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도의 올레길은 주로 바다길을 따라 제주섬 한 바퀴를 도는 걷기 길이지만 원래 제주 올레길은 사적인 공간인 내 집에서 공적인 공간인 대로까지 나가는 완충 지대로서의 골목길을 이르며 그 것도 그냥 골목길이 아닌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제주 전통의 돌담이 둘러쳐진 정겨운 골목길을 말한다.
지난 토요일이자 1월의 마지막날인 1월 31일, 바람불어 춥고 어둔 날씨 속에서 제주올레길 10코스를 걸었다.
화순 금모래해변을 시작, 방어잡이로 유명한 모슬포항까지 약 17km를 걸으며 제주의 속살을 살펴보고 그 아름다움을 만끽한 하루.
혹자는 추운데 무슨 고생이냐 말할지 모르나 원래 바람 많은 제주도, 그 분위기 제대로 느끼며 걷기엔 오히려 오늘같은 날씨가 안성마춤 아닐까 싶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8시 40분 제살모(제주도에서 살기 위한 모임) 회원이신 지원낭자님을 만나 8시 45분 버스를 타고 가던 중 한라병원 앞에서 제임스권님이 승차, 50여분 걸려 세사람은 안덕농협 앞에서 하차.
이 곳에서 서귀포시에 사는 화양연화님과 합류해 오늘의 걷기 참여자는 모두 네 명, 9시 50분부터 올레길 걷기 시작함.

안덕농협 앞에서 화순 금모래해변으로 가는 중에 길에서 만난 야생 제라늄꽃. 저리 아름다운 꽃이 하필이면 이런 돌틈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을까, 안타까움과 함께 생명력에 대한 경이로움을 새삼 느끼다

올레 10코스의 출발지점인 화순금모래해변, 어둔 날씨 속에 바라본 산방산은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해안가 오솔길을 따라 가다 만난 자그마한 모래사장. 한여름 가족이 물놀이 하기엔 그만일 듯

해안가 용암의 기묘한 형상. 그 옛날 뜨겁게 달궈져 흘러온 붉은 용암은 바닷물을 만나 저리 검은 돌로 굳어졌으리라. 그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용머리해안을 코앞에 두고 만난 길다란 너럭 암반. 바다를 따라 마치 방파제 혹은 방조제같이 길게 뻗어 있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다

용머리해안을 산방연대에서 바라본 모습. 아직까지 날씨는 어둡고 춥다

그런데 이렇게 환하게 피어난 노란 유채꽃밭을 보니 마음이 금새 밝아지더라는

유채꽃밭에서 환한 미소 지으며 지원낭자님 사진 한 장 찍고(참고로 아시는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지원낭자님은 실제 낭자는 아니라는 ㅎㅎ)
원래 이 곳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한 사람당 1,000원을 내야 하는데 아직 꽃이 만발하지 않고 사람이 많지 않은 관계로 주인 할망 오늘은 500원씩만 받는다

기왕 500원 냈으니 저도 한 장 안찍을 수 없공.^^

용머리해안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 11일까지는 낙석으로 인해 한동안 폐쇄해 관람이 금지되었으나 12일부터 다시 개방을 해서 이 날 운좋게 용머리해안을 둘러볼 수 있었다.
사진 속의 제임스권님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아름다운 제주가 좋아 제주에 머물고 있는데 아예 이 곳으로 옮겨와 살까 생각 중이시라고

저의 좌측은 화양연화님인데 첨 닉네임으로는 혹 여자분 아닐까 싶었는데 그 예측이 빗나가 조금은 서운하기도.ㅎㅎ
하지만 말씀도 시원시원 잘 하시고 은근 멋쟁이

걷기 2시간 30분 정도 지난 12시쯤 송악산을 코앞에 두고 형제섬이 정면에 보이는 사계바다 앞의 성원식당에서 맛난 해물전골로 점심식사를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 일행은 1시 20분경부터 다시 송악산을 걸어 오른다
송악산은 참 많이도 갔지만 보통 정상 분화구까지 혹은 마라도와 가파도가 보이는 전망대까지만 둘러봤는데 그 지점을 돌아서 뒷편으로 걷자니 참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게 된다. 정면에 보이는 마라도(좌)와 가파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송악산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데크로 조성된 올레길. 이쯤에서부터 뒤늦게 환한 얼굴 내민 햇살, 그 햇살 아래 제주바다는 푸른 빛으로 반짝이며 반가운 인사를 건네온다

제주에선 이렇게 바다 쪽에 형성된 벼랑을 엉이라 하는데 용암에 퇴적층이 쌓이고 파도로 인한 해식작용을 받아 형성된 벼랑의 문양은 무슨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신기하고 아름다운 모습. 부안 변산의 채석강과는 또 다른

왜 松岳山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궁금했는데 그 이름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듯 송악산 뒷편엔 이렇게 멋진 松林의 둘레길이 이어지고 있더라는

송악산이 끝나고 됫편 자동차 도로를 건너 처음 만나는 풍경은 이제 마악 피어나는 노란 유채꽃밭. 목을 움츠리게 하는 씨원한(?) 바람과 함께 너른 들로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

바람 많은 제주에서 풀과 나무는 순응의 지혜를 배운다

일제 침략의 아픈 상처인 알뜨르 비행장과 그 당시 만들어진 비행기 격납고. 일본은 제주를 중국 침략의 전진기지로 삼아 대정 너른 들에 비행장을 건설한다. 알뜨르는 아래 뜰이란 제주어

일찍 피어난 야생 수선화가 그 진한 꽃내음으로 길 걷는 나그네들에게 잠시 행복을 선물하고

드디어 17km를 걸어 오늘의 끝지점인 모슬포항에 도착하니 이 지역 대표적 특산물인 커다란 방어의 상징물이 우리를 반겨준다. 이때 시간 오후 3시 35분, 오전 9시 50분경부터 걸었으니 점심시간 1시간 포함해서 6시간 소요.
이 곳에서 네 사람은 오늘 함께 한 걷기의 즐거움을 서로 공유하고 아쉬운 인사를 나누며 다시 각자의 길을 가다.
제주,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 없지만 오늘 올레길 10코스를 걸으며 그 사실을 다시한번 실감하다. 제주섬은 신이 우리에게 내린 보물섬. 이 곳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선물을 받은 행운아, 어찌 감사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을손가?
첫댓글 좋으네요~ 부럽습니다~~ㅎㅎㅎ
산행 좋아하시는 나그네님 요즘도 산행 열심인가요? 지난 번 집에 올라갔을 때 화정걷기에서 뵈었음 정말 반가웠을 텐데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쉬웠답니다.^^
제주 올레길 10코스의 풍광은
경이롭기까지 하네요
몇년전 여름 6~7 코스 걷다가
자외선에 그을리고 돌부리에 넘어지고 ᆞ
마을을 돌아 자갈길 바닷가를 지나
들판을 건너고 ᆢ
그때 고생한 기억땜시 올레길
고개를 절레였는데 ᆢ
오백원 싸다고 찍은 ㅎ
유채꽃속에 고운미소
훈장님 ~ ㅎ
해풍에 피어난 수선화 ~
신이 주신 보물섬 인정 함다 ~ ㅎ
제주 올레길은 포장도로가 많고 햇볕에 노출되는 바 저도 개인적으론 올레길 보다는 숲길을 더 좋아한답니다. 제주엔 사려니숲길, 삼다수숲길, 머체왓숲길, 쫄마장길, 방선문길, 장생의 숲길 등 좋은 숲길이 참 많거든요. 하지만 이 날은 흐린 날이라 오히려 올레길 걷기론 적당했답니다. 청하님 혹 다음에 제주에 오실 기회 있음 제가 좋은 숲길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훈장(박훈종) 님 ~고맙습니다
그 아름다운 숲길 걸으면서
휴식 하고 싶네요 ~~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