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3천 배를 마치고 / 목산심
왠 만한 불자라면 아마 삼천배 정도는 해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호들갑스럽게 이야기 합니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지요.
제 생애 첫 삼천 배를 무사히 회향했습니다.
삼천 배는 초심자에겐 큰절은 큰절인가 봅니다.
며칠 전날부터 있던 마장들이 가는 날도 있었습니다.
평소 차멀미를 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해인사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멀미가 났습니다.
금강님이 해인사 들어가면 괜찮을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하시더군요.
진짜 해인사 성철스님 부도탑에 인사드리니 아픈 것이 신기하게도 가라앉았습니다.
그리고 백련암을 올라갔습니다.
찌 들린 도심에서 탈출해 만난 백련암 산사의 공기와 풍경은
마음을 안정시켜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관음전에 갔습니다.
먼저 오신 분들이 자리를 잡고 계시더군요.
도반님들이 앞자리가 더 좋고 부처님 가까이라고 자꾸 권하셨지만
끝까지 제일 뒷자리를 잡았습니다.
앞자리는 너무 부담스러웠고 앞에서 열심히 하시는
도반님들을 보면 힘을 얻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지요.
법복으로 갈아입고 공양을 마치니 6시 30분쯤 되지 싶더군요.
원래 계획은 좀 일찍 도착하여 600배 정도 미리 해놓으려 했는데
그리 하지 못했습니다. 입재시간 7시라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급하게 200배 정도 미리 했습니다.
사실 저는 삼천 배를 하기 위해 1월1일부터 20일까지 하루 300배를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삼천 배 원만 회향하다든 말에 미리 연습을 해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원을 세운 바가 있어 100일기도 108배를 시작한지
한 달 만에 300배로 절 횟수를 올렸더니 무릎에 통증이 왔습니다.
무릎이 안 좋은 상태로 백련암에 온 것입니다.
미리 200배하고 나니 무릎이 아픕니다.
그래서 시작 직전에 챙겨온 아대를 착용했는데
역시 요령 피운다고 벌하신 건지 그것이 나중에 장애가 되었습니다.
7시 드디어 1000배 시작합니다. 순서가
1000배, 800배, 600배, 400배, 200배 이더군요.
예불대참회문을 보며 하는데, 안경을 벗으니 글씨가 잘 보이지 않고
200배 하고나서 조금 있다가 1000배로 들어가서
그런지 여러 가지로 처음부터 힘듭니다.
그리고 혼자 집에서 300배 할 때는 무릎이 아파서 15배하고
잠시 서서 쉬다가 하고 그랬는데 쉬지 않고 1000배하는 것에
내심 기겁합니다. 남들은 보통 1000배까지는 그래도 한다는데,
전 1000배 시작하고부터 힘듭니다.“오체투지”책을 소개하셨던
위강원 한의원 원장님이 제가 뼈가 약하다고 하시며
절을 권하셨습니다. 그래서 절을 시작하게 되었거든요.
950배쯤 했을 때 드디어 아대가 문제 되었습니다.
무릎을 꺾어 접족례하면서 무릎 뒤쪽이 배겨서 아프고
따가운 것을 쭉 참다가 도대체 지금이 몇 배쯤인지 알 수도 없고
더 이상 아파서 참지를 못하겠더군요. 절하다가 중간에 아대 벗기려고.
중단하고 잠시 나와 아대를 벗는데.
몸을 숙이니 어질어질, 휘청휘청, 다리는 후들후들,
무릎 뒷부분 아대 자국이 생기고 생채기로 뻘겋게 되어있고 따가웠습니다.
재빨리 돌아와 절을 조금 하니 1000배가 끝났습니다.
“조금만 참았으면 25배 정도 놓치지 않았을 텐데~
미리 집에서 절할 때 아대를 한번쯤 착용을 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감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아대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쉬는 시간에 떡과 과일을 나눠주시는 것을 먹고
앞으로 남은 절을 과연 해낼지 걱정만 머릿속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800배 들어갑니다. 아, 정말 400배 했을 때부터 힘듭니다.
같이 오셨던 도반님 외 두 보살님도 힘들어 하신다는걸
제가 눈치 챌 정도로 절하는데 조금 템포가 느려 지시더라구요.
“지심귀명례”만 그래도 따라하는데 무릎통증으로 이를 물고 일어납니다.
얼굴표정 일그러지고 그런 제 인상을 앞에 부처님만 보고 계셨겠지요?
쉬는 시간도 고통입니다. 무릎이 아파서 쉬는 시간은
어찌나 짧은지 그리고 우연히 어떤 처사님이 하시는 말씀이
지난달 보다 절속도가 빠른 것 같다는 말에 또 충격 받았습니다.
600배하고 나니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고 앉았다 일어나는 것
자체가 힘들고 불명 접수하라고 하는데 접수하는 곳 까지 코앞인데
가기 힘들 정도로 무릎도 아프고 이젠 허리까지 아파 왔습니다.
일어날 때 꼿꼿이 일어나야 하는데 무릎이 아프니까
허리를 숙여서 일어나다 보니 허리통증 유발에다가
발을 꺾다 보니 발도 아프고 손목도 아픕니다.
정말 절정에 다다른 것은 400배 때입니다.
도무지 이건 절 하는 게 아닙니다.
게다가 그나마 읊던“지심귀명례”어디로 도망가고 일어날 때는
“끙”하며 앓으며 몸에 힘주는 신음소리만 납니다.
절하는 자세는 정말 희한합니다. 이때 생각했던 건
불교고 뭐고 이런 고통과 이상한 자세로 절하는 게 어딨냐며
화가 치밀어 왔습니다. 모든 것을 집어 치우고 싶다는,
그리고 끝에 자리 잡아 이런 민망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라는, 그 와중에도 남의 시선을 생각하다니
어쨌든 처절한(?) 몸짓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제 아집 때문에 일어나는 한 생각 아닐까요?
400배중 나머지 100배에선 중단 했습니다. 진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이러다 무릎 병신 되는 게 아닌지 멀쩡했던 무릎 절하면서
통증이 오고(절해서 무릎이 좋아졌단 말은 들어도
병신 되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지만.) 게다가 몸을 던지듯이
팔을 뻗치다 보니 손목이며 어깨, 팔이며 온 몸이 쑤십니다.
그나마 미리 했던 200배가 있어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나머지 마지막 200배 고민했습니다.
이대로 더 이상 못한다는 생각에 집에 돌아 갈수 없을 정도로
꼼짝 못할 것 같아 절에서 하루 더 있다 월요일 가고 싶다는,
그 정도로 무릎이 아프고 일어서는 것도 앉는 것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그나마 대중과 함께 하는 시늉이라도 하니 이렇게 따라왔지
혼자 하라면 한배하고 힘들면 쉬고 이렇게 하면
아마 하루 꼬박 걸릴 것이 라는 생각에
그래도 대중과 함께 절을 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0배 할 때는 오기로 했습니다.
대중과의 절 속도에서 한배가 느립니다.
대중이 숙이면 전 그제야 몸을 일으킵니다.
그래도 계속 일었던 생각은 부처님 부디 저를 받아주시라고
인간으로 태어나기 힘들거니와 불법을 만나기 힘들거늘
이제야 불법을 만나 부처님께 귀의한다고
미혹한 저를 받아주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삼천 배 끝나고 일어서서 뭔가를 또 서서 읊는데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릎 통증으로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정신을 차리는데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힘들 줄이야.
삼천 배 회향하면 감격이니 마음에 변화를 느낀다는 둥,
저는 그런 거 없었습니다. 오직 무릎의 통증과 온몸의 통증에
생각조차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불명 받는다고 스님 앞에 앉아 있을 때도 온몸이 통증입니다.
게다가 미리 200배한 것 계산 하에 절을 했지만
빠진 절을 행여 놓치고 채웠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고
또한 절을 삼천배하고도 절을 더 하려 했지만
몸 상태로는 꼼짝을 못할 정도라서 처음 생각대로 하지 못한 것에
마음이 후련하지가 않고 찝찝했습니다.
원주스님께서 불명을 "목산심"으로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봉투를 열어 보았을 때 실망했습니다.
목살(?)도 아니고 발음이 힘들더군요.
뜻풀이 안하신다던 스님말씀에도 불구하고.
몇 분이 뜻을 여쭤 보기위해 남아 있던 틈을 타서 저도 물었습니다.
뜻이야 다 좋죠. 성철스님께서 계셔서 제가 바꿔달라고 하면.
아마“목살심”이라고 더 이상한 불명지어 주셨겠다는 생각에
그리고 불명이 듣기 좋고 예쁘다는 것
또한 상이란 생각에 개의치 않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저도 부처님 제자가 되었습니다.
3000배 원을 세워 했던 것이지만 삼천 배를 했다는 것보다
값진 것은 불명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럽던 삼천 배,
오직 통증에만 생각이 머물렀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 제자가 되려고 불명 받겠다는 그 의지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절하면서 이 몸은 내 몸이 아니니
부처님 맘대로 가져가시라는 생각, 삼천 배 다하고 불명 받을 때
스님 앞에서 떳떳하게 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했습니다.
정말 스님께서 말씀 하셨습니다. 삼천 배 다 못하고
불명 받은 사람은 평생 맘에 짐이 될 것이라고,
삼천 배 후기를 보면 그냥“힘들었다.”그런 표현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예행연습을 했지만 부족했나 봅니다.
삼천 배 다시는 하기 싫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좀 더 수행하여 다시 도전 할 때는 더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매일 삼천 배 할 수 있는 그날이 오겠지요?
게다가 아비라 기도는 더 힘들다는데 기회가 되면 도전하려 합니다.
생애 처음으로 사찰에 가서 절을 했지만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만 배 하러 오신분도 계시더군요.
그리고 수행을 많이 하신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저 역시 수행을 매진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불의 길로 가겠지요.
초보의 삼천 배 신고식을 톡톡히 했습니다.
끝으로“능엄주”테이프 사서 보시해 주시고 운전하시면서
기름 값 챙겨드렸더니 결국 받지 않으시고
고생하셨던 금강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러 가지 조언도 해주시고
아마도 저에겐 또 다른 부처님 중 한분이셨습니다.
이렇게 저의 첫 삼천 배는 힘들었지만 값진 보람이었습니다.
부처님께 예경드리며 더욱 열심히 수행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목산심님은 한경혜의 '오체투지'를 읽고 발심을 내어
절 수행을 하시며 아비라 카페 회원으로 활동 중이시다.
미주현대불교 2006년 8월호
출처 : 염화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