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괜찮아 그럴 수 있어 ●지은이_김정례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5. 1. 22 ●전체 페이지_200쪽 ●ISBN 979-11-91914-75-7 03810/4*6판(130×190)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17,000원
일상을 넘어 꿈과 희망을 찾아가는 산문집
김정례 수필가의 첫 산문집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산문집은 작가가 일하는 학교 교실에서부터 메주를 쑤는 어머니가 계신 고향, 구례의 들녘, 먼 히말라야까지 삶에 대한 작가의 깊은 사색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아이들은 미술 시간을 참 좋아한다. 좋아하는 만큼 열심히 참여한다. 오늘처럼 물감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날이면 손은 물론 얼굴까지 물감 범벅이 되는 녀석들도 있다. 나중에 옷에 묻은 물감 때문에 잠깐 울상을 짓기도 하지만, 그것은 정말 잠깐일 뿐이다. 그렇게 키들거리고 낄낄대는 소란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존재감은 확실하게 남겨 두었다. 아이들의 작품에 더 잘 그린 그림, 덜 잘 그린 그림은 없다. 그저 모두 다른 사람의 다른 작품들일 뿐이다.
―「스물여덟 가지 색깔」 중에서
교실에는 스물여덟 명의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만큼 독특한 색깔과 이야기가 존재한다. 교실은 단순히 학습의 공간을 넘어, 아이들의 가치를 드러내는 공간이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도화지에 그려낸다. 스펀지, 골판지, 손, 붓 같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자신만의 상상을 표현한다. 그림에는 더 잘 그림은 없고, 덜 잘 그린 그림도 없다.
요즘은 경쟁과 경쟁이 주를 이루기 위해, 아이들의 작품은 교사의 손에 의해 조각되고 편집된다. 개성과 독창성이 없어진 채 평가를 위한 작품만 남았다. 이 교실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경쟁보다 협력, 획일성보다 지금처럼 자신만의 색깔로 세상을 그려 나가길 작가는 원한다. 스물여덟 가지 색깔의 물든 교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아이들이 사는 세상처럼 따듯하길 바란다.
“난 젊은 날엔 저런 것들을 몰랐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의 추위는 당연하지 않으냐. 나무에 물이 오르고 꽃이 피거나 산이 시퍼렇게 짙어 가는 것도 그렇지. 난 꽃이 피고 단풍이 온 산을 물들여도 때가 되어서 그러려니 했다. 예쁘다는 생각이야 했겠지만, 그것들 또한 그저 그러려니 했다. 사람들이 감탄하고 탄복하면 왜 그러는지 오히려 의아스러웠지. 때 되면 해마다 반복되는 그것들을 보겠다고 꽃놀이를 가고 나들이를 가고 싶어서 몸살 난 사람들이 이상해 보였어. 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뭘 하고 사느라고 남들 다 느끼는 것을 나만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고 살았을까?”
―「어머니의 계절」 중에서
푸른 새순이 온 세상을 물들이는 날, 어머니의 계절은 어디에 있을까. 어머니는 아마 겨울 어디쯤에 계신다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그 겨울은 멈춤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어머니는 자신만의 봄을 맞이하고 계시다.
어머니는 젊은 날에는 자연의 느낌을 불편하게 생각하셨다. 끝에 가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어머니는 생명이 잠든 겨울, 다시 시작하려 한다. 꽃이 피고 나무가 주는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싶어한다. 어머니의 계절은 어머니와 함께 삶의 여정을 돌아보며, 어머니가 자신의 감정을 벗어나는 과정은 곧 우리 모두의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발견하게 하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무엇을 얻으려던 것이었을까? 무엇을 위해 이 한겨울에 깊고 험한 산을 찾아들었던 것이었나? 발톱이 깨져 피가 흐른다. 신발조차 신을 수 없는 맨발을 절룩이며 디딘 삼천 개의 촘롱 계단에 남겨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무도 묻지 않았다. 아니 생각하지 않았다. 이곳은 신들의 도움 없이는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곳이다. 깊고 굵은 주름을 한껏 벌려 웃으며 “나마스떼!” 인사하며 길을 비켜주는 사람들이 사는 땅이다. 어둠이 내리면 비로소 인간과 신들의 경계는 사라진다. 어둠은 땅과 하늘의 경계를 지워버린다. 낮 동안 높은 산비탈에 살짝 걸쳐져 있던 집에서 흘러나온 불빛은 그대로 별이 된다. 그 위로 끝을 알 수 없는 별들의 세계가 포개어져 박힌다. 산인지 하늘인지 까만 어둠만이 그들의 세상이다. 이곳은 신들의 처소 히말라야다.
―「안녕, 히말라야」 중에서
히말라야는 단순히 높은 산의 이름이 아니고 자기 자신의 경계를 넘어서 인간을 위해 도전하는 상징이자, 자연과 가능성 있는 잠재력 있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발톱이 깨지고 피가 흐르는 고통의 끝에서 인간은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인식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인간은 신성함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압도 되어 돌아오고 히말라야는 우리는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먹는 것을 잊고, 동시에 삶의 경이로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매일 익숙한 것들에 젖어 살다 보면 흘러가는 물이, 크고 작은 돌들과 부딪히며 소리 없는 사연들을 남기고 지나가고, 자연 앞에서 인간의 위치를 잊고 산다고 한다. 삶에서의 시간 또한 늘 그렇게 흘러간다고 한다.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잠시 무료함에 빠져들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변화에 대한 기대감은 항상 우리에게 새로움을 향한 희망을 줍니다. 때로는 그것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 될지라도 우리는 교실의 아이들처럼,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은 어머니처럼. 새로운 희망과 기대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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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작가의 말·04
제1부
스물여덟 가지 색깔
스물여덟 가지 색깔·12
작은 학교, 작은 꿈·16
청개구리 부모·20
다 함께 차를·24
이별고·28
가을 소풍·32
눈 내리던 날·37
봄비 속으로·41
빗길 놀이·45
월권·49
개미와 베짱이·52
수능 날 아침·56
제2부
미지수
미지수 찾기·62
성장통·66
세밑 소식·70
아버지의 롤러·75
콩과 된장·82
어머니의 계절·88
동거·93
쉼·97
일몰처럼·101
길녀의 몰락·105
빈집 사연·109
제3부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엄마 또거미·116
콩이와 마리는 친구·120
해바라기 한살이·124
풀이 전하는 말·128
여행하는 나비·132
목소리·135
이름을 불러 주세요·140
작은 미용실·144
시간 멀미·148
다인실의 유쾌한씨·152
그림자·156
괜찮아, 그럴 수 있어·160
상생(相生)·164
유비무환·168
제4부
바람
굳이 묻자면·174
섬, 바람 그리고 오만·178
휴가 한 시간·182
수도원 멜크 기행·187
카일라스로·191
안녕, 히말라야·195
■ 작가의 말
시간도 상황도 다른 이야기들을 엮어 한 권으로 묶어 두고 싶은 마음은 염치도 없이 오래되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부끄러움을 다독여 줘야 할 용기가 먼저 ‘워, 워!’ 하며 말리곤 했었다.
오랜 시간 흩어져 있던 글들은 저마다의 시간을 담고 있다. 생각도 상황도 지금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는 이야기들도 있다. 살짝살짝 고장 나기 시작한 몸을 고치거나 다독이며 살아야 하듯,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생각도 글도 조금씩 모습이 변하고 있음이다. 용기 내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그 간격은 더 벌어질 것만 같았다. 어쩌면 그나마 이쯤의 각이 가장 좁은 것은 아닐까, 그래 염치 불구하고 내 도발을 말려 오던 용기와 타협을 보았다.
이미 십 년이 넘어버린 글을 소환해 읽으며 ‘그랬구나, 그런 일도 있었구나. 그때는 그렇기도 했구나.’ 한다. 되돌아본다는 것이 늘 청승맞기만 한 것은 아니길, 그리고 내일 또 그 후의 나의 글들이 이 경험을 기억하기를 기대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과 생각으로 책을 묶으며 독자들의 너그러운 이해와 아량을 소망해 본다.
2025년 1월
김정례
■ 표4
매일 익숙한 것들에 젖어 살다 보면 시간마저도 그렇게 당연한 듯 흐른다. 흘러가는 물이, 크고 작은 돌들과 부딪히며 소리 없는 사연들을 남기고 지나가듯이, 삶에서의 시간 또한 늘 그렇게 흘러간다. 앞에 놓인 돌을 감고 도는 물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스쳐 가는 것이 시간이며 계절이 아닐까? 계절의 변화는 분명 시련이자 축복이다.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잠시 무료함에 빠져들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변화에 대한 기대감은 항상 우리에게 새로움을 향한 희망을 준다. 때로는 그것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 될지라도. 이때쯤이면 미적거리는 봄의 손을 잡아끄는 복수초의 노란 형광빛이 예쁘다 못해 눈이 부시다. 아마도 지난겨울 유난했던 추위에 복수초의 노란빛이 더욱 영롱해졌을지도 모르겠다._본문 중에서
■ 김정례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2012년 『시에』로 등단했다.
첫댓글 김정례 수필가의 첫 산문집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사랑(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등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김정례 선생님의 첫 산문집이 드디어 출간됐군요! 독자들로부터 사랑 듬뿍 받길 기원하고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