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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539) - 4월에는 꽃길 걷는다
3월부터 피기 시작한 꽃이 4월에는 더 많이 더 화사하게 핀다. 꽃 피는 4월에는 해마다 걷기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금년에는 4월 1일부터 5월 22일까지 한일 양국의 걷기 단체가 주관하는 제6회 조선통신사 옛길 서울 - 도쿄 한일우정걷기가 열린다. 이 행사의 국내 구간은 일부, 일본구간은 전 구간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행사 참여 소식을 접한 지인이 ‘아름다운 꽃길 걷겠네요. 잘 다녀오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분의 표현대로 아름다운 꽃길이기를 기대하며 3월 31일에 열린 발대식과 교류회, 4월 1일의 출발행사와 2일의 둘째 날 걷기를 제6회 조선통신사 옛길 서울-도쿄 한일우정걷기 기행록으로 작성하였기 이를 소개한다.
1. 성황리에 열린 발대식과 교류회
2017년 3월 31일 오후4시부터 라마다 서울동대문호텔에서 제6회 서울 - 도쿄 한일우정걷기 발대식 및 교류회가 100영의 걷기 참가자와 동호인들이 모인가운데 3시간 넘게 성황리에 열렸다. 최근 악화된 한 일 간의 외교적 갈등과 북한 핵을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미묘한 국제정세 때문에 2007년부터 2년마다 정례적으로 갖는 행사 분위기가 다소 위축된 여건이지만 민간의 교류와 친선은 이에 개의치 않고 발전적으로 이어져야 함을 확인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발대식에 함께한 참가자들의 모습이 밝다
오후 4시에 개회식을 갖고 첫 번째 식순은 1979년 신기수 씨가 영화로 만든 ‘에도 시대의 조선통신사’ 감상, 40여분에 걸쳐 200여년 12회에 걸친 조선통신사의 장중하고 고단한 행로를 담담하게 그린 화면이 차분하고 실감나게 펼쳐진다. 수백 명에 이르는 통신사 일행의 맨 앞에 청도(淸道)라 새긴 깃발을 나부끼며 깨끗하고 바른 길을 내딛은 통신사 일행을 정중하게 맞이하는 장면에서 서로 속이지 않고 믿음으로 교류하는 통신이 이루이진 역사의 교훈을 오늘에 되새기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통신사를 맞으며 술은 안 되고 차는 괜찮으며 시끄럽게 하지 말고 깨끗하게 맞이하는 것을 강조한 내용도 감명 깊고.
이어진 순서에서는 한국의 최영우 회원과 영천 문화사절단이 일행들을 환영하는 뜻을 담아 연주한 아코디언과 우아한 춤사위가 친선과 화합의 분위기를 돋운다. 발대식은 엔도 야스오 일본대표와 선샹규 한국체육진흥회장이 50여명에 이르는 양국의 걷기행사 참가자들을 일일이 소개한 후 양측 대표의 인사로 이어진다. 84세의 재일동포 김승남 씨가 역대 참가자 중 최고령자로 소개되고 1회부터 6회까지 계속 참가한 회원이 있는가 하면 이번에 처음 참가하는 회원들도 여럿이다.
선상규 한국대표는 성신교류의 전통을 이어받아 화해, 사랑, 우정을 증진하는 걷기를 다짐하였고 엔도 일본 대표는 한일외교의 긴장상황을 완화하는 더 큰 의미의 우정을 다지며 즐겁게, 사이좋게 걷기를 제창하였다. 박정호 한일의원연맹 사무총장은 축사를 통해 성신외교를 주창한 에도시대의 아메노모리 호슈(雨森 芳州)의 기치를 살리자고 강조하였고.
양국 걷기참가자를 대표하여 한국의 강호갑 대원과 일본의 아베 사토루 대원이 우정과 친선, 질서와 정도의 걷기에 진력할 것임을 선서한 후 단기 전달과 케이크 자르기로 발대식을 마무리하였다. 풍성하게 차린 음식이 맛있고 걷기 중 수시로 부를 노래 연습도 흥겨웠다. 전야제 잘 치렀으니 내일(4월 1일)부터 5월 22일까지 이어지는 서울 - 도쿄 걷기의 모든 일정이 안전하고 원만하여라. 행사주관자와 참가자 모두 파이팅!
2. 화려면서도 내실 있는 출발행사, 첫 단추 잘 꿰다
4월 1일(토), 흐리고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와 달리 화창한 날씨다. 오전 8시 넘어 출발장소인 경복궁에 도착하니 많은 참가자들이 먼저 와 있다. 영천시 어린이 무예단의 태권도 시범과 취타대홍보단의 주악으로 식전행사를 치르는 동안 관복을 입고 도열한 청소년 유스 통신사와 유니폼을 갖춘 한일 참가자, 수시로 국내외 걷기행사에 참여하는 한국체육진흥회 회원과 부산에서 조선통신사 선양사업에 힘쓰는 소목회원 등 다수의 일반 참가자들이 경복궁 입구의 광장으로 몰려든다.
출발에 앞서 공동주최자인 한국체육진흥회 선상규 회장의 ‘성원에 힘입어 사랑과 평화를 심고 서울에서 도쿄까지 힘차게 걷겠다.’는 인사와 일본워킹협회 엔도 대표의 ‘서울에서 도쿄까지 한국과 일본이 친구가 되어 함께 걷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이를 확인하듯 엔도 대표의 배낭에는 ‘우호, 우정, 우의’라 쓴 메시지가 붙어 있다.
오전 9시, 취타대와 무예단의 선도로 수백 명의 참가자들이 광화문을 출발하여 서울-도쿄 1,158km의 대장정에 나섰다. 어느 대원의 배낭에 적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표현처럼 큰 발걸음을 내딛는 장엄한 행진이 시작된 것이다. 세종로를 지나 시청 앞 광장을 거쳐 서울역, 후암동, 전쟁기념관에 이르니 오전 10시 40분으로 약간 느린 행렬이다. 노소가 함께 걸은 아름다운 발걸음이여, 이 땅에서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 걷어내고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여는 촉매가 되라.
광화문을 출발한 참가자 일행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이곳까지 함께 걸은 어린이 무예단과 유스 통신사, 취타대 홍보단 등 200여 명과 작별하고 11시에 이태원과 제3한강교, 강남대로, 말죽거리, 양재꽃시장, 청계산 입구를 거쳐 정토사에 이르는 첫날 코스의 본격적인 행진이 시작되었다. 이곳을 지나며 떠오른 상념, 옛적의 통신사 일행을 건네준 한강은 세월을 격하여 유유히 흐르고 허허벌판 강남지역은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 숲을 이루며 21세기 통신사의 발걸음을 지켜보누나. 말죽거리 비석에는 제주에서 보내온 말이 여물죽을 먹어서였는지, 피란길의 인조가 마상에서 팥죽을 먹었는지 그 연유가 분명치 않다고 적혀 있는 그곳에서 일행들은 죽 대신 밥을 먹으며 체력을 보충하고 오후 걷기에 나섰다.
2년 전에 비해 아파트 등 새로운 주거지역이 많이 들어선 청계산 입구에 이르니 맑은 하늘이 흐려지다 제법 거센 빗방울에 우박이 섞여 쏟아진다. 유비무환이라, 일행 모두 배낭에서 우산과 우의를 꺼내 들고 빗길 행진을 이어간다. 30여분 후 다시 맑은 하늘, 어느새 목적지가 가깝다. 청계산 자락의 정토사에 이르니 오후 5시 10분, 27km의 첫날 코스를 무사히 완주하였다. 동국대학교 총장이자 주지인 보광스님이 일행을 반가이 맞아 인사를 나누고 다과를 대접한다. 2년 마다 찾는 일본 참가자들과 낯이 익은 보광스님은 새로 짖고 있는 대웅전 청사를 안내하고 유창한 일본어로 조선통신사의 역할이기도 한 한일 간의 우호와 협력을 강조하기도. 화려한 출발식과 건실한 행진으로 첫 단추를 잘 꿰었으니 남은 일정 모두 무사히 완주하시라.
3. 판교테크노벨리를 거쳐 용인시청으로
4월 3일(일), 아침 일찍 지하철을 이용하여 청계산 입구에 도착하니 이틀째 걷기에 참가하려는 한국체육진흥회 회원들이 속속 모여든다. 남산의 유스호스텔에서 묵은 한일참가자 일행을 출발지까지 태워다 준 버스를 이곳에서 타기로 한 것, 1일 참가자들의 교통편의를 제공한 체육진흥회의 배려가 고맙다.
8시 40분에 버스에 올라 정토사 입구에 이르러 잠시 기다리니 8시에 정토사에서 출발한 한일참가자들이 깃발을 나부끼며 보무도 당당하게 들어선다. 박수로 환영하며 합류한 2일째 걷기 일행을 성남경찰서의 교통안내차량이 선도한다. 이내 오르막길, 앞서 걷던 이나가키 유키 씨가 뒤를 돌아보더니 반가이 인사를 건네며 손을 잡는다. 동갑이라 친구처럼 허물없는 사이, 손을 맞잡고 언덕길을 오르는 발걸음이 가볍다.
연도에는 매화와 개나리가 한창, 꽃이 아름답다고 찬탄하는 재일동포 이혜미자 씨에게 매, 란, 국, 죽을 일컬어 4군자라 설명하니 한자로 梅, 蘭, 菊, 竹을 써 보이며 처음 듣는 내용이라고 말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가미조 메이코 씨가 일본에서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를 경사에 사용하는 三絶이라 한다며 거든다. 걸으면서 나누는 문화체험, 가미조 씨는 곁들여 ‘시장이 반찬이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배고플 때 먹으면 무엇이든 맛있다는 뜻이라니 고개를 끄덕이며 확실히 알았다고 좋아한다.
한 시간 여 걸어 판교테크노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판교테크노벨리를 지나 두 시간 쯤 더 걸어 용인시계에 이르기까지 성남시 분당구 지역, 고등학교 동창의 태생지인 옛 낙생면 농촌지역이 첨단도시로 변모하였다. 친구는 이 모습을 보지 못하고 오래 전 세상을 떠났는데. 얕은 고개 마루의 골프전문백화점 앞 넓은 공간에서 잠시 휴식하며 먹는 찐빵이 별미로다.
11시 조금 지나 용인시 수지구에 들어선다. 에스코트도 성남경찰서에서 용인경찰서로 바뀐다 조금 지나니 최근에 신분당선이 추가 개통된 동천역 부근, 하늘을 찌르는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건너편 큰 빌딩에는 엄마특별시 용인이라는 문자판이 크게 붙어 있다. 함께 걷던 일본인 고바야시 카츄이치 씨가 서툰 한국어로 엄마특별시가 무슨 뜻이냐 묻는다. 이를 기화로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의 일본어를 익히기도. 종전 직후인 1945년 9월에 태어나 자신은 평화주의자로 자처한다는 그의 말처럼 세상에 평화로웠으면. 그의 배낭에는 세계 평화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같이 걷는 배준태 제독의 메시지는 화평이고. 참가자 모두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원하노라. 이를 뒷받침하듯 딱딱한 도로 길 보다 천변의 스펀지길이 더 부드럽다.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여성회원들의 표정도 여유롭고.
보정동 천변 휴게소에서 바나나 먹으며 잠시 휴식 후 옛 용인읍소재지인 구성동 지역을 거쳐 식사 장소인 삼대째 순두부식당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넘었다. 메뉴는 순두부 백반, 2년 마다 들른 식당의 음식이 깔끔하다. 점심을 들며 선상규 회장, 엔도 야스오 대표와 합석한 이는 부산의 조선통신사 선양활동에 진력하는 소목회(소박한 멤버들의 목요모임이라는 뜻이란다)의 박홍규 회장과 조선통신사 활용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부산, 영천 등 지역에서 나름대로 추진하는 조선통신사의 역할과 의미를 발전적으로 확산하는 일에 체계적인 협조체제가 긴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오후 2시 반, 10여km 떨어진 용인시청을 향하여 고, 고, 렛츠 고를 외치며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노폭이 좁은 도로변은 곳곳에 아파트와 고층건물의 신축공사가 한창이고 2년 전에는 못 보던 새로운 건물도 많이 들어섰다. 용인시청에서 가까운 곳에는 종합운동장의 마무리공사가 한창이고. 어정, 동백지구를 거쳐 초당역 부근의 주유소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용인시청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5분, 29km를 걸었다. 스트레칭으로 굳은 몸을 풀고 이틀간 참여한 회원들과 이별의 노래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마침 주말이라 다수 참여하였던 동호인들(경찰에서 파악한 둘째 날 참가자는 총 68명) 중 상당수가 다음에 만나기를 다짐하며 아쉬운 석별, 우리 다시 반갑게 만나리라.
용인서청에 도착한 참가자들 기념 촬영
* 용인 시청 청사 앞에 '용인시는 8,000억원의 채무를 완전히 해소하였다'고 크게 써붙인 게시물이 눈길을 끈다. 정부든 가계든 부채에서 벗어나면 좋으리라
첫댓글 앞줄 오른쪽에서 네번째 앉으신 분이 교수님이신거죠?
즐거워 보이십니다^^
청바지화이팅!!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