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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 탈당하면서 민주당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이 '수박'이라고 불리며 모멸 받았다고 항변했다. 부인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잘 모르거나 일부러 보지 않는 게 하나 있다. 그동안 그의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어떻게 공격했는가 하는 것이다. 민주당 경선 기간에 그들이 이재명을 칭했던 용어는 '막산이'였다. 한동안 나랑 꽤 가까웠던 페친이었다가 경선 기간에 지지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를 페삭하고 떠난 그의 열렬한 지지자 중 하나는 지금도 이재명을 꼬박꼬박 '막산이'라고 부른다.
수박이라는 표현이 듣기 싫고 그게 민주당의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여겼다면, 이낙연은 먼저 자신의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막산이'라는 비열한 용어를 사용해 부르는 것부터 막았어야 한다. 수박도 막산이도 정치권에서 사라져야 할 좋지 않은 표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자기의 지지자들이 자신의 경쟁자를 향해 막산이라는 막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면서 경쟁자 진영의 사람들이 자기와 자기의 지지자들을 수박이라고 부르는 것을 한탄하는 것은 가소롭다.
우상호가 그랬다. "민주 정당에서 당내 이견과 권력 투쟁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탓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당 밖으로 뛰쳐나가 당을 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것은 이적행위다. 적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 한때 민주진영의 자산이었던 이가 진영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가 꿈꾸는 빅텐트가 세워질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그가 민주진영의 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김광남
종교서적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작가이자 번역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교회 민주주의: 예인교회 이야기>, 옮긴 책으로는 <십자가에서 세상을 향하여: 본회퍼가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