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부도로 국가경제의 위기로까지 이어지게 했던 한보철강이 INI스틸(現 현대제철)의 구명으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포스코에 이은 세계 최강의 철강업체로의 발돋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10월에는 제철소 건설의 서막으로 일관제철소 기공식을 가진 바 있는 현대제철은 오는 2011년 고로(高爐) 1, 2기 완공시점에서는 年産 1천2백만톤 규모를 가진 세계 6위의 철강업체로서의 등극을 기대하고 있다.
일관제철소가 완공될 경우 현대제철은 기존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범용강재는 물론 고로에서 생산되는 고급강재까지 더해져 최적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대측은 이같은 계획에 따라 이미 지난달에 고로 건설을 위한 설비 발주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작 산소플랜트 등의 부가설비에 대해서는 내부조율이 더뎌져 정작 본업인 철강사업의 추진계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다소 과장된 우려의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관련업계가 내다보는 고로의 가동시점은 2011년으로 향후 5년 이내. 최소한 2010년까지는 산소 등 산업용가스를 대규모로 공급할 있는 부가설비가 완료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계획 추진중인 플랜트 신·증설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결과가 드러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로공장의 계획단계에서부터 논의됐을 법한 가스플랜트 계획은 수개월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현대측은 한보철강의 인수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해 온 가스플랜트의 아웃소싱과 자가형 온사이트 플랜트 운용 방안 등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을 7월말 현재까지 결정짓지 못하고 여전히 내부조율에만 급급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한 언론의 취재조차 거부한 상황이어서 내부에서의 진행과정과 입찰 선정과 관련한 투명성에도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다만 지난 5월경에 가스플랜트 매각 및 신·증설에 대한 아웃소싱과 합작 등을 내용으로 한 제안서를 프렉스에어코리아, 대성산업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 등 3社를 통해 제출받아 당장 입찰을 통한 업체선정이 마무리될 같은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플랜트와 신·증설 등 전체 가스플랜트에 대한 운용계획을 입찰업체에 맡기기 보다는 합작형태의 아웃소싱으로 방향이 선회되면서 지분배분의 문제가 제기돼 이에 대한 수용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전개, 지금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현대제철측의 합작투자를 통한 경영권 요구안(지분 51%)은 가스업계로서는 한마디로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현대제철의 51% 지분참여 의미는 가스전문업체에 대해서 거액의 투자와 가스플랜트를 건설만 하고 ‘감나무 밑에서 익은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라’는 뜻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것도 먹을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현실에서 감가상각이나 이익보다는 도전과 업체간 경쟁의식 발로로 입찰경쟁에 참여하고 있고 포스코의 생산규모와 맞먹을 정도로 워낙 방대한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가스전문업체들은 이같은 요구안에 대해 그나마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황이다.
여기에 가스플랜트의 경우 해외로부터 자체 조립 형식에 맞춰 콜드박스 등 핵심부품이 수입·조달됨에도 불구하고 舊한보철강이 96년경에 수입, 방치해 둔 에어·부스터 컴프레서(독일 지멘스 제작·90억원 가량)를 구매·사용해야하는 등 계획에도 없는 부담감을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가스전문업체들은 5대5로 지분을 참여하는 형식으로 양보안을 제시 또는 합작과 관련한 기타안에 대해서도 수용의사를 나타내고 있지만 경영권 보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51%의 지분을 요구하는 현대제철 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의사결정은 고로 등의 발주 등 가스플랜트 추진에 대한 시간이 급박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렇다할 결론이 제시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입찰 예정 3社만 조급함을 달래고 있다.
사실 철강업체는 제철, 제강과 관련한 질 좋은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판매하고 가스업체는 철강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수요처의 요구에 맞는 가스를 제조, 공급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동시에 전문성을 띤 기업경영이라는 생각이다.
과거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통해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부품이나 소재에 대해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워주기 보다는 이와 경쟁할 수 있는 계열사를 설립해 가격인하나 납기 등을 조정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현대제철의 가스플랜트 관련 매각계획이나 절차는 ‘나 아니면 안된다’ 또는 ‘내가 모두 갖겠다’는 과거의 행태가 보이지 않는 의도로 내재돼 있다고도 느껴진다.
이같은 의도라면 가스플랜트 완공이후에는 수요처가 자기가 사용하는 가스의 공급가격을 합작사의 이익 여부와는 상관없이 직접 결정하는 등 합작을 명분으로 가스전문업체로부터 자금 및 기술투자만 받고 가스플랜트 운용에 대해선 지분률을 앞세워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으로만 판단된다.
항간의 소문으로는 8월말 까지는 가스플랜트의 향방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그때 가서도 또다시 말을 바꿔 처음부터 다시 추진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단지 기우에 그치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편 추정되는 현대제철 가스플랜트 수주 및 건설을 위한 투자규모는 약 1억8천만달러(약 1천7백억원)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운용중인 플랜트의 규모는 올해초에 정상가동을 시작한 산소 5만N㎥/h, 질소 3만N㎥/h, 아르곤 1천N㎥/h형 3호기 가스플랜트(1만N㎥/h의 액화기, 日産 3백30Ton 규모)와 기존 A지구의 1호기(10.000N㎥/h)와 2호기(10.000N㎥/h)다.
A, B열연공장의 자가소화물량 2만3천~2만4천㎥/h가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잉여가스로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고로(高爐) 건설에 따른 추가적인 플랜트 증설 예상규모는 4~5호기를 추가해 약 20만N㎥/h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온사이트형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이번 논란의 근원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