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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6월 11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611금] 군의 총체적 부실 단호히 개혁하라
군의 천암함 대응실태를 감사원이 감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경계태세와 초동 조치, 상황보고, 위기대응에 이르기까지 온통 구멍이 숭숭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늑장보고, 뒷북 대응 등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게다가 허위보고와 기록조작까지 서슴지 않았다니, 짐작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군 조직에 도사리고 있음을 일깨운다. 적의 기습에 당한 처지를 딱하게 여겨 감싼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다. 국민의 믿음을 저버린 군의 총체적 부실을 단호히 수술해야 한다.
군은 지난해 대청해전 이후 북한의 은밀한 잠수함 공격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대잠 전력 증강배치에 소홀했다. 해군 2함대는 북 잠수정 정보도 예사로 넘겼다. 이어'어뢰피격 판단'이라는 천안함의 보고를 작전사령부와 합참에 제대로 올리지 않아 초기대응에 혼선을 초래했다. 인근 속초함이 추적한 해상 표적이 북 잠수정으로 판단된다는 보고도'새떼'로 바꿨다. 허술한 경계로 기습을 허용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상부의 정확한 상황 판단을 가로막은 셈이다.
돌발사태에 허둥댔을 해군과 달리 냉철한 위기 대응을 지휘했어야 할 합참의 과오는 더욱 중대하다. 늑장 보고는 물론, 해군의 외부공격 가능성 보고에서'폭발음'등을 삭제한 채 장관에게 올리고 발표했다. 위기조치반 소집과 긴급상황 전파, 전투대응태세 발령도 게을리 했다. 국방부도 위기관리반을 소집하지 않고는 장관에게 거짓 보고했다.
대충 옮기기도 벅차다. 자료 공개의 혼선과 기밀 유출 등은 사소하게 보일 정도다. 군 작전에 영향을 주지 않을 사항만 추려 발표했다니 부실의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
감사원은 대장 1명과 중장 4명 등 장성 13명과 영관급 10명 등 모두 25명을 징계대상으로 국방부에 통보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징계와 인사조치 전망에 군의 사기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군 지휘체계와 기강 확립 등 발본개혁을 위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한 징계가 선결과제이다. 그야말로 뼈를 깎는 고통을 치르지 않고는 군과 국방을 바로 세울 수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611금] 봉합 인상 짙은 천안함 감사, 총체적 검증 필요하다
감사원이 어제 천안함 침몰사건 대응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군의 부실대응 문제점을 일부 찾아냈지만, 그것보다는 핵심 쟁점에서 비켜서서 사건을 봉합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앞선다. 전체적으로 진정성과 책임성을 의심하게 하는 실망스런 감사결과다.
감사원 발표를 보면 해군 제2함대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 국방부 등 핵심 지휘기관 가운데 사건 당시 규정과 수칙에 따라 제구실을 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각 기관은 한결같이 늑장보고와 상황 전파 누락 등의 잘못을 저질렀다. 게다가 이들 지휘부의 군인들은 사고 발생 시각과 원인 등을 멋대로 수정하고, 거짓말도 밥 먹듯이 했다. 군의 지휘부가 이렇게 흔들린다면 군 전체의 작전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리 없다. 지휘부의 거짓말과 말바꾸기 행태는 더욱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가 이런 지휘부를 그대로 둔 채 군 주도로 천안함 사고원인 조사를 진행했으니, 그 결과에 대한 의문이 가라앉지 않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의 사고원인 조사를 전제로 할 때, 핵심 관심사는 한-미 연합훈련으로 두 나라 전력이 쫙 깔린 상태에서 북한 잠수정이 잠입할 때까지 군은 뭘 했느냐 하는 점이다. 곧 후속 대응에 앞서 총체적 경계 실패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게 감사의 초점이었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백령도 근해에 잠수함 대응능력이 부족한 천안함을 배치한 채 대잠능력 강화 등 적정 조처를 이행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천안함은 음향탐지기 등의 장비를 갖추고 대잠수함 작전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함정이다. 그런데도 대응능력이 부족했다는 군의 해명성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보다는 봉합하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징계 대상에서 천안함 함장을 제외했다. 경계에 실패했을 때 해당 부대장을 비롯해 상급 지휘라인을 줄줄이 문책하는 일반 원칙에도 어긋난다. 감사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상의 합참의장과 관련해선 사건 당시 술에 취해 군령권자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왔다. 이 대목은 감사원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사건 초기 이명박 대통령은 네 차례의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구조작전과 안보대응태세를 직접 챙겼다. 하지만 구조장비와 인력이 신속하게 배치되지 않는 등의 비효율이 심각했다.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대응과, 청와대와 관련기관을 연결하는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는데도 감사원 감사는 이 대목도 원천적으로 피해나갔다.
이번 감사는 사건의 실체와 책임소재를 규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의문점과 미해결의 과제들을 남겼다. 애초 감사원이 나설 때부터 우려되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이렇게 해선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교훈을 얻기도 어렵다. 이런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넘어가선 안 된다. 국회 특위라도 나서서 감사원 감사결과와 민군 합동조사단의 사고원인 조사결과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611금] 나로호, 뼈아픈 두 번 실패 헛되게 해선 안 돼
10일 오후 5시 1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린 나로호가 발사 137초 만에 통신이 두절되며 실패로 끝났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나로호 탑재 카메라에 섬광처럼 밝아지는 영상이 나타난 걸 볼 때 비행 중 폭발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숨을 죽이고 나로호 발사 장면을 지켜본 국민의 낙심이 크다. 밤낮없이 준비에 몰두해온 연구진의 마음도 찢어지는 것 같았을 것이다. 우주 시대를 개척해 나가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비가 많은 것인지를 또 일깨워줬다. 아쉬움은 크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과학기술은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통해 발전하는 법이다. 로켓 우주 기술은 0.0001%의 오차만 생겨도 실패할 수가 있다. 미국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로 탑승 우주인 모두가 사망했을 때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먼까지 위원으로 참여시켜 5개월간 조사를 벌인 끝에 연료 누출을 막는 작은 부품의 결함을 찾아냈다.
이번 실패의 원인 규명 과정에 우리 전문가들이 러시아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해 철저하게 규명해내야 한다. 러시아측과 협조해 3차 발사도 관철시키고 꼭 성공시켜야 한다.
나로호 발사는 우주 강국을 향한 첫걸음 중에서도 첫걸음이다. 우리는 2020년 발사를 목표로 한국형 발사체 'KSLV-2'를 개발 중이다. 우주탐사용으로 꼭 필요한 액체로켓의 기술력, 위성 정보 활용 능력 등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는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는 선진국보다 40년 정도 늦은 1990년대에 우주개발에 뛰어들었다. 출발은 늦었지만 따라잡을 수가 있다. 조선(造船)이나 IT도 처음부터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와 학계, 기업이 혼연일체가 되어 선진국과 공동연구, 우수 연구인력 확보, 과감한 투자를 하면 우주개발 분야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할 수가 있다. 뼈아픈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성공으로 올라서야만 그 실패가 실패의 값을 하는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00611금] 성범죄자 리스트 출소기준으로 다시 짜라
학교에 공부하러 간 여덟살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가 납치돼 성폭행 당하고 장애를 입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나영이가 피해자였던 ´조두순 사건´과 판박이 같은 사건이다. 안전할 것으로 여겼던 학교마저 어린이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방과 후 학교 수업만 있는 자율휴업일이어서 교내 안전지킴이도 없었던 데다 흉기에 위협 당하며 끌려가는 동안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하니 너무 안타깝다. 더 심각한 문제는 흉악한 상습 성범죄자가 아무런 감시도 받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김모씨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강도강간과 미성년자 성추행 등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 12범이다. 1987년엔 남편 앞에서 부인을 강간한 뒤 강도짓을 하는 범행을 저질러 15년간 복역했다. 2006년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15세 소년을 상대로 성추행한 전력도 있다. 그런데도 경찰의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았던 이유는 경찰의 집중관리 대상이 ‘1990년 이후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김씨처럼 그 이전에 범죄를 저지르고 중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제외된다. 지난해 6월 출소한 김길태도 같은 케이스였다. 오는 7월16일 시행을 앞둔 전자발찌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은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 출소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23년 전 강간전과가 있는 피의자는 소급대상에서 제외된다.
법과 제도는 야수가 거리를 활보하도록 방치하는 치명적인 허점을 안고 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갈수록 대범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하루 2.78명꼴로 12세 이하 아동이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 경찰은 성범죄자 관리대상을 1990년 이후 출소자 기준으로 바꿔 리스트를 다시 짤 것을 촉구한다. 아동 성폭행에 대한 형량을 높이고, 재범률을 낮추도록 치료와 감시를 강화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611금] 국제 카르텔 규제강화 대응책 시급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가격담합 등 국제카르텔 행위로 인해 그동안 국내기업들이 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이 무려 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1999년 이후 미국에서 최다 과징금을 문 세계 10대기업 중 국내기업이 4개나 포함된 것은 우리 기업들이 표적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수출기업들로서는 국제카르텔 규제에 대한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최근 각국이 카르텔과의 전쟁에 나서는 추세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미국 유럽연합 일본 캐나다 등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 경쟁당국들은 국제 카르텔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각국 경쟁당국들이 상호협정을 통해 감시망을 넓혀가고 있는데다 카르텔 행위가 어디서 발생하든 자국시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역외적용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과징금 규모도 커지고 있고, 동일 사안에 국가별로 중복 징계를 당할 수도 있다. 자칫하면 수출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것은 우리의 제1 수출시장인 중국도 카르텔을 규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08년 8월 반독점법이 시행되면서 중국 경쟁당국이 잇달아 제재조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 그렇다.
공정위 지적대로 우리 기업들이 문화적 차이에 따라 카르텔의 위법성을 잘 알지 못하거나 외국 경쟁당국의 조사에 대한 미숙한 대응 탓으로 피해가 커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 개선이 시급하다. 물론 예방이 최선이다. 기업들은 보다 경각심을 갖고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사내교육 강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최고의 기술 못지않게 진출국의 경쟁법 준수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611금] 보복 무서워 민원 못하는 기업환경
상당수 기업인들이 담당 공무원의 보복이 두려워 제도상의 문제점이나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기업환경이 여전히 후진적 관료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개혁이 단골메뉴가 돼왔고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체감 규제는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 기업호민관실이 최근 정부 규제개혁 관련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어차피 해결되지 않는다'는 대답(복수응답)이 43.4%로 가장 많았고 '번거롭기 때문에'가 38.4%, '꺼림칙해서'가 29.6%로 나타났다. 여기서 '꺼림칙해서'라는 응답과 관련해 호민관실은 "행정기관의 보복을 우려해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실제로는 민원을 냈다가 보복을 당한 경우와 같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인들이 정부와 공무원들을 여전히 어렵고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피상대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규제ㆍ권한을 쥐고 있는 일선 공무원의 의식과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규제개혁이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와 같은 정책적 노력이 피부에 와 닿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결과는 과장되거나 왜곡됐을 수도 있다. 기업인들이 제기하는 민원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고 공익을 위해 사적 이익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원 또는 이의를 제기했다고 해서 실제 보복을 당하거나 또는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제 사업 과정에서 느끼거나 경험한 불합리한 제도ㆍ문제점을 지적하다 해당 공무원으로부터 오히려 면박을 받거나 괘씸죄에 걸려 보복을 당했다는 민원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민원이 있어도 후환이 두려워 공무원 눈치를 봐야 하는 관료주의 풍토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정부는 민원 제기 기업인들에게 보복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만약 이를 어길 경우 담당 공무원 또는 해당기관을 처벌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매년 각 부처가 보복금지 규정을 얼마나 잘 이행하고 공무원에게 제대로 교육했는지 등을 평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미국의 '내셔널 옴부즈맨' 제도는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박영균(논설위원)-20100611금] 재정위기 예방법
재정위기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다. 전염병에 감염된 나라들은 온갖 치료법에 매달리고 있으나 효과가 신통치 않다. 정치인들은 공무원 임금을 삭감하고 재정 적자를 대폭 줄이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낙관하기 어렵다. 재정위기는 국민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성공할 수 있다. 노조와 국민의 반발이 거센 나라일수록 비관적이다.
* 포퓰리즘 공약이 악화시킬 재정사정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재정위기라는 전염병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높은 경제성장에다 국민이 세금을 잘 낸 덕분에 사정이 좋은 편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도 구체적 수치를 거론하면서 한국의 재정 형편을 높게 쳐준다. 기획재정부는 우리 국가 채무가 국내총생산의 33.3%라는 IMF 발표 수치를 인용하면서 괜찮다고 한다. G20 국가 중에서 6번째로 재정이 튼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심은 금물이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IMF는 한국을 칭찬해놓고 나서 외환위기가 터지자 한국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한국에 관한 IMF 보고서는 대부분 한국 정부의 보고를 토대로 작성됐다. 한국의 재정에 관한 IMF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그리스에 재정위기가 발생하자 그리스 정부의 분식 회계가 도마 위에 오르지 않았는가. 게다가 재정 통계는 금융 통계보다 부정확하다. 금융 통계는 이해관계가 큰 주주들이 버티고 감시하고 있지만 재정 통계는 오로지 공무원들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IMF 발표를 과신해서는 안 될 이유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처럼 겪어본 적이 없는 재정위기는 더 위험하다. 2008년 미국에서 터진 금융위기에 대처하느라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린 결과 재정 형편이 취약해졌다. 6.2 지방선거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무상급식 같은 포퓰리즘 공약을 내건 당선자들이 본격적으로 공약 실행에 나서면 재정 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재정 위기를 피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증세(增稅)다. 과거 권위적인 통치자들이 즐겨 쓰던 수법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지속되기 어렵다. 지나친 증세는 경제를 망치고 국민들의 원성을 불러 정권 자체가 위험할 수도 있다. 식사를 줄여야할 비만 환자에게 밥을 더 먹이는 격이다.
재정 다이어트도 효과적이다. 세금을 축내는 공무원 조직을 슬림화하고 씀씀이를 줄이는 거다. 하지만 비만 환자에게 식사 줄이고 운동하라는 것처럼 실천이 어렵다. 국가 재산을 민간에 파는 방법도 효과적이지만 실현이 쉽지 않다.
지금 우리 사정은 1970년대 말 미국이나 1980년대 초 영국과 사정이 비슷하다. 당시 미국은 군사적으로 소련에 밀리고, 경제적으로는 과다한 지출로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 영국은 노조 파업과 분수 넘치는 복지라는 영국병에 시달렸다. 과감한 재정 개혁으로 나라 살림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 조직 슬림화로 재정 다이어트 해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 복지 지출을 줄이는 대신 건강한 실업자나 복지 수혜자들에게 일자리를 줬다. 이런 식으로 재정 지출을 줄여 생긴 50억 달러를 납세자에게 돌려줬다. 재정개혁의 든든한 지지자를 만든 것이다. 레이건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맨 처음 한 일도 방만한 재정을 개혁하는 것이었다. 튼튼한 재정의 뒷받침으로 소련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었다.
불황이라 재정 개혁의 적기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목욕탕은 비수기인 한 여름에 수리해야 제대로 고칠 수 있듯이 지금이야말로 재정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종권(논설위원)-20100611금] 자블라니 변수
월드컵에서 공인구(公認球)가 채택된 것은 1970년 멕시코 대회부터다. 바로 아디다스가 제작한 텔스타(Telstar)다. 위성 생중계를 기념해 붙여진 이름이다. 12개의 검은 오각형과 20개의 흰 육각형으로 이뤄진 공으로, 당시로선 최대한 구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전에는 공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었다. 1872년 영국축구협회가 마련한 ‘공은 가죽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규칙만 있었을 뿐이다. 자연히 공의 형태도 규격도 제각각이었다.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회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서로 자국산을 고집했다. 논의 끝에 전반엔 아르헨티나산, 후반엔 우루과이산을 쓰기로 했다. 공 때문이었는지, 아르헨티나가 전반 2대 1로 앞서다 후반에 우루과이가 4대 2로 역전승한다.
공인구는 대회 때마다 독특한 명칭과 함께 발전을 거듭한다. 미국 월드컵에서 선보인 퀘스트라(Questra)는 기포 강화 소재를 사용해 공의 탄성을 높였다. 회전력을 강화한 한·일 월드컵의 피버노바(Fevernova)는 말 그대로 붉은 응원 물결에 ‘열병의 밤’을 이뤘다. 독일 월드컵의 팀가이스트(Teamgeist)는 32개의 가죽 면을 14개로 줄였고,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 선보인 자블라니(Jabulani)는 3D 기술을 적용해 가죽 면 수를 8개로 줄였다. 공이 원형에 가까워 공기 저항도 줄고 그만큼 스피드는 더 붙었다. 그래서 남아공이 ‘골키퍼의 무덤’이 될 것이란다.
문제는 자블라니가 ‘어디로 날아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는 해발 1700m 안팎의 고원지대여서 공기 저항도 적다. 일본 쓰쿠바대학이 실험한 결과 자블라니의 ‘무회전 슈팅’ 경우 비행 궤적이 매우 불규칙하게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터의 발을 떠난 공에 작용하는 힘이 처음엔 위쪽, 이어 아래쪽, 다시 위쪽으로 이동했다. 한마디로 공이 날아가면서 흔들리고, 뚝 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에 자블라니 맞춤형 축구화도 나왔다. 축구화의 앞쪽과 안쪽을 다른 재질로 해 앞쪽은 스피드, 안쪽은 무회전에 알맞도록 했다는 것이다. 마치 중국 탁구의 이질 러버처럼.
하지만 변화무쌍한 공에 골키퍼만 당혹스럽겠나. 공격수도 공이 어디로 날아갈지 난감할 터다. 과학과 진화의 산물이 오히려 불가측성만 높인 셈이다. 그렇다면 ‘공은 둥글다’는 명언이 힘을 발휘할까. 이변이라도 좋다. 하수상한 유월에 또 한번 ‘대~한민국’의 함성을 기원한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실장)-20100611금] 돈봉투
영화 <선생 김봉두(2003)>는 ‘봉투’를 밝히다 전교생이 달랑 5명뿐인 강원도 오지 분교로 쫓겨 간 불량 선생 김봉두의 개과천선(改過遷善) 얘기다. 촌지라면 사족을 못 쓰는 김봉두는 자기 이름이 차라리 ‘김봉투’였으면 하는 인간형이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그는 시골 학교 아이들에게까지 촌지 봉투를 돌리며 이렇게 이른다. “중요한 건 편지지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용물을 담고 있는 그 봉투예요.”
교사와 돈봉투. 지양돼야 하면서 지향되기도 하는 딜레마적 관계다. 따라서 영화는 과장된 현실풍자이면서 동시에 우리 주변에서 흔히 펼쳐지는 실제상황일 수도 있다. 엊그제 실제상황 쪽에 무게를 실어 주는 일이 발생했다. 전남도 교육청의 이른바 ‘돈봉투 사건’이다. 사건은 장만채 교육감 당선자가 “도 교육청 간부 몇 명이 내게 축하금 명목으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돈봉투를 건네려 해 돌려보냈다”고 공개함으로써 불거졌다.
장 당선자는 진보진영 교육감이다. ‘교육청 내부에서 진보 교육감에게까지…’란 탄식을 누그러뜨리고 좀 살펴보자. 첫째, 이 사건은 엄밀하게는 사건이라고 부르기가 적절치 않다. 한 직원에 따르면 예전부터 새로 오는 교육감에게 간부들이 축하금을 줘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돈봉투 전달은 무슨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며 관행이었다. 일부 간부들이 교사-교장-교육청이란 먹이사슬 구조에서 확립된 관행에 따라 무신경하게 처신했다가 문제가 된 것으로 봐야 한다.
둘째, 이번 일은 교육계의 고질적 촌지수수 관행이 얼마나 뿌리깊은지를 재확인시켰다. 아울러 교육현장에서 대대적인 ‘돈봉투와의 전쟁’이 필요함을 다시 일깨웠다. 우리 사회에선 걸핏하면 무엇과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나서지만 효과는 별로다. 사회 전반의 촌지, 뇌물 관행은 하나의 문화 수준으로 정착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뇌물 혐의로 구속된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은 얼마 전 법정에서 “부하한테 받은 100만원은 뇌물이 아니라 명절을 잘 쇠란 뜻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학교 촌지 근절, 참교육을 기치로 출범한 지 2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나름대로 애써왔지만 역부족인 듯하다. 전사회 역량이 총동원돼 학교현장, 교육계에서만이라도 ‘돈봉투와의 전쟁’이 지속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새로운 세대만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게 제안한다. 지금은 전교조 명단 공개 같은 것으로 헛 힘 쏟을 때가 아니다. 교육계의 돈봉투 추방에 발벗고 나서는 게 훨씬 가치 있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데스크 칼럼/정현권(스포츠레저부장)-20100611금] 월드컵으로 아프리카를 알자
"기아 허덕이고 내전은 옛말…연간 경제성장률 5~6% 달해 많은 나라가 현대화에 앞장
남아공 월드컵을 보면서 아프리카 풍습ㆍ문화 익히고 `대~한민국` 외쳐보자"
얼마 전까지 `미수다`(미녀들의 수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다. 한국에 체류하는 각국 여성이 자신의 나라와 한국의 문화ㆍ풍습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인기물이었다.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계 학생이었는데 유프레시아(케냐), 메자(에티오피아), 브로닌(남아공)이라는 아프리카 학생도 있었다. 어느 날 사회자가 자기 나라에 대한 한국인의 오해를 말해보라고 했다.
"아프리카 사람은 모두 달리기를 잘하는 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35개 부족 가운데 2개 부족만 달리기를 잘하고 나머지는 잘 못뛰고 저도 마찬가지예요."(유프레시아)
"광활한 초원에 사자와 치타들이 득실거리고 사막과 열대우림으로 뒤덮인 줄 알아요. 맹수들은 넓은 국립공원에 가야만 볼 수 있고 사막 대신 도시화가 많이 진행됐는데 저도 도시에서 왔어요. 이제 비행기에서 떨어진 콜라병을 신기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답니다."(메자)
필자에게도 약간의 충격이었다. 초등학교부터 각인된 아프리카 이미지가 뇌리에 남아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남아공에서 온 브로닌이라는 학생은 한술 더 떴다. "내전으로 기아에 허덕이고 쿠데타가 일어나는 나라는 몇몇에 불과해요. 아시아나 유럽도 그런 지난날이 있었을 거예요.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가 현대화하고 있으며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은 아프리카일지도 몰라요."
아프리카는 우리에겐 멀다. 그래서 아는 것도 많지 않다. 기껏 안다고 해야 인류의 조상이 그곳에서 왔다는 것, 맹수들이 뛰노는 곳, 노예선, 피그미족 등 극히 초보적이고 원시적인 것들이다.
아프리카 최남단 남아공에서 오늘 월드컵이 개막한다. 월드컵이 아프리카와 만난 것이다. 카메룬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 국제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나라들이 있긴 하지만 아프리카와 축구는 비교적 생소한 조합이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아프리카 축구를 몰랐는지 알게 될 것이다. 유럽의 명문 축구클럽은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수혈받고 있다.
첼시의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인터밀란의 사뮈엘 에토오(카메룬), 에버턴의 야쿠부 아이예그베니(나이지리아) 등 최고 클럽들은 아프리카 선수가 주축이다. 수입도 어마어마하다. 사뮈엘 에토오의 연봉은 165억원이다. 호날두, 메시에 이은 세계 3위다. 이래서 아프리카에서는 축구가 벤처기업이라는 말도 있다. 이들은 월드컵에서 명성을 높인 뒤 유럽으로 팔려 나간다.
아프리카 축구는 동네마다 소규모 민간단위가 주류를 이루는데 주로 중부와 북부지역에서 큰 인기다.
아프리카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 아메리카나 유럽보다 크고 아시아의 70%에 해당한다. 약간 작아 보이는 것은 지도상 중앙으로 적도에 걸쳐 있어 착시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53개 나라가 있는데 연평균 5~6%의 경제성장을 한다.
월드컵이 남아공에서 열리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18세기부터 네덜란드 등 백인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남아공은 인구 4300만명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넘는다. 한국전쟁 때는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해 우리와 인연을 맺었다.
축구 외에도 럭비와 골프가 인기스포츠이며 골프선수인 어니 엘스가 남아공 출신이다.
그러나 한국 취재차량이 털리고 장갑차가 숙소를 경호하는 등 치안이 불안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정작 월드컵이 시작되면 이런 불안이 사라지고 기분 좋은 지구촌 축제가 됐으면 한다.
며칠 전 본지 정치부장이 월드컵이 빨리 시작됐으면 좋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매일 정치ㆍ사회 이슈에 시달려 월드컵이 모든 골칫거리를 잠재워 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삶이 여러모로 쉽지가 않다.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심신을 달래보자.
첫댓글 나로호도 떨어지고.....별들이 우수수 떨어지는구나!. 도대체 별이 몇개야!.....
감사원 발표를 보니 참~~~.
내일 남아공 월드컵에 기대나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