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백장군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 역사의 전투 현장에는 갑옷 입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윤승원 수필문학인
언론인 J씨와 점심을 함께 하고나서 이번엔 논산으로 향했다. 그 분은 날더러 “계백장군 유적지에 가 보았느냐?”고 물었다.
고향인 청양 장평면을 갈 때, 부여방향으로 가다가 부여군청 앞에 세워진 계백장군 동상은 자주 볼 수 있었고, 논산 부적면 국도를 지나다가 계백장군 묘역이 이 주변에 있다는 안내 간판은 본 적이 있지만 새롭게 조성된 ‘계백장군 유적지’를 일부러 찾아가진 못했다.
■ 충청도 사람이 계백장군 유적지도 모르고 있었나?
‘충청도 사람이 아직도 계백장군 유적지도 안 가 보았느냐’고 질책하는 것만 같아서 왠지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글쎄요. 대전~논산 간 국도를 자주 다니긴 했어도 새로 조성된 유적지는 아직 못 가봤네요.”하니까, 그 분은 안타깝다는 듯이 “역사 공부는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면서 견문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요.”라고 말했다.
사실 알고 보니, 그 분은 과거 충청권 일간지 D일보에서 근무하던 시절, 논산주재 기자였으므로, 이곳 계백장군 유적지 조성 과정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
장군의 유적지가 조성되기 전, 초라했던 묘지와 주변 환경을 떠 올리기도 했다. 당시 취재기자로서 장군의 묘역과 유적지를 새롭게 조명하여 역사 교육장소로 성역화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 적도 있다면서 현재 드넓은 공간에 다양한 전시물 등 훌륭하게 잘 조성되어 관리되고 있는 장군의 유적지를 보니,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전국에서 온 관광버스가 주차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날씨가 쌀쌀한데도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여성 관람객들도 많았다. 정작 가까이에 사는 필자는 이제야 이곳을 찾았는데, 경향각지에서 온 저 분들은 어떻게 역사 교육 현장이 이런 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 왔는지 놀랍기만 했다.
‘백제군사박물관’도 역사 교육의 현장이었다. 1989년 계백장군 유적 전승지가 충청남도 기념물 제74호로 지정되면서 1997년 계백장군유적지관리소를 건립하고 2002년에 착공하였다고 한다. 또한 2004년 박물관이 준공되어 2005년 3월 10일 개관하였다고 한다.
유적지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백제군사박물관은 2002년 1월 착공하여 부지 19,778㎡, 건축면적 2,489㎡에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2004년 12월에 완공되었다.
3개의 전시실(1,319.6㎡)과 야외 체험장, 부대시설, 기획전시실, 관리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물 248점, 기록화 5점, 영상 8편, 모형 28식, 패널 58식 등 총 347점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실물 복제본 전시와 영상물, 그래픽 등을 활용한 다채로운 전시 연출은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예술적인 요소까지 가미하여 관람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 계백장군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나?
아무튼 학창시절에 단편적으로 배웠던 계백장군에 대한 짧은 생애와 전쟁 일화 등 일반적인 일천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새롭고 생동감 있는 역사의 현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백제의 충신, 계백장군의 남다른 용맹, 기개는 어디서 나온 걸까? 장군이 목숨을 잃을 당시 적군들에 의해 시체 수습도 제대로 안 됐을 터인데, 훗날 그의 시신을 어떻게 거두어 이렇게 묘지를 만들고, 그 충성스러운 뜻을 기리게 됐는지, 우리는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논산의 역사는 금강유역의 넓고 기름진 땅[논산평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살아가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논산은 사비(泗泌 : 부여)인 백제의 수도를 지키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논산은 계백장군의 5천 결사대와 김유신이 이끄는 5만의 신라군이 황산벌을 중심으로 최후의 결전을 벌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의 현장에는 갑옷 입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창 들고 말 탄 장군만 있는 게 아니었다. 허름한 무명옷에 달랑 깃대 하나 들고 싸움터에 나선 백성들도 많아 보였다.(물론 모형으로는 표현의 한계가 있었겠지만) 그 시대의 최고 무기는 정신력 밖에 없어 보였다.
백제의 군사 활동을 시대별로 정리한 연표와 지도를 보면 당시 중앙군과 지방군의 군사조직과 편제, 영역 변화 등을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 놀라운 것은 백제의 군사 방어시설이었다. 주요 성(城)을 모형화하여 입체적으로 전시해 놓았다. 토성의 축조 과정과 성의 기능, 방어 체계 등도 살펴 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백제시대의 복식과 도검류, 궁시류, 도끼류 등도 살펴 볼 수 있었다.
충의와 호국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이곳 유적지를 찾는 군사 관련 교육생들도 많다고 한다. 그럼 역사는 흘러도 ‘꺼지지 않는 호국정신의 불꽃’, 계백장군의 늠름한 위용을 둘러보자.
※ 덧붙인다면, 이곳을 둘러보고 나서 경관 좋은 탑정저수지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관광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저수지 주변 어느 찻집에 들렀더니, 사진으로는 보여 줄 수 없는 기괴한 모양의 돌도 있었다. 맛있는 점심 얻어먹고 저수지 절벽 난간에 위치한 기묘한 찻집에 들러 유자차 한 잔하면서 물 위에 떠 있는 한가로운 천둥오리 떼를 보고 있자니, 온갖 세상 걱정, 다 부질없는 노릇이었다.
첫댓글 잘 배우고 갑니다
겸허한 인품이 묻어나는 '배우고 가신다'는 말씀 한마디가 저에게 주시는 최고의 격려 말씀입니다.
보잘 것 없는 저의 졸고에 따뜻한 격려 달아 주시니 제가 느끼는 게 많고 배움이 크지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저도 처음으로 알게되었습니다. 정신력이 중요하다고 쓰신 것을 보고 제가 준비하고 있는 단재 신채호와 백암 박은식이
다 죽어가는 대한제국에서 국민에게 역사의 정신력을 강조한 것과 관련되는 생각입니다. 저도 아이들 데리고 한번 꼭 들려봐야겠습니다.
장천선생의 사진 참으로 좋습니다. 이런 여행기는 참으로 값진 글입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저를 이곳으로 안내해 주신 언론인 J선생 덕분입니다. 스마트폰에 사진을 저장해 놓으면 바빠서 곧바로 글을 쓰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이렇게 몇 줄 관람기를 쓰게 되는군요.
유적지는 이제 관광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보고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더 많은 사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제 글에서 아쉬운 부분은 직접 관람을 통해서 보충하셨으면 합니다.
늘 힘을 주시는 정 박사님의 따뜻한 격려 말씀 고맙습니다.
언제일지 지금 당장은 약속할 수 없지만 저도 가본후 관람기를 써 넣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