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9.13] 가을이 오는 소리.
부산의 진산일랑 놓아 두고 집의 뒷산을 오른다. 그 품도 못지 않아 넓고 깊지만 나에겐 그저 뒷마당. 산사를 보담은 여덟의 진경(금정8경 ) 찾아 나선 길, 하늘도 가을 물들어 쪽빛 툭툭 듣는구나. 일시 : 2009.09.13 산행지 : 금정산(범어사 - 장군평전 - 고당봉 - 원효안부 - 장군암 - 상마전)
<금정8경>어산노송/魚山老松 (어산교 주변 노송의 아름다움) 계명추월/鷄鳴秋月 (계명암 가을 달의 운치) 청련야우/靑蓮夜雨 (청련암 대숲에 내리는 빗소리) 내원모종/內院募鐘 (내원암의 청아한 종소리) 고당귀운/姑堂歸雲 (고당봉의 구름이 감고 도는 선경) 대성은수/大聖隱水 (대성암의 흐르는 맑은 물 소리 ) 의상망해/義湘望海 (의상대서 바라 보이는 바다) 금강만풍/金剛晩楓 (금강암의 가을 단풍)
하늘 단풍이 푸르고 푸른 날, 산사 초입의 어산교 노송을 휘도는 깊은 가을 바람으로 산의 아침을 맞는다. 등운곡 (藤雲谷) 의 처절한 삶도 지나는 길손에겐 한낱 멜로드라마. 보랏빛 찬연한 시절도 갈등( 葛藤) 만 남겼을 뿐.
고즈넉한 산사, 그 어귀의 바람과 갈등. 세상사 다르지 않다 하여도 도량(道場)이라니 그 업보, 단 한번의 겁(劫)만 더하길.
사배고개서 장군평전으로 난 숲 길. 이 길로 산을 찾는 이는 거진 없기로 호젓한 걸음이 된다. 오늘 산행은 산사 초입 어산교를 지나 대성암과 청련암, 내원암 곁을 지나며 대성암의 은구슬 옥구슬 흐르는 소리와 청련암 대숲의 바람소리, 내원암 종소리에 귀 기울였다가 낙동정맥의 구간인 계명봉과 장군평전 사이 낮은 고개인 사배고개를 깃점 삼아 차츰 오를 것이다. 이어 40여분 적당한 가풀막이면 장군평전에 닿고 내쳐 가을과도 같은 호젓한 길을 터벅터벅 걸으면 이내 고당봉일 것이다. 고당봉을 노니는 구름의 기운에 흠씬 취했다가 이윽고 북문의 세심정서 마음 닦고 원효봉 안부서 동쪽으로 길 잡아 너럭바위서 저 멀리 금강암과 계명암의 가을 익어가는 정취에 넋을 놓고 의상대서 바라보는 대해의 감상이야 미루었다가 길도 희미한 숨은 계곡을 끼고 걸어 닿는 장군암서 가을 하늘이며 가을 맛이며 한참을 즐기다가 내려설 참이다.
30여분 오르면 조망이 트인다. 오른 길로는 계명봉(602m)이 오똑하고 서쪽으로는 슬픈 모습의 고당봉(801.5m)이 보인다.
억새의 군무 리허설 중인 장군평전(720m)의 가을. 가을 바람이 맞아준다.
장군봉(734.5m) 저 너머 너머 다방봉에서의 연잇는 능선미도 참 좋으며 아득한 실루엣의 영남알프스도 눈맛이 일감이다.
앳띤 억새의 노래.억새풀 / 김상옥 奉恩寺 가는 길은 억새풀 바다였다. 멀리 해으름은 솔푸른 그늘에 젖고 억새풀 우짖는 소리 僧俗이 따로 없었다.
바람과 억새의 이중주 속, 나누는 우정이 싱그럽다.
동행. 그런 것. 나무도 풀도 사람도 숲이어야 하는 것.
동쪽의 고당봉. 구름 아래 햇살 머금은 암봉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일러 고당귀운이라 하니 저 기운으로 가을 맞을까.
북으로 영남알프스며 동으로 천성산이며 남으로 장산이며 대해며 서로 낙동강이며 아름다운 조망, 마음에 넉넉히 담고는 내려선다.
저 아래 북문과 그 위 원효봉(682m)이 지근이다. 봉 못미쳐 안부서 동쪽으로 길 잡을 것이다.
원효봉 안부 위 너럭바위서 바라본 북쪽의 고당봉. 좌측으로 미륵바위와 미륵사.
남으로는 앞서 원효봉과 그 뒤로 오똑한 의상봉(645m)과 무명릿지 그리고 그 너머로 부채바위와 나비암이 연이어 절경이며 저 멀리 도심을 지나 장산과 해운대, 황령산과 광안리가 희미하다.
우측의 장군평전에서 고당봉으로 이어진 길을 가벼운 호흡으로 걸었다. 여전한 듯 녹음이 행여 가을일까 어색하지만 파란 하늘과 뭉게 구름이라니 가을이 맞다.
우측의 오똑한 계명봉과 좌측의 장군평전 사이 범어사 바로 뒤 사배고개가 들머리였다. 고개 저 뒤로 천성의 불심이 예까지 미치는 듯. 앞선 옴팡한 능선에 원효암과 그 앞 의상대가 훤하게 조망되고 그 너머 골로 금강암과 대성암의 가을도 마음으로는 보이는 듯.
희미한 계곡길을 차분히 내려서 장군암에 닿았다. 맛난 석간수는 넘치도록 흐르고 있었고 조금은 우거진 숲에 성긴 햇살도 여전히 좋았다.
중전과 무수리^^
중전이면 어떠하고 무수리면 어떠할까. 계절의 어귀, 바람이 좋구나, 저 하늘 좀 봐, 오메~ 단풍 들겠네, 하고 공감하는 것이니 부족함 추호라도 있을까.
가을향기. 20년도 더 된 꽃무늬 두껑의 작은 주전자. 웬지 그에 애착이 가는 가을이다. 브라질세라도의 부드러운 바람도 모카자바의 깊은 향기도, 모두 가을.
******* 집 뒷산의 가을. 그리하여 한 뼘은 더 친근하게 가을 맞는다. 그리 만난 가을 하늘, 가을 바람. 저도 기뻤을까. 곁에 두어 이웃이라 한다면 이제라도 좋은 이웃이 되어야지. 가을처럼.
이상 행복팍팍 사랑팍팍 팬다
첫댓글 토욜 옆지기 생일이라 간만에 일욜 당일산행 하였습니다. 먼 걸음 일정도 여의치 않아 집 뒷산 찾았지요. 그래도 가을 오는 소리 듣기로 부족함 없었네요. 모두들 환하게 가을 맞으세요^^
제가 걸었던 그길을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하시는군요 저는 그저그러이 걸었던게 부끄럽네요
금정산도 실은 참 아름다운 산인 것 같습니다^^ 삼각산 못지 않은 소중한 산이에요~~~
갈대를 보니.. 정말 가을이 온듯합니다. 벌써 몇일만 지나면 추석이기도 하네요. 배낭을 보니 야영 모드가 아니고 소풍 모드군요 여유 있어 보입니다.
당일 산행이라니 더 가벼워도 되는데 밥이라도 해 먹느라 짐이 그나마 좀 많았습니다. 그래도 간만에 걸음이 어찌나 가볍던지요^^
여유롭네요...모든님들이...^^
간만에 야영을 하지 않은지라 짐이 줄어 걸음, 조금은 가벼웠습니다^^ 그런만큼 가을 구경도 좋았네요~
정녕..가을이 찾아들었군요..맛갈스런 팬다님의 마술같은 단어도,유난히 여유와 낭만이 넘치는 멋진산우님들의 표정도..높은하늘만큼 상큼하게 다가오네요..굿~~ 이여요..^^*
과찬인지라^^; 늘새봄님의 가을도 한결 여유있는 가을이길 소원합니다.
벌써.....가을이 곁에 다가 왔네요... 집 뒷산이라니....부럽네요....근처에 저런 멋진 산이 있다는 게 말이죠~~~~~~*^^*
서울로 말하자면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얼마나 부러운지요^^
사진에 낯 익은분............... 혹시 부산의 제로님 맞는가요???
그리 별명을 쓴다고 들었습니다^^ 동네 형님이며 간혹 산길 동행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