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황룡사여
신라 진흥왕 14년(553) 경주 반월성 동쪽에 늪지를 메워 왕궁을 지으려했는데, 홀연히 늪에 깃들어 있던 황룡이 승천하는 것이다. 이에 그곳을 궁궐이 아닌 사찰로 고쳐 짓기 시작하여 17년 만에 황룡사가 건립되었다. 그 후 진평왕 때 금당을 지어 삼존불상을 모시고, 선덕여왕 때에는 당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자장율사의 권유로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바램의 9층 목탑을 짓게 되는데, 백제의 장인 ‘아비지’에 의해 645년 완성되었다. 이와 같이 황룡사는 93년 걸친 대역사 끝에 조성된 초대형 국가사찰이었다.
9층은 각 층마다 적국을 상징한다. 1층은 왜(일본), 2층은 중국(당나라), 3층은 오월(오나라와 월나라), 4층은 탁라(탐라국), 5층은 응유(백제), 6층은 말갈, 7층은 거란, 8층은 여진, 9층은 예맥(고구려)을 의미하며, 탑이 완공되면 이들 나라가 저절로 신라를 섬길 것이라 여겼다. 실제로 탑이 세워지고 30년 후인 675년 신라는 백제, 고구려, 당나라를 물리치고 삼국을 통일했으니 신라인들에게 황룡사는 우주의 중심이자 불국토의 중심으로 극히 신성한 곳이었다.

그림 : 안갑수
통일신라에는 3가지 보물이 있었는데, 황룡사 9층목탑, 황룡사 삼존불상, 진평왕의 천사옥대(天賜玉帶)가 그것이다. 3가지 보물 중 2개가 황룡사에 있었으니 황룡사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그 후 황룡사는 685년 동안 사세를 유지하다가 고려 때(1238) 몽고의 침입으로 불타 없어지고 지금은 주춧돌만 남았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금당에는 솔거가 그린 벽화가 있었다고 하며, 종루에는 거대한 종이 있었으나 이 또한 모두 소실되고 말았다.
여기서 잠깐 풍수지리 요인을 보면 황룡사는 북천을 등지고 남향으로 자리하였는데, 들어오고 나가는 물길이 모두 직수가 되어 불리하다. 그 뿐 아니라 주변에는 바람을 막아줄 산이 없어 공허한 곳이다. 그리고 9층목탑도 한 요인이었을 것인데, 좁은 면적에 많은 건물로 지나친 하중의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애초에 늪지였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풍수의 관점에서 보면 입지가 좋은 편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85년간 유지된 것은 불교를 숭상한 신라와 고려가 호국사찰로 철저히 관리했기 때문이다.

황룡사 복원에 대해서 경주시는 문화관광부, 문화재청, 경상북도와 연계해서 2005년부터 2035년까지 30년에 걸쳐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규모는 동서 288m, 남북281m로 전체면적은 80,928㎡(2만 4천평)이고 황룡사 9층 목탑은 아파트 30층 규모로 80m 높이가 되며, 소요되는 비용은 약 3조 3000억원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황룡사를 복원하려면 원형에 대한 철저한 고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필자는 이곳을 수차례 답사했는데, 주춧돌만 남은 폐사지지만 그 규모를 상상하면 신라인의 웅장한 스케일에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한편으로는 비감함에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삼존불상이 녹아내리고 9층목탑이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한 서라벌 사람들의 회한은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것인데, 마치 자신의 몸이 불에 타 스러지는 듯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처연한 비감함을 접고 옛 영화를 회복하자. 천년고도 경주의 자존심을 되찾고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는 의미에서 황룡사와 9층목탑의 복원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비록 완벽한 복원은 아닐지라도 기존의 자료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황룡사지 주변은 넓은 평지가 펼쳐져 있다. 아마도 1,500년 전에는 수많은 민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곳은 역사문화환경보호지구로 지정되어서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한 까닭에 건조한 봄날이면 황토 먼지만 폴폴 날릴 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방치하기 보다는 문화재청 등과 협의 하에 황룡사지 사방을 꽃밭으로 조성하면 어떨까 싶다. 가을이면 첨성대 주변에 핑크뮬리가 장관을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
황룡사지 주변에 봄에는 유채꽃과 청보리를 심고 여름에는 연꽃과 접시꽃, 가을에는 코스모스를 심으면 황룡사지와 분황사를 연계한 훌륭한 트레킹 코스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꽃밭 외곽에는 북천변에서 부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버드나무로 비보숲을 조성하고 수양버들 그늘 밑에는 황룡사지를 조망할 수 있는 쉼터를 만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진출처 : 만다라불교문화원
위 전경은 황룡사지와 분황사 사이 당간지주 근방의 유채꽃밭인데, 범위를 좀 더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곳 지형은 평지인 까닭에 삽과 호미만으로 조성할 수 있으며 큰 자금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다. 꽃을 심을 때는 학생들에게 야외수업의 일환으로 꽃씨를 심게 하고 봉사한 학생들에게는 「황룡사역사문화관」 입장료를 면제해 주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들은 후일 자신들이 이룬 경관에 큰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꽃이 만개할 때는 수많은 관광객이 몰릴 것이니 경주시 전체의 관광수입도 크게 증가할 것은 불문가지다. 그리고 꽃밭 가운데 황룡이 승천하는 조형물을 곁들인다면 경주시민의 자긍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다음은 풍수인 안갑수님이 황룡사의 염원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황룡사를 중심으로 9가지 꽃이 핀 형상과 9개의 비단길이 펼쳐진 모습이다. 세상 모든 것을 포용하고 만방에 평화를 전파하는 중심에 황룡사가 있음을 작가의 상상으로 구현했다.


첫댓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것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제 카페로 좀 가져가겠습니다.
알찬 자료와 실용적인 구상 ,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