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으로써 국민의 세금을 고철덩어리를 구매하려고 하는 정부에 심한 갈등을 느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상당히 긴글이지만 자세히 읽어보세요...
그럼 이만...
<특별기고> 차기 전투기! 그 의혹의 10년 (157매) 2002-03-11
김종대(군사전문가)
국제 군산복합세력의 세계대전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전세계 전투기시장의 주문 동향은 일정한 주기를 갖고 있다. 1945년 전세계 전투기 주문물량은 2천5백대다. 그러나 그후 급격히 하락하여 1950년 1천대, 1960년7백대로 감소하다가 1970년에 갑자기 2천대로 물량이 늘어났다. 이 기조는 1980년 1천9백여대로 유지되는 듯 했다. 그러나 1990년 다시 6백대로 급격히 하락한다. 2000년에도 주문물량은 7백대에 불과했다. 1970년 이후 전투기 대량주문이 소멸된 것이다. 이러한 증가와 하락의 순환주기는 대략 25년이다. 전투기 한 대의 수명주기와 거의 일치한다.
그러면 21세기의 동향은 어떠할까. [제인연감] 등 각종 국제 군사연감을 참고해볼 때 현재 전세계 전투기 총수량은 2만6천대다. 이중 2천5백대의 F-5와 1천5백대의 미라주3/5를 포함한 약6천대는 수명이 다한 기종이다. 이제 또다시 대량주문의 시대에 근접하는 순환주기에 들어선다고 보여진다. 이 분석을 기초로 대략적인 예상을 해본다면 향후 5년간 전투기 물량은 최소한 2천6백여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약3천억달러에 달하는 시장규모다. 향후 10년간 전투기 주문물량은 약6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약7천억달러의 시장규모다.
이 시장을 놓고 신개념, 신기술이 적용된 최첨단 전투기를 내놓고 있는 각국은 21세기 전투기 시장 석권을 위한 발빠른 채비를 하고 있다. 자국의 과학기술과 산업능력을 항공산업에 집중시킴으로써 경제패권도 노리고 있다. 특히 신소재, 첨단 전자전 기술, 신개념의 체계통합능력은 현대전에 부합되는 고지식의 전쟁수행을 위해 `제4세대급` 전투기 개발과 해외 마케팅과 맞물리면서 국가의 사활을 건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범세계적인 군비확산을 불러일으킴은 물론, 새로운 차원의 군비경쟁을 부추긴다. 이 포성없는 전쟁은 과학기술의 군사화를 촉진함은 물론 21세기의 질서를 갈등과 경쟁의 양상으로 끌어가는데 톡톡히 한 몫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다목적 합동전투기 개발사업으로 2천억 달러 규모의 JSF사업에 착수하였으며 그 수주업체로 미국내 제1의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이 선정되었다. 이 기종으로 미국과 영국에 3천여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 네덜란드, 싱가포르, 터키, 이스라엘 등 전세계 국가들에도 약3천대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약6천대의 전투기 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겠다는 야심을 다지며 세계 전투기의 `미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군의 차기 전투기시장을 놓고 미국세력과 유럽세력의 고강도 정치·외교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차기전투기사업(F-X)은 21세기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미국과 유럽간의 사활을 건 세계전쟁의 서막이다. 이 두 세력의 충돌은 단순한 시장 쟁탈전을 넘어 21세기 세계질서 재편을 앞둔 고강도 정치·외교 전쟁이다.
이미 미국, 불란서, 러시아 3개국 대통령은 비슷한 시기에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자국의 전투기 수주를 부탁했다. 특히 유럽세력은 미국의 전투기 시장 독점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의 반미적 성향이 강화되는 추세를 볼 때, 그 충돌의 강도는 매우 심각하다. 단순한 무기판매 경쟁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간에 세력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무기시장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투기 시장을 장악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전투기는 모든 무기체계 중 핵심으로서 공급국에 의한 지속적 부품공급과 유지관리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만일 미국이 전세계에 전투기를 판매하게 되면 전쟁을 통제하고 전략을 주도하는 정치-군사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전투기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국가의 핵심 대외전략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축으로서 그 중요성이 결코 간과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투기 판매경쟁은 20세기 초 제국간 식민경쟁에 비견되는 현대적 의미의 식민정책이며, 강대국의 세계 경영전략의 중요한 축이다. 제국의 발톱들이 일제히 한국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2002년의 서울을 후세의 역사는 과연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중요한 선택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세계의 시선이 한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한국 F-X 사업의 `태생적 한계`
이렇게 세계 전투기 경쟁의 한복판에 있는 한국 공군의 차기전투기 도입사업, 일명 F-X는 12년전 F-16으로 기종이 결정된 일명 한국형 전투기 사업(KFP) 당시와 연계하여 접근된다. 1980년대 중반, 당시 전두환 정권은 한국형 전투기사업 - 최초 이 사업의 명칭은 F-X였으나 미 보수층을 의식해 사업 명칭이 KFP로 변경된다 - 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첫째, 소수 물량의 F-15 전투기를 도입하는 것이다. 전두환 정권은 당시 일본, 이스라엘 등 미국의 동맹들이 대부분 F-15를 갖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그 대열에 합류하기를 강력히 희망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미국에 의해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당시 미국은 일본이 면허생산한 F-15J가 자국에서 생산한 F-15보다 많은 기능에서 상당히 앞서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고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었다.
동맹국의 전투기 기술이 종주국을 앞선다는 것은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일본의 과학기술은 이미 세계를 제패하고 있었으며 미국 보수층 사이에서는 `일본 위협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 여파로 한국에 차세대 전투기를 판매한다는 것은 극동에서 또 하나의 일본(one another japan)을 만드는 것이라는 논리에 의해 F-15 한국 판매가 불허되었다. 이것이 일본, 이스라엘 등 미 동맹국에 비해 한국에 적용한 또 하나의 차별기준이다.
전두환 정권을 뒤이어 출범한 노태우 정부는 미 제너럴 다이내믹스사의 F-18과 맥도널 더글라스사의 F-16을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당시 공군은 쌍발엔진에다 무장 탑재능력, 작전반경에 있어 F-16보다 뛰어난 F-18을 강력히 희망했다. 국방연구원의 비용 대 효과 분석에서도 F-18이 단연 우세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 평가에 의해 1989년 노태우 정부는 총52억달러가 소요된 한국형 전투기사업의 기종으로 F-18을 발표했다. 이것이 바로 한국형 전투기사업의 두 번째 시나리오였으며, 일견 올바른 결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태우 정부는 두고두고 미국에 발목을 잡히는 중요한 실수를 범한다.
1988년 국방부 훈령에는 해외 무기도입시 각종 대응구매, 기술이전의 혜택이 있는 절충교역을 반드시 50% 이상으로 하도록 명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88올림픽을 앞두고 대미 무역흑자 관리가 안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던 당시 상공부는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대미 무기거래시 절충교역을 하향 조정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국방부가 미국 측에만 절충교역 하한선을 30%로 하향 조정하는 훈령을 새로 만든다. 이렇게 해서 올림픽을 앞두고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놓으면 미국과의 관계도 편하게 되고, 미국이 한국의 올림픽을 성심껏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조치와 무역흑자 관리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무역흑자 40% 과대평가
이미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해외 무기도입은 일체 비밀로 관리되었다. 그 일환으로 해외 무기수출입 현황은 무역수지 통계에도 누락되었다. 이 비밀스런 절차는 전두환 정권 시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오직 청와대와 관세청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관세청이 무역통계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무기도입과 관련된 수출입 현황만 별도로 누락시키는 작업을 수행했다. 그 결과 3저 호황으로 대미무역 흑자만 86년부터 88년까지 1백억달러 달성했다는 전두환 정권의 치적은 완전한 대국민 사기극이며 거짓말이다. 3년간 대미 무기도입으로 인한 적자액 40억달러가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까닭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상공부가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절충교역을 하향조정하도록 한 조치가 사실은 무역흑자 관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허상의 유령통계를 근거로 중요한 정책을 왜곡시키고 만 것이다. 이렇게 해서 유독 미국에 대해서만 절충교역 30%를 정해놓으니까 이번에는 유럽 국가들이 왜 유독 자신들에게만 50%의 절충교역을 적용하느냐고 항의해 왔다. 이 압력에 밀려 국방부는 89년 또다시 훈령을 개정하여 모든 국가와 무기거래시 절충교역을 30%로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한다.
같은 시기 미국 내에서도 중요한 일이 벌어졌다. F-16 공급업체인 재너럴 다이내믹스사와 F-18 공급업체인 맥도널 더글러스사 간에 한국 전투기사업 수주를 위한 경쟁이 격화되자 한국에 과도한 첨단기술을 유출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미 국방부가 이 경쟁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다. 팬타곤은 원래 자국업체의 경쟁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고수해왔음에도 유독 한국의 전투기사업에서만 두 개 공급업체의 경쟁을 제한하고 `상호 담합`시켜 절충교역 30%의 조건을 제시하게 한다.
결국 한국의 전투기사업은 팬타곤이 직접 개입하여 기술이전을 제한하게 된 최초의 사례로 남게 되었다. 이것이 거의 동시에 한국에서 상공부와 국방부 간에 벌어진 어이없는 정책변경과 기가 막히게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일치한다. 과연 이것이 `우연`일까. 이 점에 대해서는 필자도 아직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으나, 한미 고위층간의 모종의 야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절충교역 30%라는 형편없는 조건으로 전투기도입이 추진되던 중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맥도널 더글라스사는 최초 협상시와 비교해 약 30% 이상 전투기 가격을 부풀려 버렸다. 기존의 사업예산으로는 도저히 도입할 수 없는 과격한 횡포에 노태우 정부도 사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이 당시 한국에 한반도 연안을 넘어서는 원거리 투사능력을 가진 전투기를 절대 공급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강력히 작용된 것이다.
당시 미국의 대한반도 안보정책은 `역할분담론`이다. 한국은 오로지 육군, 즉 지상전력 증강에 국방재원 집중해야 하며 해·공군과 같은 자주국방력은 절대 용인하지 않았다. 이같은 인식은 1991년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게리 럭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이 독일로부터 잠수함을 도입하는데 상당한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일을 발생시켰고, 1991년 한국 국방연구원(KIDA)와 미국의 랜드연구소 간의 한미관계 발전방향공동연구 보고서 제6 항에서 "연합방위력증강에 있어 한국의 비교우위는 지상군, 미국의 비교우위는 해·공군에 있다"는 합의문을 탄생시켰다.
이것은 3년 뒤인 1994년 미 공화당 카쉭 의원주도로 통과된 그 유명한 `카쉭 수정안`에서 "한국 국민은 유사시 미국이 탄약과 필요한 군수물자를 지원해줄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 한국은 지상방위에 투자할 재원을 전용하여 해.공군 전력증강에 투자하고 있다, 미 국방장관은 한국군 전력증강 실태를 조사하여 의회에 보고하라"는 참으로 오만하고 파렴치한 문구를 천연덕스럽게 집어넣었다. 미 보수층은 F-16으로 50억달러 이상을 가져간 사실을 망각하고 한국의 전투기 도입에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최근 F-15K를 한국에 판매하려는 미국은 언제부터인가 이 역할분담론을 슬그머니 거둬들였다. 이 논리는 F-15K 한국판매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파치 롱보우 헬기, 패트리어트 지대공 미사일, 이지스급 구축함 등 초현대식 무기가 국방부 중기국방계획에 반영되기 시작한 1996년경부터 이 논리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F-16의 문제점
이렇듯 온갖 제한과 차별 속에서 들여온 F-16이 F-15나 F-18보다 모든 면에서 형편없는 전투기라는 사실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 F-16이야말로 한국의 국방연구원(KIDA)이 최초부터 가장 못마땅한 것으로 평가했던 세 번째 시나리오였다. 게다가 미국은 이 전투기를 한국에 판매하면서 핵무기 탑재가 불가능하도록 많은 부분을 뜯어 고쳤는 바, 그 기능의 변경이 이 전투기가 값비싼 악세사리를 주렁주렁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특히 전자전 장비(ASPJ)는 미 공군의 개발 약속에도 불구하고 F-16 국내조립이 양산된 단계에도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전투기 조립시 장비가 들어올 공간을 비워놓고 생산한다. 엄연한 미 공군의 계약위반임에도 한국은 개발비 투자금 7백만달러마저 되돌려 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바가지를 쓴다. 개발 중인 품목에 대해서 구매를 한다는 국방부 획득관리규정을 위반한 불법적 계약이다.
지금 이 F-16의 전자전능력이 어떠한지는 일체 비밀인 관계로 알 수 없으나 이미 국내 양산·조립 단계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업체는 공군에게 그 어떤 보상을 했는지 의문스럽다. 그뿐인가. F-16의 엔진은 이미 지금은 단종된 P&W사의 제품을 사용했다. 이 엔진은 지금 완전히 생산중단된 구형 중에서도 구형이다.
F-16이 공군에 인도되고 난 이후 98년부터 지금까지 네 대의 F-16이 추락했다. 모두 엔진 결함이다. 처음에는 엔진 노즐의 결함으로 밝혀져 P&W사에 국방부가 거액의 배상금을 제기했다는 뉴스는 보도되었으나 지금까지 보상을 받았다는 뉴스는 본 적이 없다. 공급업체의 귀책사유가 명백한 이 분쟁에서, 국방부가 요구한 배상은 무시되었으며 다만 P&W사가 `법적 책임`이 아닌 `도의적 책임`을 지는 선에서 2000년경 문제가 절충되었다. 이렇게 모호한 절충은 이후 F-16의 계속되는 추락으로 인해 오히려 보상받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면 F-16의 기종결함에 대한 국내관리 실태는 어떠한가. F-16의 주계약업체인 삼성항공은 지금의 (주)한국우주항공의 전신이다. 이 회사는 엔진에 대한 시험평가 설비와 장비, 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엔진에 대한 정밀한 성능시험의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공급업체인 P&W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형 전투기를 도입하면 바로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도입국에서는 손 쓸 방법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그러한 설비를 갖추는데 투자를 하기도 어렵다. 한마디로 F-16은 미국에 의한 한국공군 죽이기를 위한 종합적인 음모의 결정판이었다.
도입 당시부터 공군이 F-18을 선호했던 이유가 쌍발엔진이며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다. 만일 이때 F-16이 아니라 F-15나 F-18을 샀더라면 지금 공군이 추진하고 있는 F-X사업은 불필요한 사업이다. 12년의 세월을 허비하고 두 번에 걸쳐 사업을 나누어 진행하게 함으로써 예산을 낭비한 정책의 파행성은 바로 미국에 의해 `의도`된 시장관리다.
국방부와 공군의 충돌
이렇게 되자 공군의 불만은 폭발했다. 1991년 기종이 변경되기에 앞서 당시 노태우의 청와대와 삼성항공, 국방부는 공군의 반발을 억누르기 위해 F-18 선호론자에 대한 색출 및 숙군작업에 들어간다. 특히 전두환, 노태우 양대 정권을 걸쳐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재직중인 김 모 준장은 외교안보수석인 김종휘의 지휘를 받아 삼성항공과 합동으로 작업팀을 구성하여 국방연구원(KIDA) 청사 외곽에 아예 진을 치고 연구원들이 기종별 가중치를 부여하는데 사사건건 개입한다. 비용 대 효과 분석에서 F-16에 유리하도록 평가과정에 개입한 것이다. 이 때부터 거액의 로비자금이 살포되어 비자금으로 조성된 사실을 1998년 국정감사 당시 민주당의 박상규 의원이 밝힌 바 있다.
당시 하나회가 모든 실권을 쥐고 있던 국방부는 F-18을 끝까지 고수했던 정용후 공군참모총장을 제거해야할 필요를 느끼고 국군 기무사령부로 하여금 숙군을 단행케 한다. 지금까지 국방부와 기무사령부가 특정 기종을 밀기 위한 공작을 펼치는데는 뚜렷한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먼저 반대인사를 제거하는 것이다. 정용후 총장은 임무 수행중에 기무사로부터 인사비리를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약40여일간 기무사 옆의 국군 서울지구병원에 강제로 입원조치된다. 이 병원에서 정 총장은 눈물의 전역지원서를 작성하고 물러나자 이번에는 F-16 선호론자인 한주석 공군 총장이 임명된다.
그뿐인가. 당시 F-16 공급업체인 미국의 제너럴 다이네믹스사의 한국 지사장이자 정.관계 로비의 또 한 축인 마종인 씨는 청와대 김종휘와 경북고 동문인 동시에 한주석 공군 총장과는 처남-매부 사이였다. F-16 국내 주계약업체인 삼성항공은 전임회장인 이병철 씨가 청와대로 노태우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항공산업을 하는 것이 인생의 마지막 소원이라는 읍소로서 계약권을 따낸다. 삼성항공은 F-16 계약전에 15대 국회의원을 지낸바 있는 이동복 씨가 사장으로 취임했다. 청와대-업체-국방부-공군본부가 일제히 F-16 선호론자로 포진이 완료된 때가 1991년 초다. 이렇게 천하를 통일한 F-16 선호세력은 아무런 장애물 없이 1991년 3월 F-16으로 기종변경을 발표한다.
이후부터 한국 공군의 전투기사업은 시련과 수난의 시기다. 약 3백여대의 F-4 팬텀과 F-5 제공호가 기령 30년이 경과되면서 도태시기에 도달했다. 1994년 공군은 노후 전투기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성능개량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F-4 팬텀 성능개량사업은 수백억원의 예산만 날린 채 이 해에 중단되었다. 왜 그랬을까. 미국이 오스트리아, 호주, 이스라엘 등 모든 동맹국에 기술이전해 준 항공무장 관련기술과 각종 기체보강 관련 기술의 한국 이전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전해 줄 것으로 믿고 사업을 추진한 공군은 낭패에 직면했다.
이때부터 전투기 수명연장을 위한 아무런 수단을 갖지 못한 채 마치 사망선고를 받은 시한부 환자처럼 위태롭게 공군전력이 유지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바로 항공기의 조기 도태를 초래함으로써 미래에 F-15K를 팔기 위한 시장창출의 여건이 이때부터 `유도`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공군이 노후전투기로 인한 `전력공백` 발생의 실체다. 이 전력공백이라는 개념은 오늘날 F-X사업의 유력한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부터 공군의 모든 정책은 오직 차세대전투기를 도입하기 위한 정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온 나라가 IMF 사태로 극도의 재정압박의 터널을 지나 새로운 정부가 갓 집권한 1998년 초, 당시 제15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삼성항공, 대한항공으로 4분화되어 난립하던 종합 항공업체들을 불러들였다. 과잉투자와 과당경쟁으로 멍든 항공업계를 구조조정하여 단일법인을 창설하자는 이유에서였다. 통합을 반대하던 당시 항공업체들에게 인수위원회는 만일 단일 법인에 참여할 경우 F-16 추가생산 등 물량을 약속하며 동참을 권유했다. 이에 업계는 이 약속을 믿고 전격 참여하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정작 공군이 F-16 추가생산안에 대해 반대하기 시작했다. 만일 F-16을 추가생산할 시 공군의 F-X사업은 더 연기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만큼 공군은 F-16에 대한 미련을 일찌감치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오직 F-X사업의 조기추진만이 공군의 절대절명의 가치로 어느새 자리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 발상은 문제가 있다.
공군이 표방한 `전략공군 건설`의 비전은 그 실체적 내용이 부실한 채 오로지 강대국의 전략공군을 흉내내는 전투기 도입에만 온통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군은 미국의 항공교리를 답습하면서 우리 국력의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비전 설정을 하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분에 넘치는 `전략공군`의 비전이다. 구소련과 미국만이 갖고 있는 하이-로우 믹스(high-low mix) 개념을 버젓이 명시하고 있는 것도 한국적 현실에는 전혀 맞지 않는 발상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업체가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창정비 라인을 무용지물화면서 공군 내에 업체와 똑같은 설비, 똑같은 장비를 갖춘 공군 제82정비창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 국가적 중복투자가 발생한 이유는 한국적 현실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오직 미 공군 흉내내기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예산확보를 위한 사업확장이다.
F-15를 전제로 한 F-X 사업관리
4개국(미국, 불란서, 유럽컨소시엄, 러시아)이 참여하여 수주경쟁을 하는 F-X사업에서 국방부는 과연 공정하고 투명하게 기종선정을 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이 사업은 태생적으로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다. 1990년대 초, 공군은 차기 전투기에 대한 공군의 요구성능(ROC)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미국제 F-15를 토대로 하여 기준으로 삼았다. 즉 F-15K, 라팔, 유로파이터, SU-35 4개 대상기종 중에서 낡은 개념의 F-15전투기의 성능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맞춰 4개 기종의 전투기 성능을 평가했다.
이 ROC가 1980년대 말에 작성된 것이므로 공군 내에서도 문제가 있는 ROC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80년대부터 사업을 주관하였던 금기현 장군은 이러한 문제점을 언론을 통하여 밝힌 바 있다. 그 이후 ROC는 업 그레이드보다는 다운 그레이드화 됨으로써 2000년 7월부터 11말까지 공군의 해외 시험평가 결과 4개 기종 전원 ROC 충족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것은 마치 쉬운 수능문제를 출제하여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변별력을 없애버린 것과 같다. 유럽제 전투기가 하이테크 기술을 적용한 각종 전자식 레이다 능력, 스텔스 기술, 음성인식 시스템 등의 비교우위 분야가 높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실종된 것이다. 2003년부터 60대의 차기 전투기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최신 전자전 개념을 적용한 ROC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F-15의 경우 싱가포르 공군에게는 명함도 내밀 형편이 못된다. 이를 두고 공군 일각에서는 어째서 우리 공군의 수준이 싱가포르만 못한 것인지 탄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ROC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 것이냐는 그 작성의 기본이 대부분 하드웨어 측면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엔진 추력이 어떻고 선회 반경이 어떻고 하는 식의 하드웨어적 성능은 과거 5,60년대와 비교해보아도 대단한 구식이다. 전세계에서 이렇게 하드웨어적인 면까지 시시콜콜하게 요구성능으로 정해놓은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그러면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F-15급 전투기의 한 대 값은 약 1억불이다. 공군은 대당 가격을 1천3백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 1g당 1만3천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 시중에 금값이 한 돈에 5만7천원이니까 1g에 1만3천원 정도 된다. 전투기 가격이 금값과 똑같다. 도대체 차세대 전투기가 왜 이렇게 비싼 것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투기의 엔진, 날개, 동체 값은 F-16전투기와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는데 비행기 가격은 F-16 전투기의 4배에 육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투기에 내장된 컴퓨터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비싸기 때문이다.
차기 전투기는 F-16, 조기경보기, 정찰기와 합동작전을 할 전투기로서 네트워크 위주의 전장관리에서나 초현대적으로 운용될 무기체계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 성능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비행기 가격의 약60%에 달하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의 성능, 예컨대 전자전능력, 체계통합능력, 자동화된 조종제어, 항동유도 시스템, 실시간 정보전송 및 수집능력, 레이다 기능 등이 전력의 핵심적 사항이다. 그러나 현재 국방부는 차기전투기의 가격과 비용을 산출하면서 이 소프트웨어 분야의 비용 섹터도 못잡고 있다. 그러고 낡은 ROC에 매달려 성능을 평가하면서 중요한 부분은 `선택옵션`으로 처리해버렸다.
이렇게 낮은 수준의 요구성능을 기초로 전원 합격 처리하고 유럽제 전투기의 최신개념과 하이테크 분야는 `선택 옵션`으로 분리해버린 데서 차기전투기가 미국제로 가려했다는 `혐의`가 드러났다. 이렇게 되자 공군 입장에서는 ROC 이외의 `선택 옵션`이 무엇인가가 기종결정의 중요한 요인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공군과 공급업체간의 1년 반 동안 힘겨운 줄다리기는 이 선택옵션에 대한 협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