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거시경제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백두산 화산이 분화할 경우 천지에서 지진해일(쓰나미)이 일어나면서 주변에 대홍수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두만강, 압록강, 쑹화강 유역인 북한의 양강도와 함경북도 그리고 중국의 지린성에 대규모 홍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경이 평균 12km에 이르고 평균 깊이가 213m에 달하는 천지의 수량은 소양강댐 담수량의 무려 70% 수준인 20억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립방재연구소가 화산 폭발에 따른 유로 분석을 통해 홍수 도달거리 및 지점을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백두산 화산 분화 후 한 시간 이후부터 두만강과 압록강이 넘치기 시작해 1시간 40분이 지나면 삼지연의 방학캠프와 병원 그리고 어린이 궁전이 홍수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은 화산 분화 후 20분 내 변방초소 등이 홍수 영향권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화산 폭발과 함께 발생하는 지진과 분출하는 용암에 의한 대규모 화재 피해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피해는 주변 지역에 한정되겠지만, 화산재의 경우엔 25km 상공까지 올라가면서 기상조건에 따라 두세 달 이상 항공기 결항 등의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4월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쿨(Eyjafjallajokull)’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는 두 달 가까이 항공편 결항이나 지연을 유발하면서 지구 반대편의 우리나라에도 유럽 수출 물동량 운송에 차질을 빚었다. 당시 전 세계 항공편의 29%가 결항했으며, 하루 120만명의 승객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항공업계의 손실만 따져도 하루에 2억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백두산 화산의 폭발 규모가 유럽의 항공대란을 야기한 ‘에이야프얄라요쿨’보다 열 배 이상 클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경우 화산폭발지수(Volcanic Explosivity Index)가 6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화산폭발지수는 화산 폭발의 지속시간, 화산재 등 분출물의 높이와 양 등을 종합해 화산 폭발 강도를 나타내는 수치를 의미한다. 지수가 1이면 소규모, 2~3이면 중규모, 4 이상이면 대규모 폭발로 분류되는데 ‘에이야프얄라요쿨’은 화산폭발지수가 5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스러운 것은 백두산 화산이 겨울철에 폭발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화산재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동절기 분화가 아니라면, 화산재는 편서풍 및 제트기류를 타고 북한의 함경북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일본의 홋카이도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화산재가 유럽 항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며, 북미 항로의 경우도 태평양 항로 등 대체항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항공기를 이용한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규모보다 10배 이상 클 것
그러나 백두산의 화산이 겨울에 분화할 경우엔 북풍 또는 북서풍을 타고 화산재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경우 우리 수출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항공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항공기 운항이 열흘만 중단돼도 수출은 약 25억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화산재의 영향으로 야외활동이 위축됨에 따라 여행 등 서비스업의 생산과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화산재가 하늘을 가려 이상 저온현상도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화산의 분화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화산재가 기류를 타고 확산됨에 따라 태양에너지를 반사하면서 아시아 지역에 저온현상이 유발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북한의 급변사태에도 대비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향후 백두산 화산 분화에 관한 동향을 주시하면서 대응방안을 마련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지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