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는 아주 간단했다. 한번 담배를 피면 아네 신디가 그 '토끼의 방'으로
들어간다. 두 번 피면 모리슨 자신이 그 방으로 들어간다. 세 번 피면 둘이
함께 그 방으로 들어간다. 네 번까지 핀다면, 그것은 상호 협조 관계에서 심
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여, 좀더 단호한 방법이 취해진다. 금연 회
사의 직원이 아들 앨빈의 학교로 가서 앨빈을 때리는 것이다.
도나티는 웃으면서 말했다.
"상상해 보십시오. 그 아이한테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습니까? 누가 설
명해 주어도 아이는 이해 못할 것입니다. 아이는 그저 아빠가 나쁘기 때문에
자기가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도 계
속 겁에 질려 있을 것이구요."
"나쁜 새끼."
모리슨이 힘없이 말했다. 모리슨의 눈에서 눈물이 막 쏟아지려고 했다.
"이 지저분한 새끼."
도나티는 동정한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확신하고 있습니
다. 우리 고객 가운데 40퍼센트는 전혀 아무런 징계를 가할 필요도 없었습니
다. 그리고 오직 10퍼센트만이 세가지 이상의 벌을 받았을 뿐입니다. 이 정도
면 신뢰할 만한 숫자 아닙니까?"
모리슨한테는 그것이 전혀 신뢰할 만한 숫자가 아니었다. 더욱 겁에 질리게
하는 숫자일 뿐이었다.
"물론 선생이 다섯 번 피우면......."
"어떻게 한단 얘기요?"
도나티는 환하게 웃었다.
"선생과 선생 부인이 각각 방에 한번씩 들어가고, 아들은 또 한번 맞고, 또
부인도 맞습니다."
이제 이성적 사고의 한계점을 넘어버린 모리슨은 도나티를 향해 돌진해 들
어갔다. 그러나 도나티는 매우 편한 자세로 앉아 있던 사람 치고는 놀랄 정
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도나티는 의자를 뒤로 밀어젖히면서 일어나더니 책상
위로 넘어와 모리슨의 배를 걷어찼다. 모리슨은 헉헉거리고 기침을 하며 뒤
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도나티는 여전히 상냥하게 말했다.
"앉으시지요, 모리슨 씨. 이성적인 사람답게 이야기를 합시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되자, 모리슨은 도나티가 시키는 대로 했다. 아무리
무서운 악몽이라도 언젠가는 끝나겠거니 생각하고서.
도나티의 설명에 따르면 금연 주식회사에는 열 단계의 벌칙이 있다고 했다.
6,7,8 단계는 토끼의 방에 더 자주 들어가게(전기도 더 세지면서), 또 더 심하
게 맞는 것이었다. 9단계에 이르면 아들의 팔이 부러진다.
"얼 번째는 뭡니까?"
모리슨은 입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 도나티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우리도 포기합니다, 모리슨 씨. 그렇게 된다면 선생은 재활 불가능
자 2퍼센트에 속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로 포기합니까?"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지요."
도나티는 서랍을 열더니 소음기가 달린 45구경 권총을 책상 위에 올려 놓았
다. 그는 모리슨의 눈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그 2퍼센트의 재활 불가능자들조차도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합니
다. 장담합니다."
금요일 밤의 영화는 신디가 좋아하는 '불리트'였다. 그러나 한시간 동안
이나 모리슨이 안절부절못하면서 투덜대는 바람에 신디는 영화에 정신
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선전이 나오는 동안에 신디가 물었다.
"당신 무슨 일 있어요?"
모리슨은 툴툴거렸다.
"없어... 아니 모든 게 문제야. 나 담배 끊었어."
신디가 웃었다.
"언제부터요? 오 분 전부터?"
오늘 오후 세시부터."
"그 때부터 정말 담배를 한 대도 안 피웠단 말예요?"
"안 피웠어."
모리슨은 말하고 나서 엄지손가락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피부가 벗겨
지면서 생살이 드러나고 있었다.
"정말 멋져요! 뭐 때문에 끊으신 거예요?"
"당신. 그리고..... 그리고 앨빈."
신디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다시 영화가 계속되었지만 신디는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딕은 지체아인 아들에 대해 언급하는 일이 거의 없었
다. 신디는 모리슨 가까이로 다가와서 빈 재떨이를 본 다음, 모리슨의
눈을 보았다.
"당신 정말 끊으려고 하시는 거예요, 딕?"
"정말야."
그 다음 말은 모리슨의 머리 속에서 이어졌다.
'내가 경찰을 부르면, 동네 깡패들이 몰려와서 당신 얼굴을 짖이겨 놓
겠대, 신디...'
"정말 기뻐요. 설사 당신이 성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앨빈하고 나는
당신의 그 생각만으로도 고마워할 거예요, 딕."
"아냐, 난 성공할 거야."
모리슨은 자기 배를 걷어차던 도나티의 냉정한 살인자 같은 표정을
떠올리며 말했다.
모리슨은 그날 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계속 잠이 들었다 깼다 했던
것이다. 세시쯤에는 완전히 잠이 달아나 버렸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그의 욕구는 마치 심하지 않은 열병을 같았다. 모리슨은 아래층 자기
서재로 내려갔다. 서재는 집안의 중앙에 있었다. 창문도 없었다. 책상
맨 윗 서랍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자, 너무나 기쁘게도 담배갑이 있었
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입맛을 다셨다.
첫 한달간은 끊임없는 감시를 한다고 도나티는 말했었다. 그 다음 두
달간은 하루에 열 여덟 시간이다. 그러나 어느 열 여덟 시간일지는 결
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넉 달째는 대 부분의 고객들이 다시 담
배에 손을 대고 싶어하는 때이기 때문에 다시 스물 네 시간 감시로 들
어간다. 그 다음 여덟 달 동안은 매일 띠엄띠엄 열 두 시간씩 감시한
다. 그런 다음에는? 고객이 살아 있는 동안 아무 때나 골라서 감시한
다.
'살아 있는 동안!'
도나티는 중얼 거렸다.
"우리는 격월로 선생을 감시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격일로 할 수도
있지요. 아니면 지금부터 2년 뒤에 계속 일주일간 감시할 수도 있죠.
중요한 점은 선생이 결코 감시 받는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란 점입니다.
따라서 만일 담배를 피우신다면 주사위로 도박을 하시는 것이나 비슷
한 기분이 들 겁니다. '그 자들이 지금 보고 있을까? 지금 그 자들이
내 아내를 데러갔을까? 아니면 당장 내 아들한테로 사람을 보냈을까?'
어떻습니까, 근사하죠? 그런데도 몰래 담배를 피우신다면 그 맛을 고약
할 겁니다. 마치 선생 아들의 피를 빠는 기분이겠죠."
하지만 그 자들이 지금은 보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칠흙같은 밤
중에, 내 성재에 나 혼자 있는데... 집안은 무덤처럼 조용했다.
모리슨은 거의 2분 동안 담배갑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저히 눈길을 돌
릴 수가 없었다. 그런 다음 그는 서재 문으로 다가가 텅 빈 홀을 바라
보고는 다시 돌아와 얼마 동안 더 담배를 바라보았다. 끔찍한 생각이
떠올랐다. 앞으로도 살아갈 날은 많이 남아 있는데, 담배를 한 개비도
피울 수 없다니. 손가락 사이에서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가 없
다면 어떻게 짜증나는 고객에게 차트와 서류를 놓고 웃는 얼굴로 설명
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담배가 없다면 어떻게 신디의 쉼없이 떠들어대
는 잔소리를 견디어낼 수 있단 말인가?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읽을 때
담배 한 대가 없다면 어떻게 아침에 일어나 새 날을 맞을 수 있단 말
인가?
모리슨은 자기가 이런 일에 발을 디딘 데에 스스로에게 저주를 퍼부
었다. 또 도나티에게도 저주를 퍼부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지미 맥칸
을 저주했다. 어떻게 그 자식이 이럴 수가 있어? 그 개자식은 이런 걸
다 알고 있었잖아. 모리슨의 손은 배반자 지미 맥칸의 멱살을 잡고 싶
은 욕망에 부르르 떨렸다.
모리슨은 다시 살그머니 서재를 바라보았다. 그는 책상으로 다가가 담
배를 한 개비 집어 올렸다. 그는 그것을 가슴에 안고 어루만졌다. 그
옛날 신문 광고에 뭐라고 써있었더라? 매우 둥글고, 매우 단단하고, 매
우 알차게 말려진...... 세상에 그것보다 더 진실한 말을 없었어. 그는 담
배를 입에 물었다가, 문득 동작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웠다.
작은 방에서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은데? 뭘 들어올리는 희미한 소리
가 난 것 같은데? 아냐, 그럴 기 없어. 하지만....
머리 속에 끔찍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 토끼가 전기에 충격을 받아 미
친 듯이 방안을 뛰어 다니는 모습. 신디가 그 방에서........
그래서 그는 필사적으로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가서 작은 방 문을 열어보면 되지 않겠냐고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발견할지도 모르는 것을 너무나 두려워하고 있었
다. 모리슨은 담배를 포기하고 침대로 돌아갔다. 그러나 오랫동안 잠들
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니까 엊저녁에 언짢았던 기분과는 상관없이 식욕은 좋
았다. 잠시 망설인 뒤에 그는 평소에 먹던 콘플레이크에 달걀까지 깨넣
어서 먹었다. 그가 언짢은 표정으로 그릇을 닦고 있을 때, 신디가 가운
차림으로 아래층에 내려왔다.
"리차드 모리슨! 당신은 헥토르가 강아지였을 때 이래로 아침에 달걀
을 먹은 적이 없었잖아요."
모리슨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신디의 그 '헥토르가 강아지였을 때'
란 말이, 그녀가 자주 하는 '난 돼지에게라도 미소를 지으며 키스를 하
겠어요'라는 말 못지 않게 어리석은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여
간 그녀는 기뻐하고 있었다.
"담배 피웠어요?"
신디가 오렌지 쥬스를 따르면서 물었다.
"아니."
"오늘 정오면 다시 손을 댈 거예요."
신디가 거만한 표정으로 주장했다. 모리슨은 화를 벌컥 내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게 날 도와주는 짓이야! 당신이나, 아니면 누구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생각하는 것이...... 아, 미안해."
모리슨은 신디가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신디는 좀 놀랐다는
표정으로 모리슨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 정말 진지한 마음으로 담배를 끊을 작정으로 하고 있군요. 정말
끊을 생각이에요?"
"내기 해도 좋아."
'당신은 내가 지금 얼마나 진지한지 모를거야. 앞으로도 모르기를 바
래.'
신디가 그에게 다가서면서 말했다.
"불쌍한 사람. 당신은 다시 데워놓은 시체 같은 얼굴이에요. 하지만
난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모리슨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10월에서 11월 사이의 리차드 모리슨의 생활의 몇 장면....
모리슨은 라킨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한 친구와 잭 뎀시의 바에 함께
앉아있다. 그 친구가 담배를 권한다. 모리슨은 술잔을 줜 손에 힘을 주
며 말한다.
"난 담배 끊었어."
친구는 웃으며 말한다.
"일 주일이나 갈까?"
모리슨은 기차를 기다리며 '타임즈'지를 보다가 신문 너머로 파란 양
복을 입은 한 젊은이를 바라본다. 요사이 모리슨은 보는 장소는 다르긴
하지만 그 젊은이를 거의 매일 아침 보곤 한다. 모리슨이 고객을 만나
고 있던 온드 가게에서도 보았다. 모리슨이 샘 쿠크의 레코드를 찾던
샘 구디 가게에서 그 젊은이는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한번은 동네
골프 코스에서 골프를 치던 모리슨의 패거리 뒤의 패거리들 속에 그
젊은이가 끼어 있었다.
모리슨은 파티에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취한다. 하지
만 진짜로 한 대 피울 만큼 취하지는 않는다.
모리슨은 아들을 찾아가서 커다란 공을 선물한다. 꽉 쥐면 삑소리가
나는 공이다. 이들은 침을 흘리며 기쁨에 겨워 입을 맞춘다. 전처럼 그
모습이 역겹지는 않다. 모리슨은 아들을 꼭 껴안는다. 그러면서 도나티
와 같은 사람들이 자기보다 먼저 냉소적으로 깨달았던 것을 진심으로
깨닫는다. 도나티는 말했다. 사랑은 가장 유해한 약이다. 낭만주의자들
은 사랑의 존재를 놓고 논쟁한다. 하지만 실용주의자들은 사랑을 받아
들이고 사랑을 활용한다.
모리슨은 담배를 피우고 싶은 육체적 욕구를 점차 잃어간다. 하지만
아직도 담배를 피우고 싶은 심리적 욕구, 혹은 뭔가를 입에 넣고 싶은
욕구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기침할 때 먹는 사탕, 알약, 이
쑤시개 등을 입에 넣는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마지막 장면. 모리슨은 차를 몰고 가다 미들타운 터널에서 교통 체증
의 한가운데 들어서 있었다. 터널 안이라 깜깜했다. 차들은 크랙션을
울려댔고, 공기는 후덥지근했다. 길은 금방 뚫릴 것 같지가 않았다. 그
때 갑자기 모리슨은 차 안의 장갑 넣는 서랍을 열어보다 담배가 반쯤
들어 있는 담배갑을 발견했다. 그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 담배 한 개
비를 뽑아냈다. 차에 설치된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설사 무슨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이건 신디의 잘못이야. 담배는 몽땅
내버리라고 말했잖아.'
한 모금 빨자 모리슨은 기침을 하며 연기를 토해냈다. 두 모금 빨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세 모금 빨자 머리가 핑 돌았다. '맛이 없군.'
그러다 문득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 '맙소사, 지금 내가 뭘하고 있
는거지?'
뒤에서 크랙션이 빵빵 울려댔다. 앞에서 다시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모리슨은 재털이에 담배를 눌러 끄고, 앞 창문 두 개를 다 열
었다. 공기구멍도 열어놓고 팬도 돌렸다. 마치 화장실에서 처음 담배를
핀 아이같은 모습이었다.
모리슨은 급히 차를 출발시켜 앞차들을 따라잡아 집으로 돌아왔다.
"신디, 나 왔어."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신디? 어디 있어?"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신디야?"
"여보세요, 모리슨 씨.“
도나티의 목소리였다. 듣기 유쾌할 정도로 활발하면서도 사무적인 목
소리였다. 그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좀 볼일이 있는데, 5시면 괜찮습니까?"
"내 아내를 데리고 있소?"
"예, 물론이지요."
도나티는 껄껄 웃었다.
모리슨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봐요, 신디를 보내줘요. 다신 그런 일이 없을 거요. 잠시 실수한 거
요. 단순한 실수였단 말입니다. 세 모금밖에 안 빨았어요. 정말이지 맛
도 아주 나빴단 말입니다!"
"창피한 노릇입니다. 5시에 만나뵙도록 하지요."
모리슨은 거의 눈물을 흘릴 지경이 되어 흐느꼈다.
"제발...제발....."
그러나 이미 전화는 끊어져 있었다.
오후 5시, 대기실에는 안내원밖에 없었다. 안내원은 눈을 깜빡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모리슨의 창백하고 엉망이 된 모습을 무시해 버리는 미
소였다. 안내원은 인터폰에 대고 말했다.
"도나티 씨? 모리슨 씨가 오셨는데요."
안내원은 모리슨에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들어가세요."
도나티는 아무런 표지가 없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곁에는
스마일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사내가 38구경 권총을 들고 서
있었다. 고릴라 같은 몸집의 사내였다.
모리슨은 도나티에게 말했다.
"이봐요, 문제를 달리 해결할 수도 있지 않겠소? 내 , 돈을 드리리다.
내가....."
"시끄러."
스마일 티셔츠를 입은 사내가 말했다. 도나티가 그 뒤를 이었다.
"뵙게 되서 기쁩니다. 하지만 이런 안 좋은 조건에서 만나게 된 것은
유감입니다. 나와 함께 가시지요. 가능한 한 간략하게 끝내도록 합시다.
선생 부인이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는."
모리슨은 도나티에게 달려들기라도 할 것처럼 몸을 긴장시키고 있었
다. 그러자 도나티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봐요, 이봐. 선생이 그러시면, 여기 정크라는 친구가 선생을 총으로
내려칠 것이오. 그리고 또 선생 부인은 변함없이 그 방에 들어가야 할
거요. 어느게 낫겠소?"
"지옥에서 썩을 놈."
모리슨의 욕설을 들은 도나티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동전 한 푼씩을 모았으면, 지금쯤은 은
퇴해서 편히 살아도 될거요. 자, 교훈이라고 생각하십시오, 모리슨 씨.
낭만주의자가 뭔가 좋은 일을 하려다 실패하면, 사람들은 그에게 상을
줍니다. 한데 실용주의자가 성공을 하면 사람들은 그에게 지옥에나 가
라고 욕을 해요. 자, 가실까요?"
정크가 총으로 재촉했다.
모리슨은 앞장 서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멍한 느낌이었다. 조그만
녹색 커튼은 걷혀 있었다. 정크는 총대로 모리슨의 등을 쿡 찔렀다. 이
건 꼭 가스실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목격하는 것 같다고 모리슨은 생각
했다.
그는 창문 안을 들여가 보았다. 신디는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모리슨이 비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신디! 신디, 이 자들이....."
"부인은 선생 말을 들을 수도 없고 선생을 볼수도 없소. 한 쪽에서만
보이는 유리지요. 자 빨리 끝냅시다. 정말 아까 선생이 하신 행동은
작은 실수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니 30초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정크?"
정크는 한손으로 단추를 누른 채 다른 한손으로는 여전히 모리슨 등
뒤에 총을 겨누고 있었다.
모리슨의 생애에서 가장 긴 30초였다.
30초가 지나자 도나티는 모리슨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포기하실 겁니까?"
"아니오, 포기 안 할 겁니다."
모리슨은 작은 소리로 힘없이 말했다. 그는 이마를 유리창에 기대 있
었다. 다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가 몸을 돌렸을 때 정크는 사라
지고 없었다.
"나와 함께 갑시다."
"어디를요?"
모리슨이 애처롭게 물었다.
"선생이 부인한테 좀 설명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어떻게 신디를 마주본단 말이오? 어떻게 내가 신디한테, 내
가...... 내가........."
"내 생각엔 선생이 놀라실 것 같습니다."
도나티가 말했다.
방에는 소파 하나밖에 없었다.
신디는 소파에 앉아 울고 있었다. 모리슨이 상냥하게 불렀다.
"신디?"
신디가 올려다 보았다. 그녀의 눈이 눈물 때문에 확대되어 보였다. 신
디가 속삭이듯 말했다.
"딕? 딕이예요? 오.... 오, 하나님....."
모리슨이 신디를 꼭 껴안았다. 신디가 모리슨의 가슴에 대고 말했다.
"두 남자가 집으로 들어왔어요. 처음에 난 그 사람들이 강도인 줄 알
았어요. 날 강간하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내 눈을 가리고 어딘가로
데려가는데.... 그리고...... 너무 무서워요....."
"쉬........쉬......"
모리슨이 신디의 말을 막으려 하였다. 신디가 그를 올려다 보며 물었
다.
"그런데 왜? 왜 그 사람들이......."
"나 때문이야, 신디. 해줄 이야기가 있어...."
모리슨은 모든 이야기를 끝내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당신은 날 미워하겠지? 당연한 일이야."
모리슨은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신디는 두 손으로 모리슨의 얼굴
을 감싸 자기 쪽으로 향하게 하였다.
"아니예요, 당신을 미워하지 않아요."
모리슨은 놀라서 말없이 신디를 바라보았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예요. 이 사람들은 훌륭한 사람들이예요.
당신을 감옥에서 꺼내준 거예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신디는 그에게 키스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집에 가도 되나요? 기분이 훨씬 나아졌어요. 아니,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아요."
일주일 뒤 저녁에 전화벨이 울렸다. 모리슨은 그것이 도나티의 전화라
는 것을 알자마자 말했다.
"당신네 아이들이 잘못 안 겁니다. 난 담배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어
요."
"우리도 압니다. 선생과 이야기할 것이 하나 남아 있어서 전화한 겁니
다. 내일 오후에 들러줄 수 있겠습니까?"
"혹시....."
"아니, 심각한 건 아닙니다. 그냥 관례적인 일입니다. 그건 그렇고, 승
진을 축하드립니다."
"아니, 어떻게 아셨소?"
"언제든 알 수 있지요."
도나티는 모호하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모리슨은 작은 방으로 들어서자 도나티가 말했다.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무도 해치지 않으니까요. 이쪽으
로 좀 오십시오."
모리슨은 몸무게를 다는 평범한 저울이 한쪽에 놓인 것을 보았다.
"이봐요, 난 몸무게가 좀 늘었소. 하지만...."
"압니다. 우리 고객 가운데 73퍼센트가 몸무게가 늘지요. 저울에 올라
서보십시오."
모리슨이 올라서자 바늘이 174파운드에 가서 멈추었다.
"좋습니다. 내려오십시오. 키가 얼마나 되시지요, 모리슨 씨?"
"5피트 7인치입니다."
"좋습니다. 어디 봅시다."
도나티는 가슴 호주머니에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카드를 한 장 꺼내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 나쁜 편은 아니군요. 선생한테 불법적인 살빼기 약의 처방을 써
드리겠습니다. 조심해서 지시에 따라 복용하도록 하십시오. 선생의
몸무게의 최대 한계는... 어디보자... 182파운드로 정해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오늘이 12월 1일이니까 매달 1일에 체중 검사를 받도록
하십시오. 꼭 그 날짜가 아니더라도 미리 연락만 주시면 관계 없습니다."
"만일 182파운드를 넘으면요?"
도나티는 웃음을 흘렸다.
"사람을 보내서 선생 부인의 새끼손가락을 자를 것입니다. 자, 이쪽
문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모리슨 씨. 안녕히 가십시오."
여덟 달 후.
모리슨은 뎀시 바에서 라킨 스튜디오에 있는 친구를 우연히 만난다.
모리슨의 몸무게는 신디가 계체량이라고 부르는 167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모리슨은 일주일에 한번씩 몸무게를 재보고 있으며, 지금은
회초리 같이 늘씬한 모습이다. 반면 라킨 스튜디오의 친구는 뱃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가 앉은 듯한 모습이다.
'우와, 어떻게 담배를 끊었나? 난 이 몹쓸 습관에 더욱 빨려들고 있는데...'
친구는 정말 혐오스럽다는 듯이 담배를 끄면서 술잔을 비워버린다.
모리슨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그 친구를 바라보다 지갑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친구 쪽으로 내민다.
"이 친구들이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네."
열두달 후.
모리슨은 우편으로 계산서를 한 장 받았다.
이런 개자식들! 모리슨은 화를 버럭 냈다. 이 자식들이 나한테 전기료까지 물렸어.
자기들이 신디한테.....
"그냥 지불해요."
신디가 말하면서 모리슨에게 입을 맞추었다.
스무 달 후.
정말로 우연히 모리슨 부부는 헬렌 헤이스 극장에서 지미 맥칸 부부를 만났다.
곧 서로 소개를 하였다.
지미는 아주 오래 전에 공항에서 만났을 때보다 더 나아지진 않았지만,
그때만큼 건강해 보였다. 모리슨은 지미의 아내를 처음보는 것이다.
지미의 아내는 예뻤다. 평범한 생김새이긴 했지만, 아주 커다란 행복감
때문에 얼굴이 황해져서 예뻐 보이는 것이었다.
지미의 아내가 손을 내밀었다. 모리슨은 악수를 했다. 그런데 모리슨의 손을
쥔 그녀의 손이 어딘가 이상했다. 모리슨은 두 번째로 쥔 손을 흔들면서 그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없었던 것이다.
첫댓글 담배안피던 시절(?) 읽었었는데 그때가 넘 그립네여. ㅠㅠ 정말 이런곳이 있다면 당장 해보고싶네여.
무섭고 소름끼치네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