트폴리오를 점차적으로 변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국은 MSCI지수에서는 신흥시장에 속해 있지만 FTSE에서는 선진시장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에 총 8조~9조원의 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으로 반도체·장비, 자동차·부품, 은행업종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상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장비와 자동차·부품에서는 각각 2조7000억원과 1조2000억원 수준의 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거래량 대비 유출 자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업종으로는 보험, 은행, 생활용품, 소매 등을 꼽았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삼성전자 우선주, 현대모비스, 신한지주, 기아차, LG화학, SK하이닉스, KB금융, NHN, KT & G, SK이노베이션, LG전자, LG디스플레이 15종목에서 자금이 크게 유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가장 큰 타격은 대형주가 입을 것"이라며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변화를 확인한 후 대응하겠다는 심리가 커져 외국인들이 국내 대형주 매수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술적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에서만 각각 19억3000만달러, 5억2000만달러의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투자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곽 연구원은 업종 및 종목 간 자금 유출입 차이를 이용해 페어 트레이딩을 시도해 볼 것을 권했다. 같은 업종 내에서 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팔고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사는 전략이다.
그는 "페어 트레이딩은 동일 업종 내에서 단기적인 주가 차이와 상대 밸류에이션을 이용해 롱·숏(매수·매도) 포지션을 취함으로써 개별 업종의 급등락 리스크를 방어하고 종목간 스프레드로 수익을 추구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 연구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삼성정밀화학을 매수하고 호남석유를 매도하는 전략이 적절하다"며 "실제 자금유출이 진행되는 내년에는 보다 많은 페어 트레이딩 기회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