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국회사무처에서 펴낸 <의회대사전>에서는 회의록에 대해 “회의록은 회의의 시작에서 끝까지 모든 議事(의사)에 관한 발언을 속기방법에 의하여 逐語的(축어적)으로 기록하는 동시에 의사일정, 보고사항, 부의안건 등 국회법 제115조 제1항의 기재사항을 총망라하여 게재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의원들이 대정부 질의를 할 때, 혹은 비판을 할 때 “몇 월 며칠 국회 회의록에 의하면” 하면서 바이블처럼 인용하는 것이 국회 회의록이다. 또 의원들과 배석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기록하는 만큼 삭제와 기록을 둘러싼 공방도 종종 벌어진다.
2006년 10월 17일 국회 법사위의 수도권 내 검찰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감에서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盧武鉉(노무현) 대통령과 친인척, 측근 의원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자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은 “그런 걸레 같은 주장이 어디 있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금까지 한 게 걸레 같은 것인지 아닌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노무현 같은 수준이구먼”이라며 선 의원을 향해 맞받아치면서 정회 소동이 벌어졌고, 결국 선병렬 의원의 발언을 국회 속기록에서 삭제하는 것으로 사건이 무마됐다.
이토록 소중한 ‘현대판 史草(사초)’가 엉터리로 기록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다음은 그 사례다.
‘김태정 검찰총장’이 ‘김대중 총재’로 둔갑
1996년 10월 2일 중소기업청에 대한 국회통상산업위의 국정감사에서 속기사들이 국감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
1999년 10월 21일 제208회 국회 농어민 및 도시영세민대책 특별위원회 제6차 회의 회의록. 회의가 끝나갈 무렵 鄭一永(정일영) 의원(회의록에는 특위 위원이라는 의미에서 ‘위원’으로 적혀 있음)이 발언했다.
“그리고 한 말씀 더 드리는데 이번의 세계무역기구의 뉴 라운드 협상 때문에 국내 농업분야에 큰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中略) 그래서 이런 것이 어떻게 협상이 진전될 것인지 이번에 잘못되면 지난 6월 협상보다도 농가 피해가 엄청나게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간단하게 말씀해 주세요.”
기록만으로 보면 그해 6월에 농업과 관련된 국제무역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황당하다. 여기서 ‘6월’은 ‘UR’, 즉 ‘우루과이 라운드’의 誤記(오기)이기 때문이다.
1997년 10월 6일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농촌진흥청 국정감사회의록. 이강두 신한국당 의원이 발언했다.
“농업의 교육자유화 못지않게 선진 농업국들은 기술혁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식물 신품종보호연맹, 식물품종보호법 등 각종 법규로 농업기술 이전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국정감사에서 왜 난데없이 교육자유화가 나오나? 여기서 ‘교육자유화’는 ‘교역자유화’를 잘못 적은 것이다.
1997년 10월 14일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회의록. 大選(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현 한나라당) 의원들이 金大中(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정치자금 의혹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홍준표 신한국당 의원이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을 향해 말했다.
“김대중 총재님은 얼마 전 검찰권은 대통령의 하사권이 아니고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시사저널과 회견하신 바가 있습니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수사를 통한 진실을 밝히기를 원합니다. 수사에 바로 나서십시오.”
하사권이라는 말은 없다. 이는 하사품의 오기다. 그보다 더 큰 오기가 있다. 시사저널과의 회견에서 “검찰권은 대통령의 하사품이 아니라”고 말한 사람은 김대중 총재가 아니라 김태정 검찰총장이었다.
권복현인지 권복경인지
2003년 2월 20일 고건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특별위원회 회의록. 이방호 한나라당 의원이 고건 후보자에게 1987년 6월 사태 당시 내무부 장관이었던 고 후보자의 역할에 대해 따졌다.
“그 당시 위수령 문제가 나왔을 때 후보자가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당시 분위기가 어땠느냐고 하니까 ‘전혀 아니다. 위수령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었고 가능하면 우리가 경찰력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고, 특히 그 당시 권복현 치안본부장이 全 대통령에게 우리 경찰에서 책임지겠다고 보고한 상황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 권복경 치안본부장 그리고 대통령의 뜻이 어떤 경우라도 위수령 없이, 계엄령 없이 이 정권을 마무리해야겠다는 것이 그 당시 방침이었다. (中略) 또 권복경 당시 치안본부장께서도 그런 증언을 동시에 해 주었습니다.”
도대체 1987년 6월 사태 당시 치안본부장은 권복현인가? 권복경인가? 권복경이 맞다.
같은 날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은 1980년 5·17 비상계엄확대 조치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던 고건 후보자의 행적에 대해 물었다.
“이 도표는 당시 청와대 비서실의 조직입니다. (中略) 정무수석의 바로 밑에 안치순, 이재원 비서관, 김유호, 이렇게 죽 있습니다.”
1980년 당시 정무수석비서관실 소속 비서관 가운데 김유호라는 인물은 없었다. 대신 金有厚(김유후)라는 이가 있었다. 盧泰愚(노태우) 정권 말기에 사정수석비서관을 지낸 바로 그 사람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남겼던 우리나라의 기록문화의 전통은 日帝(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단절되고 말았다. 광복 후 대한민국이 건국되면서 國權(국권)은 회복됐지만, 과거의 찬란했던 기록문화의 전통은 이어지지 못했다.
행정부의 경우, 국무회의 기록은 1950년대 말 3년여 분을 제외하면 국무회의에 附議(부의)된 안건 제목과 처리 결과만 전해지고 있다. 대통령 관련 기록들은 역대 대통령이나 그 가족들이 私有化(사유화)했거나, 기밀로 묶여 있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사법부나 헌법재판소의 경우, 주요 판례는 판례집의 형태로 엮어져 나오고 있고, 인터넷으로도 검색할 수 있다. 하지만 판례집에 오르지 않은 판결들은 사건 당사자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렵다. 설사 접근한다 하더라도 어려운 법률용어와 난삽한 문장 때문에 일반인들이 판결문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인터넷에서 검색 가능
1996년 10월 5일 국회 재경위의 보험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감상황을 기록하는 속기사들. |
그나마 기록이 충실하고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것은 국회 회의록이다. 국회에서는 제헌의회 시절부터 속기사들이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비교적 충실히 기록해 왔고, 이를 정리해 회의록을 작성, 배포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국회 회의록은 PDF 파일 형태로 국회 인터넷 사이트(www.assembly.go.kr)에 올라 있어 누구나 쉽게 검색해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기에도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誤記(오기)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다시 1997년 10월 14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회의록으로 돌아가 보자.
변정일 법제사법위원장의 인사말에서부터 오기가 발견된다.
“막중한 책무를 맡아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우리 법사위원회 위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이라고 해야 할 것을 ‘부흥’으로 잘못 적었다.
신한국당 의원들이 김대중 총재의 정치자금을 계속 물고 늘어지자 박상천 의원이 방어에 나섰다.
“그리고 신한국당이 내놓은 자료에 의하더라도 91년 92년에 자금수수가 집중적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그 당시 대선에 대비했다고 하는 것이 신한국당의 자료 자체에서 분명합니다. 그 자료의 신빙성 여부에 관해서는 액수나 업체 명에 대해서는 제가 시간이 없으니까 말을 다 못하고 허구가 굉장히 많습니다마는 요컨대 그 시기의 측면에 있어서 보면 대선정국이 분명합니다.”
난데없이 왜 ‘대선정국’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앞뒤 문맥상으로 볼 때, 여기서 ‘대선정국’은 ‘대선자금’의 오기이다.
당시 김대중 총재의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 자주 입에 오르내렸던 인물이 김 총재의 처조카 이형택 씨다. 박상천 의원의 발언에서도 그가 등장한다.
“하나는 동아은행 영업본부장인 이형택 씨가 7년간 은행지점장 등을 거치면서….”
여기서 ‘동아은행’은 지금은 없어진 ‘동화은행’의 오기다.
이날 오후 회의에서는 다시 홍준표 신한국당 의원이 김대중 총재에 대한 공격수로 나섰다. 그는 김대중 총재를 비롯한 3김 정치의 폐해를 거론했다.
“이 세 분들은 자신들에 대한 권위 도전을 일절 허용하지 않고 家臣(가신)을 중심으로 충성만을 종용하면서 철저하게 파벌정치를 해온 결과 우리 정치는 한 치의 진전도 보이지 못하고….”
언뜻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밑줄 친 부분은 “충성집단만을 중용하면서”의 오기이다.
‘노 씨’를 ‘모 씨’로 誤記
신한국당 의원들과 새정치국민회의 의원들 간에 공방이 계속되다가 정상천 자유민주연합 의원이 김대중 총재 옹호 발언에 나섰다.
“지난 95년 8월에 全(전)ㆍ盧(노) 두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고 20억 플러스 알파설로 김대중 씨 죽이기에 앞장섰던 사람이 바로 姜三載(강삼재) 사무총장이었습니다. 그때 강 총장은 盧泰愚(노태우) 씨 비자금 파동에서 金泳三(김영삼) 대통령을 방어하기 위해 가지고 평민당 창당, 중간평가 유보, 5공 청산 등 중요한 고비마다 김대중 총재는 모 씨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하는 이번과 비슷한 폭로 발언한 사실이 있음을 저는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모 씨’라 함은 毛(모) 씨나 牟(모) 씨 혹은 익명으로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某 씨’가 아니라, ‘盧 씨’ 즉 노태우 씨를 잘못 적은 것이다. 이는 김대중 씨가 노태우 前(전) 대통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20억 플러스 알파說(설)’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앞에서 ‘노태우 씨’의 실명을 거론했던 정상천 의원이 굳이 그 바로 아래서 노태우 씨를 ‘모 씨’라고 익명 처리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신한국당이 김대중 총재 정치자금 의혹의 증거로 제시한 상업은행 효자동 지점 발행 수표에 대해 조찬형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이 이의를 제기했다.
“3억을 인출했다는 상업은행 효자동 지점 예금거래 실적표에는 현금인출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신한국당 발표문에서는 수표로 3장 인출, 입금했다고 하여 앞뒤가 서로 맞지 않습니다. 또한 수표 앞면에 한국산업은행과 취급자의 직인이 당연히 찍혀 있어야 합니다.”
‘한국산업은행’은 상업은행의 誤記(오기)다. 상업은행을 산업은행으로 잘못 들은 후, 친절하게도(?) 산업은행의 정식 명칭인 ‘한국산업은행’으로 기록한 것이다.
박상천 의원이 신한국당의 의혹을 비판하면서 다시 김대중 총재의 처조카 이형택 씨의 이름이 언급된다.
“이형택 은행본부장은 은행지점장을 몇 번씩 했는데 고객의 돈은 한푼도 관리 안 했다는 말입니까? 또 친인척 중에는 무수한 재력가도 있습니다.”
여기서 ‘은행본부장’은 ‘영업본부장’을 잘못 적은 것이다. 이형택 씨는 동화은행에서 영업6본부장, 영업1본부장 등을 지냈다. ‘무수한’은 ‘유수한’의 오기다.
1954년 대한속기고등기술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신익희 국회의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
誤聽·誤記 사례들
그 밖에 국회 속기록에 나타나는 오기 사례들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속기사가 국회의원의 발언을 잘못 듣고(誤聽), 유사한 단어로 잘못 기록(誤記)하는 경우다.
● 이러한 때에 우리 검역제도를 널리 세계에 공포할 수 있는 기회로(1997년 10월 6일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24p)
⇒‘공포’는 ‘일반에게 널리 알림’ 혹은 ‘이미 확정된 법률ㆍ조약ㆍ명령 따위를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일’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여기서 ‘공포’는 문맥상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림’이라는 의미의 ‘공표’로 바꾸어 써야 한다.
● 또 비용이 적게 들뿐만 아니라 수질오염도 방제할 수 있는 것이 되지 않는냐(1997년 10월 6일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24p)
⇒‘방제’는 ‘농작물을 병충해로부터 예방하거나 구제함’이라는 의미다. 한자로는 ‘防除’라고 쓴다. ‘방제’는 ‘어떤 일이나 현상이 일어나지 못하게 막음’이라는 의미의 ‘방지’의 오기다. ‘않는냐’는 ‘않느냐’의 오기다.
● 이양재배보다도 직파재배할 경우 (중략) 기계이양에 비하여 잡초 발생이 많고(1997년 10월 6일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37p)
⇒여기서 ‘이양’은 ‘移讓(이양)이 아니라, ‘移秧(이앙)’을 잘못 적은 것이다. ‘이앙’은 ‘모내기’라는 의미다. ‘直播(직파)’는 ‘모내기를 하지 않고 논밭에 직접 씨를 뿌리는 일’을 뜻한다.
● 그리고 제가 악의로 해석하면 농약제조회사를 봐주기 위해서 면제부를 주는 것입니다.(1997년 10월 6일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69p)
⇒면제부가 아니라 免罪符(면죄부)가 맞다.
● 삼성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씨는 법인결정 하루 전인 9월 29일에 전환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1997년 10월 6일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 (37p)
⇒‘법인결정’이라면 어느 법인이 그런 결정을 내렸단 말인지? 여기서 ‘법인’은 ‘법원’의 오기다.
● 96년도 기속자료는 현재 국세청에서 처리 중에 있어서 아직 집계하지 못해 파악할 수 없습니다마는(1997년 10월 6일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 (17p)
⇒‘기속’이라니 ‘얽어매어 묶음’이라는 의미의 ‘羈束(기속)’인가, 아니면 ‘어떤 것에 얽매여 있음’이라는 의미의 ‘羈屬(기속)’인가? 둘 다 아니다. 여기서 기속은 ‘歸屬(귀속)’의 오기다.
● 한동안 석탄산업에 종사하던 많은 간부들이 희생이 많이 되었습니다.(1996년 10월 1일 통상산업위원회)
⇒과거에 광산사고가 많았다고 하지만, 간부들이 희생된 경우가 얼마나 있었을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간부들이’는 ‘광부들이’의 오기임을 알 수 있다.
● 다음, 수용자 수용 인원은 수용 정원이 3050명이나 현재 3756명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그 중 미결수형자가 2581명, 기결수형자가 1175명입니다.(2002년 9월 24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受刑者’는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자’를 의미하므로 ‘未決受刑者’라는 말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모순이다. 앞에서는 ‘수용자’, ‘수용 정원’으로 제대로 써 놓고 뒤에서는 잘못 기록했다. ‘수형자’는 ‘수용자’로 바꾸어야 맞다.
● 평시에는 방사선 의학에 대한 연구와 그 다음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생산해서 분배하는 기능을 갖고 있고….(2006년 11월 22일 법제사법위원회)
⇒‘방사선 동위원소’가 아니라 ‘방사성 동위원소’가 맞다. ‘放射線(방사선)’은 ‘방사성 원소의 붕괴에 따라 물체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를, ‘放射性(방사성)’은 ‘물질이 방사능을 가진 성질’을 의미한다.
● 그래서 중앙당에서 이러한 부분에 정책적인 전환과 투자재원의 집중적인 지원 이런 것들을 건의를 드립니다.(1997년 10월 9일 환경노동위원회)
⇒ 국회환경노동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 현장에서 나온 얘기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정감사 현장에서 ‘중앙당’에 건의를 한다? 여당의 중앙당에 건의를 한다는 것인가, 야당의 중앙당에 건의를 한다는 것인가? 여기서 ‘중앙당’은 ‘중앙 단위’의 오기다.
1999년 1월 21일 청문회장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속기하고 있는 속기사들. |
전혀 엉뚱한 얘기를 써 놓은 경우
속기록상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오류는 위 발언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외래어든 우리말이든 유사음 이의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때로는 실제 음성언어와는 아주 동떨어진, 얼토당토않은 誤聽(오청)도 있다.
지난 5월 13일 보건복지위원회. 온 나라가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로 시끄럽던 터라 여기서도 광우병 문제가 제기됐다. 회의 녹음 내용을 들으며 속기록과 대조하던 홍기표 속기사는 김태홍 민주당 의원의 발언 가운데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이번에 보니까 한우 고기도 그런 식의 형태가 있더라고. 광우병이 걸려 있더라고. 다우너, 엎드린 소들이 이번에 텔레비전에 다 나왔어요.”
녹음과 대조한 결과 홍 속기사는 ‘그런 식의 형태’라고 한 부분은 ‘크로이츠펠트’를 잘못 듣고 오기한 것임을 발견했다. 즉 “이번에 보니까 한우 고기도 크로이츠펠트가 있더라고. 광우병이 걸려 있더라고. 다우너, 엎드린 소들이 이번에 텔레비전에 다 나왔어요”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는 그래도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경우다. 이런 터무니없는 오기 내용이 국회 회의록에 그대로 올라가 있는 경우들도 있다.
● 사고의 원인은 책임집기 수표발행기와 지출계획서상의 금액 대조는 물론 계획서 작성이 정당하게 처리되었는지를 확임해야 됨에도 이를 형식적으로 결재해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1996년 10월 4일 통신과학기술위원회) (57p)
⇒‘책임집기 수표발행기’라는 것이 무슨 뜻일까? 수표발행기의 한 종류인가? 여기서 밑줄 친 부분은 ‘責任職(책임직)이 수표발행고와’의 오기다. ‘책임지는 직위에 있는 사람이 수표발행고와 지출계획서상의 금액 대조는 물론 계획서 작성이 정당하게 처리되었는지를 확인’해야 됨에도 그러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확임’은 ‘확인’의 오기다.
● TIMS는 현재 홍보도 잘 안 되고 스위스제 잭에 무엇을 꼽는지 새로 이사온 사람은 알지도 못해요.(1996년 10월 4일 통신과학기술위원회) (57p)
⇒스위스製(제) 잭에 무엇인가를 꽂는다는 의미인가? 발언자는 ‘스위치’라고 말하려다가 ‘잭’으로 고쳐 말한 것이다. 따라서 ‘TIMS는 현재 홍보도 잘 안 되고 잭에 무엇을 꽂는지’로 적어야 하는 것을 잘못 적은 것이다. ‘꼽는지’는 ‘꽂는지’로 고쳐야 한다.
● 여야 없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던 舊(구) 具龍相(구용상) 지사 이분은 아무런 이유없이 본인도 모르게 경질되었습니다. 新(신) 지사 (中略)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정치적인 사회예요.(1994년 9월 28일 내무위원회)
⇒야당의 김옥두 의원이 구용상 전남지사가 전격적으로 물러나고 전경련에 있던 曺圭河(조규하) 씨가 지사로 임명된 것을 따지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정치적인 사회예요”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뜬금없는 얘기다. 당연하다. 이는 “정치적인 인사예요”의 오기이기 때문이다.
● KDI나 국내 재정학회에서까지 근간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土超稅(토초세)를 연구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 조세연구원에서는 투기업체에 대해서 존치할 필요가 있다는 한 마디 외에….”(1994년 9월 28일 재무위원회)
⇒투기업체에 대해서는 土超稅(토초세·토지초과이득세)를 존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인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다. 여기서 ‘투기업체에 대해서’는 ‘투기 억제를 위해서’의 오기이다.
● 근간에 대한변협 인권관계의 會誌(회지)에 모 변호사가 기고를 한 것이 화제가 됐습니다.”(1995년 10월 9일 법사위원회)
⇒대한변협의 기관지인 ‘인권과 정의’를 ‘인권관계의’로 잘못 적었다.
● 과학기술원이라든가 한국화학연구소라든가 이런 데에 시제품을 주어서 검사를 하도록 해서 그 내용을 규명하는 이런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1995년 10월 10일 건설교통위원회)
⇒‘시제품’은 ‘試片(시편)’의 오기다. ‘시편’은 ‘시험 분석에 쓰기 위하여 골라낸 광석이나 광물의 조각’을 말하는데, 속기사가 낯선 단어가 나오자 앞뒤 문맥에 맞추어 적당히 ‘시제품’이라는 말로 바꾼 것이다.
● 시ㆍ도 교육평가나 대학의 평가나 이런 것은 (중략) 물량 면에서만 하지 마시고 또 하나는 黨論(당론)으로 사용하지 마시고….(1998년 10월 23일 교육위원회)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왜 난데없이 ‘당론’이라는 말이 튀어 나왔을까? ‘당론’은 ‘당근’의 오기다. ‘당근과 채찍’할 때의 ‘당근’을 ‘당론’으로 잘못 듣고 친절하게 한자 표기까지 한 것이다.
● 즉 1개 업체당 평균지원액은 금년에 비해서 640만 원 감소된 것입니다.(1997년 10월 6일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 (22p)
⇒‘금년에 비해서 640만 원 감소된 것’이라니, 뭔가 이상하다. 여기서 ‘금년에’는 ‘작년에’의 오기다.
우루과이(UR)협상을 ‘6월 협상’이라고 誤記한 국회 회의록. |
수치나 한자표기가 잘못된 경우
수치를 잘못 적은 경우도 있다.
● 실제로 지난해 세입결산결과 신고분 소득세는 5,22억 원이 감소된 반면 봉급생활자들의 원천분 소득세는 7,657억 원이나 초과징수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1997년 10월 6일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 (17p)
⇒‘5,22억 원’이라니 희한한 표기방식이다. 이는 ‘5,022억 원’의 오기다.
● 공중전화는 올해 신규공급 규모는 1560대입니다. 이 중 관리공중전화 600대는 전량 설치하였습니다. 그러나 주화·카드 겸용 공중전화 60대는 4/4분기에 계획된 것으로서 연말까지는 모두 설치하도록 하겠습니다.(1996년 10월 4일 통신과학기술위원회) (12p)
⇒신규 공급되는 공중전화는 모두 1560대이고 관리공중전화는 600대다. 그렇다면 주화ㆍ카드 겸용 공중전화는 1560대에서 600대를 뺀 960대라야 맞다.
근래 속기록은 한글 전용으로 기록되고 있지만, 한자를 많이 사용하던 1990년대에는 漢字(한자)를 잘못 적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 北韓語辭典만 별도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인데 그러나 저희가 생각하는 것은 世界 漢民族이 쓰는 韓國語는 모두 이 사전에 수록하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1993년 10월 4일 문화공보체육위원회 국정감사) (54p)
⇒국립국어연구원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국립국어연구원장의 답변 내용이다. 韓國語(한국어)를 쓰는 것은 ‘漢民族(한민족)’이 아니라 ‘韓民族(한민족)’이다.
● 중국에는 언어문자를 총괄하는 것은 國家言語文字委員會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중국은 한자를 줄여서 間字體라고 해서 3000字를 만들었습니다.(1993년 10월 4일 문화공보체육위원회 국정감사) (57p)
⇒‘間字體(간자체)’가 아니라 ‘簡字體(간자체)’가 맞다.
● 구운몽은 부패했고 김씨啓女史 등은 좀벌레로 훼손되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1993년 10월 4일 문화공보체육위원회 국정감사) (125p)
⇒<김씨계녀사>란 시집가는 딸이 알아두어야 할 일을 읊은 조선시대의 歌辭(가사)이다. ‘啓女史(계녀사)’가 아니라 ‘戒女詞(계녀사)’가 맞다.
● 심각한 移農현상으로 버려진 농가가 범죄의 장소로 활용되고….(1994년 9월 28일 내무위원회) (29p)
⇒‘移農(이농)’이 아니라 ‘離農(이농)’이 맞다.
● 醫療紛爭調整法案 일부조항을 고쳐야 한다는 데 대해서 질의하겠습니다. (中略) 그러함에도 紛爭調整法案은 의료사고의 책임을 의사 등에게만 묻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1998년 10월 23일 보건복지위원회) (12p)
⇒‘調整(조정)’은 ‘어떤 기준이나 실정에 맞게 정돈함’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여기서는 ‘분쟁을 중간에서 화해하게 하거나 서로 타협점을 찾아 합의하도록 함’이라는 의미의 ‘調停(조정)’으로 쓰는 것이 맞다. ‘의사 등에게만’은 의료분쟁조정법안의 내용으로 보아 ‘의사들에게만’의 오기다.
1980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유후 씨의 이름을 김유호로 誤記한 국회 속기록. |
“1990년대 후반 이후 誤記 현저히 줄어”
이번에 국회 속기록에 관심을 갖고 이 기사를 쓰게 된 것은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국회 구내 서점에서 발견한 <의회 속기록 작성의 원리와 실제>라는 책이었다. 대학 시절 필자도 잠깐 속기를 배워 본 적이 있는 데다가, 일반 서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책이어서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책의 저자는 국회에서 속기사로 30여 년간 근무한 홍기표 속기사. 책의 제목에서 보듯 이 책은 풍부한 사례를 들어가며 의회 속기록 작성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었다.
기자와는 전혀 상관없는 세계의 이야기지만, 속기사들이 회의 중 발언 내용을 잘못 알아듣고 잘못 적은 내용을 바로잡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었다. 속기사 초년병 시절 ‘10a(아르)’를 ‘시바루’로 듣고 그게 무슨 외래어인 줄 알았다는 얘기, 省力化(성력화)를 ‘聖域化(성역화)’로 잘못 표기한 사례, ‘규제완화’를 ‘국제화’로 잘못 표기한 사례 등….
거기에는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정확하게 듣고,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속기사들의 애환이 녹아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프로정신이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어떻게 하면 속기 업무를 좀 더 정확하게 수행하고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후배 속기사들이 전문성과 긍지를 가지고 일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다.
홍기표 속기사에게 전화를 걸자, 그는 자신이 기자의 관심이 됐다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했다. 그는 “후배 속기사들이 속기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그간의 체험을 정리한 것일 뿐이다. 그게 무슨 언론의 취재감이 되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그는 “하고 싶은 얘기는 책에서 다 했으니, 필요하면 책을 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자가 誤聽(오청)-誤記(오기) 사례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자 그는 “전문직 속기사가 갖추어야 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청취 능력이다. 국회 속기록상에 나타나는 오류의 근본 원인은 속기사의 어휘력이나 지식수준 또는 이해력이 따라주지 않는 데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 국회 속기록은 10여 년 전에 비해 현저히 정확해졌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치 국정감사 회의록에 나타나는 오류가 적으면 70~80개, 많으면 140~150개를 헤아릴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많아도 결정적인 오류는 5개 안팎이다”라고 말했다. 오류가 줄어든 이유를 홍 속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국회의원이나 국무위원 등 정치 엘리트들의 세대교체가 한 원인인 것 같다. 국한문 혼용 세대에서 한글 전용 세대로 세대교체가 되면서 국회에서의 발언도 어려운 한자어보다는 쉬운 우리말을 주로 사용하게 된 데 원인이 있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컴퓨터의 사용이다. 인터넷을 통해 단어의 뜻이나 전문용어 등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되면서 오기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물론 인터넷에 올라온 잘못된 내용에 의존하다가 오기를 내는 경우도 있다.”
“직함을 뭐라고 부르면 되겠느냐”고 하자, 그는 “직함은 무슨…. 그냥 속기사라고 하세요. 난 평생 속기사였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속기과가 의정기록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난 속기과라는 이름이 좋다”고도 했다. 속기사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四捨五入 개헌 당시의 상황을 담은 1954년 11월 29일자 국회 본회의 회의록. |
국회 회의록에 담긴 ‘四捨五入’ 개헌의 순간
지금까지 주로 국회 회의록의 잘못된 기록들을 살펴본 것은 회의록의 오·탈자를 시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국회 회의록은 이 시대 ‘民意(민의)의 전당’에서 있었던 발언과 행동들을 기록한 史草(사초)이기 때문에 한 글자도 허투루할 수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四捨五入(사사오입) 개헌안이 통과했던 1954년 11월 29일자 국회 본회의 회의록을 보자.
“○부의장(최순주) 제91차 회의를 개의합니다. 91차 회의록을 낭독하기 전에 정정할 사항이 있어서 여러분께 釋明(석명)합니다. 지난 11월 27일 제90차 회의 중에 헌법개정안 통과여부 표결 발표 시에 可 135표 否 60표 기권 7표로 부결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족수의 계산상 착오로 이것을 취소합니다….
(‘의장’ 하는 이 많음)
(‘규칙이오’ 하는 이 있음)
(장내 소란)
가만히 계세요. 재적203명의 3분의 2는 135표로서….
(‘의장’ 하는 이 많음)
(장내 소란)
… 통과됨이 정당함으로써 헌법개정안은 헌법 제98조 제4항에 의하여 가결 통과됨을 선포합니다.
(‘의장’ 하는 이 많음)
(‘규칙이오’ 하는 이 있음)
(장내 소란)
(이철승 의원 의장석에 등단하여 최 부의장을 잡아끌면서 ‘내려와 내려와’라고 고함)
동시에 의사록의 정정을 요망합니다.
(단상에 다수 의원 올라가 혼란)
경위 나와서 잡아가….
○ 부의장 (곽상훈) (의장석에 등단하여) 최 부의장이 그저께 회의에서 부결이라고 선포한 것을 이제 와서 취소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곽상훈 부의장은 그저께 결정된 것이 확정하다는 것을 여기서 선포합니다.
(장내 소란)
○ 의장 (이기붕) 조용해 주세요….”
이 회의록에는 우리 헌정사의 일대 오점인 사사오입 개헌 순간의 경악과 혼돈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당시 자유당 감찰부 차장이던 정치깡패 이정재 등이 방청석에서 소란을 피운 사실도 회의록에 기록돼 있다. 조병옥 의원이 표결 결과 번복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발언을 하다가 “저기 자유당 감찰부장 얼굴을 내가 알아 알아…” 소리친 사실이 그대로 기록돼 있는 것이다.
당시 이정재는 자유당 감찰부 차장이었는데, 조병옥 의원은 이정재를 감찰부장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인지, 얼결에 그렇게 말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를 통해 당시 국회의 모습, 우리 정치의 모습을 여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의원에게 막말한 국회의원
이렇게 커다란 역사의 순간은 아니더라도, 회의록을 통해 우리는 당대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1999년 12월 17일 제208회 국회 본회의 회의록에 실린 정의화 의원의 5분 발언을 보자.
“(前略) 며칠 전 국회 정무위에서는 정말 상식 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국민회의의 모 의원께서는 우리 당의 金映宣 의원에게 ‘나도 너 같은 딸이 있다, 딸밖에 안 되는 것이 어디서 무슨 말을 하느냐, 뺨을 서너 차례 맞아야 버릇을 고칠 수 있다’며 차마 제가 이 자리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싸가지 없는 X’라고밖에 말을 할 수 없는 그러한 욕설을 퍼부으며 때리려 했다는 것은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後略)”
이 기록을 통해 우리와 우리들의 후손들은 국회 정무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 시대 국회의원들의 의식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헌정사의 대사건에서부터 국회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국회의원들의 발언 하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기록되는 국회 회의록, 그 국회 회의록을 기록하는 것은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 일일까? ●
[미니기사] 국회 회의록의 종류와 작성과정
국회 회의록에는 임시회의록과 배부회의록, 보존회의록, 비공개회의록이 있다. ‘임시회의록’이란 회의내용의 신속한 파악을 위해 배부회의록 발간 이전에 국회의원 등에게 배포하기 위해 임시로 발간하는 회의록이다. 본회의·전원위원회·국회운영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타 필요한 경우에는 임시회의록을 발간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다음날까지 배부한다.
‘배부회의록’은 의원에게 배부하고 일반에게 반포하기 위해 발간하는 회의록이다. 배부회의록은 임시회의록에 대하여 발언자의 字句(자구)정정요구나 회의록에 기재한 사항과 회의록의 정정에 관하여 이의신청이 있으면 이를 의장의 허가 또는 본회의 결정에 의해 정정한 다음 회의록을 다시 발간하게 된다. 여기에는 배부회의록에 게재하지 않기로 한 부분과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한 부분은 게재하지 않는다. 배부회의록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속기조 배치(각 속기 담당) : 1인 혹은 2인 1조 ? 회의장 속기(속기사) : 10~20분간 속기 후 다른 조와 교대 ? 飜文(번문·속기사) : PC입력 → 원고결합 → 主務(주무)가 녹음 검토 ? 원고 검토·교열(편집직원) : 원고 검토, 편집, 교열, 속기 담당에게 제출 ? 업무과정표 작성·재검토(각 속기담당) : 업무 과정표 작성, 원고 재검토, 전산담당자에게 파일 이송 ? 임시등록·송부(전산담당직원) : 담당별 원고파일 결합 → 전자임시회의록 등록, 인쇄소 송부 ? 원고 교정(편집직원) : 초·재교 ? 校了(교료·각 속기 담당) : 최종 원고 완료 ? 인쇄 : 배부회의록 인쇄 ? 납품 : 회의록 검수, 전자회의록 등록 ? 배부 결재 : 회의록 배부
‘보존회의록’은 국회에 영구 보존하는 회의록이다. 본회의 회의록에는 의장, 의장을 대리한 부의장, 임시의장과 사무총장 또는 그 대리자가 서명·날인하고, 위원회 회의록에는 위원장 또는 위원장을 대리한 간사가 서명·날인한다. 보존회의록은 본호(開議(개의)에서 散會(산회)까지의 회의 내용을 속기하여 번문한 회의록), 부록(회의 당일 서면으로 제시한 법률안 제안설명서와 서면질의·답변서 등), 원본으로 보존하는 문서, 비공개회의 부분, 배부회의록에 게재하지 않은 부분 등을 모두 게재한 완전한 회의록이다.
‘비공개회의록’은 공개하지 않은 회의의 내용을 속기방법으로 기록하여 작성한 회의록을 말한다. 국회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지만 ▲의장의 제의 또는 의원 10인 이상의 연서에 의한 서면동의로 본회의의 의결이 있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의원의 윤리 심사 및 징계에 관한 회의 ▲정보위원회 회의 등의 경우에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이상의 경우는 모두 ‘책자회의록’이다. 회의록 원고를 전자화하여 국회 내부 정보통신망 혹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전자회의록’도 있다.
발언한 의원이나 국무총리, 국무위원 및 정부위원, 기타 발언자는 회의록이 배부된 날의 다음날 오후 5시까지 그 字句(자구)의 訂正(정정)을 의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 속기방법에 의하여 작성된 회의록의 내용은 삭제할 수 없으며, 발언을 통하여 자구 정정 또는 취소의 발언을 한 경우에는 그 발언을 회의록에 기재한다.
자구의 정정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정정 요구는 소정의 양식에 따라 서면으로 해야 한다. 자구의 정정은 발언의 취지를 변경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법조문·숫자 등을 착오로 잘못 발언한 경우 ▲특정한 어휘를 유사한 어휘로 변경하는 경우 ▲간단한 先後(선후) 문구를 변경하는 경우 ▲기록의 착오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