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베트남 7박 9일 여행기.3
푸꾸옥에서의 마지막 날 여정은 조금 빡빡하게 짜여 아침 일찍 그랜드 월드를 재방문하여 곤돌라를 타고 인공호수를 둘러보기로 했다. 워낙 시간이 일렀는지 곤돌라를 몰 선원이 출근하지 않아 한참을 기다렸다가 4인 1조로 승선했다. 밤의 풍광과 아주 달라 호수 주변의 상가 색깔이 오색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곤돌라를 운전하던 선원이 사진 촬영을 재촉하는 바람에 여러 장을 찍었고, 하선할 때 팁을 10만 동씩 주었다.
버스를 타고 40여 분 달려 베트남 대표 소스로 소개받은 느억맘 공장으로 갔다. 우리나라 까나리 액젓을 만드는 공장과 비슷한 곳이었는데 초입부터 냄새가 짙게 흘렀다. 입맛에 맞는다는 이들은 몇 병씩 샀지만 대부분이 그냥 나왔다. 이어서 베트남 대표 향신료인 후추 농장을 방문했다. 대규모로 후추나무가 재배되고 있었다. 서양에서는 동양에 식민지를 개척할 당시에 황금과 같은 귀한 대접을 받았다지만, 우리 일행 중에 후추를 구매하는 이는 없었다.
역시 점심은 베트남 가정식이었고, 생선튀김과 닭볶음 비슷한 것 그리고 말린 돼지고기 조림을 푸른 채소에 쌈을 싸서 실컷 먹었다.
다음에 들른 곳은 바닷가 절벽에 세워진 딘커우 사원으로 건립 250여년 이상인 해신당 비슷한 곳이었다. 주차장에서부터 진한 향초 냄새가 가득 했다. 주변의 기암괴석과 전각 안에 그려놓은 용왕 여신상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주차장 아래 방파제에서 투망으로 고기를 잡는 현지인을 구경하였는데, 이름 모를 어종으로 크기는 쥐치보다 작았다.
가이드는 짜여진 일정이라면서 한식당에서 불고기와 낙지볶음 정식을 먹은 다음 야시장에 들린다고 했다. 지난번에 들른 야시장보다 규모가 작았는데 한낮에는 꽃시장으로 쓰인다고 했다.
베트남 사람들의 꽃 사랑은 특별하다고 하는데 특히 황금색과 붉은 색깔을 선호한다고 했다. 부귀영화를 꿈꾸는 것은 동양인의 특성인가 싶었다. 호텔로 돌아와 부대시설 수영장에서 잠깐 즐기다가 다른 날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푸꾸옥에서 마지막 밤이어서일까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짐을 챙겨 버스를 타고 푸꾸옥 공항으로 이동하여 준비한 도시락으로 아침 식사를 한 뒤에 호치민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40여 분 탔고 다시 달랏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니 또 40여 분이 소요됐다. 12시 가까워서 달랏 가이드를 따로 만났다.
달랏은 해발고도 1950m의 산악지역이라 푸꾸옥과는 기온 차이가 심했다. 바람막이를 걸치지 않으면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신기한 것은 푸꾸옥에서는 보이지 않던 침엽수가 길가에 서 있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소나무와는 달라서 마치 낙엽송같이 위로 높이 자라 있었지만, 밑둥치가 굵지 않은 소나무 숲이 많이 보였다. 나무 밑에 떨어져 있어야 할 낙엽 대신에 불탄 재만 검게 흩어져 있었다. 멀리 산 비탈에서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는데 아마도 일부러 산불을 내는 듯했다.
베트남 독립이 이루어진 다음에 개발을 진행하면서 지어졌다는 자수박물관은 열대식물 정원과 특이한 자수공예품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입체 자수라는 기법이 특별했으며 그 가격이 엄청났다. 우리나라 화폐가치로도 수억에 이를 정도였다. 서양의 갑부이거나 재벌가에서도 쉽게 구매하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가이드 말로는 예약 제작이 밀려 있다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 식이었다.
대중교통 수단이 아닌 채로 방치되던 달랏 기차역에 들러 기관차 구경도 하고 화단에 가꾸어진 여러 종류의 열대 화훼도 감상하면서 관광객끼리 서로를 구경하였다.
점심때가 지나 현지식으로 허기를 달랜 다음 지프 차로 랑비엥 전망대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능숙하게 운전하는 베트남 청년들이 활기차 보였다. 산꼭대기에도 구형 짚차 한 대가 놓여 있었고, 사진 촬영 배경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산 아래로 너른 평야가 펼쳐졌고, 언덕 비탈면에는 여러 조형물이 설치되어 독수리 몇 마리도 줄에 묶어 관광객들이 사진 촬영에 대여되고 있었다. 여러 무리의 단체 관광객들 80% 이상이 한국인이었으니 참 대단한 민족이구나 싶었다. 여러 지방 사투리를 베트남에서 듣게 될 줄을 어찌 짐작했을까.
한라산 높이의 랑비엥 전망대를 내려와 쓰엉흐엉 호숫가로 내려왔다. 달랏의 정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호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걷는 이 달리는 이, 마차를 타고 주위를 돌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이들이 엇갈리고 있었다.
다시 달랏 시내로 들어가서 한국식당에서 장어 정식을 먹었다. 수족관에 가둬놓은 장어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몇 몇 주당들이 입맛을 다시길래 주인에게 원화로 결제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해서 5만 원을 주고 독주 2병과 캔 맥주 3캔을 구매했다. 늘 배려해준 후배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이었고 나도 한 잔 받아 마셨다. 베트남에 도착한 뒤 첫 지출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쓰엉흐엉 호수로 가서 꽃마차를 4명씩 나누어 탔다. 줄지어 걷는 것이 몸에 배었는지 말이 머리를 바짝 들이대면서 거친 호흡을 내뱉는 것이 안쓰러웠다. ‘쓰엉흐엉’은 우리말로는 봄 춘, 향기 향으로 춘향호라고 한단다. 주위에 큰 화원이 있어서 꽃향기가 물씬 풍기는 것 같았다. 돌아 오는 길에 달랏 야시장도 거쳤는데 규모와 운영방식에 큰 차이가 없었다. 밤이 늦어서야 호텔에 여장을 풀었고, 지친 몸을 뉘었다.
첫댓글 선생님 덕분에 요 며칠 저도 베트남 여행을 잘 하고 있습니다.~^^
관광객 80%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데 놀랬습니다.
지구촌 어디에나 엇비슷한 자연과 사람이 살고 있나 봅니다.
국가가 어떤 역사로 존재 되고 그곳 사람들은 어떤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지를, 배울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는 걸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