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생각하는 힘을 키웁니다. 하지만 요즘 중학생이 많이 읽는 건 초등생도 즐겨보는 학습 만화 시리즈예요. 단편 지식을 얻고 즉각적인 재미를 추구하기 바쁘니, 고등학생이 되어 낯설고 어려운 글이 나오면 이해하기 힘들어 합니다.”
경기 능동고 김영희 교사의 설명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서의 중요성이 커지지만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즐기는 아이들이 줄어드는 추세. 이런 상황을 체감한 국어 교사들이 ‘제대로 된 독서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경기 호매실고 김진영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독서 교육을 실시한 지 오래됐지만, ‘책을 몇 권 읽고, 독서기록을 얼마나 남겼는지’ 양을 헤아리는 게 전부였다. 독후 활동도 읽은 책 내용을 묻는 지식 위주 퀴즈나 책갈피 만들기처럼 흥미 유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책을 읽고 눈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려고 독서 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가 모여 ‘물꼬방’이라는 소모임을 만들었다”고 소개한다.
2010년 9월에 시작한 물꼬방의 회원 수는 50여 명. 일 년에 네번 2박3일 정기 모임을 진행한다. 핵심 활동은 ‘교사가 지치지 않는 독서 교육’을 주제로 여는 여름 대중 연수. 비회원인 교사도 신청 가능해 해마다 공지 한 시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경기 수원여고 최윤정 교사는 “첫 발령지가 경기 안성의 시골 학교였는데 동네에 서점이 없고, 책 읽는 학생 역시 찾기 힘들었다. 그때 물꼬방 여름 연수에 참가하면서 독서 교육 사례를 접하고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 목록을 추천 받은 것이 알찬 수확이었다. 작은 학교라 의견을 나눌 같은 교과 동료 교사가 없었는데, 연수에서 만난 선생님들과 고민을 나누고 지속적으로 교류해 유익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