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거의 기록인 문헌과 그 시대의 흔적인 유물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
문헌은 당시의 사건과 의도를 전하고, 유물은 그 기록이 실재했음을 증명하는 물리적 실체다. 따라서 문헌과 유물 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하는 것은 역사의 절반을 잃는 것과 같다.
현대 중국이 오래전부터 추진하는 이른바 동북공정은 이러한 기본 원칙을 무시한 채, 정치적 목적에 맞춰 기록을 지우고 유물의 의미를 왜곡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동북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만주 대륙 전체의 역사 주권을 찬탈하려는 만주공정(滿洲工程)에 가깝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거대한 왜곡을 무너뜨릴 가장 강력한 증거는 중국 스스로 남긴 문헌과 그들의 건국 지도자가 자백한 유물의 진실에 있다.
1963년 6월 28일,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북한 조선과학원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중국 역사학계의 대국 쇼비니즘(국수주의)을 통렬히 질타했다.
2004년 중국 외교부 문서고에서 발굴된 외사공작통보(外事工作通報)에 따르면, 그는 유물과 문헌의 교차 검증을 통해 역사적 진실을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원문: 关于历史年代, 这主要是由于中国历史学家或者许多人从大国沙文主义、大国主义的立场出发, 看待和描述历史, 从而写出许多不公正的问题.
번역: 역사 연대에 관하여, 이는 주로 중국 역사학자들이나 많은 사람이 대국 쇼비니즘과 대국주의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서술하여 많은 불공정한 문제들을 썼기 때문이다.
저우언라이 총리는 요하와 송화강 유역에서 발굴된 문물을 근거로 만주 대륙이 조선민족의 무대였음을 분명히 했다.
원문:中国历史学家在某些时候歪曲了古代史, 甚至说朝鲜族是“箕子之后”, 这是历史歪曲.
번역: 중국 역사학자들은 어떤 때는 고대사를 왜곡했고, 심지어 조선족은 기자의 후예라는 말을 억지로 덧씌우기도 했는데 이것은 역사 왜곡이다.
그는 고구려사에 대해서도 수나라와 당나라의 전쟁을 명백한 침략으로 규정하며, 발해 유적에서 출토된 문물이 조선민족의 것임을 인정했다.
원문: 镜泊湖附近是渤海的遗迹, 那里出土的文物证明了他们也是朝鲜民族的一个支派.
번역: 경박호 부근은 발해의 유적이다. 거기서 출토된 문물은 그들 역시 조선민족의 한 지파였음을 증명한다.
저우언라이가 유물을 통해 북방의 진실을 말했다면, 장제스 총통은 중국의 정사(正史)라는 문헌적 근거를 통해 한국사의 활동 범위를 일깨웠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후원하던 장제스는 백범 김구 선생에게 "중국 정사에 기록된 대륙 백제를 왜 한국인들은 모르느냐"며 일제의 식민사관에 갇힌 한국인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송서(宋書)와 남제서(南齊書) 등 중국의 공식 역사서는 백제가 한반도를 넘어 요서 지역을 실효 지배했음을 명확히 기록하고 있다.
원문: 百濟亦據有遼西, 晉平二郡地, 自置百濟郡. (송서 권97)
번역: 백제 역시 요서와 진평 두 군의 땅을 근거지로 차지하여, 스스로 백제군(百濟郡)을 설치했다.
또한 490년 북위의 수만 기병을 격파했다는 기록은 백제가 단순한 교역 집단이 아니라 대륙 내에 강력한 군사 거점을 보유했음을 증명한다.
원문: 魏虜遣數萬骑兵伐百濟... 牟大遣將... 擊大破之. (남제서 권58)
번역: 위나라(북위)가 수만 기병을 보내 백제를 공격했으나, 모대(동성왕)가 장수들을 보내 그들을 크게 격파했다.
문헌은 사건의 맥락을 제공하고, 유물은 그 사건의 실재성을 확정한다. 만주에서 발견되는 고구려의 적석총, 발해의 온돌 유적, 그리고 요서 지역의 백제계 문물들은 앞서 언급한 저우언라이의 발언과 중국 정사의 기록이 단순한 수사가 아닌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임을 뒷받침한다. 기록(문헌)이 침묵할 때 땅(유물)이 말하고, 유물이 훼손될 때 기록이 이를 증언한다.
최근 국내 학계에서도 백제의 22담로를 요서와 산둥, 일본을 잇는 해상 거점 네트워크로 재해석하며, 문헌의 구체성과 유물의 실증성을 결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 역사가 반도사관에 의한 한반도라는 작은 틀에 갇힌 것이 아니라, 만주 대륙과 서해안을 아우르던 광활한 역사였음을 복원하는 과정이다.
문헌의 기록을 소중히 여기되 유물의 증언에도 귀를 기울이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만주공정이라는 거대한 허구를 깨뜨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