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서울 청담동의 한 라면 가게에 갔더니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라면을 젓가락으로 휘감아 먹고 있었어요. 만화 '캔디 캔디'에 나오는 일라이저 곱슬머리같은 면발이 어찌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던지요.
그는 금박 장식의 여성용 가죽 헤어밴드로 앞머리를 시원하게 넘기고 있었는데 '메트로 섹슈얼'라는 요즘 유행어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충분히 귀여웠어요.아, 여자같은 남자가 귀엽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이즘(,ism)이라는 사회의 고정과 내러티브에 갇혀 있지 않는 자유가 좋아보였을 뿐입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어리짐작으로 '메트로 섹슈얼'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마치 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냐시오나 베네딕도를 읽고 지나가듯.
그날 저녁입니다.
"선생님은 앞서 가는 분이시니까 아마 95점은 될 것입니다" 라는 말을 앞 세워 무슨 설문지가 메일을 통해 날아들었습니다. 그 메일의 내용은 50 가지의 설문에 답하는 것인데 "요즈음 유행하는 단어를 몇가지나 아십니까"입니다. 도무지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60점을 맞았습니다.
야타족이나 오렌지족 같은 말은 이미 흘러간 말들인가 봅니다. 보톡스라는 말도 설문지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공포의 학번을 맞췄답니다. 04년 신입생을 이르는 말입니다. 얼큰족(얼굴이 큰 사람을 일컫는 말)에서 힌트를 얻었지요.
그런데 "다음 중 메트로 섹슈얼이라는 말과 가장 어울리는 사람은?"이라는 질문을 받고 답을 찍었는데 틀렸습니다. 그 단어의 정확한 해설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사전을 찾을 생각까지는 없었거든요. 정답은 안정환이었지요.
이제 안정환과 귀여움과 여성용 가죽헤어밴드를 사용하는 것의 공통점만 찾으면 됩니다. 이 또한 어리짐작으로 해독하고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눈을 뜨고도 그 거리에서 가게를 찾지 못합니다.
원어로 쓰여진 간판이 프랑스 말인지 영어로 쓰여진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가게 문앞에서 길을 묻게 됩니다.
camus라는 양주를 영문자 그대로 카무스라고 읽은 날, 내 앞 사람이 까뮤라도 다시 읽습니다. 알게 뭡니까. 술도 안마시고 들어보지도 않았는데요. 이름 몰라도 마셔본 적은 있지만 좌우지간 얼굴이 뜨끈뜨끈해졌습니다.
귀차니스트, 아침형 인간, 코큰족......
관심이 있어야 보이고 들리는데 젊은이들 문화를 외면하다가 반타작한 점수같습니다. 웬지 세상이 사용하는 단어들만 가지고도 충분히 국에 떠 있는 건더기처럼 따로 노는 것만 같습니다.
하!!!
메트로 섹슈얼 덕택에 내가 조금 젊어진 기분입니다.
공포의 학번, 방가방가, '즐'자 사용 등등 몇몇 효자가 더 있습니다.
첫댓글 처음 듣는 '메트로 섹슈얼'을 잘 알았구요, 귀차니스트.. 는 무엇인가요? 저 역시 사용하지는 않아도 알아 두려고요 ㅎㅎ
귀차니스트는 귀찮아서 잘 움직이려들지않는 사람입니다. 저는 궁뎅이무거니스트랍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