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1년 1월 <경제시평>에 3회에 걸쳐 연재된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과 농업 문제" 중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관심있는 분께서는 참고해보시고 댓글 등으로 소견을 피력해주시기 바랍니다.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는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미FTA를 통해 미국에 대해 과감하게 농업시장 개방에 나섰다. 이들 두 정부가 말하는 국익이란 제조업의 비농산품 수출 증대를 위해 농산품과 서비스 분야 등의 시장개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분석 결과로는 한미FTA로 한국의 대미 비농산품 수출 증대효과는 매우 미미하며, 한국보다는 미국에게 훨씬 더 이득이 큰 게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농산품도 광우병 파동을 겪은 쇠고기를 제외하고는 미국으로부터 수입할 수 있는 품목은 한미FTA 이전부터 이미 거의 다 수입해오고 있는 상태이다. 미국에 대한 서비스수지 적자 역시 상품수지 흑자를 상쇄할 정도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는 한미FTA 협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 증거로 이번 한미FTA에서 쇠고기 및 돼지고기 삼겹살 합의 내용을 들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는 지난 2003년의 전 세계적인 광우병 파동과 2008년의 촛불집회 등으로 한국 내부에서도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였다. 쇠고기 및 돼지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한국 정부는 한미FTA에서 양허한 내용을 <도표5>와 같이 정리 발표했다.
<도표5> 한미FTA 재협상의 쇠고기 및 돼지고기 수입개방 합의 내용
(주) 외교통상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 도표에서 쇠고기 협상결과를 보면 6개 세부품목(평균관세율 40%)를 15년에 걸쳐 폐지하며 그 기간 동안에 수입물량이 급증하여 한우농가에 피해를 줄 경우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한다는 식으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를 보면 시간도 벌고 세이프가드와 같은 안전장치도 마련한 것처럼 보여 그런대로 협상을 잘 한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세이프가드 발동 물량이다. 세이프가드 발동물량을 보면, 한미FTA 발효 첫해에 27만톤까지는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며 매년 6천톤씩 증량하여 15년차에는 35.4만톤까지 무관세 수입을 한 후 무관세로 이행해간다는 것이다.
돼지고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사람이 가장 즐겨먹는 삼겹살의 경우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해가며 세이프가드 조치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이프가드 발동물량은 발효 1년차에 8,250톤에서 매년 6%씩 증량하여 10년차에 13,938톤까지 늘린 후 무관세로 이행해간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거의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도대체 무엇이 기만적인지 얼른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위의 합의 내용과 정부의 발표 행태가 얼마나 기만적인가 하는 것은 <도표6>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도표6>은 한미FTA 합의문에 나타난 세번 품목을 기준으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이 수입한 쇠고기와 돼지고기 및 옥수수의 수입 총량 및 대미 수입량을 나타내고 있다. 동시에 이번 한미FTA 재협상에서 한국측이 미국에 양허한 <도표5>의 세이프가드 발동 물량을 같이 표시한 것이다.
<도표6> 한국의 쇠고기와 돼지고기 삼겹살 수입 및 한미FTA 합의 내용
(주) 외교통상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먼저 쇠고기 수입의 경우를 보면, 2003년 광우병 파동이 발생하기 직전에 한국의 쇠고기 수입 총량은 당시 수입관세율이 높은 상태에서도 32.6만톤으로 정점에 달했다. 이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22.4만톤으로 전체 쇠고기 수입량의 69%에 달했다. 관세율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많았다는 것은 그 정도로 한우와 수입쇠고기 간의 가격차가 컸다는 것이다
. 가격차가 큰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으나 여기서는 상론을 피하기로 하겠다. 그러다가 광우병 파동으로 2004년에는 쇠고기 수입이 급감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거의 전면 중단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2006년부터 쇠고기 수입 총량은 22만톤 전후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9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26.1만톤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2007년부터 회복되기 시작하여 2010년에는 8.5만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약 33%까지 회복되고 있다.
그런데 한미FTA에서 한국측이 양허한 무관세 수입이 허용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세이프가드 발동물량 한도를 보면 한국 정부의 대국민 기만행위가 명백히 드러난다. 앞서 <도표5>에서 한국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를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는 한도를 한미FTA 발효 첫해인 2011년에 27만톤까지로 양허한다고 발표했다. 27만톤은 2010년의 쇠고기 수입총량인 26.1만톤을 넘는 수준이다.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무관세로 전면 허용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쇠고기 수입관세 도입 기한을 15년 후로 늘렸다고 기만한 것이다. 한국의 쇠고기 수입 최대 한도는 2002년과 2003년으로 보인다. 쇠고기 가격이 급락하거나 쇠고기 소비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쇠고기 수입량은 2002-2003년 수준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발효 15년차의 무관세 수입한도는 이보다 높은 35.4만톤으로 정해져 있다.
돼지고기 삼겹살의 경우도 기만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돼지고기 삼겹살 수입은 2004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는 광우병 파동으로 국내 한우 쇠고기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돼지고기 삼겹살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대로 2008년부터 쇠고기 수입이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돼지고기 삼겹살 수입은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돼지고기 삼겹살 수입은 2008년에 16,886톤에 달했으며, 이중 미국산 수입량은 9,859톤으로 전체 삼겹살 수입량의 58%를 차지했다. 2010년에는 삼겹살 총 수입량이 12,173톤이었으며 이중 미국산은 5,469톤이었다. 그런데 2011년 한미FTA가 발효되는 첫해에 미국산 삼겹살의 무관세 수입 허용량은 8,250톤으로 매년 6%씩 증량하여 2020년에는 13,938톤까지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 무관세 수입량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심한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늘어나게 되면 돼지고기 삼겹살 수입은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돼지고기 삼겹살 무관세 수입한도도 사실상 쇠고기에 못지 않게 거의 완전 개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돼지고기 삼겹살 무관세 도입 기한을 10년 후로 늘렸다고 기만한 것이다. 참고로 족발 등을 포함한 2010년 돼지고기 총 수입량은 30.6만톤이었으며 이중 미국산 수입량은 8.2만톤으로 27%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삼겹살의 세이프가드 발동물량이 기만적이라는 사실은 사료와 식용유, 제빵제과용으로 사용되는 옥수수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한국의 농산품 자급률을 보면 2007년 기준으로 쇠고기는 47%이며 돼지고기는 70%에 이른 반면 옥수수는 1%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옥수수는 거의 국내 생산이 없는 작물인 것이다. 따라서 옥수수는 수요량 전량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옥수수 수입은 2000년 중반에는 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했으나 2008년부터는 미국산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브라질 등의 레알화가 강세를 보인 것과 중국의 내수 증가로 옥수수 수출이 급감한 데 기인한다.
이처럼 국내 생산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미FTA에서 옥수수의 무관세 수입 한도는 쇠고기나 돼지고기 삼겹살에 비해 턱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다. 예컨대 2010년 한국의 옥수수 수입 총량은 200.2만톤에 달했으며 이중 대미 수입량은 128.5만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64%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옥수수의 무관세 수입한도는 2011년에 1차로 9.4만톤, 2차로 18.8만톤으로 정해졌다. 이처럼 옥수수의 무관세 수입한도가 낮게 책정된 것은 옥수수 관세 철폐 기한이 7년으로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어차피 옥수수를 수입해야 하는데 세이프가드 발동물량 한도가 낮은 대신 무관세 도입 기한이 7년으로 짧아졌기 때문에 크게 손해 볼 일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측의 최대 관심사였던 쇠고기수입 완전개방이 사실상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정부가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태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다 보니 한국 농업의 경쟁력이 나아질 리가 없다.
첫댓글 문제는 농업을 희생하면 도시부문의 성장을 유도한다는 한미fta의 사기를 공업, 특히 대미수출효과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직접 공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http://m.blog.daum.net/jkline/8897001?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jkline%2F8897001 한미FTA 독소조항 설명해놓은 블로그입니다. 참고해서 같이 보시면 되겠네요.
f.t.a가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인 만큼 한 가닥 희망을 가져보고 싶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