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정말요?" "세상에! 그리 정정하셨던 분이…."
지난여름 폭염에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런 대화를 경험했을 듯하다. 저번 주에만 조문을 세 번 갔고, 이번 주에도 두 번 다녀왔다. 연달아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덜컥 겁이 났다. 불현듯 찾아온 폭염도, 폭염이 한파 못지않게 생명을 위협하는 것도 무서웠다. 그리고 이제 나도 부모님과 갑자기 이별할 수 있다는 것이 크게 두려웠다.
조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집에선 몇 개월 동안 회심곡(悔心曲)이 흘러나왔다. 회심곡은 이해하기 쉬운 한글 사설을 민요 선율에 얹어 부르는 불교 음악이다. '모든 이는 부처의 공덕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이생에서 부처를 믿고 좋은 업을 많이 쌓으면 극락으로 가고, 악업을 지으면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인과응보, 권선징악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버지는 불교 신자가 아니시다. 교회에서 장로를 맡으셨을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시다. 그러나 회심곡 내용을 본다면 종교의 다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회심곡 일부 구절은 상엿소리에도 쓰인다. 이 때문에 아버지가 이 곡을 들으면 조부모님을 떠나보낼 때의 감정과 기억이 떠오르시는 듯했다. 구성진 가락에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가사를 계속 듣고 있다 보면 상여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인 나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가 떠나는 날은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부모님에게서 육신을 물려받았으니 나의 전신을 떠나보내는 것이면서 나의 기쁨, 행복, 사랑을 모두 떠나보내는 것이다. 마지막 더위에 부탁하고 싶다. 욕심이겠지만 좀 더 천천히 물러가라. 난 아직 회심을 하기에는, 부모님에게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을 갖기에는 준비가 안 되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