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지난 15일
우익단체들의 인공기 훼손사건을 이유로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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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보수집회에서
찢겨지는 대형 인공기. ⓒ연합뉴스 |
북한, "인공기 찢는 등 북한체제 모독했다"
18일 조선중앙방송 보도에 따르면, 조평통 대변인은 성명에서 "국내 보수단체들이 '건국 55주년 반핵. 반김 8.15국민대회'를 개최, 북한의 인공기를
찢고 북한체제를 모독하는 행위를 했다"며 "동족이 동족의 안전과 존엄을
공공연히 해치는 위험천만한 남조선 지역으로 우리(북) 사람들이 내왕하는 문제에 대하여, 당면하여 대구에서 진행되는 세계 대학생 체육경기대회에 우리 선수들을 가게 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성명은 특히 "지금 남조선에서는 미국의 조종 밑에 한나라당을 비롯한 극우 파쇼분자들에 의해 6.15 공동선언과 남북관계를 뒤집어 엎는 극히 위험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체육경기 참가자들의 존엄과 안전이 담보되어 있지 않은 위험한 지역으로 우리 선수들을 가게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의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어 U대회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내지 않을 것에 대해 "남조선에
조성된 엄중한 현 사태에 대처한 지극히 정당한 것"이라며 "그것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을 비롯한 남조선의 극우 파쇼세력과 그들의 책동을 묵인한 남조선 당국의 불순한 처사에 기인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남조선 당국은 이번 8.15사태에 대하여 어떤 형태로든 우리(북)가
납득할 수 있게 공식적인 사죄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17일 도착하려던 북한 선수단의 불참에 이은 조평통의 이같은 성명은
사실상 북한이 이번 대회를 보이콧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당초 북한은 이번 대회에 유니버시아드대회 사상최대 규모인 선수단 1백97명, 응원단 3백3명, 보도진 24명 등 도합 5백27명을 파견할 예정이었다.
발단은 지난 15일 북한 인공기 훼손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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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보수집회에서 인공기가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
북한이 불참선언을 하게 만든 인공기 훼손 및 소각사건은 지난 15일 오후
4시께부터 자유시민연대,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회원 1만여명이 서울시청 앞 광장과 원구단 공원에서 가진 `반핵.반김 8.15 국민대회' 과정에
발생했다.
이날 집회에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박진 대변인, 김용갑 의원 등 한나라당 지도부를 비롯해 북한주민의 탈북을 도와온 독일인 의사인 노르베르트
폴러첸 박사, 허문도 전 국토통일원 장관,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
행사장 무대 좌우측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길이 3m짜리 모형 미사일 2개가 세워졌으며, 미사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과 인공기 그림 1점이 각각 붙어 있었다.
행사가 1시간30분 정도 진행됐을 무렵 일부 회원들은 행사장에 동원한 초대형 인공기를 찢는가 하면, 인공기와 김정일의 사진, 모형 미사일 등을 불태웠으며 소화기로 불을 끄며 제지하려던 경찰들과 몸싸움이 생기기도 했다.
북한이 유니버이사드대회 불참을 결정한 데에는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도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인공기가 훼손된 현장에 최병렬 한나라당대표가 참석한 것은 물론, 최대표는 이에 앞서서도 유니버시아드대회와 관련해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지난 9일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부산아시안게임 때 북한응원단은 생각있는 국민들을 눈살 찌푸리게 했다. 이번에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선수단과 응원단이 온 것
같다. 신경을 쓰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었다.
남한의 우익단체 겨냥한 정치공세
북한의 이번 U대회 불참은 남한 전체를 적대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한나라당등 보수우익 세력에 대한 정치공세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따라서 북한의 U대회 불참에도 불구하고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의 자살후 한때 중단됐다가 재개된 금강산 관광이나 남북경협 등은 계획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같은 판단은 북핵위기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긴장의 원인제공자로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간 극보수세력들을 지목하며 이들이
국제적 연대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는 상황판단을 하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하지만 이같은 북한의 U대회 불참은 노정부로 하여금 분명한 대북정책의
천명을 압박하고 있는 측면이 강해, 향후 예정된 남북간 정부협상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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