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3일 언제부터 별러 온 일이던가!(물론 강신만 샘이 ㅋ ㅋ)
전 사실 저의 주거를 옮기고 싶은 오래된 소망이 있던 터라 홍성으로 집터를 보러 떠났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강신만 샘과 이기정 샘 둘이 가게 된 것이 못내 안쓰러워 그 길에 얼떨결에 동행하고야 말았습니다. 가면서도 낯선 분들과, 어색한 그리고 지나치게 진지하기만한 대화를 나누게 될까봐 걱정이 많았답니다.
서울에서 출발한지 4시간만에 드디어 진주 공설운동장에 도착, 공설운동장 주변을 둘러보다가 우리의 레이더 망에 포착된 샘이 계셨으니...먼 길 온다고 일찌감치 와서 기다려 주신 김상우샘이었지요. 다음 이 모임의 발단이 된 한라에서 백두 화일권샘, 그리고....한 분씩 나타나시는데 정말 끝이 없는 겁니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나오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안 그래도 걱정이 많았던 우리는 그 때 사실 좀 쫄았답니다.
그리고 12인승 봉고를 타고 사천의 바닷가 횟집으로 출발! 가는 동안 진주 남강의 해지는 풍경도 얼핏 보면서 30여분을 달려 구불구불 사천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해질녁의 고즈넉한 바다 풍경을 보고 있자니 그곳에서 하룻밤 묵고 아침 산책을 하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그 꿈은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푸른 바다에 대한 미진한 맘은 다음날 거제 해안도로 일주를 하며 원없이 풀었답니다. ^ ^
어쨌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자그만치 여덟 분의 선생님이 오셔서 저희를 포위하고 술자리가 시작되었습니다. 돌아가며 통성명을 하고… 이 때부터 전 안문숙이 되고 말았답니다. 박근생 선생님(이기정 샘이 강북을 대표하는 미남이라고 자부하다가 경남의 미남 박샘 앞에서 기가 좀 죽었죠! 아마)이 아주 부드럽고 재미있게 사회를 봐 주신 덕분에 굳었던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랜 동무를 만난 자리처럼 화기애애해졌습니다. 술이 한 잔 오고 갈 때마다 마음 속에 묻어 두었던 고민을 한 가지씩 털어놓으며 가까워졌던 것 같습니다. 진지한 대화 속에서 낭만이 무르익는 자리였지요. feel이 통한 박근생, 화일권, 이기정 샘은 스스로 ‘낭만자객’을 자처하기 시작했구요.
그 자리에 모인 경상도 멋진 싸나이들의 정신적 지주(?) 화일권 샘-사실 그 자리에 모인 샘들은 두 분을 빼고는 모두 다른 후보를 찍으셨답니다. 그곳은 화 샘에게 강제로 끌려오신 거라고 말씀들 하셨지만 끈다고 끌려오실 분들이 아니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화일권 샘에 대한 오래된 신뢰와 강신만 샘에 대한 기대, 그리고 무엇보다 전교조에 대한 버릴 수 없는 애정이 바쁜 일정 뒤로 하고 샘들을 그곳으로 모이게 한 힘이라 믿습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화일권 샘이 간절히 만나고 싶어 했던 김현 샘과 강민정 샘이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정말 금상첨화였을텐데요. 담에 기회가 있겠지요?
오랜 시간 맘에 맞는 낭만자객을 만난 박근생 샘이 갑자기 집으로 호기있게 전화를 거시더니 2차는 진주의 샘 집(‘팰리스’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에서 내시겠답니다. 얼마나 ‘통했는지’ 바로 아시겠지요? 10시가 넘은 시간, 낯선 우리 세 사람을 포함해 경남의 각 지역에 흩어져 사시는 그 선생님들이 모두 결국 박근생 선생님 집으로 가게 될 수 밖에 없는 행복한 기운이 그 모임에 있었다는 겁니다.
집들이 선물을 굳이 사양하시는 박근생 선생님을 뿌리치고 슈퍼에 들렀다 늦게 도착한 궁궐 안에는 이미 아리따운 박근생 선생님의 사모님이 떡 벌어지게 술상을 봐 놓으셨더라구요. 갑자기 쳐들어온 손님들을 미워하시기는 커녕 따뜻한 미소로 맞이해 주시는 사모님을 보고 박 샘이 전교조 활동을 기운차게 하실 수 있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기정 샘이 그다지도 좋아한다는 조니워커 블루와 박근생 샘 지회에서 송년 선물로 마련했다는 와인이 오고 가면서 격의없이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고 다음 서울 모임을 기약하며 아쉽게 집을 나섰답니다.
박근생 샘이 안내해 주신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찌감치 우리를 데리러 와 주신 박 샘을 따라 중앙시장의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너무맛있어서 한 그릇을 더 시켜 먹은 이기정 샘이 밥 값을 냈지요.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이기정 샘은 그 집에서 점심으로 육회 비빔밥을 못 먹고 온 것을 아쉬워 할 정도로 깊은 손맛이 느껴지는 집이었습니다. 혹시 진주 가실 샘은 꼭 그 집에 들러 보세요. 중앙시장 안의 '제일식당', 전국에서 그 집 해장국과 비빔밥 맛을 보러 온답니다.
맛있는 아침을 먹고 촉석루에 올라 남강을 바라보며 박근생 샘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오래된 산성이 풍기는 그윽한 멋이 있었습니다. 다음 일정이 없었다면 한적한 산성 구석 나무 아래서 봄햇살을 좀 쬐고 싶을 정도로.
공설 운동장 차를 세워 둔 곳에서 박근생 샘과 아쉬운 작별을 했습니다. 약속 시간에 늦으면서까지 우리를 위해 아침부터 고생하신 박 샘에게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런 만남이 가능하게 해 주신 화일권 샘도 꼭 다시 뵙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서울로 바로 올라왔느냐 하면, 절대 그럴 수가 없지요. 5년 전 쯤 통영, 거제에 놀러왔다가 그 바다 빛깔에 푹 빠져 버린 전 바쁘다는 강신만 샘을 30분밖에 안 걸린다는 뻥을 치면서 거제로 가게 만들었답니다. 늑대의 거짓말처럼 1시간이 지나도 제대로 된 바다가 나오지 않자 강신만 샘은 절 의심하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드디어 거제 바닷가 일주도로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차로 쌩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운 절경들이었으니까요. 5년 만에 본 바다는 여전히 푸르렀습니다.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바람에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새롭게 3월을 시작할 힘이 마구 솟아났습니다. 좋은 곳에서 좋은 분들을 만났으니 그 기운으로도 몇 달은 버티겠지요?
전국의 곳곳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귀로 들으며 참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교육에 대해 그리고 전교조에 대해 아직은 희망을 접으면 안 되겠다는 든든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진주에서 만난 선생님들, 2007년 우리 다함께 기운 내자구요! 다들 건강하시구요. 그리고 이재욱 선생님, 죄송합니다. 선배님도 못 알아뵙고... 제가 원래 좀 많이 부족합니다. 담에 서울 오시면 제가 술 한 잔 꼭 대접할게요.
경상도를 대표하는 멋진 싸나이들, 서울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첫댓글 저도 같이 가고 싶었는데..학교 일정 땜에 동행하지 못했습니다. 흠..그 때도 아쉬웠는데..낭만 자객들의 활약상을 보니 더욱 아쉽군요..하여튼 우리 새힘이 새학기부터는 이런 모임들을 통해 더욱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엔 이번에 못한 것까지 최선을 다해 여러 선배교사님들을 받들겠습니다. 정말 많이 나와주셔서 감사드리고, 희망을 함께 만들어 가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안선생님이 올리신 글이군요...그날 말씀은 별로 안하시더니 펜의 힘을 보여 주시나 봅니다. 부디 진주에서의 만남이 자그만한 의미라도 있었으면 합니다...
안문숙(?) 선생님의 글을 통해 다시금 새힘을 가지게 되어 행복합니다. 자주 뵙고 새힘을 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