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수도
영월방면 평도인 이창은
1996년, 우리 어머니가 입도하신 해이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난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을 보고 들은 것 같다. 회관 단청을 모시는 일, 방면 치성, 도장 수호, 방면 수임선감과 선각자들의 교화, 주일, 참배 등. 특히 참배는 간혹 방면 사정으로 빠질 때를 제외하고는 한 달에 한 번씩 갔으니 지금까지 100번도 훨씬 넘게 참배를 한 셈이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도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어머니가 다니는 곳에 대한 의문점도 하나둘 커져만 갔다. 늘 금슬 좋았던 부모님의 갈등의 원인은 딱 하나 ‘도’였다. 수반을 돌보러 다니면서 여러 가지 도의 행사를 하다 보니 집 안 청소며 빨래, 음식 등 전반적으로 가사 일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신혼 초부터 깔끔하고 정갈했으며 자식들의 일에 애살 많았던 어머니가 변한 그 모든 것이 다 도의 탓으로 돌려졌다. 식탁에 차려진 반찬이 마땅치 않은 날에 아버지는 “내가 벌어다 준 돈은 다 어디 갔어?”, “도대체 돈을 다 어디에 갔다가 쓰길래, 집안 꼴이 이래?” 하며 엄마를 다그치곤 하셨다. 그럴 때마다 나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자꾸만 쌓여갔다. 나이가 한 살, 두 살 들면서 내 주관이 생겼다. 나의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어머니에게 물어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늘 “넌 몰라도 된다. 엄마도 힘들다.”였다.
내 나이 열아홉 살, 내 인생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이 찾아왔다. 여름캠프를 마치고 오던 중 버스에서 불현듯 도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따라 기도를 모시고, 수련을 하고, 도장 수호를 서고, 캠프에 참여하면서 나도 모르게 도에 대한 믿음이 생겼던 것 같다.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게 있으면 여지없이 양위 상제님과 도전님을 찾는 걸 보면 말이다. 나의 이러한 마음은 순식간에 선사, 선감께 전해졌고 일이 점점 켜져만 갔다. 하루는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번쩍!’ 머리엔 온통 ‘도를 닦아야겠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렇게 나는 무언가에 이끌린 듯 도를 닦기로 했고 열아홉 중요한 시기에 여태껏 배워오던 것들을 뒤로하고 마치 폭풍에 휩쓸린 듯 과감히 주변의 일을 정리해 나갔다. 내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버지와 오빠의 반대도 나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다 정리를 하고 나니 “네가 도를 닦지 않으면 장애인이 될 수도 있어.”라는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고,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그때, 지금의 상황과 비슷한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초등학생 때 몸이 안 좋아서 조퇴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버스에서, 누군가가 “조금만 참아. 다 왔어”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버스 안을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아무도 없었다. 별일 아니겠거니 하며 도착해서 동네 소아과를 갔다. 접수하고 간호사가 열을 재는데 너무 놀라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다가 내가 더 놀랄 지경이 되었다. 이유인즉, 온도계의 눈금이 42℃였다. 그 정도면 소아는 경기(경련, 발작)를 일으키거나 탈진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집에서 어머니랑 밥 두 그릇 먹고 내 발로 병원을 찾아왔기에 간호사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사 한 방 맞고 금방 열이 내렸던 기억을 돌이켜보면서 난 늘 누군가가 옆에서 보호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신기하게 세상의 어두운 면은 단 한번도 보지 못한 채 밝은 면만 보면서 자란 나였다.
이 모든 것이 다 내가 무사히 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애지중지 지켜주신 조상님들 덕분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나는 많은 우여곡절 끝에 본격적으로 도를 닦게 되었다. 회관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어머니의 행동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하나둘 풀려나갔다. 그리고 처음 도를 닦겠다고 결심했던 부푼 희망과 순수한 마음으로 가득 찼던 나는 점점 엄마도 힘들다고 하셨던 말의 뜻도 알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도를 닦기 시작하니 그동안 잠자고 있던 나의 척들이 하나둘 깨어나 내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힘들게 했고,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수도에 대한 막막함이 날 괴롭혔다. ‘이대로 계속 수도를 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당시에는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던 것 같다. 내 수도에 진전이 없다는 생각이 한번 들기 시작하더니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동안의 시간이 무색하리만큼 뿌리째 날 흔들어댔다. 수도한다고 하는데 늘 좁은 마음을 벗어날 수 없었고 열심히 회관의 일을 해도 복을 짓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때마다 난 ‘도를 닦아 나가는 게 눈에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각자들은 내가 아직 진리를 잘 몰라 그렇다고들 하셨다. 그래도 드는 생각은 ‘한 번만 보고 싶다.’였다. ‘딱 한 번만….’ 나 스스로는 너무나도 간절했다. 그렇게 힘겹게 하루하루가 가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눈을 뜬 나는 깜짝 놀랐다. 회관이 아니었다. 촉촉하고 새하얗다. 몸은 구름 위에 있는 듯 너무 가벼워 날아갈 것만 같았고 눈 부신 빛이 날 깨웠다. 어리둥절해 멍하니 앉아있는 나에게 따라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에 이끌린 듯 일어나 빛을 따라갔다. 얼마나 갔을까? 걸음이 멈추어졌고 이윽고 내 눈앞엔 수없이 많은 책꽂이에 책들이 꽂혀있었다. 너무 많아 끝이 보이지 않는 광경에 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하나 공통점이 있었다. 빨강, 파랑, 노랑 책 3권과 지우개 하나가 반복적으로 책꽂이에 나열되어 있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어라, 내 이름이다. 내 이름이 쓰인 책이었다. 허락 없이 봐도 될까 망설여지긴 했지만, 물어보려고 해도 아무도 없으니 일단 보자는 생각에 먼저 빨간 책을 펴보았다. 3가지의 색깔에도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주 강렬한 인상의 새빨간 책이었다. 첫 번째 장부터 쭉 읽어내려 갔다. 그다음 둘째 장, 셋째 장…. 읽다 보니 이건 어떤 사람의 생애가 기록돼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생애가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주변 사람들의 행동들이 책 중간마다 기록되어 있었다. 책에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동물도 섞여 있었다. 이 책은 도대체 뭘까? 왜 내 이름이 적혀있었을까? 정체 모를 사람들과 동물들은 또 뭘까?
이것도 궁금하고 저것도 궁금하고 머리가 터질 것만 같던 그때, 아까 들었던 낯익은 목소리가 또 들렸다.
“뭐가 그렇게도 궁금하니?”
그러자 나는 냉큼 대답했다.
“이 책은 무슨 책이에요? 이 사람과 동물은 누구예요? 왜 제 이름이 적혀있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누구세요?”
나는 행여 또 그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조바심 내며 마치 속사포 랩을 하듯 물어보았다.
“걱정하지 마라. 이제부터 네가 궁금해하는 것을 가르쳐줄 테니 조바심 내지 말고 잘 보고 잘 들어야 한다.”
마치 그분은 내 마음과 머릿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 말했다. 그리고 그분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많은 일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다. 빨간 책은 나의 전생과 아직 읽지 않은 뒷부분에는 내 조상님들, 즉 직선조와 외선조의 죄업이 적혀있는 것이란다. 그분의 말에 의하면 사람은 윤회라는 것을 하는데, 전생의 업적에 따라 사람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동물로 태어나기도 한단다. 앞의 내용이 전생의 나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전생에 내가 지은 죄를 이번 생에서 똑같이 다 받는 것이다. 전에 수임선감께서 해주신 교화가 생각났다. 이번 생이 끝판이라 전에 나에게 당했던 모든 척들이 발동하여 내가 후천 운수를 받지 못하도록 원을 푸는 것이니 그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척으로 하여금 몸을 빌려줘 척을 풀 수 있게끔 해준 그 사람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는 그 말씀이 어떻게 이렇게 와 닿을 수 있을까. 늘 들어도 듣는 그때뿐 뒤돌아서면 또 그 사람을 미워했던 나를 이 빨간 책은 한방에 정리해버렸다. ‘내가 참 못됐었구나. 아, 나는 더 했었구나. 미안해서 어쩌지?’ 너무 마음이 아프고 미워했던 내 마음이 후회스러웠다.
뒤로 책장을 넘기던 나는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했던 죄업뿐만 아니라 나의 조상님들의 것까지 지금 내가 다 겪고 있다는 것이다. 약간 억울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내가 무사히 고통을 겪고 나면 척이 풀리면서 처음 보았던 그 지우개로 하나, 둘 지워나간단다. 얼마나 빨리 지워버리느냐 하는 것은 온전히 나에게 달린 셈이었다. 지우개는 사람마다 다 크기가 달라서 내가 지워야 할 것을 다 지울 수 있을 만큼의 크기란다. 이 지우개가 없어지면 나의 죄업도 다 청산된 거란다. 듣고 나서 내 지우개를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아직 한참 크구나….’ 이제는 다시 그 사람들을 보게 된다면 미움이 아닌 은인으로 대해주고 싶었다. 이렇게 하나둘 척을 풀고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빌어줘야지.
그때 또다시 그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없다.” 빨간 책에 너무 몰입돼 있던 나는 정신을 번쩍 차리며 잊고 있던 노란 책, 파란 책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켜나갔다. 노란 책을 꺼내 책장을 넘겼다. 노란 책은 그분이 말해주지 않아도 어떤 책인지 알 수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나의 한평생 인생 시나리오였다. 내가 누구의 딸로 어디서 몇 시에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가 적혀 있었다. 나의 부모님도, 내 외모도, 내 친구도, 빠짐없이 모든 것들이 다 이미 짜진 것이었다. 순간 너무 허무해서 더는 책장을 넘기고 싶지 않았다. 1996년 내가 처음 어머니를 따라 대순진리회를 다니게 된 것도, 19살인 내가 도를 닦겠다고 결심한 것도…. 어라? 그런데 이상하다. 원래대로라면 나는 20살이 되던 해에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 불구가 되어 남은 인생을 살아가도록 적혀 있었다. 희미하게나마 지우개로 지운 흔적이 남아있었다. 불현듯 나는 책장을 앞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찾았다. 희미해 잘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쳤던 부분인데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는 열이 42℃가 넘어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충격적이게도 그때 난 심한 열병으로 뇌 손상을 입어 영원히 오른쪽 다리를 절며 살아갔어야 한단다. 하지만 그때 난 멀쩡했었다. 정말 그 목소리가 날 지켜준 것일까?
어떻게 이 부분이 지워져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장애를 가지고 살면 얼마나 슬플까? 그리고 넌 마음대로 도를 닦을 수도 없었겠지. 참 도는 좋은 것이야. 도를 모르면 이렇게 짜진 극본대로 살다 명이 다해 죽겠지만, 도를 알아 도를 닦게 되면 내 극본을 내가 만들 수 있으니 이처럼 좋은 게 또 어디 있겠니? 너는 도와 인연이 깊어 도를 닦아 성공해야 하는 운을 타고났으니 네가 다치면 네 조상은 어찌 되겠니? 너를 살려 같이 성공하기 위해 공에 공을 들여 네 엄마를 도에 입도 시켜 일찍부터 많은 공덕을 쌓아서 앞으로 네게 닥칠 위험한 고비를 하나 둘 넘겨 노심초사 지금의 네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네가 이렇게 흔들리면 네 조상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그걸 잘 기억해라.”
난 그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렇다면 그 공덕이란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거예요?”
“도와 관련된 모든 일, 회관 공사를 모시거나 기도를 하고 수반을 위해 애쓰며 도우를 위해 물 한 잔 떠주는 그 모든 것. 특히 성금을 모시는 것 또한 안 좋은 운을 빨리 지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 입도를 한 후 하게 되는 모든 좋은 행동들이 공덕이다.”
“아. 그렇구나.” 나는 힘이 빠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하려고 손발이 다 닳고 심장이 새까맣게 타버렸을 조상님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나를 지키기 위해 너무나도 힘들었던 우리 어머니. 세상의 어떤 말로 그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
뿌리째 흔들렸던 나 자신이 너무도 한심하고 부끄러워 정말 아무도 보이지 않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불구라니, 정말 생각만 해도 암담해서 입에조차 올리기 싫은 단어, 그 어떤 고통에 비할 수 있을까? 꽃다운 20살 전신 불구가 된다? 내가 지금 도를 나가게 된다면 지워진 그 시나리오가 나에게 다시 어떻게 되돌아올지 모른다. 모든 걸 다 무시한다 해도 전신 불구만 면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도를 닦아야 했다. 그런데 하물며 큰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더더욱 난 도를 닦아 성공해 나의 조상님들과 가족을 살려야 한다. 분명해졌다. 나는 수도를 해 성공해야 한다. 성공하려면 그냥 수도하는 게 아니라 잘해야 하는데 어떻게 잘해야 하지?
“옳거니! 잘 한번 해볼 테냐?” 그러자 갑자기 쓱,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와버렸다.
“여긴 어디지? 어라???” 며칠 전, 주일날 국수를 먹고 담당 방면이 남아 식당 설거지와 청소 중이다. 며칠 전과 똑같은 광경에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 누군가가 우리의 행동과 말을 보며 뭔가를 적고 있었다. 며칠 전엔 분명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무표정한 얼굴, 큰 몸, 너무 장엄해서 무섭기까지 했다.
그리고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자세히 들어보니 설거지하고 있는 김 선무의 목소리다.
‘분명 국수 먹을 땐 정 선무, 유 선무, 이 선무 다 있었던 거 같은데 설거지 안 하고 어디 간 거야? 꼭~ 하는 사람만 하고 안 하는 사람은 안 하지. 어휴 밉상들! 나도 빨리하고 가야 되는데 설거지는 왜 이렇게 많아?’ 마음속으로 하는 말인지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김 선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꿈에도 몰랐다. 평소 땐 잘 웃고 늘 나에게 상냥하게 대해 주었는데 말이다.
그때, 파란 책이다. 파란 책을 펴들고 아까 그 무서운 사람이 점수를 매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까이 가서 보니, 여기저기 -3점, -5점, -10점, -1점. 간혹가다가 보이는 +2점. ‘혹시 그럼 저 사람은 신명?’ 이렇게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일일이 점수를 매기고 계셨다니. “그렇지.” 통쾌해하는 그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 마. 이. 갓.” 우르르 쾅쾅. 내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속 좁은 행동들과 말들. 너무 후회스러워 물리고 싶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언제, 어디서나 잘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 신명들은 언제 어디서나 우릴 지켜보고 있지. 딱 하나! 그 사람의 마음만 보시지. ‘요럴 땐 어떤 마음을 쓰나’ 하고 시험하시지. 음양합덕,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후천 오만년을 함께할 인물을 고르는데 얼마나 세밀하게 보겠니? 과일 하나를 먹어도 먼저 못 생긴 거, 썩은 거 골라 먹을 줄 아는 그 마음 하나를 보시는 거지. 거창한 걸 보시는 게 아니야. 오로지 남을 위하는 마음, 양위 상제님, 도전님을 향한 일심만을 볼 뿐이야. 아까 네가 수도를 잘해서 성공하고 싶다고 했지. 그러려면 그 무엇보다 네 마음을 예쁘게 잘 닦아야 해. 명심해야 해. 예쁜 얼굴, 큰 키, 좋은 머릿결, 많은 돈, 좋은 손재주, 그 무엇도 아닌 오로지 하나, 너의 마음만을 보실 뿐이야.”
그분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지금도 난 그분이 누군지 모르겠다. 그 마지막 말을 끝으로 나는 현실로 돌아왔고 그곳은 어디였는지 뭘 하는 곳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단 하나 분명한 건 꿈은 아니라는 거다. 현실의 나는 잔적도 없었고 더구나 걷고 있었다. 돌아왔을 때 역시 잠에서 깬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난 걷고 있었다. 다른 이에게 얘기하면 분명 꿈이라 하거나 아니면 나를 비정상으로 취급할 게 틀림없으니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나만 간직하고 있다. 아마도 내가 너무 안타깝고 가엾은 마음에 나의 소원을 들어주신 것 같다.
한순간에 너무 많은 걸 보고 듣고 온 내가 지금 해야 할 것은 혼란스러워 비틀대는 것이 아닌 중심을 바로잡고, 결자해지. 내가 지은 죄를 내가 다 받고 척을 풀어나가면서 후천 선경에 어울리는 마음을 예쁘게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조상님과 가족에게 보답하고 싶다. 이렇게 다 보여주시고 나니 나는 바로 설 수 있게 되었고 너무도 감사하고 죄송스런 마음을 뒤로한 채, 꿈만 같던 한순간은 나에게 영원한 수도의 지침서가 되었다.
첫댓글 저는 이걸 읽고 감동 깊어서 울었습니다..
네....이 글을 읽으면서 정말 열심히 수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