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곡지안부
승합차 긴 의자에 누워 팔공산 갈 때처럼 붉은 여명이 황홀하게 피어나는 산자락을 곁눈으로 바라보다 효령치에 도착하니 벌써 날이 훤하게 밝아버렸다.
산으로 올라 찬 이슬을 털어가며 숲으로 들어서고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하는 편한 길을 따라가니 조망이 트이며 중앙고속도로너머로 유학산이 머리에 구름갓을 쓰고 우뚝 솟아있고 이어지는 마루금 뒤로 응봉산이 뾰족한 정수리를 드러낸다.
무성한 칡넝쿨과 오랫만에 나타나는 명감넝쿨들을 헤치며 오래전 산불이 났었는지 불 탄 나무들이 걸기적거리는 숲길을 올라가면 멀리 가산에서 이어 온 마루금도 한눈에 들어와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한다.
능선이 자주 분기하는 낮은 봉우리들을 넘으며 숲에 가린 마루금을 찾아서 쌍묘를 지나 275봉에 오르니 조망은 가려있지만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굉음이 가깝게 들려온다.
울창한 숲길 따라 내곡지안부로 내려서니 성황당 흔적이 있고 오른쪽 장군리 방향으로는 길이 뚜렸하지만 내곡지가 있는 장천터널쪽은 잡목과 덤불로 가려있어 전에 이곳에서 하산하려 했으면 곤욕을 치룰 뻔 했다.
▲ 여명이 밝아오는 산줄기
▲ 효령재
▲ 구름에 가려있는 유학산
▲ 응봉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 멀리 가산에서 이어 온 마루금
▲ 내곡지안부
- 응봉산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는 편한 길을 따라가다 사면을 치고 오래된 석축을 지나 능선으로 붙어 맨땅이 드러난 옛 무덤터들을 지난다.
희미한 족적을 보며 가파른 능선을 한동안 오르면 오늘 산행중 가장 높은 봉우리인 375봉이 나오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며 진땀을 말려준다.
우회 길 따라 엉뚱한 곳으로 가버린 일행들을 기다리다 황폐한 무덤가에서 왼쪽 숲으로 들어가니 멧돼지들이 마구 분탕질을 해 놓아 길이 어지럽다.
뒤늦게 돌아온 일행들과 만나 안부로 내려서고 나뭇가지사이로 뾰족 솟은 응봉산을 바라보며 잡목들을 헤치면 맑았던 하늘이 흐려지며 예보대로 비가 오려는지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제법 가파르게 이어지는 숲길 따라 응봉산(334.1m)에 오르니 정상에는 표지기 몇개 뿐 조망은 막혀있으며 참았던 빗방울들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 안부에서 바라보는 응봉산
- 적라산
굵어지는 비를 맞으며 가파르게 떨어져 내려가 군위터널과 이어지는 사거리안부를 넘고 경주이씨묘지들이 있는 봉우리를 오르니 고사목이 보이며 주변은 온통 뿌연 비구름이 덮고있다.
무성한 억새와 싸리숲을 뚫고 칡넝쿨에 발이 걸리며 송전탑을 지나 마루금 오른쪽으로 묵은 임도를 편하게 따라가면 목장의 철망이 나타난다.
철망 따라 다시 송전탑을 지나서 중앙고속도로를 만나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굴다리에 들어가 쏟아지는 비를 피하며 허겁지겁 간식을 먹고있으니 다리 밑 거지가 따로 없다.
빽빽한 까시덤불들을 헤치며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수로를 올라가 쓰러진 삼각점이 있는 267.3봉을 넘어 안부로 내려가니 비구름속에 적라산이 고산처럼 우뚝 솟아있어 기를 죽인다.
가파른 능선을 따라가다 시야가 확 트이는 바위지대로 올라서면 비구름으로 가려있는 지나온 마루금이 한눈에 펼쳐지고 멀리 팔공산자락이 아스라하게 보여서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조망이 좋은 암릉을 거푸 지나 바위들을 잡아가며 능선이 갈라지는 삼거리봉을 넘어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져있는 적라산(352.1m) 정상에 올라가니 삼각점(군위301/2004재설)이 있고 나무들에 가려있지만 멀리 위천쪽으로 철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
▲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묵은 임도
▲ 267.3봉 정상
▲ 적라산 올라가며 바라본, 지나온 마루금
▲ 적라산 올라가며 트이는 팔공산쪽 조망
▲ 적라산 정상
- 오로고개
삼거리로 돌아와 흐릿한 족적 따라 가파르게 떨어지는 능선을 내려가면 푸른색 철망이 쳐져있는 무덤이 나오고 역시 지나온 산줄기가 잘 조망된다.
송전탑을 지나서 내려가다 왼쪽으로 흐르는 능선을 발견하고 트레버스 하는데 무덤에서는 왼쪽으로 꺽어 마루금을 이어야하지만 길 찾기가 굉장히 힘든 곳이다.
선답지들의 표기기가 한장도 보이지않는 흐릿한 잡목숲을 따라가니 깍아지른 절개지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꺽어 분홍색 배롱나무 꽃들이 화사하게 군락을 이룬 숲을 지나 중앙고속도로와 다시 만난다.
중앙분리대가 조금 열려있는 곳으로 무단횡단하고,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있는 시멘트소로를 따라가다 통신탑 있는 곳에서 능선으로 붙어 무덤가에서 산으로 올라가면 뚜렸한 등로가 이어진다.
완만한 숲길 따라 무덤들을 지나고 답답한 비옷을 벗으며 장승 3기가 서있는 930지방도로상의 오로고개에 내려서니 도로는 텅 비어있고 타고 온 승합차만이 산객들을 기다리며 서있다.
▲ 철망 쳐진 무덤에서 바라본, 지나온 마루금
▲ 중앙고속도로
▲ 오로고개
▲ 오로고개
▲ 오로고개에서 바라본 적라산
- 장고미기
신축한 절이 보이는 도로 한쪽에서 준비해 온 음식물을 끓이고 술을 곁들여 1시간도 넘게 점심을 먹고 능선으로 붙어 뚜렸한 사거라안부를 넘는다.
봉우리에서 능성구씨묘를 지나고 아침과는 정 반대로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완만한 길을 따라 펑퍼짐한 331봉을 넘는다.
왼쪽 바로 밑으로 마을을 내려다보며 오로리와 수서리를 잇는 장고미기 임도로 내려서서 얼려 온 차가운 페트병맥주를 한잔씩 돌려 마시며 비재까지 남은 거리를 가늠해 본다.
한적한 마을너머로 펼쳐지는 지맥의 산봉들을 바라보며 임도를 따라가다 삼거리에서 꾀를 부리며 왼쪽 사면으로 우회하는 임도로 들어서지만 점점 마루금과 멀어져 힘들게 능선으로 붙는다.
임도를 계속 올라가면 능선길로 바뀌며 앞에 광활한 초지가 펼쳐지는데 팔공산과 유학산쪽으로 조망이 확 트이고, 맞은 편으로 보현지맥의 산줄기가 하늘금을 그리며, 가야 할 마루금도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시원하게 뚫린다.
예전에 대규모 산불이 났었는지 불탄 나무들이 깔려있는 초원을 느긋하게 걸어가니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지천에 피어있고 풀벌레들은 다가오는 가을을 예고하 듯 숲에서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 장고미기 임도
▲ 마을너머로 보이는 팔공산
▲ 임도에서 바라보는 팔공산
▲ 임도에서 바라보는 유학산
▲ 임도에서 바라보는 보현지맥의 산줄기
- 곰재
억새와 덤불과 싸리나무들이 들어찬 능선길을 한동안 따라가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초지를 힘겹게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면경계능선이 길게 갈라져 나간다.
숲그늘에 들어가 따가운 햇볕을 피하다 347봉을 넘어서니 지적경계점이 놓여있고 곰재와 비재를 넘어 베틀산으로 굽이치며 흐르는 지맥의 낮은 봉우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편하게 이어지는 굴곡 없는 능선을 한동안 따라가면 남진하던 마루금은 서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완만한 숲길이 계속되지만 옷에 쓸린 허벅지가 너무 아파 바셀린을 듬뿍 바른다.
잔잔하게 이어지는 낮은 봉들을 연신 넘어 쌍묘를 지나고 칡넝쿨이 무성한 밭을 만나 철조망이 둘러진 923지방도로상의 곰재로 내려서니 역시 텅 빈 고갯마루에는 적적한 분위기가 감돈다.
3km 조금 더 떨어진 비재까지의 산행을 접고 도로 그늘에서 기다리던 승합차를 만나 삼겹살을 굽고 찬 소주를 마시며 힘들었던 산행을 마감한다.
첫댓글 다리밑에서 비를피하며 간식을 먹으니 거지가 따로 없다. 이표현보고 얼마나 웃음이 나든지요 예전에는 다리밑에 거지가 많이 살았는데. 근데 뭐하느냐고 아직 바셀린을 못 샅네요
바셀린 큰 것 하나 사서 작은 용기에 넣어 두면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산에 다니면 다 거지지요...^^
형님 말씀이 맞는것 같애요 산에 다니다 보면 거지도 그런 상거지가 없는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디서 씻기라도 하면 조금 낮지요 그냥 와봐요 그 썩는넘새 내냄새에 내가 맛이갑니다
그러니 전철이나 버스에 타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괴롭겠어요...멀치감치 떨어져 서있어야 합니다...^^
여기서도 잔매에 고생들 많으셨네요,,,날씨가 아직까지는 더워서 장거리 산행에 애로가 많습니다.^^
전 입만 나왔네여 /한국의 산하에도 얼굴 좀 올리시지 ㅎㅎㅎ
ㅎㅎㅎ 개인사진인데요. 기차에서 장휴식씨 만나셨다구요...좀 젊은 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