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 보면 책과 씨름하며 보낸 지난 몇개월이 아득하게만 느껴지는군요. 그래도 나름대로 기억을 되살려서 제가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조잡하게나마 정리를 해 보려 합니다.
0. 영어(토플)
제가 토플을 시작한 것은 3학년 여름방학이었습니다. 아직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혹시나 있을 대학원 진학 등에 대비해서 3학년 겨울방학 때 첫 시험을 쳤고, 의전원으로 진학하겠다고 결심을 한 뒤 4학년 여름방학 때 한번 더 시험을 쳤지만 그때까지도 합격선으로 알려졌던 250점 선은 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겨울에 학원 강의-생물, 화학, 유기화학-을 들으면서 동시에 토플을 한번 더 치려고 했지만, 거의 매일 계속되던 학원강의에 복습, 그리고 토플 준비까지 하기에는 너무 벅찼습니다. 하루의 시간을 배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었고, 유기화학이 다른 과목에 비해 낯설었기 때문에 유기를 붙들고 있다 보면 하루가 다 가서 영어는 손도 못대는 날도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이때는 부산대 의전에서 특차전형을 하기로 결정 되기도 전이었기 때문에 서울 학생들의 영어점수를 의식하며 중압감마저 느껴야 했지요. 돌이켜보면 이때가 공부를 하면서 가장 힘든 때였습니다. 그때 자신감을 잃고 힘들어했던 저에게 힘을 주었던 선생님과 친구들에게는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결국 김준 선생님과 상의를 해서 이미 확보해 둔 점수로도 승산이 있다는 결론을 얻고, 토플은 깨끗이 포기하고 MEET의 기초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영어를 준비하시는 분들도 올해가 가기 전에 점수를 확보해 두시고, 평균 선에 도달했다 싶으면 깨끗이 정리하고 MEET 공부에 매진하는 쪽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1. 생물
대학 때 생물을 전공했기에 다른 과목에 비해 쉽게 공부하긴 했지만, 그래도 방심할 수 없는 과목이었습니다. 특히 인체생물학은 1학년 때 기초생물을 배운 뒤로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MEET를 준비하면서 새로 봐야 하는 분량이 많았습니다. 이론은 학원 강의와 함께 강의 교재로 사용했던 Purves의 생명:생물의 과학(일명 기린책)을 읽어나가면서 정리를 했습니다.
생물을 전공하신 분이라도 시간을 절약하는 차원에서라도 한번쯤 학원강의를 들으시는 쪽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기린책을 중심으로 정리를 하면서 전공을 하면서 공부했던 것과 연계시킨다면 학부에서 공부한 것을 강점으로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저의 경우, 기린책과 함께 학부에서 생화학을 배울 때 교재로 사용했던 Lehninger(레닌저) 생화학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오히려 학교에서 전공공부를 했을 때보다 더 진지하게 레닌저를 봤던 것 같네요. 단, 책 자체가 워낙 두껍고 양이 많기 때문에 주로 권말의 색인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는 식으로 활용을 했습니다.
생물 전공을 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주위의 다른 전공자 분들이 다른 전공서적을 보는 걸 보시면서 기린책 정도로 준비가 될지 불안해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선은 기린책을 우선 보시고, 그 후 문제 등을 풀 때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거나 할 때 생화학 등의 서적을 찾아 보충하는 형식을 취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린책도 분자생물과 생화학 관련 부분에 대해서 설명이 잘 되어있거든요.
그리고 MEET 기출 문제를 보면 아시겠지만, 책에 실려있는 각종 그림과 도표, 예시는 최대한 눈에 익혀두시는 편이 실전 문제를 풀 때 도움이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2. 화학
돌이켜보면 다른 과목에 비해 더 빨리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과목이었습니다. 작년 여름, 작년 시험을 그야말로 시험삼아 준비하면서 조한길 선생님의 맥머리 강의를 들었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후 4학년 2학기 동안 공백기가 있었다가 겨울방학이 되면서 다시 맥머리 강의를 들었구요.
이런 식으로 기본 개념은 확실하게 정리가 되었지만, 나중에 문제를 풀어보니 개념을 파악하는 것과는 별개로 문제를 푸는 속도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강의를 듣고 책도 보면서 고개 끄덕끄덕 하고 넘어간다고 해서 실제로 문제를 풀었을 때 정답을 맞출 수 있는 건 아니더군요. 실제로 MEET시험에서 자연과학 영역2를 풀 때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ㅠㅜ
강의를 들으면서 개념을 정리하셨다면, 그 다음에는 반드시 예제를 풀어보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문제와 직접 맞닥뜨렸을 때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가장 빨리 알 수 있으니까요. 교제에 실린 모든 문제를 풀어보는 것은 시간상으로 무리겠지만, 몇문제씩이라도 추려서 풀어보시길.
유기화학이나 물리 같은 과목에 비해 득점하기가 가장 쉬운 과목이니, 노력하신다면 그 만큼의 성과를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3. 유기화학
유기화학은 이과, 문과출신 모두에게 가장 어렵게 여겨지는 과목일 것입니다. 유기화학 자체가 화학에서 어느 한 분야를 특화시킨 과목이니만큼 화학에 어느정도 기초가 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뒤로 갈수록 복잡 다양해지는 여러가지 화합물과 반응들은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기 죽이기에 충분하지요. 그럼에도 고득점을 위해서는 포기할 수 없는 과목이기도 하구요.
저도 유기화학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가장 많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학부에서 맛배기로 기초를 배우면서도 좌절하고, 학원에서 애트킨스로 기초 유기화학을 들으면서 다시 좌절하고, 마지막으로 김준선생님이 강의하시는 솔로몬을 보면서 간신히 정리가 되었습니다.
위의 수업들을 들으면서 3권의 교재를 구입했지만, 제가 가장 많이 봤던 책은 솔로몬이었습니다.다른 책들보다 두꺼워서 부담스러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다른 얇은 책들을 보면서 혼란스러웠던 부분이 솔로몬을 다시 보면서 어느정도가 이해가 됐거든요. 두꺼운 만큼 설명이 더 충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원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찼고, 수업 시간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허탈함과 암담함에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책에 실려있는 예제들을 풀어보면 어느정도 감이 잡혔습니다. 여러개의 예제들을 풀다보면 반복을 통해 연습이 되기도 하고, 그 중에 간혹 섞여있는 어려운 문제들도 풀어보면 자칫 놓칠 수 있는 개념들도 짚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서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각종 반응들을 정리하기에는 연습문제 풀기만큼 좋은게 없더군요.
연습문제 답지는 사무실에 말씀하시면 쉽게 구하실 수 있을거구요,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김준선생님께 여쭈어보면 잘 가르쳐 주실겁니다.
4. 물리
다른 과목에 비해 소홀히 하기 쉬우면서도 유기화학과 맞먹을 정도로 어려운 과목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고교 시절 물리2를 제대로 배운 적이 있었고, 졸업하기 전에 학부에서 물리학을 들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제 풀이는 시중에 나온 고등학교 물리 문제지를 중심으로 했고, 대입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은 학부에서 본 기초물리학 교재와 학원에서 준 프린트로 정리를 했습니다.
물리에서 후반부에 해당하는 전기 파트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지 못한 부분이라서 역학 파트에 비해 애를 많이 먹었지만, 이 부분도 시중에 나온 고등학교 문제집을 주로 보면서 정리를 했습니다.
물리도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공식만 외면 능률이 떨어지는 만큼,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는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대학 교재에 실린 문제는 계산이 복잡하고, MEET 실전 문제집도 난이도가 높고 해설이 없어서 물리에 낯선 분들께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하이탑이나 allpll같은 고등학교 수능 문제집을 먼저 풀어보시고 실전 형식의 문제를 접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5. 언어
부끄럽지만, 나태하다고 싶을 정도로 7월에 문제풀이가 시작될 때까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작년에 시험삼아 쳐본 MEET에서 언어성적이 비교적 잘 나와서 조금 자만해 있던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다른 과목에 치중하느라 언어영역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었거든요. 뒤늦게 이시한 선생님께서 주신 자료를 읽으려고 해 보았지만, 역시 시험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도저히 읽을 짬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문제풀이반에서 시험 직전에 실전 형식의 모의고사 문제를 반복해서 풀면서 연습을 했던 것이 다행이었죠.
이제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은 부디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6. 자기소개서 쓰기&면접
힘들었던 MEET 시험이 끝나고, 부산대 특차전형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준비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시험 후 긴장이 풀린 상태로 있다가, 원서 접수일이 다가오면서 뒤늦게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게 또 만만치가 않았습니다.ㅠㅜ 원장님께 자기소개서에 대해 상담을 받아봤는데, 인터넷에 나도는 예시문보다 더 높은 수준과 분량을 요구하시더군요. 쉽게 생각했다가 원서 접수일이 다 되도록 끙끙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원장님께 이 자리에서 다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원서를 넣어놓고, 면접날이 다가왔습니다. 원장님의 구술 수업을 들으면서 함께 나온 자료들을 보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보긴 했지만, 스터디를 뒤늦게 시작해서 말하는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면접을 보러 갔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직은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중에 면접과 구술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꼭 스터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셔서 충분히 말하기 연습을 하고 면접에 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