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7주일/ 군인주일 강론 >(10.1.일)
* 오늘 복음에 따르면,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었는데, 맏이에게 포도밭에 일하러 가라고 하자, 싫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을 바꿔 일하러 갔습니다. 반면 작은아들은 가겠다고 대답했지만 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성찰하면서,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늘 회개하면서 충실히 살겠다고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오늘은 우리나라 영토를 지키는 국군장병들의 노고를 기리고, 또 군 사목에 애쓰는 분들을 기억하는 군인주일입니다.
저는 1988년 2월부터 1989년 7월까지 2군 사령부 2수송교육대(6315부대/ 우리 성당구역인 경산 남천에 운전연습장 있음)에서 18개월 방위를 했습니다. 집에서 출퇴근 방위복무 하는 동안 아주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교리교사생활을 했는데, 그게 사제성소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방위복무 후 복학했는데 현역 출신이 아니라고 천대받았습니다. 더욱이 대학 졸업 후, 신학교에 가서 회식이나 축제 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야! 방위 출신들 나와 춤춰봐!”라는 소리에 맞장구를 쳐줘야 했습니다. 그래서 방위 제대했다는 것 때문에 아주 괴로웠고, 이럴 줄 알았으면 해병대 갔을 걸이라고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2. ‘군대’ 하면 군인, 군복, 철모, 총, 유격훈련, 탱크, 전쟁 등이 떠오르기도 하고, ‘짬밥’ 같은 비속어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군대 코미디, 군생활 체험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덕분에 군대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친근한 곳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군대 가는 것이 캠프 가는 것처럼 굉장히 재미있는 일로 생각되곤 합니다.
하지만 군 복무 하는 병사들에게 군생활이 만만치 않고, 관심사병문제도 있습니다. 또한 강한 훈련, 고된 작업, 내무실 상황, 경계근무 등의 단순반복적인 생활 속에서, 군 생활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의무로 여깁니다. 그래서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놓아도 간다.’라고 생각하며 젊은 시절을 아깝게 허송세월로 보내거나, 제대하는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는 병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3. 자녀를 군대에 보내는 부모님 생각에, 내 자식은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한 곳에 가줬으면 바라실 것입니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지 군생활하는 군인의 마음가짐이 올바로 되어 있다면 그곳이 편안하고 안전한 곳일 것이고, 마음가짐이 삐뚤어져 있다면 그곳은 불편하고 위험한 곳일 겁니다. 군 복무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숭고한 사명이고, 선진화된 군대가 특별히 그들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있지만 아직도 피해의식 속에 살아가는 장병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 상태를 탓하기 전에, 남북분단 현실을 인정해야겠습니다.
장병들은 우리와 동떨어진 이들이 아니라 우리 아들들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 복무는 당연하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군인들의 수고와 헌신 덕분에 우리가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겠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장병들에게 내적 휴식처는 ‘종교 센터’입니다. 그래서 매주일 군인들은 교회, 성당, 법당에서 좋은 말씀도 듣고 휴식도 취하며, 다시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하지만 군종신부님들의 말을 들어보면, 현실적으로 우리 아들들이 성당에서 좋은 말씀과 기도만으로 힘을 얻는 게 아님을 체험한답니다. 다시 말해 무엇보다 ‘간식의 힘’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매주 성당에서 열심히 기도하고 활동하는 한 병사가 어느 날, 군종신부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신부님, 저희 성당도 회식 한 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뭐로 먹을까?” “저희는 어떤 거든 상관없어요. 교회나 법당은 피자나 치킨을 자주 먹는다는데, 우리 성당 친구들은 정말로 그런 것 없어도 순수한 마음으로 나오는 친구들이에요. 하지만 우리 친구들에게 사기 문제가 있어서요.”
그래서 군종신부는 성당 병사들에게 애잔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군종신부 입장에서 병사들에게 주는 초코파이는 위문품일 뿐이었지만, 병사들 입장에서 간식은 타종교와 비교되는 자존심이기도 했고 사기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군종신부는 회식 후, 병사들에게 좀 더 맛있는 초코파이(‘情’ 초코파이)나 빵으로 업그레이드했지만, 병사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하는 현실에 미안했답니다.
청도본당에 있을 때, 포항 충무대 해병대들을 위해 수고하는 군종수녀님에게 연락해서 복숭아를 사서 10 콘테이너 보내줬습니다. 장병들이 군대에서 복숭아 먹는 것을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병사들이 좋아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왔는데, 그 모습을 보며 제 아들들 같아서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포항에 있을 때는 장병들 정신교육도 해줬습니다.
4. 군대를 ‘선교의 황금어장’이라 하는데, 현재 군대에서 가장 큰 종교는 무교(無敎)로서 전체 인원의 ½ 이상입니다. 그 나머지 중에서 반(전체의 ¼ )은 개신교, 또 나머지 중에서 반(전체의 ⅛) 정도는 각각 불교와 천주교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신자에게 전교할 때 정성껏 해야 하지만, 군대에서는 아주 작은 관심으로도 젊은이들에게 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영적 지원뿐만 아니라 물적 지원도 매우 중요합니다. 초코파이까지도 자존심이 되는 장병들이 피자와 치킨 때문에 다른 종교로 가지 않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잘 안 먹는 간식이지만, 장병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는 음식입니다.
요즘 군에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종종 생겨 크게 실망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그런 사건들은 군대 시스템 문제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일 것입니다. 그 무엇보다 아이 하나 뿐인 가정이 많아 가정에서부터 인성교육을 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앙생활 하려는 장병들과, 또 군인들과 군 사목 하는 분들을 위해 2차 헌금해주시고, 군생활과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습니다. 아멘.
첫댓글 10대 사목을 시작 하면서 인사 드립니다.
함께 봉사 하면서 이야기가 있고 감동이 있는
본당 공동체를 만들도록 노력 합시다.
매주 본당의 미사, 행사를 올려 주시는 홍보 위원장님 처럼요. 화이팅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