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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점선의 "무제" - 최인호의 소설 "방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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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유영수 |
| "그림, 소설을 읽다"는 우리 시대의 화가가 동시대에 이미 하나의 문학적 업적으로 평가받는 소설에서, 새롭게 그림을 창작해 한 자리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시도이다. 이 전시회는 그림과 소설의 적극적이고도 독립적인 만남이라는 차원의 이벤트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문학평론가들이 각 소설가의 대표작에서 명문장 50개를 추리고, 다시 화가가 그 중 20개를 뽑아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작업을 거친 작품들을 그 소설 속의 문장과 함께 감상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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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점선의 "무제" - 최인호의 소설 "황진이 1"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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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유영수 |
| ... 그 뱀은 너의 고운 잠자리를 파고들어 독기로 너의 얼굴을 핥고, 빛나는 비늘로 너의 몸을 씻었다. 그리고 너의 몸을 타고 올라 날름이는 혀로 너의 잠든 혼을 불러내어 천년보다 깊은 정을 맺어 너의 끓어 오르는 피 속에 뜨거운 정액을 뿌리었거늘 황진이, 그대는 그 뱀이 너의 몸이 죽어 한 줌의 흙이 될 때까지 너의 몸을 감고 있음을 어이 긴 한숨 한번 내보이지 않고 참아내었던가... (최인호의 소설 "황진이 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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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점선의 "무제" - 최인호의 소설 "미개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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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유영수 |
| ...문둥이의 아이들이, 우리가 가끔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싸던 강 건너편에서 아, 아, 문둥이의 새끼들이 이쪽으로 건너온다. 그 애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불알이 다섯갤까, 눈썹이 없을까, 저녁이면 우리들의 가슴을 면도칼로 자르고 간을 빼먹으려 들지도 몰라... (최인호의 소설 "미개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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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점선의 "무제" - 최인호의 소설 "침묵의 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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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유영수 |
| ...그리고 녀석은 거리에 세워져 있는 우유배달 자전거에서 우유병 통을 들어 내려 놓더니 글쎄 그 위에 올라타고는 내게 일언반구도 없이 휘웅이 밝아오는 한강 쪽을 향해 달려갔단 말이야. 물론 그 자전거야 쌔벼 탄 것이지... (최인호의 소설 "침묵의 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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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점선의 "무제" - 최인호의 소설 " 두레박을 올려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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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유영수 |
| ...우리는 서로의 성기에 꽃을 꽂았다. 그것은 마치 우리의 몸 속에서 피어난 꽃과 같은 모습이었다. 서로의 성기에 꽂힌 꽃들은 우리의 내부에 쑥과 같이 흐르고 있는 젊음의 수액에 뿌리를 내리고 피어로는 꽃과 같이 아름다웠다... (최인호의 소설 "두레박을 올려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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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점선의 "무제" - 최인호의 소설 "천상의 계곡"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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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유영수 |
| ...엎드려 절을 하는 내 뇌리 속으로 어머니와 노인이 다정히 서로 부축하며 남산의 숲길을 걷던 환영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환영은 두 사람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성도(聖都)를 찾아 함께 순례의 길을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최인호의 소설 "천상의 계곡"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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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점선의 "무제" - 최인호의 소설 "영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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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유영수 |
| ...할머니의 노랫소리는 강물이 흘러가듯 이어져 그녀의 깊은 곳에서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할머니의 얼굴은 이미 할머니의 얼굴이 아니었고 마치 갓 피어오르는 꽃송이처럼 환히 생기에 차 오르고 있었다... (최인호의 소설 "영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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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점선의 "무제" - 최인호의 소설 "술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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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유영수 |
| ...그는 석양을 향해 우는 거위처럼 목 쉰 소리를 냈다. "아주마니, 나 술, 술 마시러 왔시오??" 그는 자기 말을 믿어달라는 듯 애원하는 시선을 보냈다... (최인호의 소설 "술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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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점선의 "무제" - 최인호의 소설 "돌의 초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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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유영수 |
| ...전성기 때의 그 생식기관 속에 넘쳐 흐르던 청춘과 힘, 활력, 여인을 괴롭히던 무분별한 욕정, 심신의 살을 갉는 쾌감, 그 모든 것을 상실하고 성기는 그 곳에 매달려 있었다. 그래서 그것은 시들어빠진 나뭇가지처럼 보였다. (최인호의 소설 "돌의 초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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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점선의 "무제" - 최인호의 소설 "사행"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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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유영수 |
| ...그런데 또 하나 기묘한 것은 거울과 거울이 중복이 되면 똑같은 나의 입상, 좌상들이 일렬로 무한한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굉장한 경이었다. 포개어지고 포개어지는 또하나의, 또하나의, 또하나의 나... (최인호의 소설 "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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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금 그녀는 사진작가 김중만과 함께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자신의 *말* 그림을 전시하고 있읍니다.매일 갤러리에 나와 전시된 그림위에 계속 작업을 하고 있는데 끝나는 날까지 그렇게 할거라더군요. 그러니까 매일 그림이 달라지는 것이지요.저도 시간을 쥐어짜서 다시 가보려 합니다.
저도 다녀왔습니당. 기왕이면, 작업현장을 볼 수 있음..했는데, 물어보니.. 매일 나오시는 것은 아니고 오시고 싶은 날만(모..당연한 거지만..^^;) 나오신다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