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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절 새벽, 시신 3구가 추가로 팽목항에 들어왔다. 차가운 몸의 자식을 맞이한 부모는 통곡했다. 임시 안치소는 눈물로 가득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
간밤에 시신 3구가 추가로 팽목항에 도착했다. 해경이 설치한 임시 안치소에서 자식을 맞이한 부모는 눈물을 흘리며 오열했다. 다른 학부모들은 카메라를 들고 서성이는 기자들을 쫓아내고 욕설을 퍼부었다. 4월 20일, 부활절 주일을 맞은 팽목항은 비통했다.
오전 11시 한국구세군과 진도군교회연합회(진교연·문명수 회장)가 팽목항에서 부활절 예배를 진행했다. "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들고 옵니다. 주 나를 박대하시면 나 어디 가리이까" 구세군 캠프 안에서 찬송이 울려 퍼졌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던 한 학부모는 찬송을 듣고 울음을 터트렸다. 눈물을 훔치며 예배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제발 기적이 일어나게 해 달라"며 울부짖었다.
구세군 서준배 사관은 많은 사람이 아이들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예수의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인은 부활을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권면했다. 끔찍한 비극을 통해 우리의 잘못을 돌아보자고 했다. 기독교가 돈이면 다 되는 세상, 뿌리 깊은 부정부패에 물들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사관은 그리스도인이 욕심을 내려놓고 낮아지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함께하자고 강조하며 설교를 맺었다.
▲ 여객선 침몰로 아픔을 겪고 있는 팽목항에서 부활절 예배가 진행됐다. 한국구세군과 진도 교회들이 연합했다. 찬송이 울려 퍼지자 피해 가족들은 눈물을 터트렸다. 이들은 제발 기적이 일어나게 해 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
예배는 30분 만에 끝났다. 혹여나 극도로 예민한 피해 가족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서 사관은 앞으로 매일 아침 6시와 저녁 7시에 조촐하게 예배할 계획이라며, 심신이 지친 학부모들이 찾아와 마음 놓고 기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시각, 체육관에 있던 실종자 가족 12명은 진도읍에 있는 진도중앙교회(김백만 목사)를 찾았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밤사이 지친 몸을 억지로 이끌었다. "힘내세요. 기도하고 있습니다." 진도중앙교회 교인들이 마중 나와 이들을 위로했다.
▲ 갈급한 마음으로 진도중앙교회를 찾은 한 부부는 자식의 생환을 애타게 기도했다. 잔잔한 찬송 소리에 울음을 터트렸다. 예배 내내 흐느끼던 이들은 두 손을 맞잡고 하나님에게 기적을 간구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
잔잔한 찬송이 흐르는 예배당에 자리한 피해 가족은 눈물부터 흘렸다. 한 부부는 두 손을 맞잡고 자식의 구조를 위해 간절하게 기도했다. 어떤 이는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예배 내내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때, 만날 수 없을 때 우린 가장 큰 슬픔에 젖는다"라며 설교의 첫 운을 뗀 김백만 목사는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 TV를 보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마리아에게 부활한 예수가 나타나는 장면을 묘사한 요한복음 20장을 설교했다. 소리 죽여 기도하던 학부모들은 "주여"를 외치며 통곡했다. 진도중앙교회 교인들이 이들의 손을 붙잡고 함께 기도했다.
한 권사는 실종된 남편이 장로인데 오늘 교회에서 대표로 기도하는 날이었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예배 중간 남편의 이름으로 감사 헌금을 했다. 그녀는 함께 기도해 준 교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세월호에 탑승했던 작은아버지를 찾아 진도에 온 김철희 집사는 다른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다. 건강하게 작은아버지가 돌아오길 희망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안다. 자신을 포함해 다른 이들의 마음에 주님의 위로가 함께하길 간구했다.
▲ 진도군교회연합회는 4월 20일 오후 2시 진도 향토문화회관에서 부활절 연합 예배를 열었다. 축제의 날이지만,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 가족들을 위해 엄숙하게 진행했다. 문명수 회장은 죽음을 극복하고 부활한 예수처럼 실종자들도 죽음을 뚫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희망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
오후 2시에는 체육관에서 1km 떨어진 진도 향토문화회관에서 진교연이 부활절 연합 예배를 했다. 그리스도인에게 부활절은 축제 같은 날이지만, 문명수 목사는 한국이 큰 아픔을 겪고 있다며 엄숙하게 예배할 것을 당부했다. 문 목사는 죽음을 극복하고 부활한 예수처럼 실종자들도 죽음을 뚫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설교자로 강단에 올라온 전남기독교총연합회 회장 김주형 목사도 여객선 침몰로 고통받은 가족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자고 권면했다. 김 목사는 재난 앞에 무력한 인간의 한계를 통탄하고, 하나님이 생명을 공급해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간구하자고 했다. 예배에 참석한 600여 명의 교인들은 생존자의 생환과 피해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통성으로 기도했다.
진교연은 주일 오전 체육관 옆 자재실을 기도처로 만들었다. 팽목항과 마찬가지로 피해 가족들을 위해 아침 6시와 저녁 8시 매일 두 차례 예배한다. 칠전교회 전정림 목사가 피해 교인들을 위한 예배 처소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전 목사는 영적인 위로와 쉼이 갈급한 이들을 위해 기도실을 만들었다며, 많은 이에게 쉼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부활절 예배를 뒤로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돕기 위해 진도로 온 교회가 있다. 부산복음교회 강수련 목사와 교인들이다. 이들은 주일예배로 자리를 비운 진교연 목사들을 대신해 체육관 구호 캠프를 지켰다. 강 목사는 TV 뉴스만 보면 눈물이 나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며, 5시간 넘는 길을 달려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며, 아픔을 딛고 주님을 의지해 영적으로 강건하기를 바랐다.
▲ 부활절 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은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했다. 추운 바다 안에서 버티고 있을 생존자의 생환과 애타게 기다리는 피해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