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40여일 앞인데 무소식 산지 “한달 전 공급계획 잡혀야 선물세트 준비 차질 없이 진행” 유통업체도 수요예측 못해 답답 23일 권익위 전원위 통과 절실 농축수산물 소비의 최대 대목인 추석(9월21일)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은 감감무소식이어서 산지 농민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현행 법령은 공직자 등에 선물할 수 있는 농축수산물 가격 한도를 10만원으로 못 박고 있다.
명절기간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을 20만원으로 하루빨리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온 국민이 지쳐 있는 만큼 미풍양속인 우리 농축수산물 선물 주고받기를 통해 지친 마음을 위로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다.
8월로 접어들면서 주요 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선물세트 예약판매에 속속 돌입했다. 롯데마트·홈플러스가 7월29일 개시한 것을 비롯해 농협도 8월2일 돛을 올렸다.
유통업계에선 추석 대목 소매유통이 본격화하는 시점을 명절 15일 전으로 본다. 하지만 산지에선 한달 전엔 대략적인 공급 계획이 잡혀야 준비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윤성준 대구경북능금농협 경북 영주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장장은 “‘산지-도매-소매’로 이어지는 유통단계를 고려할 때 APC에서 선물세트용 사과를 수집·선별하는 작업을 25일 전후엔 시작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유통업체와의 거래 협상을 이달 중순엔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통업체 협의가 임박했는데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정부의 확실한 얘기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의 불안감도 커진다. 홍선기 농협경제지주 농산물도매분사 농산팀장은 “국산 <샤인머스캣> 포도와 왕망고, 고품질 사과·배로 구성한 19만9000원짜리 과일 선물세트 등을 내부적으로 기획하고는 있다”면서도 “수요 예측이 어려워 준비에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을 지난해 추석과 올 설에 깜짝 상향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귀성 자제를 당부한 데 따른 배려 성격이 짙었다. 침체한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은 지난해엔 추석(10월1일) 3주 전인 9월10일, 올해는 설(2월12일) 24일 전이었다. 조금 더 빨랐더라면 더 큰 효과를 봤을 것이란 아쉬움이 일었다.
열쇠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쥐고 있다.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려면 권익위가 개최하는 전원위원회를 먼저 통과해야 한다. 전원위원회는 2주에 한번꼴로 열리는데 이달엔 9일과 23일로 예정돼 있다. 이달 중 개정 법령이 시행되려면 늦어도 23일 전원위원회에선 반드시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박진석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상무는 “농산물만 보면 10만원 이내짜리 선물세트도 적지 않아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별문제가 없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박 상무는 “경기는 심리라는 점에서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향은 위축된 농축수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보이지 않는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정부만 쳐다봐야 하느냐는 탄식도 있다. 명절기간엔 선물가액 상향을 상시화해 산지가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5년 가까이 3만원에 묶여 있는 음식물(식사) 가액을 이참에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업계 한 관계자는 “2016년 9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공직자 대상 식사 한도는 여전히 3만원”이라면서 “인건비·임대료 등 원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식사가액을 높이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저가 수입 식자재가 외식업계를 잠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소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