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어떻게 할까?
우리는 그 동안 몇 명의 기독교인 대통령을 경험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 대통령이라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6.25가 터지자 가장 먼저 수도를 버리고 도망갔는데, 엉겁결에 대구까지 내려갔다가 뒤늦게 실수를 깨닫고 대전으로 되돌아오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었다. 결국 부정부패와 독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하야를 했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이 출마했을 때는 전국 교회가 그가 장로라는 것 때문에 지지했었다. 그때 교회의 논리는 구약에서도 왕이 하나님을 잘 섬길 때 나라가 복을 받았으니 하나님을 믿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나라가 잘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영삼 대통령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기독교적인 행보를 하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IMF 구제 금융 사태가 벌어졌다. 그 뒤 우리는 세 번째로 장로 대통령을 다시 뽑았는데 그가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 역시도 온갖 부정부패의 소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지만, 기독교인들은 그래도 장로 대통령이 낫다는 마음으로 그에게 투표를 했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또 다시 우리를 실망시키고 끝났다. 이제 우리 코 앞에 2014년 지방선거가 다가왔다. 그런데 아직도 출마자들은 여전히 교회를 등에 업고 싶어 한다. 어떤 분이 어느 교회에 출석하며, 어떤 직분을 맡은 자라는 것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또 예배시간에 출마자들과 그의 가족들이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가 만약 참된 기독교인이라면 왜 자기가 출석하는 교회에 나가서 조용히 하나님께 무릎을 꿇지 않고, 다른 교회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냐는 것이다. 그것도 선거철에만...그가 진정으로 하나님을 믿는다면 이런 시기에 맞이하는 주일에는 선거 운동을 겸한 예배가 아니라 진정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투표를 해야 할까?
1. 학벌, 지역연고주의, 선거 조직력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고시 3관왕으로 이름이 많이 알려진 아무개 씨가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는데, 이 분이 30%대로 1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1위를 하는 이유가 그렇게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내 자식들이 본받아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 어이없는 발상이다. 정신을 차리고 따져보자. 우리나라는 공부 못한 사람들이 망쳐놓은 것이 아니다. 공부 못한 사람들은 겨우 자기 가정이나, 제가 사는 동네의 물을 흐리는 정도일 뿐이지만, 공부 잘한 사람들은 나라를 말아먹을 수도 있다. 또 우리나라의 현실 문제들은 대부분 공부는 잘했는데 사람됨이 글러먹었다든지, 공부는 잘했는데 성품이나 삶이 비뚤어진 자들이 망쳐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에 공부를 잘한 것이 자랑거리가 되고,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사람을 택할 때에는 인성이 제대로 되어 있는가? 건전한 사고방식을 소유했는가? 상식적인가? 윤리적인가? 다 함께 잘살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주변을 잘 아우르는가? 자기가 맡고 싶어 하는 그 자리에서 자기가 할 일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소유했는가를 봐야 하는 것이다. 선거에는 불가피하게 조직력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만, 우리들 개개인은 그런 조직력에 의해서 휩쓸리지 않고 양심적으로 투표해야한다,
2.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우리는 지금 교회의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와 지방의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을 뽑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그 사회의 구성원 전체를 아우르는 공평과 공의의 사람이어야 한다.
즉 평등하고 자비로운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 사회의 구성원 전체를 공정하게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뽑아야지 ‘우리 편’을 뽑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구약 이스라엘이나 신약의 교회는 하나님의 언약 공동체이기 때문에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고 하나님의 은혜의 통치를 받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민주주의 사회의 리더들-대통령, 국회의원, 지방 자치의 수장들과 의원들은 언약공동체의 리더들이 아니다. 그들은 일반 세속사회 공동체를 이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성경에 나오는 지도자들과는 역할이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는 교회에서 목사를 청빙하거나 장로를 세울 때와는 다른 기준으로 사람들을 뽑아야 한다. 그래서 종교적인 가치로 평가하기보다는 그들이 참으로 민주주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국민을 잘 이끌어 갈 것인가를 봐야 한다. 그리고 그 민주주의적인 가치관이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는 공의와 공평의 실천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평화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독교인을 뽑을 것이 아니라, 기독교적인 가치를 실현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우리나라 고위층에는 기독교인들이 국민 평균보다 더 많이 포진해 있지만 사회는 점점 더 반 기독교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그들이 기독교인이지만 기독교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자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신을 내려놓고 그가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이라 할지라도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약자를 편들며, 겸손하고, 정직한가를 봐야 한다. 그래서 총신대학교의 김희석 교수는 ‘기독교인을 뽑는 대신, 기독교 가치에 투표하라’고 했다. 정치를 하는데 있어서 그가 기독교인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그들은 우리 국민들에게서 4년 동안 이 지방(국가)를 관리하라고 위임받은 비정규직일 뿐이기 때문에 그의 종교가 아니라, 그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우리가 4년 동안 위임해준 일에 영향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