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절기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일상 중에 오고가며 잠시 잠깐 꽃나무들을 힐끗힐끗 보았더니 딱 고만큼만 마음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지사겠지요.
어제는 광주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본량이라는 곳에서 첫 수업이 있어 가는 길, 조금 일찍 나선 것에 행운이 온 것인지 소만 절기의 얼굴이 저를 붙들었습니다.
본량에 있는 공동육아 햇살가득어린이집은 작년에 광주에서 김희동선생님 강좌를 진행하는데 큰 도움을 주시기도 했는데, 어린이집이 있는 그 곳에 가려면 황룡강이라는 강을 건너가야 됩니다.
그 강을 건너는 다리위로 운전하며 가는 중에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강을 따라 펼쳐친 거대한 초록의 습지가 마음을 금방 쉽게도 사로잡습니다.
강을 건너자마자 다리 옆에 무작정 차를 멈추고 강을 따라 난 길을 걸으니,
온갖 다양한 초록색의 끝없는 풀들과 간간히 갈대, 넝쿨들이 강의 물기를 품고 넘실거립니다.
아...그 아름다움에 시선을 뺏겨 발걸음을 하나하나 떼기도 힘들 정도였어요.
소만절기.
바람이 많고 일교차가 커서 설 늙은이 얼어죽는다는 말때문인지 요 일주일 정도 바람이 잦았던 날들이 많았는데, 어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생명이 넘쳐나는 다양한 초록이 바람을 따라 생명을 연결하며 부드럽게 속삭이듯 춤추듯 그 모습 속에 몸조차 끌려 들어가는 듯 합니다.
가능하다면 이 근처 어디에서 며칠 묵으면서 머물렀으면 좋겠다 욕심도 납니다.
아니 다음주에는 조금 더 일찍 와서 여기 좀 더 오래 머물다 가야겠습니다.
습지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이 허락한다면 더 가까이 다가가 그들 곁에서 함께 장르불문, 어떤 노래든 같이 노래하다 오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제의 풍경을 다시 떠올리며, 종이 위에 색으로 풀어보니 그곳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마음 속에 작은 것들이 세상을 가득채운다는 소만의 얼굴이 자리잡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