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20편)
*모네타*
11월 둘째 주 진석이는 12시가 넘어 사무실을 나온다
주변 부하들이 어디 가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런 말도없이
나와 차를 몰고 주변 백화점으로 향한다
백화점에 들어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던 진석이는
여성용 매장에서 빨간 털장갑과 하얀 털목도리를 사고
예쁘게 포장해달라고 주문한다
11월 2째주는 해순이와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다
2시쯤 서울역에 도착한 진석이는 음식점에 들어간다
늙은 여주인은 진석이를 알아보고
진석이는 국밥 한 그릇을 주문한다
오늘은 제법 찬바람이 많이 부는 탓인지 가게안에는
손님들이 하나도 없다
국밥을 들고 온 여주인에게 부탁을 한다
10년 전에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 오늘이라면서
쇼핑백을 주며 전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리고 조그마한 선물을 감사함으로 대신한다
‘아니 총각
작년에도 만나기로 했잖아
그런데 올해에도 또 만나는거야?‘
궁금한 여주인 할매는 진석이 탁자 맞은 편에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 묻는다
‘예, 10년째 되는 날부터 5년동안 이 날에 만나기로 했어요’
‘그면 오늘은 여자가 반드시 나오는거야?’
‘글세요, 나올지도 안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진석이는 약속을 어긴 건 자신이기에 자신이 없다
‘에구, 딱한 양반이구먼
그렇게 확실하지도 않는데 선물을 무슨 선물이야?‘
‘아니 나올겁니다
작년에는 제가 잊어버려 그런거구요
오늘은 반드시 나올 겁니다
아주머니는 전해주기만 하시면 됩니다‘
진석이는 소심해지는 자신이 싫어 약간 큰 어조로
말을 서둘러 한다
‘나온다면야 얼마든지 전해주지 뭐
나야 뭐 하루종일 여기서 국밥만 파는 신세이니
젊은 양반 안타까워하던 표정이 눈에 선하네
걱정마
처녀가 오면 내 반드시 전해줄꺼여‘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진석이는 대답을 하고 먹던 국밥 숟가락을 내려놓고
일어선다
국밥보다는 아주머니에게 부탁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니 근데
총각은 오늘 처녀 안 만나는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기다리던 처녀가 올텐데‘
아주머니는 이상한 듯이 진석이를 처다 본다
‘아주머니 이유는 묻지 마시고 이 선물만 꼭 전해주세요
내가 아주머니의 은혜를 잊지 않을께요‘
‘별 사람 다 있네
자기가 직접 전해주면 되지
꼭 남을 건네여되여‘
진석이는 아주머니의 다음 말이 듣기 싫어 얼른 일어서며
부탁한다는 말을 또 하며 가게문을 나선다
‘총각, 만약 안 나오면 이건 어떡해야해?’
‘그럼 아주머니가 가지세요’
‘난 참 생전 무슨 복이 터졌는가
이런 선물도 모른 총각에게 받고...‘
아주머니는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낌새를 채고
중얼거린다
나서던 진석이는 다시 들어서며 아주머니에게
부탁을 한다
‘아주머니
이 선물을 며칠 전에 받았다고 말씀 해주세여
오늘 받았다는 말은 하지마시고요‘
‘알았어 알았네
총각 말대로 하지 뭐
국밥 장사 20여년을 했지만 오늘 같은 일은 처음이야‘
아주머니는 진석이가 나가자 탁자위에 먹던 국밥을 치우며
혼자 중얼거린다
서울역 시계탑 주위에는 날린 낙엽들로 쌓이고
거리에는 약간의 가을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싸늘한 날씨가 더욱 싸늘해져 하늘은 회색빛이다
해순이는 오늘도 밀린 업무를 일요일로 미루고 서울역으로
서둘러 나온다
토요일 오후인데도 여행객들은 별로 없다
오버 깃을 세우며 서울역사 앞에서 기다리지만 역시
시간이 많이 흘러도 진석이는 보이지 않는다
3시간을 기다리다 추워
서울역 대합실 오른쪽 끝에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가며
뜨뜻한 국반 한 그릇을 주문한다
늙은 여주인은 총각이 만나기로 한 처녀인 줄 알아챘다
짐짓 모른 척 주문한 국밥 한 그릇을 내려놓고
어디서 그렇게 추위에 떨었는지 묻는다
4시부터 해순이가 시계탑 부근을 서성이는 것을 보았다
해순이는 아무 일도 아니라며
추위를 달래기 위해 뜨건 국밥 한 수저를
입에 넣고 온기를 느낀다
아주머니는 주방으로 들어가 밀린 설거지를 끝내고
다시 나와 해순이 앞에 앉으며
손에 든 쇼핑백을 건네준다
무어냐며 묻는 해순이에게 그냥 먼저 열어보라고 한다
열어보니 털장갑과 털목도리이다
영문을 몰라 처다 보는 해순이에게 아주머니는 어떤 젊은
총각이 며칠 전에 전해주라며 주고 갔다고 한다
해순이는 진석이인 줄 알아챈다
아주머니에게 언제 왔냐고 물으며 이것만 주고
다른 전달해 줄 것은 없는지 물어보지만
그것 외에는 맡긴 것이 없다는 아주머니의 말에
낙담해 먹던 국밥 숟가락을 내려놓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그 모습이 딱했던지 아주머니는 사실대로 얘기한다
해순이는 오늘 왔으면 자기를 만나고 가야지
그냥 간 진석이가 너무 원망스럽다
오늘도 진석이를 만나기는 어렵다
아주머니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해순이는
진석이가 준 선물을 보물처럼 감싸안으며
거리로 나서고 쓸쓸한 거리에 홀로 선 자신을 느낀다
정미가 보고 싶어진다
해순이는 택시를 타고 신사동에서 유치원을 하는 정미한테로 간다
진석이도 해순이를 만나고 싶었지만
만날 수가 없다
일주일후 동대문파를 습격하는 큰 일이 있고
사람까지 살상해야할지도 몰라 자칫하다가는 해순이에게도
큰 피해가 갈지도 모르고 자신도 끝없는 도피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마음이야 자신이 더하면 더하다
일 년 동안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데..............
11월 셋째 주 오후 7시
동대문파를 치기위한 오대산파 식구들이 사무실 근처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혹시나 동대문파 감시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수뇌부들만
사무실안으로 들어오고 부하들은 밖에서
근접거리에 모여있다
사무실안으로 들어오는 수뇌부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진석이는 싸움의 투지를 강렬히 뿜어낸다
오늘 싸움은 반드시 결단을 내야한다
모두에게 투지의 눈길을 보내자 수뇌부들은 같이 호응한다
11월초에 했던 약속대로 굳게 손목을 잡고 맹세한
오대산파들이 하나 둘 동대문파 영역으로 스며들어간다
춘규 청렬이 영수 영석이 달호 호방이는 진석이에게
무리하지 말고 자신을 지키면서 치라고 한다
진석이는 알았다며 빨리 출발하라고 종용한다
모두들 나가고 사무실에는 아방궁을 급습할 영수와 대원
5명이 모여있다
진석이는 모두에게 소주 한잔씩 따르며 준비한 30CM의 날카로운
칼을 주고 처음부터 사용하라고 한다
상대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무척 강할 것을 예상하고 취한 조치이다
모두들 표정에는 비상한 기운이 서린다
회장님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까닭이다
진석이와 영수가 동시에 시계를 보자 시계바늘은
8시를 넘어가고 있다
방금 전 회동할 때에 시계를 맞췄고 습격시간은 9시로
정했다
진석이 일행들이 사무실밖으로 나오자 밖에 대기했던
봉고차 한 대가 보인다
7명은 굳은 표정으로 차에 오르고 차는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거리에는 가을날의 밝은 햇살들이 은행나무잎에 춤춘다
진석이 일행들은 이런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어 보고 또 본다
봉고차가 아방궁 근처로 가자 진석이 일행들은 가죽장갑을
끼고 의자에 놓은 칼을 들어 품속에 넣는다
봉고차가 아방궁앞에 과속으로 접근하여 지키던 패거리
둘을 받아 멀리 날려보내고 급정거를 한다
진석이 일행은 쏜살같이 내려 아방궁내로 진입한다
적들이 알고 대처하기 전에 졸개들을 제압해야 한다
적들의 숫자가 얼마나 될지는 몰라도
무조건 일격에 제압해야한다
아방궁 문을 열고 들어서자 문입구를 지키던 적들 3명이
덤벼들고 앞선 대원 2명이 간단히 제압한다
카운터앞 쇼파에 앉아있던 마담 춘희는 겁을 먹어
하애진 얼굴로 진석이를 처다보며 온 몸을 떨고
눈짓으로 복도끝을 주시한다
진석이와 영수는 상황이 어려운 것을 파악한다
끝에 있는 내실까지 양 쪽에 10개의 실이 있고
거기에는 얼마만큼의 적들이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내실의 적을 제압했더라도 도피길이 쉽지만 않다
대원 5명을 2멸과 3명으로 나눠 양쪽 실에서
있던 적들을 제압하라고 하면서 영수와 진석이가
앞장을 선다
3미터쯤 접근했을 때 화장실에 갈려고 나오는 적을
영수가 긴 발로 명치를 가격한다
쓰러지는 적의 소리를 듣고 곧 이어 여러 명 적들이
좁은 복도를 나와 내실앞을 가로막는다
진석이는 공중으로 날아 놈들 머리위를 가로지르고
영수도 옆 벽을 타고 놈들 뒤로 날아가고
뒤따라온 대원 5명이 뽑은 칼로 도륙한다
그러다 뒤에서 습격하는 칼에 대원 한명이 쓰러진다
진석이와 영수가 내실문을 박차고 들어서자
넓은 실내에는 야꾸자 5명과 동대문파 두목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5명 있다
도합 10명이 준비를 하고 있다
벽끝으로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호스테스 5명이 떨고 있다
진석이와 영수는 품속의 칼을 꺼낸다
이미 상대편도 칼을 쥐고 있다
동대문파 4명이 덤벼든다
진석이는 순간 눈을 감는다
그리고 움직이는 공기의 흐름을 간파한다
양옆으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진다
진석이는 순간적으로 다리를 굽혀 앉으며
다가서는 놈 2명의 옆구리에 칼을 박는다
두 놈은 허연 눈을 까 뒤집으며 뒤로 넘어진다
영수에게 덤벼든 2명도 한 놈은 영수가 내민 칼에
맞고 쓰러지고 한 놈은 발에 안면을 가격당해
쇼파뒤로 날라가서 움직이지 않는다
4놈을 제압하자 야꾸자 5명이 길고 짧은 칼을 잡고
둘을 포위한다
진석이가 상대편을 주시해보지만 어디를 공격할지
알 수가 없다
움직이는 소리도 거의 나지 않는 고수들이다
진석이와 영수는 거리를 넓힌다
상대편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진석이와 영수가 거리를 벌리자 야꾸자도 자연 3명, 2명으로
나뉘어 공격해 온다
진석이에게 3명이 붙고 영수에게 2명이 붙었다
3놈이 진석이를 에워싼다
한 놈이 길게 휘두른 칼을 피하자 또 한 놈이
긴 칼을 휘두르고 벽까지 밀린 진석이 옆구리에 칼이
스쳐지나가며 피가 배인다
영수는 막상막하 형세를 유지하고 있다
더 이상의 시간을 끌 수가 없다
놈들의 지원군이 오기 전 끝내야 한다
진석이는 각오를 한다
등을 공격하는 적에게 등을 내주고 바닥을 굴러
앞쪽에서 공격하던 야꾸자 한 놈의 복부를 찔러
쓰러뜨린다
진석이의 등에는 가늘게 배인 칼자국에 피가 흐른다
진석이는 내리치는 적의 칼을 피해 옆으로 구르고
다가선 적의 옆구리에 칼을 꼽는다
그러자 한 놈은 더욱 기세를 돋우며 공격을 한다
누워있던 자세에서 허공으로 뛰어오른 진석이의 발이
놈의 가슴을 가격하고 놈은 입에 거품을 내보이며
쓰러진다
진석이의 발이 놈의 혈을 집었기 때문이다
영수는 여전히 두 놈과 백중지세이다
진석이는 동대문파 두목에게 다가간다
놀라고 겁이 난 두목은 살려달라고 애원을 한다
뛰어난 진석이의 무에를 제압할 자신이 없다
시키는대로 무엇이든 다 할테니 목숨만 보전해달라며 애원한다
갑자기 진석이는 한심한 생각이 든다
이런 놈이 막강한 동대문파 두목이었다니
정말 죽일 가치도 없다
다른 때 같으면 살려줬을테지만 살려뒀다간 무슨 일도
꾸밀 수 있는 야비한 놈이다
진석이의 표정이 굳게 변하는 것을 본 두목은
진석이가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품에서 꺼낸 칼로
진석이 옆구리를 찌르고 진석이는 공기의 흐름을 느끼고
찌른 칼날을 손에 쥐고 상대방을 노려본다
칼날을 잡은 손에는 피가 흐른다
진석이는 두목의 가슴에 칼을 꼽아 저승길로 보낸다
그런데 그 사이 영수와 상대하던 한 놈이
공중을 날아 진석이를 찌르고 같이 난 영수는 진석이를
막아서며 대신 칼받이가 된다
영수는 복부를 깊게 찔려 쓰러지고
진석이는 야꾸자의 머리통을 가격하고 발로 놈의
얼굴과 턱을 짓이겨버린다
그리고 남은 한 놈도 저숭길로 보내버린다
쓰러진 영수를 일으켜 부축한 진석이가 내실밖으로 나오자
복도에는 대원 4명이 죽어있고
적은 15명쯤 죽어있다
한 명의 대원은 온 몸이 피투성이 상태로 서 있다
대원과 진석이가 영수를 부축해 밖으로 나오자
봉고차가 급히 달려온다
차에 오르자 차는 급히 현장을 벗어난다
영수의 복부에서는 진한 피가 클럭 쿨럭 나오고
생명줄이 경각에 달린다
멀리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피해야하는데 이런 상태로는
어렵다
진석이가 옷을 벗어 상처를 막아보지만 어렵다
봉고차가 서울을 벗어나 양평쯤 왔을 때 진석이는
조그만 시골병원에 차를 세울 것을 명한다
영수는 사경에서도 안 된다면 목적지까디 같이 가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진석이는 지금 치료를 맏지 않으면
살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안다
자신도 상처를 입었지만 그리 중한 상태는 아니지만
자신을 대신해 칼맞은 영수는 위험하다
진석이와 대원은 영수를 부축해 시골병원으로 들어선다
피투성이 옷과 환자를 보자 간호원은 놀라고
진석이는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빨리 의사를 데려오라고
고성을 지른다
만일 늦으면 너도 죽을꺼라고 엄포를 놓는다
간호원이 급히 내실로 달려가 의사를 데려온다
진료실에 들어간 영수의 상처를 보자
시골의사는 여기서는 고칠 수가 없다며 큰 병원으로
데려가라며 진료를 거부한다
진석이는 칼을 꺼내 의사를 겨누며
죽여도 좋다며 치료를 부탁한다
의사는 상황이 험악하게 되자치료에 응하고
모두 나가서 기다리라며 간호원과 둘이서
영수를 치료한다
서너 시간이 지나자 수술실밖으로 나온 의사는 환자의
상처로 보아 칼잡이한테 찔린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다
자초지종을 말할 수 없는 진석이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진료비는 곧 드리겠다며 환자를 부탁한다
늘구스레한 의사는 건달들인 줄 알았다
그리고 건달들 싸움에서 다친 상처라는 것도 알았다
진석이의 상태도 위중하다는 것을 안 의사는 진석이에게도
치료를 받으라고 한다
그러나 진석이는 영수를 부탁한다며 한사코 거절한다
‘의사 선생님
오늘 일은 제발 비밀로 해주십시오
만약 이 일이 누설되면 영수는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진석이가 정중하게 애원하자
그러겠다며 자신도 최선을 다해 살려보겠다고 한다
진료비는 아주 후하게 드리겠다며
거듭 인사를 하고 봉고차를 타고 떠난다
차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미행이 있을까봐 양평을 지나자
급히 꺽어 비포장길로 진부를 향해간다
진부읍내에서 운전기사가 사온 바늘과 실로 자신의
상처를 꿔맨 진석이는 오대산입구에서 내리며 둘은 며칠
동해에서 놀다가 서울로 올라가라고 한다
지금 가면 위험하니 푹 쉬며 상처를 치료하라고 한다
같이 가겠다는 대원에게는 서울 연락처를 알려주고
돈이 송금되면 양평에 가서 진료비를 계산하고
영수를 잘 돌보라고 지시를 한다
자신은 모든 것이 잠잠해지면 상경하겠다고 한다
부하 둘은 떠나는 회장님에게 90도 각도를 인사를 하고
진석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허리를 편다
주먹세계는 냉정하고 냉혹하다지만
회장님을 비롯한 수뇌부들은 다른 조직들과 달랐다
진석이는 서울 일이 잠잠해질 때까지 사부에게
피해있을 예정이다
산중이고 길도 험해 피신해있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동대문파를 친 오대산파는 생각보다는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고 더군다나 수뇌부들을 모두 잡았으므로
동대문파 영역까지고 오대산파에 들어왔다
폭력배들의 칼싸움은 정부의 막음도 있었지만
최종숙 변호사의 눈부신 활약으로 뉴스 끝에 짤막하게
보도되었으며 신문기사에서도 뒷면에
조그맣게 실렸다
동대문파의 마약판매와 인신매매가 정부 당국자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못하는 일을 오대산파가 깨끗하게 해결해준
것이다
자신들이 하면 기껏해야 징역 몇 년
풀려나오면 또 그러니 골치아픈 일이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인이 발생했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지만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최변호사의 설득이
검찰 수뇌부에 먹혔기 때문이다
해순이도 그 사건을 선배에게서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놀라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해순이를
선배는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해순이의 임기응변으로 의아심을 풀었고
죽거나 다친 사람 중에 진석이는 없었다
주로 동대문파 조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진석이와 영수는 실종상태로 처리되었다
고급 간부들만 아는 정보이었지만 해순이의 노력이 있어
접근하기가 가능했다
일간지 신문 기자가 된 정란이도 그 소식을 듣고 놀랐다
급한 마음에 오대산파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만 가고 전화는 받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난 후에
정란이를 찾아온 영석이가 진석이는 괜찮다며
혹시나 모를 경찰수사를 대비해 피해있다고 한다
어디냐고 물어도 알면 다칠 수가 있다면
모르는게 약이라 한다
그래야 누가 물어도 자연스러울 수 밖에
그런데 세상일이란 참 묘하다
묻힐 줄 알았던 오대산파와 동대문파의 세력다툼이
일간지에 기사화된 것이다
양평에서 치료를 받던 영수가는 3달이 지난 후
상처가 악화되어 죽었다
큰 병원으로 옮겼으면 살 수 있었지만
본인이 극구 고사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서울 수뇌부들도 모두 외부로 피신해 있고
사무실에는 조장급 부하들만 있었다
사망한 후 부하들에 의해 화장되어 조용히 처리되었지만
간호했던 간호사가 동창 친구들 모임에서 얘기를 했고
친구들 중 동창이 신문기자인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말하자
다시 기사로 재조명 되었다
최변호사가 나서 적극 노력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가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칼을 빼든 것이다
대대적인 폭력배 소탕이 시작되었고
진석이는 살인사건 주도자로 지명수배되었고
모든 수뇌부들은 시골로 도피를 하였고 몇몇 조장급 부하들이
대신 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수사의지만 있었으면 모두를 일망타진했지만
여론에 몰려 뛰어든 일이라 이 정도 선에서 끝낼려고 했다
이것도 최변호사의 활약이 있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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