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변모 (1685)
루카 조르다노
루카 조르다노(Luca Giordano, 1634-1705)는
나폴리에서 태어나 17세기 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의 거장이다.
그는 나폴리에서 호세 데 리베라와 마티아 프레티 등에게 그림을 배웠고,
1650년 이후 로마에서 피에트로 다 코르토나의 장식 양식을 배웠으며,
베네치아에서 밝은 색채의 표현을 수용했다.
그는 작품 활동을 주로 나폴리에서 하였지만
피렌체와 베네치아에서도 명성을 날렸으며 이탈리아 회화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그가 1685년에 그린 <거룩한 변모>는 현재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마태오복음 17장 1-9절, 마르코복음 9장 2-8절,
루카복음 9장 28-36절이 그 배경이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교회의 전승에 따르면 그 산을 타볼 산이라고 한다.
예수님께서는 축복의 자세로 언덕 위에 거룩하게 서 계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조르다노는 해처럼 빛나는 예수님의 얼굴을 강조하려고
그분의 머리 뒤에 빛나는 흰색 후광을 그려 넣었다.
그런데 그분 위에 갑자기 구름이 일더니,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름 속에서 증언판을 들고 있는 모세는
머리에서 뿔처럼 광채가 솟아오르고 있는데,
모세는 손을 벌려 예수님의 말씀에 경탄하고 있고,
엘리야는 두 팔을 벌려 예수님의 말씀을 경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제자들은 춤을 추는 것처럼 역동적인 동작으로 눈부신 광경을 바라보고 있고,
오른쪽에 있는 베드로는 몸을 들어 손가락으로 이곳을 가리키며 예수님께 말한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마태 17,4)
베드로의 말이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에게 전해지고
구름 속에서 빛이 폭포처럼 퍼지며 하느님의 말씀이 울려 퍼진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17,5)
이 작품은 이전에 그린 <그리스도의 변모>와 다르게
그리스도의 변모 장면을 순간 포착하여 그려낸 것 같은 생동감이 있다.
예수님과 모세와 엘리야는 공중에 떠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고,
구성과 색조와 역동성이 가히 바로크적이라 할 만한데,
무엇보다 예수님의 머리 후광 뒤에서 비치는 밝은 빛이
폭포처럼 앞으로 쏟아져 내리는 것 같다.
놀라 자빠지며 기도하는 야고보와 요한과 달리
오른쪽 끝에 있는 베드로는 두 손을 아래로 펼치며
예수님께 초막 셋을 지어, 여기에서 지내자고 제안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