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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로 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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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오지로 간 사람들 스크랩 별밤보다는 달밤이 더 무서운 이유..
아시내 추천 0 조회 144 11.03.03 08:56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꿈꾸는 늡다리 유배지

 

산촌은 산속에 있는 마을을 일컬는데요. 그 경계가 농촌과 참 애매할때도 있기는 합니다. 산촌의 삶이라 하면 산속 깊은 곳에 세상과 등지고 사는 이미지가 많이 그려질텐데요. 요즘은 정보화되고 편의시설이 좋아진 산촌들도 많이 있답니다. 산촌생태마을 보면 알수 있듯이요. 이곳에 소개되는 산촌은 강원도 영월 늡다리이며 산촌에서 일어나는 일상들과 그 느낌을 생생히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도시와는 다른 산촌의 삶을 김필봉선생님이 블로그에 기재하는 글과 사진에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별밤보다는 달밤이 더 무서운 이유..

산림청 블로그 필진 / 김필봉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지게질이다.

겨울을 산에서 나려면 올라 올 짐이 많기 때문이다.

발전기용 휘발유며, 쌀, 가스는 기본이고 산에서 나지 않는 기본적인 반찬거리도 준비를 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는 눈이 오기 전에 모두 준비를 해두어야 했지만 11월은 병원신세를 지는 바람에, 맥이 빠지는 바람에 게으름을 피웠었다.
그래 요즘은 못다 한 일을 메우느라 지게질이 바쁘다.


지게질을 주로 밤에 한다.

그렇잖아도 해 짧은 산속에서 한낮에 짐을 지면 그날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짐 한 짐으로 하루를 보내기 일쑤다.

게다가 하루가 너무 피곤하다.

그래 해가 있는 한 낮에는 일을 하고 오후 4시쯤이면 지게를 지고 터덜터덜 마을로 내려간다.
마을 사람들은 한밤중에 지게질을 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길도 좋지 않은데다 다치기라도 하면……. 하지만 난 밤길이 좋다.


예전에 산을 다닐 때도 밤으로 이동을 하거나 걸었다.

안식구와 테이트를 할 때도 늘 북한산 야간산행이었다.

정릉 형제봉에서 백운대까지 바닥까지 내려앉은 달빛을 밟으며 걷는 기분은 해를 받고 걷는 것 하고는 다르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한밤중에 산을 오르내리며 손도 잡고 입맞춤도 했다.

오늘은 가스통 하나를 지고 터벅터벅 길을 잡았다.

환한 달빛을 받은 계곡이 갖가지 그림자로 온갖 형상을 만든다.

그래 별밤보다는 달밤이 더 무섭다.


늘 그렇듯 밤길은 수선스럽다.

야생동물이 활동을 하는 시간이어서 녀석들이 나를 보고 도망가는 소리가 제법 시끄럽다.

나를 보고 도망을 안가는 놈이 하나 있다. 고슴도치다.

녀석은 도망이라는 것을 모르는 놈 같다.

내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이런 놈들이 있어 밤길이 심심하지만은 않다.

더구나 오늘같이 달빛을 밟고 오르는 날은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순간의 행복이랄까.
낮에 무심코 지나던 때하고는 또 다르다.

오늘같이 계곡이 달빛에 점령을 당하는 날이면 마치 거대한 바위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물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것 같다.

 


지게를 받쳐놓고 바위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한참 동안 구경을 한다.

정말 그럴까. 전설처럼 바위들은 달이 뜨는 밤이면 살아서 움직이는 걸까.

물에 반쯤 몸을 담그고 있는 저 거북바위도 언젠가는 계곡을 다 건널 것 같다.

 

내 신발이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걸레가 되어 버렸다. 순전히 신발이 싸구려(?)이기 때문이다. 

 

 

 

 

계곡이 얼고 눈이 내리면 오히려 길이 더 쉬워진다.

 

 

산림청의 소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이 되셨다면 VIEW를! 가 져가고 싶은 정보라면스크랩을! 나도 한 마디를 원하시면 댓글을!
여러분의 의견을 모아서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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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3.03 21:36

    첫댓글 헐~지게질의 고수님!~한밤중에 지게에 물건을 나르는~달인지경에 오르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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