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답답해서 지붕을 박살내고
솟구친 초콜릿 꿈 승강기 하늘 날아
달콤한 찰리네 가족 윌리 웡카 만나네
찰리네 집에는 부모님과 그 부모님의 부모님 네 분 그러니까 일곱 식구가 사는데 버는 사람은 치약 공장에서 뚜껑을 닫는 단순 작업을 하는 아버지뿐이다. 그나마 직장을 잃어 나중에는 제설 작업을 할 때만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으니 끼니를 걱정을 안 하는 때가 없었다. 초등학생인 찰리에게 더 먹게 해 주려고 했지만 착한 찰리는 절대로 그런 대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학교 갈 때는 일찍 일어나 천천히 걷고 노는 시간에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왜냐하면 운동량이 많으면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초콜릿도 일년에 한번 생일 선물로 받는 것이 다인데 그것도 한번에 먹지 않고 조금씩 떼어 오랫동안 맛을 음미할 정도였다. 하지만 찰리네 집에는 가족간의 사랑이 있었고 찰리는 그 집안의 미래이어서 찰리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네 노인들의 눈빛이 빛나고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을 즐긴다.
어제 밤 늦게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를 다 읽었다. 얇은 책인데도 워낙 빨리 읽지 못하는 관계로 며칠 걸렸다. 영화는 텔레비전으로 몇 번 보았지만 한번에 죽 본 적이 없고 드문드문 조각조각으로 보아 도무지 무슨 영화인가 하고 재미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책을 통해 보니 줄거리가 들어왔다. 독서의 즐거움과 깊은 감동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랜만에 책 한 권 읽었다는 작은 성취감과 함께.
윌리 웡카가 마지막으로 시도한 일은 엘리베이터의 성능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찰리와 친할아버지를 유리 엘리베이터에 태우고 로켓처럼 하늘을 치솟아 오른 것이다. 시가지를 조망하고 내려와 집으로 가는 나머지 네 아이와 그 가족-버르장머리가 없는 아이들과 교육적인주관이 없는 부모-을 보고 다시 올라간 다음 웡카는 왜 골든 티켓 다섯 장 행사를 했는지 설명하다가 찰리와 할아버지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극적인 이야기를 한다. 나이도 많고 자식이 없는 그가 당첨된 다섯 명 중 한 명에게 초콜릿 비법을 전수하여 공장을 운영할 후계자를 정하려고 했던 일임을. 세상에 찌든 나머지 네 명은 집으로 보내고 어린 찰리로 정했음을 밝히고 찰리의 집이 어딘지 묻는다.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가난한 찰리의 집 지붕을 뚫고 들어가 찰리의 어머니, 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친할머니를 모시고 공장으로 향한다.
파일럿 출신인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나 풍부해 속이 다 후련하다. 그렇게 공들여 지은 공장 지붕을 뚫고 하늘로 치솟는 유리 엘리베이터를 보고 집안에 가둘 수 없는 폭발하는 꿈의 역동성을 느낀다. 그 발명품은 욕망, 선입견, 두꺼운 벽, 지붕 등의 귀하게 여기고 집착했던 모든 것과 함께 찰리네 가난까지 산산조각 낸다. 그리하여 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한 침대를 쓰고 부모는 메트리스를 깔고 자고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하지만 초콜릿 달콤한 사랑을 간직한 찰리네 가정은 윌리 웡카를 이어 많은 사랑을 생산하여 온 세상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첫댓글 늙을수록 책을 가까이 하는 임의 모습 너무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