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성스러운 거미>
1. 2001년 이란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성스러운 거미>은 위선적인 종교적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사회의 잔혹하고 끔찍한 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성들을 혐오한 ‘거미’로 불리는 살인자는 여성들을 집으로 불러 목을 졸라 살해한다. 그는 이러한 행위가 신의 정의를 실현하는 정당한 방식임을 확신하며 자신의 살해 사실을 지역 언론에 알리는 대범함을 과시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결국 16명의 여성이 1년 동안 희생된다. ‘
2. 영화는 남성의 살해 장면과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한 여성 언론인의 교차적 시선을 통해서 전개한다. 아내와 두 자식을 둔 평범한 사내는 자신의 진부한 일상에 분노하면서 신이 자신에게 특별한 과제를 주었다고 믿기 시작했고, 그것의 일환으로 자신들의 신성한 도시를 오염시키는 거리의 여성들을 제거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실행한다. 살인 사건이 계속 진행되지만 당국의 수사는 미진하였고. 수사의 문제점을 추적하는 여성 언론인도 여성에 대한 차별과 비하적인 시선과 마주한다. 여성들이 생활고 때문에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오히려 희생당한 여성들을 비난하는 여론과 사람들의 태도는 ‘종교’라는 거짓 이데올로기에 세뇌되어 사건의 핵심을 보지 못하는 인간들의 극단적인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3. 사건의 증거를 잡기 위해 언론인은 직접 거리의 여성으로 변장하고 사내의 범죄 대상자로 지목되면서 사건의 실체는 밝혀진다. 언론인은 겨우 목숨을 건지고 사내는 체포된다. 하지만 수많은 군중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사내의 가족들도 사내의 행동을 신의 뜻을 실현하는 정당한 방식이었다고 옹호한다.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음모를 통해 자신이 풀려날 것을 사내는 확신했지만,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법정에 의해서 사형을 선도받고 교수형을 당한다. 끝까지 자신의 결백과 탈출을 믿었던 사내는 자신의 죽음에 절규하면서 죽어간다.
4. 영화는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생명, 자유, 복지가 무너지고 오히려 허상의 가치인 종교적인 이데올로기의 지배와 집단적으로 세뇌된 광기의 현장을 보여주면서 아직도 진행 중인 야만적인 현실의 비극을 재현하고 있다. 최근 이란에서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이후 발생한 여성의 죽음을 계기로 격렬한 저항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저항의 결과는 결국 수많은 시위자들의 체포와 처형으로 이어졌다. 아직도 현실의 이란은 자유와 인권이 ‘종교’의 이름으로 탄압되는 가장 최악의 공포사회인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더욱 써늘하게 다가온 사실은 여전히 수많은 이란인들이 인간의 권리 대신 ‘종교’의 허위적인 율법에 지배받고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들이 아버지의 정의를 계속 실천하겠다고 결심하는 장면에서 이란의 문제가 일부 저항자들의 힘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근본적인 허위의식에 포섭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어떤 문제든 항상 그것을 지지하는 인간들이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란의 비극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첫댓글 - 신에게 세뇌당한 진실한 믿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는 처지로 전락한다. 신앙의 힘으로 피를 흘리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며 행동으로 표현한다. 오직 자기가 믿는 신만이 위대하다. "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는 것이 삶의 길이 된다. 신을 위한 세계는 전쟁의 광기만이 넘쳐날 뿐이다.
- 신에 대한 믿음은 무조건적인 충성만을 요구한다. 의심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종교의 특성이다. 신보다 소중한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가장 이성(?)적인 주장이 차곡차곡 쌓이며, 어느 한 순간 시공을 초월한 무언가가 신비한 느낌처럼 다가올 때 드디어 신의 용맹한 전사로서 무장하게 된다. 돈이 없어도, 공부를 못해도, 몸이 아파도, 명예가 없어도, 권력이 없어도, 힘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 단 한 가지! 그것이 신앙심이다. 이 고귀한(?) 믿음은 이제 한 곳으로 달려간다. 신의 명령에 따라서.
- 인간이 만든 만병통치약. 이제 이 약은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라. 약 때문에 수많은 부작용이 일어나도 그 약의 전설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인간 세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왜? 나에게만은 이 약이 특효약이라고 믿고 싶고, 믿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만병통치약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말해주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