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젖고 나면 더 젖을 게 없어
그때부터 열이 난다는 걸
젖어본 사람은 안다
덜 젖으려고 발버둥칠수록
이미 젖은 것들이 채 젖지 못한 것들을
껴안고 뒹굴어 결국 다 젖고 만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비오는 날은 비를 맞고
바람 부는 날은 바람을 맞듯이
받아들이며 껴안으며 사는 삶이
얼마나 넉넉하고 건강한지를
비탈길을 걸어본 사람은
다 안다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철로 위에 선 여자야
강가에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사내야
더 젖어봐라 다 젖고 나면 펄펄 열이 나겠지
그 열로 다시 사랑을 데울지 누가 아느냐
절망하고 절망하고 하염없이 절망해도
절망할 수 있다는 절망도 희망 아니냐
비탈에도 햇살은 내리고
진흙탕물 속에서도 연뿌리는 꽃대를 밀어 올린다
- 다시 사랑을 위하여 / 김시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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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주님 !
저는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습니다.”
(요한11,27)
서운합니다.
당신과 함께 한 인연이면
아프다는 전갈을 보냈을 때
달려오실 당신이라 믿었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신 하시는 일이 바쁘셔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서운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간절한 내 마음을 몰라 주는 듯 싶어
절망했지만, 그럼에도
당신의 발걸음으로 희미하지만
갸녀린 맥박처럼 당신의 이름을 다시 부릅니다.
절망 가운데서 당신의 이름을 다시 부릅니다.
좋든 나쁘든 언제나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내가 원하고 바라지않아도 당신이 그러하셨듯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며 기억합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당신이야말로 정말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라자로의 소생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고
당신 안에 담긴 하느님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마르타의 삶을 통해 당신을 기억합니다.
마르타의 신앙고백을 함께 되내입니다.
간혹 마르타와 같은 절망을 만나더라도
다시 희망을 밀어올리는 시간도 허락해주소서.
멀리 계신 것처럼 느껴질 때도
언제나 함께 계심을 고백하게 하소서.
바람과 달리 조금 늦더라도 당신이심을
당신께서 이끄시고 베푸시는 삶임을 고백하게 하소서
“예, 주님 !
저는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습니다.”
(요한11,27)
평안하소서.
♪ ♬ 꿈꾸지 않으면 / 조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