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길 강아지의 죽음
허 병철
올 봄에 내가 살고 있는 집
마당에 흰 목련이 막 피려고 하던 때에
우리 럭키 화물 주차장에
흰 색 바탕에 검은 점이 있는 삽살개 한 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낮에. 밤에, 시도 때도 없이 주차장 마당에
들락 거리는 조그마한 강아지 였다.
빗질만 잘시키고 목욕이라도 시켜도
아주 보기 좋을 듯한 그렇다고 이름이 있고
값이 나갈만한 그런 개는 아닌 보통 잡종개였다.
가끔은 주차해 놓은 차 밑에 앉아 있기도 했고
잠을 자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옆에만 가면
기겁을 하고 도망을 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달림을 받았는지 아니면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는지
주인과 놀러 왔다가 길을 잃어 버렸는지....
사람의 손길을 받고 자란 강아지임에는 틀림없는듯한
아주 조그마한, 글쎄 체 한살이나 됐을까 하는
작은 강아지였다.
그러다가도 길 어느 한 곳을 유심히 지켜보고 차 소리만 나도
무슨 차인가 확인을 하려는 듯이
차에 신경을 많이 많이 쓰는듯 해 보이는 불쌍한 강아지였다.
우리 기사님들이 가끔은 우유도 주고 빵도 주고
먹다가 남은 김밥도 주기도했다.
추 사장님은 길순이를 위해 개밥 중에서도 최고급 먹이를 사주었고
퇴촌에서 오시는 이기사님은 소세지도 자주 사 주었다.
그러기를 얼마 안 돼어서 이 강아지는 우리 주차장에
눌러 앉아 버렸다.
우리 집사람이 직장을 다니는데 회사에서 오후에 간식으로
빵과 우유를 먹는데 그것을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오면
다음날 아침에 출근을 할 때 내가 그 빵과 우유를 주차장으로 가져와
강아지에게 주었다.
처음에는 몰라서 우유 한통을 그릇에 다 따루어 주면
이 강아지가 반도 먹지 않고 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알고 보니 그 강아지는 그것으로
한 끼가 충분했던 것 같았다.
우리는 그 강아지에게 길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왜냐하면 그 강아지가 암놈이었기 때문이었다.
추 사장님은 그 강아지를 많이 사랑을 해서
제일 좋은 강아지 밥을 한 봉지 사오셨으며
어떤 기사는 버려진 강아지 집을 가져오셨고
또 어떤 기사님은 강아지 털이 날린다고 소리도 질렀다.
길순이는 그 기사님이 나타나기만 하면 도망을 가버리는
눈치 백단의 길순이었다.
자기를 이뻐해주고 음식을 주는 기사가 아침에 출근을 하면
벌써 차소리를 알아 듣고 차에 다가가고 기사가 차에서 내리면
꼬리를 치면서 애교를 떨었다.
음식을 줘도 사람이 손으로 조그맣게 떼어 주면 받아 먹고
땅에 떨어지면 잘 먹지 않는 전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았을 듯한 길순이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우리 주차장의 차가 아닌 차가 주차를 하고
사람이 차에서 내리면 영락없이 짖어대는
집을 잘 지키는 길순이었다.
가끔 추 사장님이 길순이 털도 깍아 주고 목욕도
시켜 주었지만 금방 더러워지곤했다.
어느 여름 날 아주머니 한 분이 주차장에 오셨다.
그 아주머니는 혀를 끌끌 차시더니
"올 봄에 어떤 승용차 한대가 서더니 이 강아지를
버리고 가버리더라구요.
이 강아지가 그 차를 쫓아 가며 얼마나 짖어 대든지...
그리고 그 차가 보이지 않으니까 자기를 내려준 자리로 가서
앉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래도 사장님들께서
이렇게 잘 거두어 주어서 고맙네요."
그러면서 눈물을 보이시며
길순이 먹을 거리를 조금 주고 가셨다.
"아하 그래서 길순이가 저곳을 주시하고 그 곳에서 맴돌곤 했구나."
우리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했었다.
한 여름 날 우리 길순이 보다 조금 못생긴 강아지 한마리가
우리 길순이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길순이도 그 친구가 무척이나 좋았던 모양이었다.
우리 기사들은 그 친구를 싫어했고 그 강아지를 쫓아내려 했지만
길순이는 그놈이 마냥 좋기만 한 것 같았다.
길순이가 암내를 풍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둘은 연애질을 시작했다.
연애질이 다 끝이 났는지
그 숫놈 강아지가 잘 오질 않았다.
내가 주로 우유와 빵을 주어서 그런지 일요일에 주로
어머니 집엘 갔다가 주차장을 그냥 지나치려면
벌써 내 차소리를 알아 듣고 쫓아 오곤 했다.
차를 세우면 득달 같이 쫓아오면서 꼬리를 흔드는 것이었다.
차를 세우고 차에 먹을 것이 없으면 슈퍼에가서
먹을 것을 사주고 가야 할 정도였다.
그런 길순이를 헨드폰에 찍기도 하고...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 들면서
길순이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배에 조그맣게 젖꼭지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배가 조금씩 조금씩 불러오고 있었다.
찬바람이 불어오니까 어떤 기사분이 길순이 집을 합판으로 짓고
스치로폴도 붙이고 자그마한 이불도 넣어 주었다.
우리는 다들 걱정을 했다.
추운 겨울 날씨에 새끼를 낳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을 먹여야 하나....
길순이는 입이 짧아서 일까, 아니면 산달이 가까와서 일까
먹는 것도 영 시원치 않고 점 점 더 힘들어 하고 있었다.
아침 마다 나를 보면 그렇게 반가워하더니
며칠이 지나서는 움직일 생각도 않고 꼬리만 살랑거렸다.
배는 점점 불러와서 배가 땅에 끌릴 정도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달 말이나 새끼를 낳을 것 같다고 했는데
정확히 11월 7일 아침에 출근을 하니까
매일 반가워해주던 길순이가 보이질 않아서
누가 차에서 길순이를 내려 주었다는 근처에 가 보니까
길순이가 온 몸에 물을 뭍히고 나를 보더니
힘없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내가 안아서 길순이 집에 넣어주고 우유를 개 밥그릇에 부어
개집에 넣어 주는데 보니까 길순이가 무엇을 혀로 햝고있었다.
그래서 우유 담은 그릇을 놓고 뒤 돌아섰다.
시간이 한 시간쯤 지난 후에 길순이 집을 들여다 보니까
길순이는 없고 무엇인가 있었다.
사람들을 불러서 보니까 그것은 길순이 새끼였는데 벌써 죽어있었다.
정기사가 죽은 새끼 강아지를 묻어주러 간 사이에 길순이 방을 보니까
이불이 물에 흠뻑 젖어있어서 그 이불을 뒤집어
보송 보송한 면이 위로 올라오게 해 놓고 길순이를 찾아 나섰다.
아침에 길순이를 찾은 그 자리에 길순이는 누군가 기다리듯이
한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자기를 내려 주었던 그곳을...
내가 손을 내미니까 배를 땅에 깔고 기어와서 내 품에 안기었다.
그래서 다시 집에 넣어 주고 그러기를 몇번이나 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올 때에 소장님께서
"이것도 길순이가 먹겠느냐" 하시며 컵라면을 끓여 오셨다.
그리고는 우리는 모두 퇴근을 했다.
11월 8일 아침에 출근을 해보니까 조기사가 있어서
길순이가 새끼를 낳았느냐고 물어 보니까
조기사는 길순이가 죽었다고 말을 했다.
그러고 나는 배차를 받고 길순이를 보지도 못한체 일을 나갔다.
짐을 싣고 청주에 가서 짐을 하차하고 사람 복(이름이 인덕)이 많다는
장기사에게 전화를 해서 길순이에 대해서 물었더니
지난밤 정기사 꿈이 그렇게 시끄러워서 다른 날보다
일찍 출근을 해서 길순이 방을 보니까 없어서
한참을 찾아 해매었는데 어제부터 가있던 그 곳
자기가 버림받은 그 근처 풀숲에서 죽어있더라는 것이었다.
길순이는 뱃속에 자기 새끼를 가진체 그리고 한 마리를 사산한체
그래도 자기를 버린 주인에게 자기 새기를 보여 주고 싶어서
자기가 버림 받은 그 곳에서 죽어 가면서도 그 주인을 기다린 것같았다.
길순아 사람들 말에 이런 말이 있단다.
"야 이 개보다 못한 인간아."
그래 널 버ㅗ린 인간은 분명 너 보다 못한 인간일꺼야.
"길순아 이제는 너를 다시는 버리지 않을 주인을 만나서
너가 어느 곳에 있든지 그 주인이 너를 영원히 사랑해 줄 것이며
또 너도 새 주인에게 지난 날 너를 버렸던 주인보다
더 사랑받고 살아가렴....."
왜 그랬을까.. 점심을 먹으려고 집에 와보니
요즈음 날씨 때문일까, 길순이가 우치 주차장에 들어올 때처럼
내가 사는 집 마당에 목련 꽃이 꽃 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