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족산(890m)
(강원도 영월군)
계족산은 강원도 영월역에서 바라보면 동쪽으로 3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산 이름은 영월읍 중심지에서 조망되는 계족산 주능선이 닭 발가락을 밟아 붙여진 이름이며 순수한 우리말로 닭다리 산 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대동여지도에는 회개산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계족산의 산줄기는 백두대간 능선 상의 만항재부터 시작된다. 만항재서 서쪽으로 가지를 친 산줄기가 백운산(1426m) 두위봉(1466m) 질운산(1172m) 예미산(989m) 망경대산(1088m) 응봉산(1013m)을 솟구치고 난 다음 응봉산서 서쪽으로 약 5Km를 달려 나가 들어 올린 산이 계족산이다. 계족산을 빚은 만항지맥 능선은 동강과 서강이 합류하여 남한강이 시작되는 팔괴 나루터에 남은 여맥을 가라앉힌다.
나는 영월에서 1975년 6월부터 1977년 12월까지 31개월간 군복무를 했다. 논산훈련소와 38사단 자대교육기간인 3개월을 제외하고는 영월에서 쭉 근무했기 때문에 아름다운 영월의 명산들을 탐방할 수 있었다. 일요일에 외출을 나오면 군복차림으로 어김없이 영월의 산을 탐방했다. 계족산은 내가 근무한 부대가 자리 잡은 대내골의 뒷산이기도 하다. 부대훈련 중 수시로 계족산 자락을 넘나들었지만 정상을 밟지 못하다가 오늘 외출을 나와 계족산 등산을 간다.
등산은 왕검산성을 갈 수 있는 차도에서 시작됐다.(10:00) 정양 마을로 들어서 작은 능선을 타고 산을 올라간다. 낙엽이 쌓인 숲길은 황토색이 아닌 검은 색이다. 인근에 있는 영월화력발전소 석탄가루가 날려 쌓였기 때문이다.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남한강이 평화롭게 내려다보인다. 얼마 후 왕검성에 이른다. 해발 400m에 위치한 왕검성은 고구려 때 남한강의 방어기지로 축성된 것으로 어림된다. 자연석을 깨트려 다듬은 돌을 쌓은 흔적이 역력하다. 왕검성을 뒤로하고 계속하여 능선을 타고 산을 오른다. 뒤돌아보니 화력발전소가 발아래로 내려다보인다.
전망이 좋은 지점에서는 동강과 봉래산을 비롯한 주변 산들은 영락없는 한 폭의 산수화다. 영월 시가지도 조망된다. 한참 후 응봉산에서 달려온 만항지맥 능선에 올라선다. 곧이어 조금 더 진행하다가 내리막이 된 능선 길로 안부로 내려선 다음 오르막 능선을 타고 계족산 정상에 올라선다.(12:00) 전망을 하니 남쪽 조망이 활짝 열렸다. 눈 앞 가까이 100대 명산인 태화산 뒤로 국립공원 소백산 줄기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한동안 쉰 다음 하산에 들어간다. 서쪽으로 뻗은 능선을 타고 나아가니 암릉이 나타난다. 암릉으로 올라가 진행해 보니 너무 위험한 코스라 되 내려와 오른쪽 우회 길로 나아간다. 얼마동안 산을 내려가 안부에 이른 다음 지도를 펴고 하산 길을 확인하여 왼쪽으로 희미하게 나있는 길을 따라 산을 내려가니 계곡이 나타난다. 정확한 진행임을 확인하고 계곡 옆에 나있는 길을 따라 하산을 이어간다. 눈을 즐겁게 해주는 폭포도 감상하면서 행복한 원점회귀 산행을 마친다.(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