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동방신기, 소녀시대, 이명박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샤이니, 2PM, 슈퍼 주니어, 김연아 선수, 김대중 전 대통령.’ 지난 2년3개월간 인터넷 글에서 가장 많이 지목한 인물 순이다. 이를 보면 인터넷은 ‘아이돌 천국’이다. 빅뱅, 동방신기, 소녀시대가 전·현직 대통령까지 앞섰다.
◆‘아이돌 천국’ 속의 김수환 추기경=인터넷 생태계에서는 빅뱅이 ‘대통령’이다.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분야가 대중문화이고, 그곳을 장악하고 있는 존재가 아이돌 스타인 셈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어르신은 필요했다. 사회 분야 1위 인물인 김수환 추기경이 그렇다. 김 추기경에 대한 언급은 지난해 2월 선종 때 급증했다. 이후 우리 사회에서 거대한 인물들이 떠날 때마다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언급도 함께 늘었다.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올 3월 법정 스님 입적 등. 기회 있을 때마다 네티즌들은 김수환 추기경을 다시 불렀다. 주목할 대목은 김 추기경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달한 때가 선종 당시가 아니라 1주기라는 점이다. 어른은 떠난 뒤 빈자리가 더 컸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연세대 김용학(사회학) 교수는 “우리는 롤모델 부재의 사회에 살고 있다. 정치인도, 경제인도 어른의 요건에 들지 못했다. 인터넷 시대에도 종교 지도자들의 겸허하고 천진한 삶에 향수를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실세계에서 돈의 흐름을 주도하는 중요 인물인 경제인들은 인터넷에서는 뒷전이었다. 전체 10위권에 한 사람도 들지 못했거니와 언급 빈도수 자체도 적었다. 경제 분야 5위권에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답게 ‘정보기술(IT) 시대의 영웅’들이 이름을 올렸다. 빌 게이츠(1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안철수(5위) KAIST 석좌교수 등이다. 빌 게이츠 회장은 고른 관심을 받았고 연관어는 경제적 성취, 자선사업 등과 관련됐다.
스포츠 분야 인물로 유일하게 전체 10위권에 든 김연아 선수. 그의 연관 인물은 박찬호, 이승엽, 박태환 등 다른 스타선수가 많았다. 또 원더걸스, 빅뱅, 소녀시대 등 아이돌 스타들도 연관돼 있었다. 국가대표 선수인 동시에 아이돌의 이미지가 있는 셈이다.
◆스스로 ‘영웅’이 된 이외수= 문화 분야 5걸은 소설가 이외수, 문화평론가 진중권, 박찬욱 감독, 제임스 캐머런 감독, 소설가 신경숙 순이다. 이외수·진중권은 정치 이슈에 대해 발언했을 때, 박찬욱·캐머런·신경숙은 영화 ‘박쥐’ ‘아바타’, 소설 『엄마를 부탁해』 등 본인의 창작물과 관련해 주목도가 올라간다는 차이가 있다.
이외수의 주목도가 올라간 시점은 촛불시위 진압(2008년 5월),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에 대해 비판했을 때(2008년 12월) 등이었다. 즉 이외수는 홈페이지나 트위터 등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현 정부에 민감한 주제들을 말하면서 긴장을 형성해 스스로 ‘인터넷 영웅’이 된 셈이다. 서울대 김난도(소비자학) 교수는 “그의 비(非)온라인적 이미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원도 화천에 사는 덥수룩한 외모의 62세 노작가가 드러내는 마이너리티(소수) 정서가 인터넷의 저항성과 맞닿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