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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14 - 지금까지의 모든 규칙을 버려라
씬1. 해인의 집 앞 (밤, 전회연결)
밖으로 나온 승하, 괴로운 얼굴로 벽에 손을 대고 서서 가슴을 손으로 누르고 그러다
마치 음식이 명치끝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듯 주먹으로 가슴을 때린다.
하지만 정작 아픈 건 승하의 심장이다.
어느 순간, 벽에 손을 대고 그 손에 얼굴을 묻는 승하.
뒤따라 나온 해인, 승하의 모습에 놀라서 우뚝 멈춰 선다.
해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그대로 서 있는 승하.
벽에 얼굴을 묻고 있어 승하의 표정을 살필 수가 없다.
해인 : (조심스레 다가가서)...오변호사님?
승하 : (그대로)...
해인 : (걱정으로) 왜..그러세요?
승하,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마치 길을 잃은 아이처럼 막막해 보이는 승하의 슬픈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
그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듯 바라보는 해인.
승하, 잠시 해인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시선을 돌린다.
해인,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에 이끌리듯 승하의 팔을 잡으려는데
마치 그 손길을 거부라도 하듯 승하가 등을 돌리고 선다.
해인 : (손을 멈추고 그 손을 천천히 거둔다)...
승하 : ....가봐야겠어요.
해인 : ....
승하 : (등을 보이고 선 채로)..어머님께 죄송하다고..전해주세요. (가려는데)
해인 : ..변호사님.
승하 : (멈춰서 돌아본다)
해인 : (걱정스러운 마음이지만 애써 감추려 노력하듯 미소로) 겉옷..갖다 드릴게요.
승하 : (자신을 보면 와이셔츠 차림이다)
해인 :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곤 집으로 들어간다)
승하 : (자신의 이런 모습이 스스로도 당황스럽다)...
씬2. 해인의 거실 (밤)
해인, 급하게 승하의 양복 윗도리를 집어 든다.
그 옆에 영문을 몰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해인모와, 말똥말똥 보는 소라.
해인 : (급하게 승하의 양복 윗도리 집어 들며) 지금 가야 하나 봐요.
해인모 : (걱정스러운, 수화) 갑자기 무슨 일인데?
해인 : (대답할 길이 막막하다. 애써 미소로)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곤 나간다)
해인모 : (도대체 무슨 일일까?..보는)
씬3. 해인의 집 앞 (밤)
해인, 밖으로 나와 보면
승하, 고개를 숙이고 있는 쓸쓸한 뒷모습이 해인의 가슴을 턱 막히게 한다.
해인, 후우 숨을 내쉬고는 다가간다.
해인 : ..여기.
승하, 해인의 시선 피한 채로 윗도리 받아들다가 해인의 손길과 스친다.
잠시지만 그 손길의 스침을 느끼는 두 사람.
승하 : ...
해인 : ...선물..고맙습니다.
승하 : (돌아보며 슬픈 미소로) 나도 고마워요. (이내 시선 돌려서 걸어간다)
해인 : (승하의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다)
승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해인을 돌아보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해인, 대문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갑자기 섬광처럼 무언가 떠오르는 듯 승하를 돌아본다.
<플래시 컷-12회 씬30>
태성 : (돌아보며 슬픈 미소로)...나도..고마워.
해인, 놀란 표정으로 승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다.
씬4. 강력5팀 (밤)
긴장된 표정으로 준표가 쓴 황대필의 신문기사(프린트된)를 보고 있는 오수.
그 옆의 반팀장, 민재, 재민.
오수 : (기사의 큰 글씨를 중얼거리듯 읽는다)..죽음을 부르는 학생수련원..
여기 수련원 사업주 황모씨가 황대필이라는 거지?
재민 : 네. 확인했습니다.
오수 : (역시 싶은)
민재 : (기사를 들여다보면서) 화재규모가 크진 않은 것 같은데?
재민 : 식당내부를 태우고 진화된 정도고 인솔 교사 두 명은 가벼운 화상을 입었던 것 같아요.
오수 : (기사 보면서) 하지만 성준표는 다른 시각으로 기사를 썼어.
반 : 다른 시각?
오수 : 화재당시 그 수련장에 있던 학생들이 황대필 아버지가 교장으로 있던 학교 학생들이었고
성준표는 그걸 물고 늘어졌어요. 학생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아버지와 아들의 상혼이 빚어낸
인재라면서 황교장을 비정하고 돈에 눈이 먼 교육자로 묘사했구요.
반 : 사실은 어떤 건데?
재민 : (찔끔)..그건 아직 조사 못했는데요?
오수 : 어쨌든 황대필이 거짓 진술을 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성준표를 전혀 모른다고 잡아뗐으니까요.
반 : (심각한 얼굴로 끄덕인다)
오수 : 황대필은 공중전화로 지시를 받았고 고의로 사고를 낸 게 분명합니다.
재민 : (원기충천) 황대필을 부를까요, 팀장님?
반 : 신중해야 돼. 일단 이 기사가 어디까지 사실인지 확인부터 해.
민재 :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반 : 어. 그리고 만약 고의로 낸 사고라고 해도 타로카드와 관련된 사고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사주를 받은 건진 알 수 없어. 황대필이 견종철과 한편일 수도 있는 일이니까.
오수 : (굳어서) 그건 아닐 겁니다. 성준표가 배후조종자를 알아냈기 때문에 살해하려고 한 겁니다.
반 : 그걸 어떻게 장담해? 솔직히 성기자가 그걸 알아냈다면
왜 우리한테 먼저 알리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돼.
오수 : (대답 못하고 본다)
반 : 성기자 가방에서 발견된 USB칩엔 뭐가 있었어?
민재 : 기사 말고는 별 다른 게 없었어요.
반 : 누누이 말하지만 증거가 없인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어.
이형사는 기사 사실여부 확인하구, 신형사는 쌍칼 어떻게 됐는지 1팀 잠복장소에 직접 가봐.
민재와 재민, ‘네’ 대답하고 급히 나간다.
반 : (오수보며) 강형사는 오변호사 만나서 성준표가 오변호사 누나 주소를 왜 갖고 있었는지 알아봐.
오수 : (긴가민가해서) 어쩌면 오변호사 누나한테 성준표가 택배를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반 : 그게 무슨 소리야?
오수 : 성준표가 누군가에게 USB칩을 택배로 보내는 걸
해인씨가 성준표가 갖고 있던 타로카드에서 읽어냈습니다.
반 : USB칩?
오수 : 네. 그 안에 배후조종자에 대한 단서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 : 주소를 갖고 있다고 해서 오변호사 누나한테 보냈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오수 : 압니다. 일단 사고가 나던 날 성준표가 있었던 지역에 위치한 편의점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씬5. 승하의 거실 (밤)
오르골 뚜껑을 열어 그 안에 있던 가족사진을 꺼내드는 승하의 손.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찬 눈으로 사진 속 어머니와 태훈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만히 만져보는 승하...
씬6. 승하의 옛 집 앞 (낮, 회상)
살림이 넉넉해 보이지 않는 듯 보이는 누추한 단독주택 앞.
소년 태성(11회 씬24와 같은 차림. 모친의 수목장을 하고 돌아오는 길),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걸어오다가 흠칫 멈춰 선다.
태성의 시선을 따라가면 소년 영철이 집 앞에서 갈등어린 표정으로 머뭇거리고 있다.
태성 : (뚝뚝하게) 여긴 왜 왔어?
영철 :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돌아본다)
태성 : (차가운 시선으로) 우리 엄마...형한테 보내드리고 오는 길이야.
영철 : (알고 온 듯, 울 것 같은 얼굴)
태성 : (냉소적으로) 우리 엄만 영철이 형을 믿었었어.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강오수가 영철이 형을 괴롭혔다는 사실을.. 그 사실만은 말해 줄 줄 알았어.
영철 : (죄책감에 일그러져서 본다)..
태성 : 그랬다면 우리 형이 강오수를 먼저 위협했다는 누명까진 쓰지 않았을지도 몰라.
영철 : 미..미안해.
태성 : (O.L.) 우리형, 집에 오면 영철이형 얘기 참 많이 했었어. 정말 착하고 좋은 친구라구.
그래서 영철이형이 힘든 걸 보는 게 마음 아프다구.
영철 : (눈물이 뚝 떨어진다)
태성 : (아프게) 그래서 나도 엄마도 영철이형을 믿었던 거야. 하지만 이제 난 아무도 믿지 않아.
세상이 우릴 버렸지만...이젠 내가 세상을 버렸어.
영철 : (우는 눈으로 본다)
태성 : (싸늘한 눈빛으로) 다신 여기 오지 마. 형은 여기 올 자격 없어. (하며 돌아서는데)
영철 : 내..내가 봤어.
태성 : (흠칫 놀라서 돌아본다)
영철 : 오..오수가 그..그랬어. 오..오수가 태..태훈일 카..칼로 찌..찔렀어. 내가.. 부..분명히 봤어.
태성 : (놀라서 O.L.) 형도 사고현장에 있었단 거야?
영철 : ..어.
태성 : (흥분해서) 근데 왜 아무 말도 안 한 거야?! 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
(소리치듯)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왜?
영철 : ...미..미안해.
태성 : (O.L. 다급하게)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하면 돼. 그럼 돼.
나한테 말한 데로 경찰서가서 얘기하면 돼.
영철 ; (울면서 자신 없이)..아..안 돼. 나..난 못해.
태성 : (어이가 없다) 왜 못해? (버럭) 형이 본대로만 얘기하면 되잖아?!
영철 : 하..할 수가 없어.
태성 : (O.L.) 왜 할 수가 없어? 사실대로 말하면 되는데 그걸 왜 못 해?!
영철 : (울면서) 내..내가 얘..얘기하면 우리 엄마 아빠가 나쁜 사람이 된단 말야.
태성 : (선뜻 알아들을 수가 없다)..그게 무슨 말이야?
영철 : (흐느끼며) 미안해...정말 미안해.
태성 : (의문에 싸여 바라보는 위로)
(E) : 승하의 핸드폰 소리.
씬7. 승하 거실 (밤, 현재)
승하, 사진을 바라보던 시선이 핸드폰에 멈춘다.
핸드폰 들어 발신인이 오수임을 확인한 승하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는다.
승하 : (받으며) 오승합니다.
오수 : (F) 급히 물어볼 말이 있는데 괜찮으시면 지금 좀 만났으면 합니다.
승하 : (싸늘한 눈빛으로) 좋습니다. 어디서 볼까요?
씬8. 해인 방 (밤)
승하가 선물로 주고 간 오르골 뚜껑을 여는 해인, 오르골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 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는 해인.
<플래시 컷>
-태성 : (돌아보며 슬픈 미소로)..나도..고마워.
-승하 : (돌아보며 슬픈 미소로)..나도..고마워요.
해인, 정말 그 소년이 승하였을까?..싶은 생각으로 오르골을 바라본다.
씬9. 한강 둔치 (밤)
오수, 급한 걸음으로 걸어와서 보면 승하가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다.
오수 : (다가가서) 밤늦게 뵙자고 해서 미안합니다.
승하 ; (보며,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괜찮습니다. 근데 묻고 싶은 일이란 게 뭡니까?
오수 : 성준표기자 사고소식은 알고 계시죠?
승하 :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오수 : 난 단순한 교통사고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승하 : ..그럼요?
오수 : 타로카드와 관련된 세 번째 희생자로 성기자를 지목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승하 : (보일 듯 말 듯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본다)
오수 : 근데 사건 당일 성기자가 갖고 있던 소지품에서
오변호사님 누님 이름과 주소가 적힌 메모지가 있었습니다.
승하 : (순간 미간을 찌푸려지는 듯싶더니 이내 표정정리하고)..우리 누나요?
오수 : 네. 그걸 성준표가 왜 갖고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뵙자고 한 겁니다.
혹시 짐작 가는 점이 있으신가 해서요.
승하 : (동요 없이 담담하게) 글쎄요...전혀 짐작이 안 가는데요?
오수 : 누님이 성기자와 평소에 친분이 있었나요?
승하 : 아뇨.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오수 :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승하 : 우리 누난 내가 잘 아니까요.
오수 : 그렇더라도 전부 알 수는 없잖습니까? 오히려 가족이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이 많을 수도 있구요.
승하 : 강형사님 가족은 그럴지 몰라도 우리 가족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수 : (기분이 좀 상하듯 보곤 이내 털어내듯 씁쓸한 웃음으로) 허긴 모든 가족이 같진 않겠죠.
일단 누님을 직접 뵙고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습니까?
승하 : 수사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해야죠. 하지만 누나는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고 있고
누나한텐 스트레스가 가장 위험합니다.
오수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 점을 각별히 유의하죠.
승하 : 사무장님께 듣기론 배후조종자가 누군지 성기자가 알고 있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오수 : 네. 그래서 살해를 시도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승하 : 그 이유 때문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수 : ?..그게 무슨 말입니까?
승하 : 언젠가 해인씨가 말한 대로 배후조종자는 강형사님이 자신을 찾아오길 바라고 있는 듯 보이는데.
오수 : (본다)
승하 : 그건 자신의 신분이 밝혀지는 걸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되구요.
오수 : 그럼 다른 이유로 성기자를 살해하려고 했단 겁니까?
승하 : 그건 나도 알 수 없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해서 드린 얘깁니다.
오수 : 범인의 이유가 무엇이든 사람을 의도적으로 살해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승하 : (차가운 미소가 지어지며) 12년 전 사건은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인가요?
오수 : (굳어져서 보며)...무슨 뜻으로 하는 말입니까?
승하 : 기분 나쁘시겠지만 솔직히 의문이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오수 : (말없이 굳어서 보고 있다)
승하 : 누군가 이렇게까지 원한을 품고 있다면
그 당시 사건정황에 뭔가 의문점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오수 : (허탈한 기분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변호사님 자윱니다.
(아프게) 내가...태훈일 죽게 한 건 사실이니까요.
승하 : (싸늘하게 보며) 고의성을 인정하는 겁니까?
오수 : (가만히 보다가)...당신한테 대답할 이유 없습니다. 그건 태훈이와 나만 아는 진실이니까.
승하 : (싸늘한 미소로)..호기심이 지나쳤다면 미안합니다. 간혹 직업병이 도져서요.
오수 : 연락드리죠. (굳은 표정으로 돌아서서 간다)
승하 : (무섭도록 싸늘한 얼굴로 바라본다)
씬10. 달리는 차 안 (밤)
오수, 마치 승하에게 비웃음을 당한 것 같은 참담한 심정으로 입 꽉 다물고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다.
그러다 길가에 차를 세운다.
씬11. 멈춰진 차 안 (밤)
오수,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려고 애쓰듯
고통스러운 시선을 둘 곳 없어 헤매다가 머리를 뒤로 젖히고 괴로운 심정으로 눈을 감는다.
씬12. 승하의 거실 (밤)
성준표가 주고 간 USB칩을 바라보는 승하.
오수 : (E) 성기자가 갖고 있던 소지품에서 오변호사님 누님 이름과 주소가 적힌 메모지가 있었습니다.
승하, 준표가 승희에게 택배를 보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으로...
씬13. 승하 사무실 건물 로비 (아침)
해인 : (안내데스크 앞에 밝은 얼굴로 서서 관리인에게 쇼핑백을 건네며)
오승하변호사님 사무실에 이걸 좀 전해주시겠어요?
승하 : (E) 해인씨?
해인 : (돌아보면 승하가 서 있다. 쇼핑백 다시 들고 관리인에게) 고맙습니다.
(승하에게 다가간다. 미소로) 출근이 빠르시네요.
승하 : (의아해서)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에요?
해인 : 엄마가 변호사님 드리려고 음식을 싸 놓으셨는데
어제 그냥 가셨다고 섭섭해 하시길래 제가 갖고 왔어요.
승하 : (뭐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본다)..
해인 : 관리실에 맡겨두고 가려던 건데..(쇼핑백을 주며)
광두아저씨랑 직원 분들도 같이 드시라고 넉넉히 담으셨대요.
승하 : (복잡한 심정으로 천천히 손을 뻗어서 받으며)...잘 먹겠다고..전해주세요.
해인 : 네에.
승하 : (어렵게)..어젠..미안했어요. 속이 좋질 않았던 것 같애요.
해인 : (미소로) 오늘은 좋아지신 거예요?
승하 : (담담한 미소로)..네. 좋아졌습니다.
해인 : 다행이네요. 근데 혹시 예전에 남가좌동에 사신 적 있으세요?
승하 : (좀 긴장해서 보며)..그건 왜요?
해인 : 변호사님 처음 뵀을 때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 만났는지 알 것 같아서요.
승하 : ...어디서 만났는데요?
해인 : 음반가게 앞에서요.
승하 : (흔들리는 눈빛으로 본다)
해인 : 비오는 날 저한테 우산을 준 오빠가 있었는데 혹시 변호사님이 아닌가 싶거든요.
기억..안 나세요?
승하 : ...아뇨. 난 그 동네에 산 적이 없어요.
해인 : 아...그래요? (겸연쩍은 듯)..제가 착각한 모양이네요.
승하 : 그 사람이 나하고 닮았나요?
해인 : (겸연쩍은 미소로)..솔직히 너무 오래된 일이라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느낌이 그랬어요.
어제 변호사님 가시는데 그 오빠가 갑자기 떠올랐거든요.
승하 : (따뜻한 눈빛으로 본다)...그래요?
해인 : (시계 보며) 이러다 출근시간 늦겠다. 가볼게요.
승하 : (미소로) 조심해서 가요.
해인 : 네. (간다)
승하 : (그 모습 보다가 돌아서는데)
해인 : (E) 변호사님!
승하 : (돌아보면)
해인 : 오르골이 정말 맘에 들어요. 엄마도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승하 :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해인 : (웃어 보이곤 밝은 걸음으로 간다)
승하, 차츰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며 손에 들린 쇼핑백을 본다.
복잡한 심정이다...
씬14. 승하 사무실 건물 앞 (아침)
해인, 나오다가 멈춰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살며시 돌아본다.
승하 앞에선 부러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승하의 어제 밤 모습이 내내 마음에 걸려있는 해인이다.
씬15. 승하 사무실 (아침)
승희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승하, 신호음이 가고 유간호사가 전화를 받는다.
유간 : (F) 오승희씨 핸드폰입니다.
승하 : (의아해서) 오승합니다. 누나 지금 병실에 없나요?
유간 : (F) 안 그래도 전화 드리려고 했는데 어제부터 내내 주무시기만 하네요.
승하 : (긴장해서)...그래요?...아뇨, 깨우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끊고는 성준표로부터 USB칩을 받은 걸까싶어 긴장된 표정으로...
씬16. 편의점 안 (아침)
오수, 밤새 편의점을 찾아다닌 듯 까칠한 얼굴로 직원이 영수증을 찾아오길 기다리며 통화를 하고 있다.
오수 : (민재와 통화) 밤새 편의점을 돌아다녔는데 아직 못 찾았어.
직원 : (택배 영수증 뭉치를 주며) 여기요.
오수 : 고맙습니다. (영수증 넘겨보면서 통화) 황대필기사 사실여부 확인했어?
씬17. 강력5팀 (아침)
반팀장은 지압봉으로 어깨 누르면서 생각에 골몰해서 서성이고 있는데 민재가 통화하면서 들어온다.
민재 : (들어오면서) 화재사고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반팀장에게 고개 인사를 하면서) 성기자가 쓴 기사는 상당부분 왜곡됐어.
반 : (지압봉 멈추고 민재 얘길 주의 깊게 듣는)
민재 : 황대필 부친인 황교장이 학생수련장을 이용하라는 압력을 학교에 넣은 적도 없었고
상당히 존경받던 교장이었어. 근데 그 기사 때문에 황교장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사표를 쓴 모양이야. 그리고 비관자살했구.
반 : (놀라서) 사실이야?
민재 : (반팀장에게) 네에. (오수에게) 황대필도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파혼당했어.
씬18. 편의점 안 (아침)
오수 : (영수증에서 시선 떼고 역시 싶은)..팀장님께 말씀드려서 황대필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서로 불러.
민재 : (F) 일단 강선배 빨리 서로 들어오라셔.
오수 : 알았어.
전화 끊고 영수증 넘겨보다가 순간 손을 멈추고 한 영수증에 시선이 멈춘다.
발신인은 없고 수신인엔 오승희라는 이름이 똑똑히 쓰여 있다.
오수 : (굳어서)..오승희. (직원에게 영수증 보여주며) 4월 26일 CCTV화면 갖고 있죠?
씬19. 성인나이트 클럽 안 견사장 사무실 (낮)
견사장이 쌍칼과 전화를 하고 있다. 옆엔 수하1이 서 있다.
견사장 : (통화) 경찰이 깔렸으니까 당분간 이 근처엔 나타나지 마...어차피 받을 돈은 다 받았어.
그쪽에서 연락도 없고. (훗 웃으며) 누군지 희한한 놈이지. 선불을 주고 부탁해 놓고
전화 한 통이 없으니. 그나저나 쌍칼 너, 현장에서 니 놈 본 사람 없는 건 확실하지? 알았어.
(끊는데 전화벨이 다시 울린다. 확인하고 긴장해서) 네, 의원님.
씬20. 달리는 차 안 (낮)
동현 : (예의 그 동요 없이 침착한) 알아보란 건 어떻게 됐어?
견사장 : (F) 그 날 밤, 성준표가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동현 : 그 전화를 받은 자가 성준표가 말했던 또 한 사람이란 얘긴가?
<화면분할>
견사장 : 가능성이 있어서 일단 그 시간 공중전화 통화내역을 뽑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동현 : 방법은 있구?
견사장 : (웃으며 자신만만) 알아볼 만한 사람이 있습니다.
<화면 동현에게 오며>
동현 : 신중하게 행동해. 사소한 실수가 큰일을 만드는 법이야. (끊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생각하는)
씬21. 희수 사무실 비서실 (낮)
희수, 들어오면 석진이 일어선다.
희수 : (뚝뚝한) 안으로 좀 들어와.
석진 : ..네. (하며 따라 들어가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네, 의원님.
희수 : (들어가다가 멈칫해서 돌아본다)
씬22. 달리는 차 안 (낮)
동현 : 정태성이란 아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게 확실한가?
석진 : (F) 네. 서류까지 확인했습니다.
동현 : 그래?...알았어. (끊고는 도무지 해답이 안 찾아지는 것 같은 표정으로 혼잣말하는)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은 그 녀석밖에 없는 것 같은데..
씬23. 희수 사무실 (낮)
석진, 안으로 들어와서 보면 희수가 등을 보이고 서 있다.
석진 : ...사장님.
희수 : (대뜸) 석진이 너한텐 고마운 게 많아.
석진 : (본다)
희수 : (돌아보며) 너희 아버님도 우리 아버지를 누구보다 오랫동안 모셔왔구
너 역시 다른 걸 선택할 기회가 많았는데도 이렇게 내 옆에 남아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석진 : ...아닙니다.
희수 : 아버지가 지시한 일, 별로 내키지 않았을 텐데 군말 없이 해 줘서 그것도 고맙구.
석진 : (의중을 모르겠는 듯 보는)..
희수 : 하지만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건 실수야.
석진 : (굳어서 본다)
희수 : 아버지가 뭐라고 하셨든 넌 날 믿고 의논했어야했어. 니 입장 충분히 이해하지만
널 내 옆에 둔 건 그 만큼 신뢰하고 아꼈기 때문이야. ...집사람을 부탁한 것도 마찬가지구.
석진 : (순간 움찔 굳어지며)...죄송합니다.
희수 : 앞으론 이런 일 없었으면 해.
석진 : ..알겠습니다.
희수 : 됐어, 그럼. 그리고 오늘부턴 집사람 병원은 내가 같이 갈 테니까 나비선 신경 쓸 거 없어.
석진 : (순간 당황스럽다 본다)
희수 : (담담하게) 내가 할 일을 그 동안 너무 나비서한테 맡겨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구.
석진 : ..아닙니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나간다)
희수 :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씬24. 희수 사무실 비서실 (낮)
석진, 밖으로 나온다.
희수의 말이 석진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희수가 알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쩐지 마음에 걸리듯...
씬25. 진술 녹화실 안 (낮)
오수와 반팀장 앞에 앉아있는 대필.
진술실 유리창 밖 안엔 민재와 재민이 진술을 녹화하고 있다.
반, 성준표가 쓴 황대필의 기사가 프린트 된 종이를 대필 앞에 내민다.
대필 : (흠칫해서 보며)..이게 뭡니까?
반 :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사면 이 기사에 황모씨가 황대필씨였습니다.
이 기사를 쓴 사람은 성준표기자였구요.
대필 :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져서 본다)
오수 : 이 기사 때문에 황대필씨 가족이 많은 고통을 겪으신 걸로 아는데
성준표란 이름을 쉽게 잊을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대필 : (대뜸) 어떻게 잊겠습니까? 잊었을 리가 없죠.
오수 : (의외의 대답에 놀라서 본다)
반 : (역시 놀라서 보며) 그런데 왜 모른다고 했어요?
대필 : 그 사람이 같은 사람인 줄은 몰랐어요. 그냥 동명이인이라고만 생각했지.
오수 : 이 기사가 나간 뒤에 성기자를 황대필씨가 직접 찾아가서 항의했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대필 : (굳은 채로 대답 않고)...
오수 : (매서운 시선으로) 공중전화를 걸었던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죠?
대필 : 모릅니다.
오수 : (O.L.) 당신은 분명히 알고 있어요. 그 사람이 누굽니까?!
대필 : (O.L.) 모른다니까요!
오수 : (울컥 화가 나서 책상을 치고 일어서며) 이봐요!
반 : (나무라듯) 강형사!
오수 : (도로..자리에 앉는다)
반 : 성기자 교통사고가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니란 증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필 : 통화내역하고 이 기사를 증거라고 얘기하는 겁니까?
반 : (말문이 막힌다)
대필 : 사람 무시하지 마십시오. 그거 인권침해란 거 모르십니까?
오수 : 뭐요?
대필 : 솔직히 사고가 나서야 다친 사람이 성기자라는 걸 알았습니다.
근데 형사님들이 고의니 뭐니 의심하는 것 같은데 거기다 대고 이놈이 우리 집안 망친 놈이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 놈이었다, 이런 말을 하고 싶겠냐구요?
오수 : (어이가 없어서) 오해받을까봐 말을 안했단 얘기예요?
대필 : 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 형사님들이라면 그런 말을 하겠는지?
반 : (말문이 막혀서 답답한)
오수 : (배후조종자를 알고 있는 자를 눈앞에 두고도 어쩔 수 없는 처지에 미치겠는)..
씬26. 강력5팀 (낮)
민재와 재민, 두 사람의 언쟁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는.
오수 : (강력하게 반팀장에게) 황대필 가택수색영장 받아주십시오, 팀장님.
반 :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심증만으로 어떻게 영장을 받아?
오수 : 통화내역하고
반 : (O.L.) 아까 인권침해 걸고넘어지는 거 못 봤어?
오수 : (답답해서) 그럼 이대로 교통사고로 처리하자구요?!
황대필이 고의로 사고 낸 걸 뻔히 알면서 그냥 놔주자구요? 예?
반 : (O.L. 답답한 심정으로) 그래서 증거 찾으라는 거야!
수색영장을 받든 저 놈을 구속시키든 뭐든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할 거 아냐, 임마!
오수 : (굳은 얼굴로) 그 증거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휙 나간다)
반 : (후우 답답한 심정으로 머리카락 쓸어 넘기고)
민재와 재민 역시 답답한 심정으로 서로 시선 교환한다.
씬27. 경찰서 한 곳 (낮)
오수, 씩씩거리고 나오면서 해인에게 전화를 건다.
형사 두 명이 오수를 지나쳐 가면서 슬쩍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가 않다.
오수는 그 시선 느끼지 못한 채 전화만 한다.
오수 : 난데요. 잔상에서 분명히 USB칩을 봤다고 했죠?
해인 : (F) 네. 누가 받았는지 알아내셨어요?
오수 : USB칩을 받은 건진 아직 확인 못했지만 택배를 받은 건 오변호사 누나였어요.
씬28. 도서관 한 곳 (낮)
해인 : (놀라서) 오변호사님 누나한테 택배를 보냈다구요?
오수 : (F) 네. 지금 그 분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해인 : (이해가 안 된다) 성준표씨가 왜 변호사님 누나한테 택배를 보냈죠?
오수 : (F) 이유는 나도 모르겠어요. 갔다 와서 연락할게요.
해인 : (생각에 싸인 채)..알겠어요. (끊고)
해인, 성준표가 왜 승하누나에게 택배를 보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스며드는 기분으로...
씬29. 병원 한 곳 (낮)
광두가 젊은 여자의사와 서 있다.
여의사 : 동문슈퍼 할아버지 말씀이세요?
광두 : 네에. 지금 중환자실에 계시던데 상태가 어느 정돕니까?
여의사 : 만성폐쇄성 폐질환인데 감기 때문에 호흡곤란으로 들어오셨어요.
일단 기도삽입으로 인공호흡을 하고 계세요.
광두 : 그럼..대화는 불가능하단 얘깁니까?
여의사 : 지금은 말씀을 못하세요. 의식도 흐릿하시구요.
광두 : (난감한) 네에..
여의사 : 근데 할아버지하군 어떤 관계세요?
광두 : (겸연쩍은 미소로) 관계랄 건 없구 뭘 좀 여쭤볼 게 있어서요.
여의사 : 이상하네. 어제도 같은 걸 묻고 가신 분이 있었는데.
광두 : (뜨악해서) 같은 걸 묻고 가다뇨?
여의사 : 어떤 남자분이 할아버지 상태를 자세히 묻고 갔거든요.
광두 : 가족은 아니었구요?
씬30. 병원 한 곳 (낮, 회상)
승하의 뒷모습이 보인 채 여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무언가 부탁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위로.
여의사 : (E) 제가 이 동네 오래 살아서 그 할아버지 가족은 잘 알거든요. 본인도 아니라구 했구요.
근데 그 분이 할아버지 병원비까지 전부 계산했어요.
씬31. 병원 한 곳 (낮, 현재)
광두 : (의아한) 병원비를요?
여의사 : 네에. 보호자들 형편이 어려워서 할아버지를 무작정 퇴원시키겠다고 하던 중이었는데
그 분이 병원비를 내주셨어요.
광두 : (마음에 걸리는 듯)..그래요? (여의사 삐삐로 호출이 온다. 얼른) 바쁘신데 고맙습니다.
여의사 : (고개 인사하고 가고)
광두 : (여의사가 얘기한 남자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씬32. 석진의 오피스텔 앞 (낮)
순기, 거들먹거리면서 나온다.
그 모습을 누군가 지켜보는 시선, 영철이다.
영철의 두 눈엔 순기에 대한 분노가 가득 차 있다.
씬33. 희수의 호텔 레스토랑 안 (낮)
휴대인터넷으로 주식동향을 확인하고 있는 희수.
그 앞으로 나희가 와서 앉는다.
희수 : (나희 보며) 어, 왔어? 잠깐만. (동향을 조금 더 확인하곤 인터넷 마치고)
내가 미리 식사 주문해 놨어. 괜찮지?
나희 : 그럼요. 근데...당신 바쁘지 않아요?
희수 : (웃는 얼굴로) 스케줄 조정했어. 점심 먹고 병원에 같이 가.
나희 : (당황스러운 기분으로) 혼자 가도 돼요. 그리고 산부인과라 당신이 좀 불편할 거예요.
희수 : (담담하게) 나비서도 같이 갔는데 남편인 내가 불편할 게 뭐 있어?
나희 : (당황스러운 미소로)...나비서님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희수 : (미소로) 알아. (하는데)
순기 : (E) 안녕하세요, 형님?
나희 : (돌아봤다가, 순기 확인하고 기겁하는)
희수 : (굳은 얼굴로 보고)
순기 : (넉살 좋게 나희 보며) 형수님이신가부네? (누가 뭐라기도 전에)
처음 인사드립니다. 오수 친구 김순기라고 합니다.
나희 : (불안함을 감추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불안정한)...안녕..하세요.
희수 : (나희에게) 당신 먼저 나가 있어. 아무래도 식사는 다른데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애.
나희 : ...알았어요. (불편한 채로 일어서서 가려는데)
순기 : 형수님?
나희 : (놀라서 보면)
순기 : (의자에 그대로 놓인 나희 핸드백 집어서 주며) 정신이 없으셔도 이건 챙겨 가셔야죠.
나희 :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고 굳은 표정으로) 고마워요. (간다)
순기 : 또 뵙겠습니다. (자리에 앉으면서) 형수님이 엄청 미인이시네요.
희수 : (낮지만 무섭게) 너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순기 : (보면)
희수 : 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난 더 이상 널 봐 줄 생각이 없어.
순기 : (자존심이 상해서 비죽거리며) 이런 말 안하고 싶은데 솔직히 착각은 형님이 하고 있어요.
원래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잖습니까 왜?
희수 :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순기 : 제가요, 형님을 보고 있으면 진짜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 등잔 밑을 밝히자니 의원님 명예도 있고 형님 체면도 있고
그냥 두자니 제 양심이 아프고..아 진짜 괴롭네요.
희수 : (담담하게) 괴로울 거 없어. 등잔불이란 원래 기름이 다 타고 나면 저절로 꺼지게 돼 있으니까.
순기 : (희수가 알고 하는 소린가 싶어서)..형님도 혹시 알고 계신 겁니까?
희수 : (담담한) 뭘?
순기 : (살피며) 아니 그러니까 제가 한 말이
희수 : (O.L.) 오수 일은 이제 그만 써먹으란 얘기야.
순기 : (그럼 그렇지 싶은)..아...
희수 : (무선인터넷 챙겨서 일어서며) 경고망동하지 마.
난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까. (간다)
순기 : (비웃듯 중얼거리는) 지 마누라도 못 지키는 주제에 말은 잘 한다.
씬34. 요양원 한 곳 (낮)
오수가 유간호사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온다.
유간 : (한쪽 가리키며) 저기 계시네요.
오수 : (보면, 승희가 앉아있다. 간호사에게) 고맙습니다. (승희에게 다가간다)
오수, 승희 옆으로 다가와 서면 승희는 생각이 많은 표정으로 앞만 보고 앉아있다.
오수 : (조심스럽게) 안녕하세요?
승희 : (시선은 고정된 채로)...누구신가요?
오수 : (승희가 시각장애인임을 알고 왔다) 서일경찰서 강력팀에 있는 강오수라고 합니다.
승희 : (움찔 굳어진다)
오수 : (부드럽게) 걱정하실 일은 아니구요. 여쭤볼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승희 : ...말씀하세요.
오수 : 혹시 성준표기자라고 알고 계신가요?
승희 : ..처음 듣는 이름이에요.
오수 : 네에. 최근에 발신자가 없는 택배를 받으셨죠?
승희 : (움찔하는 기분으로)..
승하 : (E) 누나!
오수, 돌아보면 승하가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오수 ; (내가 못 미더워서 왔나 싶은 기분으로 본다)
승하 : (다가와 서서 오수에게) 와 계셨군요?
오수 : ..네.
승희 : (담담한) 승하 왔니?
승하 : 어. 전화했더니 누나가 어제부터 건강이 안 좋은 것 같다고 하길래 걱정이 돼서.
승희 : (담담하게) 쓸데없는 말을 전했네. 춘곤증인가 봐. 자꾸만 잠이 쏟아져.
승하 : (담담한 미소로)...그렇다면 다행이구.
승희 : 근데 이 분하군 아는 사이야?
승하 : ..어.
승희 : 그렇구나. (시선이 정확치는 않지만 오수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며)
저한테 방금 뭘 물으셨죠?
오수 : 최근에 발신자가 없는 택배를 받으셨냐고 물었습니다.
승하 : (어쩔 수 없이 긴장해서 본다)
승희 : ..받았어요.
승하 :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지만 눈빛이 긴장되고 있다)
승희 : 근데 경찰에서 그걸 왜 묻는 거예요?
오수 : (부드럽게)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긴장해서)
혹시 택배로 받으신 물건이 USB칩이었습니까?
승하 : (긴장된 시선으로 승희를 본다)
승희 : ..네. 맞아요.
승하 :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쥔다)
오수 : (마음이 급해져서) 지금 갖고 계신가요?
승희 : (어쩐지 시선이 승하를 보는 것 같다)...네.
승하 : (긴장해서 본다)
씬35. 요양원 병실 (낮)
승희가 협탁서랍을 열어 USB칩을 찾고 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긴장된 표정의 오수와 어쩔 수 없이 눈빛이 흔들리고 있는 승하.
승희 : (USB칩을 꺼내 오수에게 건넨다) 여기요.
<성준표가 택배로 보낸 USB 칩과는 모양이 다른 제품이지만
디자인이 너무 튀지 않는 제품으로 선택해 주시길>
오수 : (긴장된 시선으로 받으며) 고맙습니다.
오수, 컴퓨터를 찾듯 주위를 둘러본다.
한쪽에 놓여있는 노트북을 발견하곤 급하게 가서 USB칩을 꽂고 음성파일을 연다.
그 사이, 승하는 각오가 선 듯 긴장되고 복잡한 시선으로 승희를 바라본다.
승희는 한 곳만 바라보고 있다.
오수, 파일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소리.
(팝송이나 클래식 중 선택해 주세요)
승하 : (그 소리에 놀란 듯 오수를 돌아본다)
오수 : (당황스런 표정으로 음악 뒤에 무언가 다른 소리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승하 : (당황스런 얼굴로 승희를 본다)...!
승희 : (표정 변함없이 그대로)...좋은 음악이 많이 들어있어요.
오수 : (승희를 돌아보며, 황당해서) 끝까지 음악뿐이란 얘긴가요?
승희 : ...네. 끝까지 다 들었는데 음악뿐이었어요.
오수 :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그럴 리가...그럴 리가 없는데.
승하 : (역시 혼란스러운 심정으로 승희를 본다)
승희 : (마치 음악을 듣듯 한 곳을 보고 있다)...
오수, 혹시나 싶은 기대감에 음악소리를 들으며 컴퓨터 앞에서 서성이다가 승하와 시선이 마주친다.
오수의 두 눈은 혼란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고 승하 역시 다른 이유로 혼란스러운 눈빛이다.
씬36. 요양원 한 곳 (낮)
오수와 승하.
오수 : (혼란스러운) 이해할 수가 없어요.
성준표가 왜 음악뿐인 칩을 누님께 보냈는지 도무지 납득이 안 갑니다.
승하 : (무표정하고 담담한) 나 역시 그렇습니다.
오수 : 혹시 누님이 다른 USB칩과 혼동하신 게 아닐까요? 앞을 못 보시니까 (하는데)
승하 : (말 자르며) 누난 누구보다 침착한 사람입니다. 절대 혼동했을 리가 없어요.
오수 : (절망스럽게 본다)
승하 : 그리고 누나도 말했듯이 다른 USB칩 같은 건 갖고 있지 않아서 바뀔 수도 없었구요.
오수 :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허탈해서 오히려 웃음이 나온다)
승하 : 수사에 도움이 안 돼서 유감입니다.
오수 : (여전히 의문에 싸인 채 허탈하게 바라본다)
씬37. 요양원 병실 (낮)
승하, 안으로 들어와서 보면 승희가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다.
승하 : (복잡한 시선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승희 : 그 분은 가셨어?
승하 : ..어. 피곤할 텐데 그만 쉬어, 누나.
승희 : (그대로 서서) 성준표란 사람..너도 아는 사람이야?
승하 : ..조금.
승희 : 그 사람 지금 어디 있는데?
승하 :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없다)..그건...왜?
승희 : 형사가 날 찾아온 걸 보면 성준표란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 같아서.
승하 : (대답 할 말을 못 찾고 보다가)....글쎄..(서두르듯) 그만 가봐야겠다, 누나.
승희 : ..응.
승하 : (안쓰럽고 미안한 눈빛으로) 조금이라도 아프면 언제든지 전화해.
승희 : 내 걱정은 하지 마. 난 괜찮으니까.
승하 : (보다가)...갈게, 누나. (하고 돌아서는데)
승희 : ..태성아.
승하 : (심장이 철렁 내려앉듯 돌아본다)...!
승희 : (슬픈 눈으로 돌아보며)...니 이름이 태성이지?
승하 : (창백하게 굳은 채 바라본다)...
승희 : (슬픈 미소로) 엄마아빠 정도 모르고 자란 우리 승하... 아픈 누나 때문에 중학교도 그만두고
돈 벌어서..내 병 고쳐준다고.. 꼭 그럴 거라면서..집을 나갔었어. 근데..그렇게 불쌍하게..
(눈물이 흐르며 목이매여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승하 : (주저앉고 싶은 심정으로 바라본다)...
승희 : (눈물은 흐르는데 입가엔 애써 미소를 지으며)...우리승하가 언젠가 집으로 전화해서 그랬어.
좋은 친구랑 같이 지내고 있으니까 아무 걱정 말라구.
승하 : (아프게 보고 있다)
승희 ; 그 친구 이름이 태성인데 너무 똑똑하고 어른스러워서 힘이 된다구 했어.
승하 : (말을 잃고 서 있다)...
승희 : 그렇게 3년이 지나고 네가 날 찾아왔을 때 어쩐지 승하목소리 같지 않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난 믿고 싶었어. 네가 우리 승하일 거라구.
승하 : (괴롭고 고통스럽게)...그런데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승희 : (슬픈 눈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사람 마음이 보이나봐. 넌 참 아픈 아이었고..착한 아이였어.
날 대할 때마다 미안해하고 괴로워하는 니 마음이..난 참 아프게 느껴졌어.
승하 : (눈물이 고인다)..
승희 : (아프게) 우리 승하..마지막은 어땠어? 너무...고통스럽진 않았니?
승하 : ...승하가 마지막으로 나한테 남긴 말이 있어.
승희 : ...뭐라고 했는데?
승하 : ..누날 부탁한다구...누날 잘 부탁한다고..
승희 : (눈물이 흐르며 목이매여와) 바보같이..마지막까지 날 걱정했네..
승하 : 미안해...미안해, 누나.
승희 : (애써 마음을 정리하듯 눈물을 닦아 내더니 주머니에서 준표가 보냈던 USB칩을 꺼내서 내민다)
승하 : (본다)...!
승희 : ..택배로 왔던 거야.
승하 : (자신을 지켜주려던 승희의 행동에 가슴이 막히듯 본다)
승희 : 이걸 왜 나한테 보내고 경찰이 왜 이걸 찾는지..이유는 묻지 않을게.
네가 왜 승하로 살아야하는지..그 이유도 묻지 않을게.
우리 승하가 널 믿었듯이...나도 널 믿고 싶어. 넌..정말 착한 내 동생이니까.
말문이 막힌 채 동상처럼 얼어붙어 서 있는 승하의 두 눈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일렁인다.
씬38. 요양원 한 곳 (낮)
승하, 손에 쥐고 있는 USB칩을 혼란스러운 심정으로 바라보곤 먼 곳을 바라본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듯 쉽사리 그 곳을 떠나지 못한 채 서 있다.
씬39. 달리는 차 안 (낮)
의문에 싸여 생각에 골몰한 채 운전을 하고 있는 오수.
핸드폰이 울린다.
오수 : (받으며) 어.
재민 : (F, 기운 찬) 쌍칼 애인집 앞에서 쌍칼을 검거했습니다.
오수 : (긴장해서) 알았어. (끊고, 속력을 낸다)
씬40. 견사장 사무실 (오후)
견사장 : (수하1에게 열이 나서 화를 낸다) 사고현장에 업소 라이터를 흘리고 다녀!
그것도 보란 듯이 지문까지 남겨서!
수하1 : (주눅 들어서) 그게 이상합니다, 형님.
견사장 : (버럭) 뭐가 이상해?!
수하1 : 쌍칼형님은 일회용 라이터 안 갖고 다닙니다. 폼 구긴다구.
견사장 : 뭐야?
수하1 : 가끔 업소에서 사용은 하지만 갖고 다니진 않습니다.
견사장 : (뭔가 이상하다 싶은) 다른 놈들이 흘렸겠지?
수하1 : 걔들 담배 끊었습니다, 형님.
견사장 : (확 굳어지며) 그럼 뭐야? 어떤 새끼가 의도적으로 흘렸단 얘기야?
씬41. 진술 녹화실 유리문 안 (오후)
오수는 진술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반팀장과 민재가 심문하는 것을 긴장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쌍칼은 수갑을 차고 있지 않고 쌍칼의 진술은 녹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쌍칼 : (E, 능글대며) 누가 그래요? 내가 거기 있었다구?
반 : (E) 널 사고현장에서 봤다는 목격자도 있고 현장에 있던 라이터에서 니 지문도 나왔어.
우리 시간 절약하자.
씬42. 진술 녹화실안 (오후)
반 : 누구 지시로 성기자를 협박한 거야? 견종철이지? 견종철은 누군가한테 지시를 받았을 거구?
쌍칼 :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그 사람을 협박했다는 증거 있어요? 예? 협박한 증거 있냐구요?
반 : (눌러보는)
씬43. 진술 녹화실 유리문 안 (오후)
오수,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듯 급하게 밖으로 나간다.
그 위로.
쌍칼 : (E) 전화 한 통 하게 해 주세요. 변호사 불러야지 안 되겠네.
씬44. 강력5팀 (오후)
오수 : 공중전화를 건 사람은 황대필에게 성준표가 그곳에 나타날 타이밍을 시간대별로 알려줬을 겁니다.
반 : 그런데?
오수 : 성준표의 위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쌍칼이었을 거구요.
민재 : (맞다싶은) 그렇겠네. 사고현장에 쌍칼이 있었던 건 분명하니까.
오수 : 결국 공중전화를 건 사람과 쌍칼이 연락을 취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반 : 공중전화를 건 사람이 강의원의 지시일 받았을 가능성도 존재해.
오수 : 황대필이 쌍칼을 불지 않았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황대필은 쌍칼을 목격했다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애기했습니다.
민재 : 그럼 황대필과 쌍칼이 공범은 아니구. 쌍칼과 공중전화를 건 사람은 공범이다 이 얘기야?
오수 : 내 생각대로 공중전화를 건 사람이 배후조종자가 맞다면
일부러 쌍칼과 황대필에게 따로따로 지시를 하고 쌍칼에게 혐의를 씌우려고 한 거야.
재민 : 바꿔 말하면 강선배님 아버님한테 교통사고 혐의를 씌우려는 거구요?
오수 : 바로 그거야. 성준표와 아버지 모두가 목표였던 셈이야.
반 :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그건 가설일 뿐이야.
오수 : (O.L.) 열쇠를 쥐고 있는 건 황대필입니다. 어떻게든 황대필 가택수색영장을 받아야 됩니다.
반 : (답답해서) 증거가 (하다가) 너 증거 찾아갖고 온다더니 그건 어떻게 됐어?
오수 : (승희에게 받은 USB칩을 내 놓으며) 성준표가 오승희씨한테 보낸 겁니다.
재민 : (놀라서) 여기에 증거가 있는 거예요?
오수 : 음악뿐이야.
반 : (어리둥절해서)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야?
오수 : 저도 황당합니다.
반 : 오변호사는 뭐래?
오수 : 모르겠답니다. 전혀 짐작도 안 가구. 팀장님, 수색영장 (하는데)
반 : (말 자르며) 너 머리 나빠? 안 되는 걸 왜 자꾸 우겨?
오수 : (답답해서 미치겠는 듯) 그럼 쌍칼 휴대폰 통화내역을 뽑아 주십쇼.
만약 황대필한테 걸려온 공중전화 번호가 있다면 제가 한 말이 사실이란 증거가 될 거 아닙니까?
반 : (안타깝게 보며)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성기자를 협박했다는 증거는 되지만
타로카드 사건이란 증거는 안 돼.
오수 : (미치겠는 심정으로 본다)
반 : (재민에게) 통신사에 통화내역부터 확인해.
재민 : 알겠습니다.
오수 ; (후우..숨을 내 쉬더니 밖으로 나가버린다)
민재 : 어디가? (하며 따라가려는데)
반 ; 이형사는 쌍칼 1차조서 작성해.
민재 : ...네.
반 :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으로)...
씬45. 도서관 자료실서가 (오후)
해인, 책을 정리하다가 문득 손을 멈추고 생각한다.
<플래시 컷-13회 씬70>
-슈퍼 노인이 준표에게 “내 이름은 승하예요. 그러더라구”하는 모습이 묵음을 처리된다.
해인 : (알아내려 애쓰며) 뭐라고 하신 거지? (핸드폰이 울린다. 핸드폰 들어본다)
씬46. 도서관 밖 한 곳 (오후)
오수, 생각에 잠겨 서성이면서 해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오수, 돌아보면 해인이 자신을 보며 웃고 있다.
오수의 입가에도 저절로 천진한 미소가 떠오른다.
해인 : (다가와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오수 : 뭐 이것저것. 근데 그거 이상한 용도로 쓰네요?
해인 : (웃으며) 별로 쓸 일이 없었거든요.
오수 : (웃으며) 쓸 일 많으면 큰 일 나죠. (쑥스럽게) 앞으로도 쭉 나한테 신호 보낼 때만 쓰면 좋겠네.
해인 : (훗 웃곤) 변호사님 누나는 만나셨어요?
오수 : 네. (USB칩 꺼내서 주며) 택배로 이걸 받았어요.
해인 : (보며, 의아해서) 이 안에 뭐가 들었는데요?
오수 : (허탈한) 음악이요.
해인 : (어리둥절해서) 음악이요?
오수 ; 진짜 황당해요. 도대체 이걸 왜 그 분한테 보낸 건지..장난친 것도 아닐테구.
해인 : ...뭔가 이유가 있었겠죠.
오수 : 그걸 못 찾겠어요. (USB칩을 주며) 부탁해요, 해인씨.
해인 : (받아들며) 네에. 그리고 저번에 성준표씨가 갖고 있던 타로카드 중에
탑 타로카드만 없었다고 하셨죠?
오수 : (그제야 생각난 듯) 아 참, 그렇지. 그 카드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겁니까?
해인 : 간단하게 말하면 기존질서의 붕괴를 암시하는 카드예요.
하지만 정위치와 역위치의 해석이 상당히 달라요.
오수 : 어떻게요?
해인 : 카드를 정위치로 해석하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갑작스런 악재를 의미해요.
왜냐면 그 사람은 이미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거든요.
오수 : 그럼 역위치로 해석하면요?
해인 : 변화의 시기가 왔음을 의미해요.
씬47. 승하 거실 (오후)
혼란스러운 마음에 집으로 온 승하, 창밖을 보고 서 있다.
승하의 손엔 <탑>타로카드가 역위로 들려져 있다.
카드를 무표정한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승하. 그 위로.
해인 : (E) 지금까지의 모든 규칙과 행동양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라고 말하고 있어요.
씬48. 도서관 한 곳 (오후)
오수 :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라...
해인 : 네에. 그 카드를 성준표씨가 누군가한테 보낸 걸까요?
오수 : 그건 알 수가 없어요. (답답한 듯) 실마리를 잡은 것 같다가도 다시 엉키고 다시 제자리구...
해인 : (걱정스럽게 보면)
오수 : (애써 밝은 얼굴로) 소라는 오변호사 형님댁으로 언제 갑니까?
해인 : 내일이요.
오수 : ...해인씨도 같이 가요?
해인 : 그러려구요.
오수 : (혼잣말 하듯) 아...그렇구나.
(해인보며 애써 웃는 얼굴로) 그만 들어가요. 오래 자리비우면 안되잖아요?
해인 : 네에. 기운내세요.
오수 : (웃으며) 그럼요. 해인씬 어디..아픈데 없죠?
해인 : 그럼요. 갈게요.
오수 : (웃는 얼굴로) 그래요.
해인 : (웃어보이고는 돌아서서 간다)
해인이 돌아서자 오수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지치고 쓸쓸한 표정만 남는다.
해인의 뒷모습을 그리움이 가득 찬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는 오수, 발길 돌려서 몇 걸음 가다가
이내 다시 또 돌아보고..돌아보고..그러다 결국 멈춰서 해인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서 있다.
씬49. 지하철 보관함 (밤)
보관함 문이 열리고 검은 장갑을 낀 손(영철)이 빨간 봉투를 꺼내가고 문이 닫힌다.
씬50. 어느 바 (밤)
오수가 들어와서 둘러보면 희수가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오수 : (와서 앉으며) 형?
희수 : 어, 앉아.
오수 : (앉으면서도 서두르는) 금방 가봐야 돼. 근데 청승맞게 왜 혼자 술은 마시고 있어?
희수 ; (어쩐지 쓸쓸한 미소로) 가끔은 로맨틱하잖아?
오수 : (피식 웃는)
희수 : 오수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형사한테가 아니라 동생한테 하는 얘기니까 그렇게 알고 들어.
오수 : (좀 긴장해서 본다)
희수 : 성기자 교통사고는 아버지와 무관한 건 분명해.
오수 : (본다)
희수 : 견사장한테 성기자 미행을 지시하신 건 사실이지만 성기자와 거래를 한 다음엔
바로 철수시키셨대. 그러니까 누군가 사고현장에서 성기자를 쫓았다면
그건 아버지가 지시한 일이 아니야.
오수 : (굳어서) 성준표완 어떤 거래를 하신 건데?
희수 : 성기자가 돈을 요구했어.
오수 : (짐작하곤 있었지만 막상 듣고 보니 괴로운 듯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희수 : 아버진 널 위해서 하신 일이야. 12년 전에도 그랬구.
오수 : (그 얘길 듣는 것조차 괴로운 듯 서글픈 눈으로) 그 얘긴..그만두자 형.
희수 : 오수야?
오수 : (O.L.) 성준표를 사고현장에서 미행했던 놈을 검거했어.
희수 : (본다)
오수 : 견사장 수하에 있는 놈이야.
희수 : (놀라서) 뭐? 그럼 경찰에선 아버질 의심하고 있는 거야?
오수 : (안타깝게 보며)...그 이상은 얘기하기 곤란해. 미안해 형.
희수 ; (O.L.) 아버진 아냐!
오수 ; (본다)
희수 : 냉정하고 무서운 분이시지만 일정 선은 절대 넘지 않으셔. 그리고 그 날 일은 석진이도 알고 있구.
오수 : (진심으로) 나도 형이 한 말을 믿어. 그리고 아버지 지시가 아니었다면 혐의를 벗으실 거야.
(일어서서 따뜻한 눈빛으로) 그만 마시고 들어 가. 형수 기다리겠다. 갈게. (간다)
희수 : (복잡한 시선으로 보는)...
씬51. 석진 오피스텔 안 (밤)
석진, 막 들어와서 빈둥거리고 있는 순기 보며.
석진 : 집은 구했어?
순기 : 부동산에 말해 뒀다.
석진 :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순기 : 오늘 니네 호텔 레스토랑에서 희수형이랑 니 애인 만났어.
석진 : (확 굳어서 노려본다)...!
순기 : 근데 말야, 혹시 희수형이 니네 관계 대충 눈치 챈 거 아니냐?
석진 : (놀라서)..무슨 소리야?
순기 : 어쩐지 그런 생각이 확 들더라구.
석진 : (창백해져서 보는데)
순기 : 아니다. 어떤 미친놈이 자기 마누라 바람난 거 알고도 가만있겠냐?
그것도 자기 동생 친구랑. 안 그래?
석진 : (무섭게 노려보며) 너 희수형한테 무슨 소릴 한 거야?
순기 : 별 말 안했어. 그냥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지.
석진 ; (죽이고 싶도록 미운 듯 바라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쥔다)
순기 : 왜? 또 치고 싶냐?
석진 : (마음을 억누르고)...나한테도 생각할 시간을 줘.
니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는 방법을..생각해 볼 테니까. (하곤 방으로 가는데)
순기 : 잘 생각했어. 널 위해서도 이참에 한방 터트리고 한국 뜨는 게 장땡이야!
석진 : (흔들리는 눈빛으로 문 앞에 멈춰 서 있다)...
씬52. 술집 안 (밤)
희수,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며 술을 마시고 있다.
석진에게 왔던 나희와 석진이 오피스텔 현관 앞에서 포옹하고 있는 사진이다.
희수...씁쓸한 미소를 짓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희수 : (받는)..네....그래서요?
남자 : (정중한 F) 사모님이 김순기란 사람한테 협박을 받고 계신 거 같습니다.
희수 : (짐작한 대로다 쓴 미소로)...수고했어요.
전화 끊고는 술잔을 단번에 비워내는 희수의 눈빛이 무섭다.
씬53. 해인의 방 (밤)
오수가 주고 간 USB칩을 앞에 놓고 앉아있는 해인,
천천히 손을 뻗어 USB칩에 손을 대고 집중하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더 집중하려는 해인의 모습위로 혼란스럽게 들리는 목소리들..
노인 : (E) 태성이가 좀 멀리 갔어요 그러는 거야.
준표 : (E) 그때 물어보지 그러셨어요?
노인 : (E) 분명히 태성아 그렇게 불렀거든. 맞든 말든 아무튼 내 기억은 그래.
해인, 눈을 뜨곤 힘이 겨운 듯 책상 앞으로 엎드린다.
씬54. 황대필의 집 근처 동네 한 곳 (늦은 밤)
차 속에 앉아 뚫어져라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오수의 충혈 된 눈.
오수의 시선 따라가면 저쪽 동네 슈퍼 앞 파라솔 밑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는 황대필의 모습이 보인다.
오수,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집념에 찬 표정으로 황대필에게 시선이 고정 돼 있다.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오수 : (보면 해인이다, 반갑게) 네. 해인씨.
<화면 분할>
해인 ; (미안한) USB칩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오수 : (실망해서)..그래요?
해인 : 하지만 목소리가 들렸어요.
오수 : 목소리요?
해인 : 네. 젊은 남자하고 할아버지 목소리 같은데 제가 잔상에서 봤던 그 할아버지가 아닌가 싶어요.
오수 : 어떤 소리가 들렸는데요?
해인 : 계속해서 태성이란 이름을 언급했어요.
오수 : (긴장해서) 태성이요?
해인 : 네. 정태훈씨 동생이름이 태성이라고 하셨죠?
오수 : ...네에.
씬55. 한강 둔치 한 곳 (밤)
아무도 없는 곳에 승하, 무표정한 얼굴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어느 순간 승하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지어진다.
곧 발길 돌려가다가 휴지통을 발견하곤 침착하게 손수건을 꺼내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손수건으로 감싸 집어 들더니 휴지통에 툭 던져버리고 가는 승하.
씬56. 해인의 집 앞 (아침)
수곤의 농장으로 소라가 가는 날.
해인과 편안한 차림의 승하, 예쁜 새 옷을 입은 소라를 해인모가 배웅하고 있다.
해인모, 너무 섭섭해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작은 수첩에 적은 걸 소라에게 보여준다.
소라가 수첩을 본다.
해인모 : (E) 소라야, 아프지 말고 어른들 말씀도 잘 들어야 돼.
소라 : (헤어지기가 섭섭한 얼굴로 끄덕이곤) 아줌마도 같이 가서 살면 안돼요?
해인모, 소라를 꼬옥 끌어안아 준다. 소라도 해인모를 끌어안는다.
구석진 한 곳에 숨어서 소라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영철.
영철의 시선에 소라가 해인모의 품에서 벗어나 해인의 손을 잡고 가면서 해인모에게 손을 흔들면
해인모도 아쉬운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인다.
승하, 소라를 안아서 자신의 승용차 뒷자리에 태운다.
영철 : (마치 자신이 소라와 이별하듯 아쉬운 얼굴로 혼잣말).. 고마워, 소라야.
씬57. 동현의 서재 (오전)
동현과 희수.
동현 : (굳어서) 그게 무슨 소리야?
희수 : 견사장 밑에 있는 자가 검거됐는데 그 자가 성기자 사고현장에 있었던 증거가 있답니다.
동현 : (당황스러워서 본다) 그래서?
희수 : 오수한텐 더 이상은 듣지 못했지만 제가 알아본 바로는 자백은 안했대요.
동현 : (자기 생각에 빠져서)
희수 : 아무래도 견사장이 아버지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애요.
동현 : (굳은 채로)...
씬58. 황대필의 연립주택 앞 (오전)
오수, 밤을 꼬박 새운 듯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앉으려고 한다.
화들짝 다시 눈을 뜨고 황대필의 반 지하 연립주택 창을 바라본다.
핸드폰이 울린다.
오수 : (받으며) 어.
민재 : (F) 아직도 황대필 집 앞에 있는 거야?
오수 : ..응. 쌍칼 통화내역은 알아봤어? (굳어서)..뭐?
씬59. 강력5팀 (오전)
아무도 없고 민재 혼자 오수와 통화를 하고 있다.
민재 : 교통사고가 있던 날 쌍칼이 견사장과 여러 번 통화했어.
어차피 이건 그냥 한 전화라고 잡아떼면 그만이니까 증거도 안 되구.
씬60. 황대필 연립주택 앞 (오전)
오수 : 그럼 황대필한테 걸었던 공중전화 번호는 없었단 얘기야?
민재 : (F) 어. 대신 쌍칼한테 여러 차례 전화한 사람이 있어.
오수 : (긴장해서) 누군지는 알아봤구?
씬61. 강력5팀 (오전)
민재 : (어이없는 얼굴로) 언젠가 택배를 보냈던 노숙자 기억해?
성기자 블로그 만들 때 도용했던 주민번호.
민재 뒤로 재민이 난감한 얼굴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오수 : (F. 어이없는) 이봉규?
민재 : 어. 그 사람 명의로 된 대포 폰이야. 우리가 또 한 방 먹었어.
씬62. 황대필 연립주택 앞 (오전)
오수 : (너무 허탈해서 허 웃으며 혼잣말 하듯)...정말 미치겠네.
배후조종자가 누군지 아는 놈을 뻔히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민재 : (F, 달래듯) 일단 서로 들어와.
대포폰 사용자와 통화한 건 알았으니까 쌍칼을 물고 늘어지면 (하는데)
오수 : (O.L. 다급해지듯) 그 새낀 쉽게 입 안 열거야. 황대필 집을 뒤지면 뭐든 나올 것 같은데
민재 : (F) 강선배?
오수 : 일단 끊어. (끊고는 미치겠는 심정으로 두 손에 얼굴을 묻는다.
그러다 어떤 생각에선지 얼굴을 든다. 오수의 눈빛에 의문이 가득하다)
<플래시 컷-11회 씬6>
준표 : (여유 있는 미소로) 죽은 사람을 상대로 싸우는 건 이미 승부가 난 게임이니까.
오수 : (긴장된 얼굴로 중얼거린다) 죽은 사람을 상대로 싸운다..죽은 사람을 상대로 싸운다...
준표 : (E) 정태성은 이미 죽은 사람이니까.
오수 : (긴장된 표정으로 되 뇌인다)..정태성은 이미 죽은 사람이니까..죽은 사람을 상대로 싸운다...
정태성은 이미 죽은 사람이니까..(순간, 섬광처럼 스치는 어떤 생각에 무섭게 정지된 얼굴)...!!
씬63. 승하 사무실 (오전)
광두, 주말이라 편안한 차림으로 나와 있다.
핸드폰이 울려서 보면 강오수다.
광두 : (받으며) 여보세요.
오수 : (F) 접니다.
광두 : 어쩐 일이야?
씬64. 황대필 연립주택 앞 (오전)
멈춰진 차 안의 오수.
오수 : (긴장된) 태훈이 동생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하셨죠?
광두 : (F) 어.
오수 : 시신을 확인한 사람은 누굽니까?
<화면 분할>
광두 : 12년 전에 태훈이 사건을 맡았던 동료형사야. 자네도 본 적은 있을 거야.
오수 : (O.L.) 그 분이 직접 시신을 확인한 겁니까?
광두 : 그렇긴 한데 얼굴이 많이 망가져서 알아볼 수가 없었나봐.
오수 : (굳어지며) 그런데 정태성이란 건 어떻게 확인한 겁니까?
광두 : 학생증하고 소지품이 있었대. 근데 그건 왜?
<화면 오수에게 오며>
오수 : (아직 확신이 안서서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 자세한 걸 확인한 뒤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끊고는 시동을 걸려는데
연립주택 계단을 올라오는 장사를 나가려는 듯 작업복 차림의 황대필 모습이 보인다.
오수, 몸을 낮추고 그 모습을 지켜본다.
대필, 연립주택 우편함 중에 자기 집 우편함에 무언가를 넣고는
밖으로 나와서 별다른 낌새를 채지 못한 듯 무심한 표정으로 간다.
오수,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시선이 우편함으로 간다.
무언가 갈등하는 오수의 얼굴...
씬65. 형사과장실 앞 (오전)
굳은 표정의 반팀장이 과장실 안에서 나온다.
과장에게 안 좋은 얘길 들었는지 착잡한 표정으로 후..숨을 내 쉬고는
이내 마음을 굳게 먹듯 다부진 표정으로 걸어간다.
씬66. 강력5팀 (오전)
반팀장, 굳은 표정으로 들어오는데 민재와 재민이 심난한 얼굴로 있다가 얼른 가서.
민재 : (많은 걱정으로) 팀장님, 지금 서에 강선배에 대한 악성루머가 돌고 있어요.
반 : (이미 다 알고 있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책상으로 가고)
재민 : (미안한 얼굴로) 성준표가 갖고 있던 기사원고가 유출된 것 같습니다.
제가 증거물 관리를 잘 했어야 했는데..죄송합니다.
반 ; 신경 쓸 거 없어. 우린 우리 일을 열심히 하면 돼.
민재 : 과장님은 아직 모르시죠? 아시면 강선배 이 사건에서 손 떼라고 (하는데)
반 : (말 자르며, 단호하게) 문제가 생기면 내가 다 책임질 거니까
그 문젠 나한테 맡기고 쌍칼 진술실로 데리고 와!
민재와 재민, 과장도 아는 건가 싶어서 걱정으로 보는.
씬67. 달리는 차 안 (오전)
해인과 승하, 소라가 수곤의 농장을 향해 가고 있다.
승하는 수곤의 전화를 받고 있다.
승하 : 지금 가고 있어.
수곤 : (F) 작은아빠 언제쯤 도착하냐고 하늘이가 자꾸 묻어서 성가셔 죽겠다야.
승하 : (웃는 얼굴로) 막히지 않으면 삼사 십 분후면 도착할 거야. 알았어. (끊으면)
해인 : 형님하고 사이가 정말 좋으신가 봐요?
승하 : (웃는 낯으로) 우리 형이 워낙 호인이라서요.
소라 : 거기에 제 친구도 있어요?
승하 : (미소로) 그럼. 이름은 하늘인데 아주 착해. 소라한테 좋은 친구가 돼 줄 거야.
소라 : (좋아서) 소라도 하늘이한테 좋은 친구가 돼 줄 거예요.
승하 : (환하게 웃으며) 하늘이가 엄청 좋아하겠는데?
해인, 승하가 밝게 웃는 모습을 보는 게 기분이 좋은 듯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승하, 무심히 룸미러를 보다가 해인과 시선이 마주치자 두 사람 겸연쩍은 표정으로 시선을 피한다.
씬68. 황대필의 연립주택 입구 (오전)
오수, 갈등하는 얼굴로 들어설지 말지 망설이다가 이내 결심이 선 듯 다부진 표정으로 들어선다.
우편함을 열어 무언가를 꺼내서 보면 대필이 놓고 간 열쇠다.
오수, 열쇠를 손에 들고 보며 망설이다가 이내 대필의 반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간다.
씬69. 달리는 차 안 (오전)
소라는 어느새 잠들어 있고,
해인은 평화로운 표정으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승하, 룸미러로 그런 해인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다...시선을 거둔다.
승하의 눈빛이 차츰 차가워지다가 어느 순간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이 된다.
씬70. 황대필의 현관 앞 (오전)
오수, 열쇠가 맞는지 현관 키에 넣고 조심스럽게 돌려보면 달칵하며 돌아간다.
오수, 다시 한 번 잠시 망설인다.
그러다 맘을 꽉 다져먹고 뒤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간다.
씬71. 황대필의 연립주택 거실 (오전)
빛이 잘 들어오질 않아 어두컴컴한 실내로 오수가 들어선다.
17평 정도의 작은 연립주택 거실엔 썰렁하다 싶을 만큼 최소한의 가구와 한쪽에 작은 책상과
그 위에 컴퓨터가 놓여있다.
혼자 사는 남자치고는 깨끗하게 정돈이 된 실내.
오수, 책상 쪽으로 걸어가서 보면 벽에 성준표가 쓴 대필에 관한 기사가 붙어있고
성준표가 작성한 조동섭에 관한 기사도 붙어있다.
오수, 역시 이놈이 배후조종자와 공범이다 싶은 얼굴로 기사를 보다가 서둘러 책상 서랍을 열어본다.
특이할 것이 없는 책상 서랍속이다.
차례로 서랍을 열다가 마지막 서랍을 여는 오수, 순간 시선이 고정된다.
서랍 안에 편지봉투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서둘러 손에 잡히는 데로 봉투를 몇 장 집어서 살펴보면 발신인의 주소와 이름이 제각각이다.
창백하게 굳는 오수.
<플래시 컷-3회 씬22>
동섭 : (겁먹은 채) 올 때마다 주소하고 이름이 틀렸습니다.
동섭 : 매번 보내는 글은 달랐지만 마지막엔 항상 같은 문구가 있었거든요.
오수, 서둘러 편지봉투 하나에서 편지를 꺼내서 펼쳐든다.
조동섭이 받았던 편지와 거의 흡사한 내용이다. (편지글은 따로 첨부하겠습니다)
오수의 시선이 편지의 마지막 문구에 멈춰있다.
오수 : (중얼거리듯 읽는다) 신은 운명을 예정하지만 인간은 운명을 바꾼다.
(무섭게 굳어서)...이럴 수가.
그 순간 어떤 느낌으로 휙 뒤를 돌아보는데 무언가 둔탁한 둔기 같은 것이 오수의 머리를 내려친다.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오수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