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제 33,7-9, 로마 13,8-10, 마태 18,15-20): 후회없는 사랑으로 완성을 이루십시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가을로 접어들어가는 이 변화의 시점에, 이 세상도 다시금 평화를 회복하고 우리 각자의 삶에서도 매듭을 풀며 용서와 사랑이 무르익어가도록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눈뜨는 순간부터 관계의 숲은 시작되지요. 결코 우리 삶은 홀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너’라는 대상, 상대방 앞에서 비로소 우리는 ‘나’라는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 안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적확하게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이 관계의 숲을 지나면서 우리 각자는 어떤 길을 밟고 지나오셨나요?! 그 길 위에서 만난 이들은 어떤 사람이었는지요? 또 그 길 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었는지요? 그리고 지금 우리 주변에는 어떤 사람이 머물고 있나요? 우리로 인하여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 되었고, 그 사람들로 인하여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나요? 결국 우리의 내면은 무엇으로 채워져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향기를 품어내고 있는지요?
결국 이 질문들을 마음에 새기고 지향할 목적은,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사람으로, 또 당신 보시기에 좋은 세상을 가꾸어 나가기 위함입니다. 삶이란 결국 각자의 응답과 책임으로 엮어가는 것이어도, 우리는 서로에게 방관자가 아니라 동반자로 부름받는 까닭입니다.
에제키엘 예언서 33장 7절에서는 “너 사람의 아들아, 나는 너를 이스라엘 집안의 파수꾼으로 세웠다. 그러므로 너는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를 대신하여 그들에게 경고해야 한다.”라고 말씀을 전합니다.
이 말씀은, 우리의 자의적 판단이 우선하거나 충고 자체가 목적이라고 이르는 것이 아니지요. 외려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서로 협력하는 것, 더 좋은 곳을 이루도록 사랑이 유일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일깨워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도, 결과도 사랑으로 빚어가고 사랑을 열매 맺어야지요. 그를 위해 함께 조각을 맞추어 가고 조화를 만들어 가는 것, 그 가운데 우리에게 다가오고 주어진 한 사람의 관계도, 그 사람도 결코 버려짐이 없도록 소중히 안아주어야 합니다.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것은 예외입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로마서 13장 8절, 10절의 이 말씀과 같이, 어떤 남김도 없이 아끼지 말고 내어줄 수 있는 삶을 살길 기도합니다. 후회 없이 비우면, 비울수록 그 가난한 참 사랑은 번져가고, 번질수록 변화되어 가는 가을풍경처럼 함께 물들어 갈 것입니다. 이처럼 사랑은, 서로를 동반하면서, 각자의 삶의 깊이와 넓이가 확장되고, 더욱 성숙하게 이끌어줄 것입니다.
이처럼 관계의 숲을 하느님 사랑으로 충만하게 할 희망을 간직하며 나아갑시다. 수많은 분쟁과 전쟁, 자연재해와 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이 거듭되면서 커져가는 불안과 긴장의 한 가운데 있는 이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할 소명을 잊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말입니다.
우리 한 사람이 그렇게 사랑으로 충만할 때 두 사람이, 두 사람이 네 사람으로, 다시 여덟 사람으로 옮겨가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손을 맞잡고, 매듭을 풀어갈 지혜를 함께 구해갑시다.
주님께서는 마태오 복음 18장 18절, 19절에서,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메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주실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서로의 다름을 판단이 앞서 내치는 차가운 어리석음이 아니라, 사랑으로 초대하여 희생과 인내의 여정으로 이루어갈, 공동선(共同善)을 향한 우리의 행동 있는 사랑이, 결국 모든 것을 이루어주실 하느님의 신실함에 대한 신뢰와 겸손한 기다림을 통해 온전하게 다다를 수 있도록 기도드리는 복된 날들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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