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롤링홀의 생일을 축하하며
_롤링홀 15주년 기념 콘서트@롤링홀
규모를 막론하고 양질의 공연을 오랫동안 이끌어왔던 홍대 인디씬의 몇몇 클럽들 중 롤링홀(ROLLING HALL)이 올해로 15살이 되었다. 롤링홀의 역사는 홍대의 인디씬 역사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 롤링스톤즈에서 롤링홀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이 공간을 꾸몄던 롤링홀은 꾸준한 시설 업데이트와 노력으로 뮤지션과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2010년 1월, 많은 뮤지션들이 ‘롤링홀 15주년 기념 콘서트’를 통해 롤링홀의 15살을 축하하러 여러 날에 걸쳐 공연하고 있다. 앞으로 1월 매주 금요일마다 연속으로 15주년 기념 콘서트가 있으니 관심있는 독자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이번 김기자의 인디속밴드이야기는 1월 8일에 열렸던 롤링홀의 15주년 기념 생일파티, 그 세 번째 공연 현장에 다녀왔다.
인디 1세대의 귀환 – 마루(Maroo)

*실로 오랜만에 인디씬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여유넘치는 무대매너를 보여준 마루.
유례없는 서울의 폭설과 혹한으로 길이 꽁꽁 얼었지만 음악과 롤링홀을 사랑하는 관객들은 어김없이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첫번째 축하는 마루의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마루는 대학 스쿨밴드로 시작, 1997년에 데뷔하여 각종 서포트 밴드와 콘서트 게스트 참여, OST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했던 락밴드다. 지난 몇 년동안 활동을 중단하였다가 마루의 원년멤버 오후(보컬)와 넌(기타)이 해든(베이스)과 노권일(드럼)을 멤버로 영입하여 작년 10월 새로운 싱글 [어려운 러브송] 을 발매,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들을 낯설어하였지만 몇 곡이 지나니 하나 둘씩 즐겁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Safari’, ‘좀비’ 등 예전 곡들과 이번 싱글에 삽입된 ‘어려운 러브송’, ‘astro disco’ 등의 무대가 이어졌다. 관록이 묻어나는 무대매너로 추위로 꽁꽁 얼어버린 관객들을 능숙하게 움직였던 인디 1세대 밴드 마루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었다.
생일촛불은 다이나마이트로 – 나폴레옹 다이나마이트(Napoleon Dynamite)

*공연장 분위기를 한번에 달아오르게 만든 야무진 밴드 나폴레옹 다이나마이트.
두번째로 생일을 축하하러 나온 밴드는 나폴레옹 다이나마이트. 나폴레용(보컬)이 경인년 새해 인사와 함께 새로운 드러머 김성익을 소개하였다. 범띠인 나폴레용의 2010년 백호의 해에 대한 찬양과 함께 롤링홀이 처음 생길 때 자신은 10살이었다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활달하고 개성넘치는 그들의 무대에 분위기가 점점 달아올랐고 뒤늦게 도착한 관객들의 수도 점점 늘어갔다. ‘랄랄라’, ‘웃어’, ‘그대곁에’ 등으로 이어지는 무대와 보컬의 관능적인 춤사위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나폴레옹 다이나마이트도 작년에 디지털 싱글 [Summer Night]을 발매한 바 있는데, 재작년 발매한 1집 [Nuclear Launch Detected]로 데뷔한 후 긴 휴식기 없이 비교적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밴드다. 그들만의 재기발랄하고 강렬한 음악으로 공연장의 분위기를 즐거운 열광으로 변화시켰고, 한겨울이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무대를 선사했다.
천천히, 그리고 흥겹게 춤을 추며 축하합시다 –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무심한 듯 몽환적인 사운드로 인디씬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다음 축하 손님으로 나온 밴드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였다. 보컬 조부라웅은 자신의 15살 때 여름 친구들과의 농구게임에 늦게 가서 돌아왔다는 풍경이 기억난다며 조금은 당황스럽게도 롤링홀의 15주년을 축하해 주었다. 이번 공연에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앨범에 실리지 않은 새로운 노래들을 소개하기도 하였는데 봄에 새로 발매 예정인 그들의 2집 에서 오늘 소개된 곡들을 기대해본다. 앞으로 일본 투어도 계획중이라는 그들의 공연에 점점 많은 팬들이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었고, 키보디스트가 빠져있었지만 ‘본격적인 맘’, ‘도시생활’ 등이 연주되면서 여느 때 와 비슷하게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갔다. 보통 알려진 일렉트로닉 사운드에서 느낄 수 없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만의 조용하고도 흥겨운 사운드가 공연장을 사로잡았다. 쉬운 박자니 다들 흥겹게 춤을 춰보자는 조부라웅의 말에 관객들도 점점 두꺼운 자켓을 벗고 몸을 흔들며 그들의 공연을 한껏 즐기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어느새 점점 축하의 절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은 얼터너티브 힙합 밴드 –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얼터너티브 라틴 힙합(?) 음악을 하는 개성 넘치는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최근 홍대에서 가장 잘나가는 밴드 중 하나인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 축하파티의 절정을 담당했다. ‘원더기예단’과 ‘시실리아’으로 시작, ‘악어떼’ 후에 뒤늦게 퍼커션을 맡은 유미가 공연에 합류하였다. 올해 시작은 유난히 좋지 않았다며 운을 뗀 보컬 조까를로스 역시 최근의 혹한 영향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자신들을 얼터너티브 힙합 밴드라고 재미나게 소개 하면서도 콧물 때문에 난감해하는 모습이었지만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 마도로스 K의 모험’, ‘독수리’, ‘석봉아’까지 무난히 소화하였다. 축하하는 자리라서 그런지 좀 더 신나는 연주를 위해 평소보다 연주 템포가 조금 빠른 감이 있었고 그들은 역시 즐거운 밴드였다. 유미가 공연에 중반 부터 합류하게 되면서 사운드가 한층 꽉 찰 수 있었다. 한편 최근에 인디씬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주목을 많이 받았었기 때문인지 이 날 자리를 함께한 팬들도 많았다. 공연을 통틀어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무대가 이어질 때 가장 많은 호응이 있었고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관객들도 많았다.
투혼의 맨발 - 레이니썬(Rainysun)

*최악의 컨디션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여느때와 다르지 않은 보컬링을 보여준 정차식.
이 날 마지막으로 공연을 장식한 밴드는 오랜만에 공연을 하게 된 레이니썬이었다. 레이니썬의 무대는 열렬한 관객들의 반응을 끌기는 어려운 음악으로 채워지지만 이 날 마지막까지 자리를 함께했던 관객들은 거의 대부분 레이니썬의 팬들이었고, 다들 그들의 음악을 주의 깊게 경청하였다. 이 날 레이니썬의 보컬인 정차식이 오늘 거의 죽다 살았다며 운을 떼었다. 전날 밤 먹은 치킨에 급체하여 공연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면서 연신 자신의 안 좋은 컨디션 때문에 공연의 질이 낮아질까 미안해하는 모습이었다. 롤링홀의 생일이 봄이나 가을이었으면 좀 괜찮았을 것이라며 춥지만 끝까지 기다려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특별히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 보컬의 상태가 다르게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여느 때와 같이 맨발로 무대에 굳건히 서서 압도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공연을 하였다. 레이니썬은 여섯여 곡을 끝까지 연주했는데 ‘black dog’, ‘재’ 등 작년에 발매한 4집의 곡들이 이어지자 관객들의 몰입도 더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North’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레이니썬에게 관객들은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고 연신 앵콜 요청이 있었지만 밴드의 컨디션 때문인지 아쉽게 세번째 생일파티의 막이 내렸다.
인디 씬의 든든한 버팀목, 앞으로도 계속되길!
최근 인디씬이 르네상스 시기라고 이야기될 만큼 놀라운 인기를 누리고 있고, 인기만큼이나 좋은 음악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인디 음악이 대중음악과 소통하는 시도가 매우 많아졌고, 한편 그동안 꾸준히 수고롭게 음악을 해낸 뮤지션들의 전성기가 바로 지금 도래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음악을 지켜온 홍대 주변 여러 클럽들의 노고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자꾸 흥망을 거듭하는 여러 클럽들을 뒤로하며 모질게 자신들의 공간을 지켜왔던 롤링홀을 비롯한 몇몇의 클럽들이 있었기에 인디씬이 지금을 맞이하게 된 것 역시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편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찾아와준 소수 관객들의 관심이야말로 인디음악과 클럽들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버팀목이 아닐까. 이러한 롤링홀을 축하해주는 여러 뮤지션들의 의리 또한 훈훈하다. 앞으로 1월 말까지 이어질 롤링홀 15주년 콘서트도 주목해 볼만 하니 그동안의 인디씬을 이끌어온 롤링홀의 수고로움을 느끼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이 혹한을 용감하게 뚫고 롤링홀의 문을 두드리자.
취재 / 고서희
사진 / 박창현
201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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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롤링홀의 쾌적함을 좋아해요~ 알게 된 지는 몇 년 안되었지만 15주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들려봐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