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이 고모한테 보낸 한글 위문편지 |
계명대 소장 국가지정문화재 대거 공개..특별전 개최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효종과 인선왕후(仁宣王后) 사이에서 태어난 딸 숙휘(淑徽) 공주(1642-1696)는 오빠가 현종이며 숙종은 조카다.
열두 살 되던 1653년 영일정씨 정제현(鄭齊賢.1642-1662)과 혼인했지만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19세 때 시부모와 시삼촌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더니 2년 뒤에는 남편마저 죽고 청상과부가 됐다. 그러다가 44세 되던 1685년에는 외아들 태일(台一)마저 먼저 떠나보냈다.
아들을 잃은 아주머니(고모)에게 숙종은 한글편지를 써서 이렇게 위로했다.
"정 직장(정태일) 병환은 마침내 약의 효험을 얻지 못하고 뜻밖에 죽음에 이르렀으니 놀라 통곡하고 슬픈 것이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중에 옛날에 같이 놀던 일을 생각하면 참혹하고 애도하는 마음이 더욱 각별합니다. 아주머니께서 여러 달 마음이 초조하고 괴로워하시다가 이런 참척(慘慽. 슬픔)을 만나셔서 밤낮으로 애통하여 눈물로 지내시니 기력이 아주 지쳐서 더욱 염려가 끝이 없습니다. 사사로운 정 비록 망극하시겠지만 부디 딱하고 안타까운 정을 생각하셔서 음식을 자주 잡수시기를 천번 만번 바라옵니다."
숙휘 공주가 이처럼 주로 왕실 인물들과 주고받은 한글 편지는 영일정씨 집안에 전해지다가 1802년 그 후손 선산부사 정진석이 첩으로 엮고는 이름을 신한첩(宸翰帖)이라 했다.
이 편지뭉치에 정진석이 직접 한글로 쓴 서문을 보면 이 첩은 원래 건(乾)과 곤(坤) 두 첩이었다. 건(乾)에는 4조(효종·현종·숙종·영조)의 어필을 모으고 곤(坤)에는 육성(효종·현종·숙종·인선왕후·명성왕후·인현왕후)의 한글 편지를 모았다고 한다.
용비어천가 |
이 두 첩 중에 한글 편지를 모은 곤이 계명대 동산도서관에 전하며 현재 보물 1629-2호로 지정돼 있다.
대구 계명대가 환갑을 앞두고 개교 59주년을 기념하는 '계명대학교 소장 보물전'을 개최한다.
8일 개막해 7월31일까지 이 대학 행소박물관에서 개최하는 이번 특별전에는 서지학 유산의 보고로 통하는 이 대학 동산도서관 유물 중에서도 국가지정 문화재가 박물관 소장품과 함께 대거 출품된다.
신한첩을 비롯해 한글 창제 직후 한글로 쓴 작품인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조선 건국의 주역 삼봉 정도전의 문집인 삼봉선생집(三峯先生集), 고려 말에 나온 시문집인 동인지문사륙(東人之文四六), 19세기 영남지역 진경산수화풍을 담은 진주성도(晉州城圖), 초조대장경 중 하나인 아비달마대비바사론(阿毘達磨大毘婆沙論) 등에 이르기까지 국가지정문화재 19종 60여 점이 모두 공개된다.
이번에 전시하는 용비어천가(보물 1463호)는 세종 29년(1447)에 나온 판본으로, 전 10권 중 권8-권10의 세 권이다. 삼봉선생집(보물 1702호)은 세조 11년(1465)에 간행한 중간본에 성종 18년(1487년)에 추가로 새긴 것을 합친 권1이며, 시만 수록했다.
두보 시를 재분류하고 한글로 번역한 분류두공부시언해(分類杜工部詩諺解. 보물 1051-2호)도 나온다. 이 번역시집은 전체 25권이지만 계명대에는 권11과 12를 합친 1책을 소장한다. 이 중 권12는 국내 유일본이다.
계명대 소장본은 초판본 발간 150여 년이 지난 1632년 경상감사 오숙(1592-1634)이 중간했지만, 초간본을 그대로 다시 새기지 않고 당시 국어로 바꾼 개각본이므로 한글 변화를 엿보게 하는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보물 772-4호 금강경삼가해(金剛經三家解)는 현 조계종의 근본경전인 금강경을 세 사람이 해설한 책. 이번에 선보이는 판본은 세조의 명으로 편찬을 시작했다가 성종 13년(1482) 세조비 정희왕후의 명으로 승려 학조(學祖)가 교정·간행한 것이다. 본문은 세조가 직접 글씨를 써서 만든 금속활자인 정축자로 찍고, 주해문(註解文)은 강희안(1417-1464)의 글씨로 만든 을해자로 찍었다.
진주성도 |
진주성도(晉州城圖. 보물 1600호)는 진주성의 전경을 10폭 병풍에 담은 회화작품이다. 내성과 외성, 해자 등을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부감법을 이용하여 표현했으며, 주변의 주요 관아와 향교, 전답경치 등을 같이 기록했다.
중요한 건물에는 해서체로 명칭을 적었다. 19세기 영남지방에서 활약한 문인화가 진재 김윤겸(金允謙)의 화풍을 반영했다고 평가된다.
이 외에도 광해군 2년(1610)에 나온 무예서 무예제보번역속집(武藝諸譜飜譯續集)을 비롯해 그간 실물 구경이 쉽지 않은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다수 만날 수 있다.
전시기간 중 개관시간은 매주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지만 5월 한 달은 일요일까지 개관한다. 관람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