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살인마’ 고지혈증
전세계에서 2초마다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심혈관 질환. 그 주원인으로 작용하는 동맥경화증은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고지혈증에서 비롯된다. 당장은 이렇다 할 증상 없이 은밀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인 고지혈증은 암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2, 3위를 다투는 뇌혈관 질환과 심장 질환의 주범. 아시아인에게 더욱 위험하다는 ‘성인병의 온상’, 고지혈증을 잡아라!!
▶ 혈관 건강의 바로미터, 콜레스테롤 수치 ▶ 고지혈증의 원인과 증상 ▶ 핏줄 막혀 일어나는 온갖 합병증 ▶ 예방과 치료, 이것만 알면 이긴다 ▶ 올바른 상식 vs 잘못된 상식 ▶ 전문의 9인, “콜레스테롤, 나는 이렇게 조절한다” ▶ 高콜레스테롤 자가 진단법
[고지혈증 ‘기름청소’로 뿌리뽑자! 01] 혈관 건강의 바로미터, 콜레스테롤 수치
심혈관 질환의 주범, 고지혈증 유명한 대중음악평론가 K씨(45)는 1년 전쯤 한밤중에 병원으로 실려갔다.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때문이었다. 병명은 심근경색. 고지혈증으로 관상동맥에 죽상경화증이 생겨 혈관이 막혀 심근이 괴사상태에 빠진 것이다.
K씨의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무려 320mg/dl. 그는 대부분의 한국 중년 남성이 그러하듯 하루에 담배를 한 갑 혹은 한 갑 반 정도 피우고, 1주일에 나흘 정도 술을 마셨다. 번번이 자정을 넘기며 소주 두 병 이상과 맥주 세 병 이상을 마셨다. 안주는 삼겹살이나 불고기. 프리랜서인 그는 업무량에도 늘 쫓겼다. 술을 마시고 와서도 새벽까지 다음날 넘길 원고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K씨는 45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늙어 보였고 체중은 88kg였다.
K씨의 경우는 쓰러지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발병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에게 K씨의 사례는 조금 심할 수는 있어도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 다행히 최근 건강 열풍 덕분에, 그리고 부인의 걱정과 성화 덕분에 발병 문턱에서 가까스로 회귀한 사람도 많다. 그러나 K씨처럼 자신의 발병 원인이 고지혈증이란 사실조차 모른 채 병을 키우는 이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지혈증이란 혈액 속에 지방 혹은 지질(脂質)이 늘어나서, 마치 수도관이 녹이 슬어 막히듯 혈관에 죽상경화증이 생겨 내경이 좁아지는 심각한 질환이다. 하지만 지질 자체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세포막의 필수적인 부분을 형성하고, 비타민과 호르몬의 생성에도 없으면 안 될 요소다. 단 과잉 섭취할 경우, 남은 지방질은 인체에 누적된다.
인체 내에서 작용하는 대표적인 지질로는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트리글리세라이드)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콜레스테롤은 인체의 모든 세포를 만드는 기본 물질 가운데 하나다. 콜레스테롤은 소화에 필수적인 담즙산을 만들어 소화작용을 돕고, 호르몬과 비타민D의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에서 합성되는데, 간경변증 환자와 같이 간 기능이 나쁜 사람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게 마련이다.
중성지방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방이다.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며 과잉 섭취할 경우 몸에 쌓여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중성지방은 피하와 복부의 장간막에 지방층 형태로 저장된다. 따라서 복부비만이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지질 수치가 너무 높은 경우인데, 이를 고지혈증이라 부른다. 한편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은 수치가 낮은 경우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고지혈증이란 단어 대신에 비정상 상태임을 뜻하는 이상(異常)지혈증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지질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날 경우 여러 질병이 발병할 수 있고 잠재적으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까지 야기할 수 있다. 고지혈증 혹은 이상지혈증이 결국 여러 종류의 심혈관 질환의 주범이 된다는 얘기다.
콜레스테롤의 양면성 최근 일요일 밤에 방영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한 TV 건강 프로그램에서 콜레스테롤을 주제로 다룬 적이 있었다. 40대의 여자 연예인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게 나와 가장 건강한 피와 혈관을 가진 것으로 판정받았다. 반면 배가 많이 나온 60대의 남자 탤런트는 나쁜 경우로 판정됐다. 또한 ‘사람이 재산이요, 사람과 정을 나눈다’는 휴머니즘의 기치 아래 술과 담배로 살아온 젊은 남자 연예인의 경우는 예외 없이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게,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게 나왔다. 순전히 의학적 소견에만 의존한다면, 이런 20대는 40대 여자 연예인보다 건강하지 못한 셈이다. 20대부터 이 같은 생활을 계속한다면 앞서 예로 든 대중음악평론가 K씨처럼 쓰러지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혈관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악역’을 떠올린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라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콜레스테롤은 호르몬과 세포막을 이루는 필수요소다. 콜레스테롤은 이처럼 꼭 필요한 것이지만 넘치면 문제가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경구가 딱 들어맞는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혈액검사로 손쉽게 측정할 수 있다. | 콜레스테롤의 양면성은 실제 작용하는 과정에도 나타난다.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이 있는 것이다. ‘좋은 콜레스테롤’은 HDL(High Density Lipoprotein) 콜레스테롤, ‘나쁜 콜레스테롤’은 LDL(Low Density Lipoprotein)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콜레스테롤에도 ‘좋고’ ‘나쁜’게 있냐며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고지혈증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에 대해 바로 알고, 이 두 가지 수치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둬야 한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되는 것이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경우다. 결국 혈액 내에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면 마치 수도관에 녹이 슬 듯, 콜레스테롤이 동맥혈관벽에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죽상경화증이 발생한다. 죽상경화증이란 죽 같은 물질이 혈관에 끼는 병적 상태를 말한다.
반면 좋은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낀 콜레스테롤을 제거하여 간으로 보내 담즙으로 배설케 함으로써 죽상경화증을 방지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고지혈증을 치료하고 혈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LDL Low, HDL High’로 기억하면 편하다.
수치 제대로 알아야 진짜 웰빙족 그렇다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얼마나 높아야 고지혈증이라 할 수 있을까. 한 사례를 보자.
얼마 전 병원을 찾은 회사원 김모(40)씨는 담당 의사에게서 심하게 꾸지람을 들었다.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270mg/dl, 이 가운데 LDL 콜레스테롤은 185mg/dl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것이다. 1년 사이에 상태가 많이 나빠졌다. 지난해만 해도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언제라도 이를 실천만 하면 고지혈증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이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너무 안이하게 단정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난 올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높아져 약물 치료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제야 김씨는 자신이 고지혈증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또 다른 사례. 대학교수 임모(44)씨는 건강진단의 일환으로 20만원짜리 혈액종합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를 놓고 의사와 상담을 했는데 의사는 수십 가지 항목 가운데 두 가지를 가지고 한참 고민을 했다.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200mg/dl으로 높지 않은데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170mg/dl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옐로 카드를 뽑아들었다. 유난히 건강에 관심이 많던 임 교수는 그동안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체크해왔고 그것을 자랑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그는 총콜레스테롤 수치만 알았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엔 무관심했다.
콜레스테롤이란 단어를 처음 듣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김씨처럼 콜레스테롤 수치를 간과하거나, 아예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정상 수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한순환기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녀 100명 중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다섯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콜레스테롤 수치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징표다.
그러나 콜레스테롤 수치는 ‘혈관 건강의 바로미터’라 할 만큼 중요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심혈관 질환은 전세계적으로 사망의 제1원인으로 악명이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02년도 세계건강보고서(World Health Report 2002)는 전세계 사망자의 3분의 1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해마다 1160만명의 인구가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슷한데, 2002년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은 1위인 암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02년에만 5만5000명, 즉 날마다 150명 이상이 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혈관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LDL 160mg/dl 미만이어야 정상 콜레스테롤 중에서 심혈관 질환과 관계가 가장 밀접한 것이 LDL 콜레스테롤이다. 한편 다른 위험인자가 동반하는 경우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같을지라도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상승하기 때문에 위험인자의 존재 여부에 따라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치도 달라진다.
2002년 발표된 미국 국립보건원의 콜레스테롤 교육 프로그램(National Cholesterol Education Program) 3차 지침에 따르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의 치료 목표치는 사람마다 다른데, 위험인자가 1개 이하인 정상인은 160mg/dl 미만이고, 위험인자가 2개 이상인 정상인은 130mg/dl 미만이며, 심혈관 질환 환자는 100mg/dl 미만을 유지하도록 권하고 있다(표 참조).
최근의 경향은, 비록 콜레스테롤 수치가 이미 목표치 이하로 내려가 있다 할지라도 심혈관 질환자나 당뇨병 환자에게는 콜레스테롤 강하제인 스타틴 제제를 100%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여기서 위험인자라 함은 고혈압, 흡연, 고령, 심혈관 질환에 대한 가족력,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 등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수치는 HDL 콜레스테롤인데, 남자는 40mg/dl 이상이고 여자는 50mg/dl 이상이어야 정상으로 간주한다. 여성에서 더 높은 이유는, 여성호르몬이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음주와 운동은 H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흡연은 HDL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죽상경화증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중성지방이 있다. 중성지방은 음식물의 당분을 통해 간에서 합성되므로 당이나 포도당을 많이 섭취하면 혈액 속의 중성지방 농도가 높아진다. 중성지방은 1차적으로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당질이 많은 음식물이나 알코올을 과잉 섭취하거나 칼로리를 필요한 만큼 소비하지 않으면 중성지방이 남아돌게 되는데, 그 잉여분은 장간막이나 간에 저장되거나 혹은 피하지방으로 저장된다. 즉 복부비만이나 지방간이 발생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당뇨병이나 죽상경화증의 발병으로 이어진다. 고중성지방이 관상동맥 질환의 독립적인 위험인자인지는 불분명하나 다른 위험인자나 고지혈증과 동반될 경우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중성지방의 허용 수치는 150~200mg/dl 미만을 정상으로 본다.
따라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목표치를 벗어나 있으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목표치는 LDL콜레스테롤을 기준으로 정상인은 160mg/dl 미만, 위험인자 2개 이상 보유군은 130mg/dl 미만, 심혈관 질환자는 100mg/dl 미만이다. 목표치를 30 이상 상회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2~3개월의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시도하며, 이후에 한 재검사에서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단 처음의 수치가 매우 높아 목표치에서 30을 상회할 경우엔 처음부터 생활요법과 함께 약물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험인자의 보유 정도에 따른 콜레스테롤 목표치
위험인자에 따라서 |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 (단위 mg/dl) |
위험인자가 1개 이하 위험인자가 2개 이상 심혈관 질환자/당뇨병 환자 |
160 미만 130 미만 100 미만 | ※출처 : 미국 국립 콜레스테롤 교육 프로그램 성인치료 프로토콜 Ⅲ 가이드라인
최근엔 약물요법을 좀더 적극적으로 시도하자는 주장이 설득력 있는 결과를 배경으로 힘을 얻고 있다. 즉 목표치를 조금만 상회하더라도 바로 ‘생활요법+약물요법’으로 시작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수행된 임상연구 결과, 약물을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대폭 하강시켰을 때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이 가장 효과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중성지방의 치료는 그 다음에 고려하는데,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사용한 후 측정한 혈액검사에서 콜레스테롤치는 목표치에 들어왔으나, 중성지방이 계속 200mg/dl 이상이면, 중성지방 강하제인 파이브레이트 약제를 추가해서 복용해야 한다.
많아도 위험, 적어도 탈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는 과정 |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혈관이 탄력을 잃어 터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성호르몬 생산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전폭적으로 신뢰해서 마음 놓고 고지방 음식을 먹어댄다면 위험천만이다. 물론 음식은 콜레스테롤의 주요 공급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은 음식을 먹지 않아도 체내에서 생합성으로도 만들어진다.
서양 식단의 경우 육류, 달걀, 유제품 같은 음식물 속 지방으로 흡수하는 콜레스테롤 양은 하루에 400~500mg이다. 그러나 간은 음식물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하루에 약 1000mg의 콜레스테롤을 만들어낸다. 다만 간에서 생성되는 콜레스테롤은 체내에서 생성되는 총량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배설되는 콜레스테롤을 소장에서 다시 흡수하여 재활용하는 부분도 상당하다. 즉 소장에서 소화과정에 쓰이지 않은 담즙은 소장 하부에 재흡수되는데, 이때 담즙 속에 함유된 콜레스테롤이 재활용되는 것이다. 장에서도 15%가 합성되며 위장벽의 상피세포 또한 재활용되어 콜레스테롤이 된다. 그 밖의 여러 조직에서도 콜레스테롤이 합성된다. 결국 먹지 않아도 인체는 스스로 콜레스테롤을 만들어 몸의 기능을 유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습관에서 콜레스테롤을 조금 줄인다고 해서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지질 강하제를 복용하면서 지나치게 식품의 섭취를 제한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많이 떨어질 수 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콜레스테롤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많아도 위험, 부족해도 탈, 여기에 더하여 만들어지는 과정도 여러 경로로 복잡한 것, 이것이 콜레스테롤이다. 가까이 하기엔 위험하고, 멀리하기엔 아쉬운 것이 바로 콜레스테롤이다. 결국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전문의와 상의하여 적절한 시점에 약물요법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만이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다.
[고지혈증 ‘기름청소’로 뿌리뽑자! 02] 고지혈증의 원인과 증상
클린턴이 쓰러진 이유 지난해 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쓰러져 결국 ‘4중 심장 우회로’ 수술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심한 동맥경화증으로 말미암아 막히다시피 한 심장혈관들을 대신하기 위해 무려 네 군데에 혈관을 이식했다는 의미다. 당시 미국 ABC 뉴스에 따르면, 클린턴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물을 복용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 체중이 줄어들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가자 안심한 나머지 약물 복용을 중단했는데 그것이 그만 증상을 악화시켰다고 한다.
클린턴을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심각한 상태로 내몰았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수십년간 그의 몸에 도사린 고지혈증이 심장병을 일으킨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은 자명하다. 제대로 조절하지 않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심각한 상황을 불러들이는 대부분의 성인병과 같이 고지혈증 또한 달리 눈에 띄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결국 동맥경화증으로 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는 합병증이 발생한 후에야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고지혈증을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는 단순한 ‘이상’쯤으로 여겼다가는 클린턴처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개인사업을 하는 유모(53)씨는 건강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해병대를 제대하고 토목 현장에서 근무하던 30대까지만 해도 그의 근육질 몸매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40대에 들어 시작한 사업도 그의 성실함에 힘입어 순탄하게 운영됐다. 그런데 차츰 고객과의 상담, 서류검토 등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일해야 했기 때문에 운동량이 많이 줄었고 담배도 피기 시작했다.
상담이 끝난 후 저녁에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모처럼의 주말엔 TV를 보면서 청량음료, 과자, 빵, 사탕 등을 먹는 버릇이 생겼다. 그의 몸무게와 뱃살은 계속 불어나서 85kg이 넘는 거구에 허리 사이즈는 35인치가 넘게 됐다. 어느 새 그에게 붙은 별명은 ‘술통 사장님.’
급기야 올봄의 등반대회에서는 산자락을 오르다 숨이 너무 차 그냥 내려와야 했고, 다음날은 그의 기억 속에 생애 최악의 날이 되었다. 회사 직원의 걱정 섞인 전화를 받은 부인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간 그는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몸에 병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을 알게 되었다. 고혈압에다 심각한 고지혈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症’이라고 무시했다간 큰코 다친다 젊음이 떠나가는 남자 40대, 여자 50대부터 고지혈증과 같은 성인병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아무리 부모에게서 건강한 체질을 물려받았다 하더라도 365일 잘못된 몸 관리로 일관하면 탈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유씨의 경우처럼 중년의 나이에 고지혈증과 함께 흡연, 고혈압, 비만 등 심장병을 일으키는 위험요소를 여럿 가지게 되면 최소한 5명 중 1명꼴로 환갑이 되기 전에 심장병이 돌발하여 응급실에 실려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지혈증을 직접 유발하거나 고지혈증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요소들은 크게 조절 가능군과 조절 불가능군으로 나뉜다. 조절 가능군은 주로 생활습관에서 발생하는 요인들이다. 비만, 흡연, 음주, 당뇨, 고혈압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중 당뇨와 고혈압은 고지혈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고지혈증 때문에 일어나기도 하는 강한 상호연관성을 갖는다. 조절 불가능군으론 나이, 유전적 요인이 있다. 이것은 개인의 의지로 어떻게 하기 어려운 요인들이다.
●비만 : 비만은 고지혈증 발생에 매우 중요한 배경이다. 체지방량이 일정 수치를 넘어서면 내장 지방이 인슐린 호르몬의 기능을 떨어뜨려 당뇨병, 고혈압, 심장 질환 등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부가 제시한 아시아인의 비만 기준에 의하면 자신의 몸무게(kg)를 키(m)로 두 번 나누었을 때의 수치를 체질량지수(BMI, kg/㎡)라고 표현하여 비만을 판정한다. 가령 67.5kg, 150cm이면 BMI 수치는 30이다.
대략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이면 비만을 의심한다. 서양인은 BMI 수치가 25 이상이면 과체중, 30을 넘으면 명확한 비만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뱃살보다 우람한 근육 때문에 체중이 많이 나가는 운동선수들도 높은 수치가 나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허리둘레를 특정하는데, 특히 허리둘레는 몸의 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내장비만의 척도라는 장점이 있다.
문제가 되는 허리둘레 수치는 남자의 경우 90㎝(36인치) 이상, 여자는 80㎝(32인치) 이상이다. 허리둘레를 엉덩이둘레로 나눈 값이 남성은 1.0 이상, 여성은 0.85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판정한다. BMI 수치가 25를 넘으면서 복부비만이 있다면 동맥경화증이 진행되어 심장병 발생 위험도는 더욱 높아진다.
●마른 비만 : 체중이 덜 나가는 마른 사람이라 해서 무조건 안심하면 안 된다. 표준체중 이하라도 몸 안에 지방이 많이 쌓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체지방 분석을 통해 개인의 체지방 비율을 알아볼 수 있는데, 적당한 체지방량은 남성은 10~18%, 여성은 20~25% 범위다.
체중이나 비만도가 높지 않아도 이 수치가 남성 25%, 여성 30%를 넘으면 주의를 요하는 ‘마른 비만’에 해당한다. 특히 운동량이 모자라고 식생활이 불규칙한 직장인, 다이어트를 여러 차례 시도한 경험이 있는 젊은 여성에게 많다고 한다. 이들은 사지 근육이 거의 없으면서 아랫배가 볼록 나오는데, 가령 칼로리 제한에 치중한 다이어트를 할 경우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에너지가 마땅히 쓰일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복부에 지방이 축적된다.
●담배와 술 : 비만만큼 심혈관 질환에 위험한 것이 흡연이다. 흡연이 동맥경화성 질환을 일으키는 데 관여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하는 남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관상동맥경화에 의한 심장병 발생률이 3~5배 높다. 그뿐만 아니라 사망률도 70% 더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담배와 더불어 술은 중년 건강을 위협하는 주된 원인이다. 음주로 지방간이 생기면 혈액 속의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높아져서 뇌혈관 동맥경화증이나 관상동맥 질환이 생긴다. 담배와 술은 모두 생활습관병의 근원인 복부비만을 부추긴다.
알코올 의존증 수치라는 것도 있다. 알코올 의존증은 환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파괴한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자신이 가족에게 저지른 잘못 가운데 단지 10% 정도만 기억할 뿐이다. 술은 고혈압과 뇌졸중 발병의 위험을 높이므로 삼가는 것이 좋으나, 만약 마셔야 한다면 주 1~2회 이내, 두 잔을 넘지 않도록 한다.
●기타 원인들 : 일단 고지혈증 판정을 받았다면 잘못된 식습관이나 유전적 요인, 다른 질병의 2차 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밥이나 빵 등 기름이 아닌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도 몸 안에서 중성지방 형태로 저장된다. 따라서 무엇이든 과식하는 것은 고지혈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콜레스테롤 수치도 조금씩 올라간다. 따라서 심장병이나 고지혈증은 고령에서 많이 관찰되므로, 남성 40대와 여성 50대에는 꼭 자신의 지방수치를 점검해봐야 한다.
매우 높은 수치의 고지혈증으로 진단됐다면, 유전성이 있는지를 고려해보아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병원의 도움을 받아 자녀의 지방수치를 점검해보는 것이다. 굳이 심한 유전성이 없더라도 가족은 생활습관이 비슷하므로 고지혈증이 대물림될 수 있다.
또한 환갑이 가까운 고지혈증 환자에게는 갑상선 호르몬 수치의 점검이 필수적이고, 기타 신장 기능의 이상으로 말미암은 단백뇨나 약제에 의해서도 고지혈증이 생기거나 악화될 수 있다.
아시아인이 더 위험 고지혈증과 관련하여 한국 사람들은 위험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서양 사람이 더 위험하며, 한국 사람은 웬만해서는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그것이다. 이는 체질과 음식 때문에 그렇다. TV를 보면 미국인들은 한결같이 살이 출렁거리는 뚱보이며, 모두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사는 것으로 비쳐진다. 이들이 하루 한 끼 이상을 몸에 그토록 나쁘다는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을 것으로 단정한다. 저녁식사 때에는 대부분 프라이팬만한 스테이크를 먹고 후식으로 단 케이크를 반드시 먹을 것으로 단정한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일단 체격이 작다. 게다가 방송매체에서 된장이나 김치가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지상 최고의 건강식이란 얘기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하루에 김치 한 조각 안 먹는 한국인이 없고 일주일에 된장찌개 한 번 안 먹는 한국인이 없으니 적어도 피나 혈관과 관련된 질병에는 선천적으로나 생활습관에서 우리가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러나 이러한 선입견과는 달리 고지혈증이나 심장병은 이제 부자 나라에서만 흔한 병이 아니다. 현재 전세계 심혈관 질환 사망자의 80%가 저소득 또는 중간 소득층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이 선진국병이란 상식을 무색하게 만드는 조사결과다. 실제로 선진국에서 심혈관 질환은 이미 1960년대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여 최근엔 그 당시와 대비할 때 50% 이하로 떨어졌다. 고지혈증 등 위험요소에 대한 적극적인 조절이 열매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2004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제4차 아태 동맥경화 및 혈관질환 연례회의’에서는 아시아인의 동맥경화증 사망률이 증가 일로에 있다는 현황을 보여주는 학술보고서들이 제출됐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40~50대 남성에서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경계대상 1호가 되었다.
회의에 참석한 오스트레일리아 심장재단의 브루스 닐 박사는 “뇌졸중 사망률의 경우 2020년까지 중국은 120만명에서 250만명으로, 인도는 5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기타 아시아국은 평균 30만명에서 80만명으로 100% 이상 급증할 것이지만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은 증가한다 하더라도 10% 이내 수준의 미미한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통계는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한다. 1990년부터 2002년까지 불과 십여 년 사이에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인구 10만명당 10명에서 25명으로 급증했다.
한국인에게 흔한 대사성 증후군 이처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고지혈증 및 심장질환 환자가 급증하는 까닭은 생활습관의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고열량·고지방 서구식의 보급, 운동량 감소, 흡연·음주와 해소되지 않는 스트레스 등은 성인병의 폭발적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 한국인 성인의 경우 고지혈증을 비롯해 고혈압, 당뇨병 등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성인병이 증가하고 있으며, 흡연율 역시 고공비행 중이다.
한국인의 콜레스테롤 평균 수치는 10년마다 10mg/dl씩 높아지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요주의 수치인 200mg/dl을 넘어섰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1mg/dl 올라갈 때마다 심장병의 발생 위험이 최대 2~3% 증가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 학술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체질은 동맥경화증에 대한 저항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듯하다. 동맥경화증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입증된 Apo A5라는 유전자 변이가 한국인의 경우 전체 인구의 30%에서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일례다. 참고로 이 유전자는 서양인의 8%에서만 발견된다고 한다.
어떤 학자들은 한국인의 체질이 ‘절약형’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과거 평소 에너지 섭취량이 매우 부족한 데다 긴 춘궁기를 버티며 생존한 ‘절약형’ 후예들이 갑작스럽게 고열량·고지방 서구식을 마음껏 먹게 되면서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고지혈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노예선에서 생존한 미국 흑인들의 자손이나 수세기 동안 초원생활을 한 미국 인디언에게서 비만과 고지혈증, 당뇨병이 많이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비만하고 출렁이는 뱃살을 가지고 있으며 혈압, 혈당 및 지질 수치에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를 대사성 증후군이라고 한다. 대사성 증후군이란 동맥경화증의 위험요소가 잠재된 상태로 당뇨, 뇌졸중, 관상동맥 질환 등 성인병의 전 단계를 말한다. 대사성 증후군이 위험한 것은 당뇨의 전 단계이며, 대부분 두 가지 이상의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30%, 여성의 14.9%가 대사성 증후군에 속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노년층의 대사성 증후군이 노화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라면 40~50대 중년의 대사성 증후군은 대개는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가령 고지방식을 한 결과로 몸 안에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쌓인 것이다.
한국인의 열량 섭취 중 고지방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1969년 7.2%에서 2001년 19.5%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노년층으로 갈수록 대사성 증후군이 증가하는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대사성 증후군은 40~50대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어, 남성의 성인병 조기 발병과 40~50대 남성의 돌연사 빈발의 배경이 되고 있다.
무증상이 특징
고지혈증 유발 원인 중 하나는 복부비만이다. | 고지혈증이 무서운 것은 당뇨병, 고혈압 등과 마찬가지로 증상이 전혀 없이 찾아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혹 고지혈증 자체에 의한 증상은 쉬 피로를 느끼는 것 같은 사소하고도 경미한 증상일 수 있다. 고지혈증 증상에 대해 피가 탁하다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고지혈증이 세포와 조직에 대한 산소 공급률을 떨어뜨려 쉬 피로를 느끼고 피로 회복도 느리며 장기적으로는 혈관의 노화현상이 빨라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심한 정도의 고지혈증을 가진 경우 피부나 인대 등에 지방이 침착되어 반점이나 혹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에 고지혈증이 상당히 진행되어 심장병 등의 합병증이 발병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고지혈증 상태에서 높은 농도의 나쁜 콜레스테롤은 천천히 동맥혈관에 침투하여 혈관 벽에 쌓인다. 이렇게 수십년이 지나면 혈액순환이 안 될 정도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된다. 동맥혈관이 좁아진다고 해서 바로 이상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까지는 불편한 증상을 느끼지 않는다. 동맥경화증이 상당히 진행되어 혈관의 직경이 75% 이상 좁아지면 좁아진 부분을 통과하는 혈류가 심각한 장애를 받으며, 비로소 그 말단 심장근육에 산소부족 현상이 생겨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라는 혈관이 심하게 좁아질 때의 상태를 협심증, 혈관이 아주 막히는 경우를 심근경색증이라 부른다. 이러한 심혈관 질환은 전조증상에 주의를 기울이면 발병했을 때 신속하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심근경색증과 협심증은 원인이 같지만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 비슷할 수도 있으며, 사람에 따라선 느끼는 증상이 다를 수도 있다. 대체로 공통점을 요약하면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가슴 가운데가 뻐근하게 아픈 증상, 누르는 듯한 증상, 조여오는 느낌 등 가슴의 불편함이 발생하여 수분 이상 지속된다. 2) 가슴에서 느껴지는 증상이 팔, 등, 목, 턱, 또는 배의 위쪽 부분으로 퍼진다. 3) 숨이 차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 구역질, 어지러움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환자들은 대개 ‘가슴이 아프다’ ‘뻐근하다’ ‘쥐어짜는 것 같다’ ‘눌린다’ ‘답답하다’ ‘숨이 막힌다’고 호소한다. 협심증의 흉통은 가슴 중앙 부위를 격심하게 쥐어짜는 듯한 양상을 보이며, 통증이 목이나 어깨, 왼팔 또는 복부로 뻗치기도 한다.
운동, 스트레스, 성관계, 과식 등 심장이 일을 많이 해야 하는 경우에 흉통은 더 흔히 나타나 대개 3~5분 지속되며, 10분 이상 지속되는 일은 드물다. 관상동맥을 넓혀주는 니트로글리세린 알약을 혀 밑에 넣으면 대부분 통증이 가라앉는다. 만약 통증이 30분 이상 지연되면 심근경색일 확률이 매우 높다.
심장병 환자에게 시간은 생명 평생을 금융계에서 보낸 정모(65)씨. 지점장을 거쳐 중역까지 승진가도를 달린 그가 40대와 50대 때는 아직 선진 금융기법이 도입되기 전이라 예금 유치, 대부 업무에 따르는 접대가 많았다. 거의 날마다 접대를 주고받으며 회사생활을 해 온 그에게 은퇴 후 2년이 지나 일이 터졌다. 오래간만에 동창들과 뷔페식당에서 만나 음식 몇 접시를 반주와 함께 해치운 후 집으로 돌아와 저녁 뉴스를 보던 중 예전과 다른 한기가 느껴졌고 진땀이 나면서 배도 아팠다. 그저 소화불량이려니 생각하고 소화제를 먹었으나 증상은 더욱 심해져서 응급구조를 요청한 후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린 곳은 종합병원 중환자실이었다. 심장 혈관이 막혀 심근경색이 발생한 것이다. 그의 집까지 응급차가 오는 데 14분, 아파트 1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옮기는 데 4분, 종합병원으로 달리는 데 23분, 응급실에 들어가 간단한 검사를 받는 데 16분. 총 57분이 걸렸다. 시간이 적게 걸린 덕에 막힌 혈관을 뚫는 등의 응급조치가 효과를 나타내어 아슬아슬하게 생명을 건졌다.
이후 고지혈증 강하제 등을 비롯한 약물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심근경색의 후유증도 심하지 않아 1년이 지난 지금은 가벼운 등산도 가능한 상태다.
정씨의 경우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심혈관 질환으로 쓰러져 빨리 구제될 수 있었던 운이 좋은 경우에 해당한다. 자신의 증상을 늦게 알아차리거나 병원까지 후송이 지연되거나 병원에서 검사가 지연되는 경우 없이, 바로 구급차를 불렀고 큰 병원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며 길도 막히지 않았다. 또한 병원에 도착한 직후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마치 미리 준비된 시나리오처럼 네 박자가 고루 잘 맞은 것이다. 이처럼 치료가 지연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증상을 ‘문제가 있다’고 빨리 인지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의들은 심장병 환자에게 ‘시간은 곧 생명’이라고 말한다. 일단 가슴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지체하지 말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심장혈관이 100% 막혀 심장근육이 죽어가는 심근경색의 경우에는 치료가 늦어지면 증상이 나타난 지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급사’는 물론이고 생명을 건진다 해도 후유증이 심각하다. 따라서 되도록 빨리 병원에 가서 막힌 혈관을 다시 뚫어야 하는데, 적어도 통증이 발생한 지 12시간 이내에 수술을 받아야 더욱 큰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지혈증부터 잡아라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2003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방문한 환자 수가 1998년에 비해 약 75% 증가했다. 이는 대다수 종합병원의 통계와 유사하다. 이렇듯 심장 질환이 늘고 있는데도, 성인 대부분은 심장병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빨리 조치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실제 상황에서도 늦게 대응하는 결과로 나타나며, 환자 대다수가 입원한 후에야 자신의 초기 대응법이 매우 서툴렀음을 알게 된다.
지난해 10월 대한순환기학회의 설문조사에 나타난 바로는 전국 16개 대학병원의 환자 350명(협심증 217명, 급성 심근경색 133명)에게 질문한 결과 흉통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후에야 발병 사실을 알았다고 응답한 환자가 대다수(77%)였으며 심장 발작 직전까지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62%)고 답했다. 또 흉통을 느꼈을 때 전체 환자의 31%가 급체 등 소화기계 이상으로 오인, 손가락을 따거나 우황청심환 복용 등 민간처치를 시도했으며, 전문 의료기관에 도착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이 무려 만 24시간을 넘긴 경우가 12%나 됐다.
이러한 문제점은 결국 심장병이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하는 고지혈증을 비롯한 위험요소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은 현실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혈관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심각한 심혈관 질환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심장병의 주범인 고지혈증 같은 위험요소부터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고지혈증 ‘기름청소’로 뿌리뽑자! 03] 핏줄 막혀 일어나는 온갖 합병증
방심하면 당한다
혈관이 깨끗해야 심장도 튼튼해진다. | 대기업 간부로 은퇴한 박모(63)씨. 10년 전부터 나름대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금연, 절주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왔다. 하지만 그는 건강과 관련하여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건강 체크를 하긴 했으나 한쪽에 치우쳤던 것. 박씨는 10여 년 전에 당뇨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박씨는 당뇨 한 가지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혈당 수치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면서 상태가 나빠지지 않자 안심한 것이다. 당 수치 한 가지만 믿고 다른 질환에 대해서는 건강관리를 하지 않은 까닭에 그는 결국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박씨의 경우는 안타까운 사례다. 혈당 수치를 체크하는 김에 다른 것도 종합적으로 검진했으면 막을 수 있는 병이었다.
고지혈증은 단지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질환의 단서를 제공하여 각종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더욱 무서운 것은 여러 질환을 동시에 유발한다는 것이다. 고지혈증은 눈에 보이는 증상이 없이 슬그머니 다가와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등 심각한 심혈관 질환을 일으켜 생명까지 위협하는 병이다.
실제 미국 프레이밍햄 연구(Framingham Study)에 따르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정상인보다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콜레스테롤이 10% 감소하면 심장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20% 낮아지고, 심근경색 발병률도 17%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총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욱 중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30mg/dl씩 떨어지면 심장 사고가 30%씩 감소한다고 한다.
동맥경화증은 1차적 위험인자 고지혈증이 생기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동맥경화증이다. 동맥경화증은 심혈관 질환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이자 주범이다.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모든 위험인자들은 1차적으로 동맥경화증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 여러 심혈관 질환으로 발전한다. 따라서 동맥경화증은 고지혈증이 심혈관 질환으로 뚜렷하게 진행되는 중간 경로라고 할 수 있다.
동맥경화증은 혈관에 지방 덩어리인 죽종(plaque)이 생겨 혈관이 좁아지고 혈류를 방해하는 질환이다. 죽종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동맥혈관 벽에 쌓이는 지질 혹은 섬유질 침전물이다. 이렇게 형성된 죽종은 동맥 내경을 좁게 한다. 이렇게 되면 심장, 뇌와 같은 중요한 기관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거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산소와 필수 영양소가 공급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을 허혈이라 한다. 허혈 상태가 계속되면 각종 증상이 나타나고 급기야 혈액의 흐름이 완전 차단되므로 장기 손상이 일어난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대사성 증후군은 심혈관계 질환 가운데 가장 위험한 지표다. 대사성 증후군은 복부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고혈당 같은 질병이 한 개인에게 복합적으로 혼재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사성 증후군을 이루는 각 질병은 각기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어느 것이라도 한 가지가 생기면 서로가 서로를 불러오는 질환의 뿌리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3~4년 후 당뇨병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사성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이런 요소들이 합동으로 작용하여 혈관의 동맥경화증을 급속도로 진행시켜 동맥경화성 심장병의 발생률을 높이므로 특히 위험하다.
대사성 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은 인슐린 저항성에 있다. 인슐린 저항성은 복부비만 때문에 생기고, 복부비만은 고지방식으로 체내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증가해 생긴다. 한국인의 열량 섭취 중 고지방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1969년 7.2%에서 2001년 19.5%로 크게 늘었다. 이를 반영하듯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1990년 161mg/dl에서 2002년 191mg/dl로,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0명에서 25명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다른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 흡연 등이 더해지면 동맥경화증의 진행이 더욱 빨라지므로 고지혈증이라는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죽종의 형성과정을 보면 고혈압 혹은 흡연과 같은 위험인자들이 동맥혈관 벽을 손상하고 이는 혈액 내에 존재하는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이 동맥벽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LDL 콜레스테롤이 들어가면 동맥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기 시작(이것이 바로 죽종이다)하고 내경은 점차 좁아진다.
동맥경화증은 한마디로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는 질병이다. 정상으로 생각되는 성인을 대상으로 동맥경화증에 대한 정밀검사를 하면 50% 이상에서 이상이 발견될 정도로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하기가 쉽다. 또한 자신이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이를 교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식이상태, 규칙적인 운동, 금연, 체중 조절, 스트레스 해소 등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혈관 질환으로 나타나기 전 동맥경화증 혹은 위험인자를 조기에 발견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맥경화증은 10대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20세 이상의 성인은 심혈관 질환에 대한 가족력, 음주습관, 흡연, 체중, 식사 습관, 혈압, 맥박, 혈당, 혈중지질에 대한 평가를 하여 위험인자가 있으면 정밀검사를 받아 주기적(위험인자가 있으면 2년마다, 없으면 5년마다)으로 재평가를 해야 한다. 조기에 동맥경화증의 위험을 줄이려 노력할 때 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암 발생도 줄일 수 있고 중·노년기의 건강도 보장받을 수 있다.
심근경색·뇌졸중까지 초래 동맥혈관 내에 생성된 죽종은 여러 경로로 합병증을 유발한다. 죽종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혈관의 지름은 더 좁아지고 이는 곧 혈액의 흐름을 점차 방해한다. 죽종으로 내경이 좁아지는 것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하나는 동맥벽에 지질의 침착이 증가해 죽종이 커지는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죽종의 손상 혹은 파열로 인해 혈전이 쌓였다가 다시 죽종이 안정되는 과정을 통해 동맥 내경이 좁아지는 경우다.
신체의 많은 부분은 동맥이 좁아지면 다른 경로를 만들어 혈액 공급 감소를 보상할 수 있지만 심장, 뇌, 다리는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이런 장기로 가는 동맥에 문제가 생기면 시간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또한 공교롭게도 동맥경화증이 발생하기 쉬운 동맥이 심장, 뇌, 다리 등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라는 데 이 질병의 심각성이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죽종이 계속 자라서 혈관을 완전히 막는 경우다. 죽종은 때로는 파열되기도 하는데 이때 죽종 안의 지방 침착물이 혈액에 노출되어 혈액이 엉긴 덩어리(혈전)를 형성하고 그 결과 이 엉긴 덩어리가 혈관의 일부 혹은 전부를 막는 것이다.
또는 이 엉긴 덩어리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동맥의 다른 좁아진 곳에서 혈류를 막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심근경색(심장마비) 또는 뇌혈관 질환(뇌졸중) 등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평소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협착이 있어 아무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죽종의 파열로 인한 혈전으로 혈관이 완전히 막히기 때문이다. 급성 심근경색증의 반수 이상이 평소 증상이 전혀 없다가 발병하는데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고지혈증과 고혈압 동맥경화증 못지않게 위험한 것이 고혈압이다. 최근에는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고혈압 가운데 한 가지 질환만 있어도 나머지 둘이 함께 나타나므로 셋이 뿌리가 같은 질환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그만큼 세 질병 사이의 연관관계와 상호 유발성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고혈압의 치료는 별개로 철저히 해야 하는데 최근 조절하고자 하는 목표 혈압이 예전보다 상당히 낮아지고 있다. 고혈압 환자는 정상혈압인 사람보다 동맥경화증이 생길 위험이 세 배, 뇌중풍 발생 위험은 네 배 높다. 혈압이 140/90mmHg를 넘는 사람이 2~3개월 운동과 식사조절을 해도 140~90 mmHg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심장병·고혈압 전문의 스티븐 터너 박사는 ‘내과회보’ 2004년 6월28일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혈압이 높은 사람 상당수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터너 박사는 혈압이 높은 백인 1070명과 흑인 128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백인은 남성의 78.4%, 여성의 64.7%, 흑인은 남성의 56.7%, 여성의 49.5%가 각각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고지혈증은 최악의 경우 뇌경색과 뇌졸중까지 야기한다. | 우리나라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 고혈압은 현재 동맥경화성 질환을 발생시키는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유병률이 무려 27.8%로 미국(24%)보다 높다. 그리고 65세가 넘으면 유병률은 50%가 넘는다. 혈압이 높을수록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며 치료할 경우 뇌졸중은 35~40%, 심근경색은 20~25%, 심부전은 50% 이상 감소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수치가 단순히 수치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가운데 대부분은 혈압이 높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지내고 있고, 혈압강하제를 먹고 있는 사람 중 상당수는 목표 혈압 도달에 실패하고 있다. 고혈압은 대개 증세가 없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으로 완전히 표출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무관심하기가 쉽다. 그런데 이들은 단순히 고혈압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지혈증도 함께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것을 인지하지 못할 때 처할 위험은 몇 배 증가하는 것이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고혈압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들어서 잘 알고 있어 혈압강하제는 복용하면서도 동반된 고지혈증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고지혈증은 식이요법, 규칙적인 운동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필요하면 약물을 복용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스타틴(statin)과 같은 콜레스테롤 강하제로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 중 절반 정도만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어 안타깝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겹치면 각각의 위험을 합친 것보다 훨씬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단순 고지혈증을 가진 환자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야 한다.
뇌졸중 주범은 뇌경색 터지는 혈관보다 막히는 혈관이 더 위험하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분류된다. 1986년까지는 뇌출혈이 더 많았으나 1986년을 기점으로 역전되었다. 1986년 서울대병원 등 4개 대학병원이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뇌출혈 46.2%, 뇌경색 54.2%로 역전된 후 뇌경색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1990년부터 15년간 경희의료원에 입원한 뇌졸중 환자 8만3478건 중 뇌출혈이 25%인 2만794건, 뇌경색은 75%인 6만268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초 뇌경색 발병은 뇌출혈의 2.15배였지만 2004년 11월 기준으로 뇌경색이 뇌출혈에 비해 4.7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는 뇌출혈의 가장 큰 원인인 고혈압을 조기 발견해 관리함으로써 뇌출혈은 줄었지만 뇌경색은 인구의 고령화와 서구화한 식단으로 인스턴트 식품이나 동물성 기름을 많이 섭취해 혈관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증가하여 동맥경화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뇌경색은 치사율이 뇌출혈보다 낮지만 증상은 발병 후 시간이 갈수록 심해질 수도 있다. 뇌출혈은 처음에는 나빠졌다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차츰 증상이 좋아질 수도 있지만 뇌혈관은 한번 망가지면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뇌경색은 예방이 최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담배를 끊고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기본이며 최상의 방법이다.
뇌졸중은 소리 없이 찾아와 삶의 수준을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뇌졸중의 90%는 전조증상이 없다. 따라서 혈관이 좁아져 있거나 뇌혈류 속도가 떨어져 있는지 등에 관심을 갖고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뇌경색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지혈증 ‘기름청소’로 뿌리뽑자! 05] 예방과 치료, 이것만 알면 이긴다
하루 한 시간씩 자신에 투자하라 증권회사에서 선물 투자를 하는 최모(35)씨는 시차에 시달리며 산다. 전날 마감한 런던과 프랑크푸르트의 증권 시황을 체크하기 위해 자정 넘어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 미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권시장이지만 선물은 전방위 체크가 필요해 유럽 증시도 등한시할 수 없기 때문. 밤 늦게 얻은 정보를 가지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작전을 짜다 보면 자도 잔 것 같지가 않다. 뉴욕 증시를 체크하기 위해서는 새벽같이 일어나야 한다. 출근하는 차 속에서 오늘 하루의 투자 작전을 짠다. 부족한 잠은 운이 좋으면 오후 3시 이후 보충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 실적이 좋지 않은 날은 이마저도 없다.
최씨는 좀 독특한 직업을 가진 경우이긴 하지만 아주 별난 사례는 아니다. 한국 중장년 직장인들 대부분은 시간 문제에서만큼은 최씨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강박관념에 쫓기며 산다. 여성은 더 심각한 형편이다. ‘슈퍼우먼 콤플렉스’ 때문이 아닐지라도 집에 오면 집안일과 육아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억지로 시간을 내면 건강검진 정도야 받을 수 있겠지만 고지혈증이 있으면 이것만 가지고서는 어림도 없다. 수치 하나 받아 든다고 해서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한 각성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쓰러진 뒤에야 뒤늦게 후회하며 자신의 건강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기회는 몇 번 온다. 가장 먼저 콜레스테롤이나 혈압 수치에서 적신호가 온다. 바지를 입다가 허리가 죄는 경험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시간 여유다. 시간 여유란 곧 정신(마음)의 여유를 의미한다. 이렇게 늘어난 수치들이 대체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이고 얼마나 위험한지를 체험적으로 깨닫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여유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과 시간에 쫓기지 않고 혼자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날마다 일정하게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최씨처럼 살면서 첫 번째 기회를 그냥 흘려 보낸다. 수치가 주는 경고를 놓친 다음 오는 기회는 전조 증상이다. 그나마 이것을 느끼는 사람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 전조 증상을 겪고 나면 반 정도는 아차 싶어 대책을 세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대책만으론 어림없다. 독한 마음으로 실천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몇 안 되고 대개 무관심하게 넘겨버린다.
나이도 중요하다. 40대까지는 아직 건강에 자신이 있거나 ‘설마 벌써…’하는 생각에, 혹은 한참 돈 벌 나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그냥 흘려 보내다 일을 치르고 만다. 한국 남성이 40대에 가장 많이 쓰러지는 이유다.
50대 이상이면 이런 무모한 자신감은 줄어들어 조심하게 되지만 이때의 문제는 이미 몸이 너무 노화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때는 알고서 당한다. 30대는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아직 버티면 버틸 수 있는 나이다. 그러나 30대에 어떻게 살았는가는 40대에 나타난다. 무리하게 버티면 40대에 큰일을 치르게 된다.
두 번째 기회마저 흘려 보내면 그 다음엔 각오해야 한다. 확실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늦다. 일도 가족도 무의미해진다. 병가를 내서 치료하다 안 되어 은퇴하게 된다. 이 정도면 다행이다. 더 큰일을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장 좋은 예방은 말할 것도 없이 첫 번째 경고를 알아채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30분은 운동에, 나머지 30분은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느끼기 위해 집중하는 시간이다.
1차적 예방과 2차적 예방 고지혈증의 치료는 1차적 예방과 2차적 예방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1차적 예방은 아직 심혈관 질환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 대한 예방이다. 2차적 예방은 임상적으로 확인된 심혈관 질환(또는 다른 동맥경화 질환의 증상)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예방이다. 2차적 예방은 병원을 찾아 전문의에게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 데 반해 1차적 예방은 개인별로 위험을 다스릴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고지혈증의 위험성은 총 콜레스테롤 낮추기,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낮추기, 금연, 혈압 조절, 당뇨 조절로 개선할 수 있다. 1차적 예방과 2차적 예방의 기본적인 관리 목표는 유사하다. 조기 장애를 줄이고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 요소를 수정하자는 것이다.
식사요법 증권회사에 다니는 황모(34)씨의 식단을 보자. 아침은 토스트에 버터와 잼을 바른 뒤 달걀과 햄을 넣어 먹는다. 출근해서는 오전에 커피를 자판기 기준으로 두 잔 마신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육류, 김치, 나물, 흰쌀밥, 국’이 나오는 식사를 한다. 국은 미역국, 고깃국, 된장국, 갈비탕, 설렁탕 등이 교대로 나온다. 점심식사 직후에 커피 한 잔을, 오후에 한 잔을 더 마신다. 저녁식사는 야근하지 않으면 고기 안주에 술을, 야근하면 일품으로 한다.
황씨의 식습관은 직장생활을 하는 대다수 한국인의 표준 식단이다. 김치, 미역, 된장 같은 긍정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황씨의 식단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30~40년 동안 이렇게 식사하는 경우 30대 중반을 넘기면서 노화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며, 40대에 들어서는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성인병이 직접 발병하지 않더라도 피로 회복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면서 스트레스 저항력이 떨어지고 만성피로에 시달릴 확률이 높아진다. 탈모, 주름, 발기부전, 비만 같은 종합적인 노화현상이 빨리 온다. 고지혈증을 예방하기 위한 식사요법은 다음과 같다.
●피하지방산(동물성 기름)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피한다(동물의 내장, 생선 알, 버터, 돼지기름, 쇼트닝, 베이컨, 삼겹살, 소기름, 치즈, 전유로 만든 샐러드 드레싱, 코코넛 따위). ●육류 섭취를 되도록 줄이고 밥 위주의 탄수화물 편식을 피한다. ●야채, 과일, 정제되지 않은 곡물 중심으로 식단을 바꾼다. ●지방은 올리브 기름, 등푸른 생선, 견과류 등 불포화 지방(식물성 기름)이 많은 음식에서 취한다. 고등어, 정어리, 꽁치처럼 등푸른 생선을 많이 먹는 에스키모인은 동맥경화와 심장병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생선 기름은 혈소판이 혈관벽에 붙는 것을 막아주고, 혈관 확장과 손상된 혈관을 회복시키는 기능이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좋은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지원군이다. ●육류 중에선 붉은색이 많이 나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피하고 닭고기나 오리고기처럼 흰색이 많이 나는 고기를 권장한다. 육류는 살코기만 사용하며 닭, 칠면조는 껍질과 지방층을 제거한 후 먹는다. 가공육(베이컨, 소시지, 햄)은 포화지방산이 많으므로 삼가고, 생선으로 대신한다. ●우유는 되도록 지방 함량이 1% 이하인 탈지우유를 마신다. ●음식을 튀기거나 볶아 먹는 것을 줄이고, 대신 삶거나 쪄 먹는 것이 좋다. 식물성 식용유라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므로 가급적 식용유를 덜 쓰는 것이 좋다. 식물성 기름도 튀기면 변성이 일어나 몸에 해로운 중성지방을 많이 생성하기 때문이다. ●사탕 및 초콜릿에는 단순 당질과 지방량이 많으므로 제한한다. ●음식은 싱겁게 먹는다. 짜게 먹으면 혈액 속 나트륨의 농도가 올라가므로 수분을 불러들여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이나 신장에 부담을 준다. 물은 하루에 여덟 잔 정도 마시는 것이 좋다. 물론 지방을 분해하는 대사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운동요법 고지혈증만 보면 운동요법은 식사요법보다 효과가 덜하다. 그러나 비만이 원인인 고지혈증에는 효과가 있다. 운동과 식사요법을 병행하여 체중을 감량하면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탁월하다.
운동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운동을 하면 활성산소가 만들어진다. 이것은 독극물이다. 적정량 이상 쌓이면 극심한 피로를 유발하여 노화를 촉진한다. 장기 가운데 약한 부분부터 작동 상태가 나빠진다. 이런 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약한 곳부터 질병이 이어진다. 40대부터는 부상도 조심해야 된다. 무리한 운동에 수반되는 관절염과 건초염은 대표적인 경우다. 40대에 접어들면 이외에도 근육통과 부상 위험이 현저히 많아진다. 운동의 종류도 중요하다. 뛰는 게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 걷는 게 좋은 사람이 있다. 근력운동이 건강에 안 좋은 사람도 있다. 운동할 때 주의 사항은 아래와 같다.
고지혈증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권장식품과 주의식품
종류 |
권장식품 |
주의식품 |
어육류 및 해물류 |
어류, 콩류, 두부, 조개류, 게, 해조류 따위. 지방을 제거한 살코기와 껍질을 제거한 닭고기 |
지방이 낀 육류, 갈비, 삼겹살, 곱창, 소시지, 베이컨, 새우, 낙지, 오징어, 햄 |
유제품 |
저지방유, 저지방 요거트, 저지방 치즈 |
어란, 전유, 크림, 초콜릿, 아이스크림 |
난류 |
달걀 흰자 |
달걀 노른자 |
지방 |
대두유, 참기름, 들기름, 카놀라유, 마가린, 올리브유, 땅콩류와 종실류 |
버터, 돼지기름, 쇠기름 |
곡류 |
통밀빵, 강냉이, 튀기지 않은 팝콘 |
크림빵, 도넛, 케이크, 라면, 스낵 |
야채와 과일 |
모든 생과일과 야채류 |
버터나 크림 및 마요네즈를 곁들인 야채 |
40대 이상인 경우 의사와 상담하여 운동의 종류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의사와 상의해 운동의 목표 맥박수를 정한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40대라면 1분당 95~161회, 50대는 92~156회가 적당하다. 혈압을 상승시키는 무산소운동을 피하고 걷기, 조깅, 줄넘기, 달리기, 수영, 등산 같은 유산소운동을 한다. 자신에게 알맞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종목을 택한다. 지방을 태우는 유산소 운동과 근육을 키우는 근력강화 운동을 번갈아 하면 체중 감량 속도가 빨라진다.
유산소 운동은 모세혈관을 구석구석까지 확장시켜 몸 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노화도 방지한다. 또한 L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심혈관 질환 발생과 사망률을 낮춘다. 또 운동을 통해 근육량이 늘면 에너지 소모가 많아져 자연히 혈액 속을 떠도는 지방질이 감소한다. 유산소 운동을 통해 체중을 10kg 감량하면 총 콜레스테롤은 10~15% 감소, LDL 콜레스테롤은 25% 감소, 중성지방은 30% 감소, HDL 콜레스테롤은 8% 정도 상승한다.
특히 30대의 경계 고혈압에는 조깅, 40대 이후에는 빠르게 걷기가 좋다. 운동시간은 매일 30분 이상, 1주일에 6회 이상이 가장 이상적이다. 처음에는 20분부터 시작하여 하루 40~50분은 할 수 있도록 조금씩 운동시간을 늘려나간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환자는 낮은 강도로 1~2회 시작한 후 차츰 시간과 횟수를 늘리는 것이 안전하다. 30분 운동하면 20분 동안은 혈액 속의 당분이 제거된다.
약물요법 약물치료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흡연, 고혈압, 연령, 조기 허혈성 심질환의 가족력 등 동맥경화 위험인자의 개수에 따라 결정된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는 식이요법과 운동이 기본이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경우에는 이 방법만으로는 콜레스테롤을 적절히 조절할 수 없다. 상태가 너무 나빠 생활습관의 개선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약물요법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개인에게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운동과 식사 조절을 잘하는 운동선수에게도 고지혈증 환자가 많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것은 콜레스테롤의 30%만이 음식물로 흡수되고 나머지는 우리 몸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생활습관이 건전하더라도 가족력, 나이, 성별, 인종 등 수정 불가능군 요인에 의해 얼마든지 고지혈증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간은 이를 외부에서 공급받기 위해 LDL콜레스테롤을 빨아들이는 수용체를 증가시킨다. 따라서 약의 효능은 콜레스테롤 합성효소의 억제 능력에 따라 판가름된다.
심장 수호 7계명(대한순환기학회 발표)
1) 동맥경화의 위험요소(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를 잘 조절한다. 2) 음식 중 소금, 당분,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인다. 3) 채소류, 해조류, 과일 등을 즐겨 먹는다. 4) 일정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표준체중을 유지한다. 5) 적절한 신체활동으로 심장을 튼튼하게 한다. 6) 금연, 금주를 한다. 7) 스트레스를 줄이고 긍정적으로 산다. |
또는 경험적으로 보아 일단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혈당 등이 기준치를 한 번 넘은 사람은 습관적으로 다시 넘기를 반복하다 결국 약물치료가 필요한 단계까지 간다는 의사들의 관찰도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의 한계일 수도 있고, 사람의 습성이란 것이 일단 좋아지면 다시 게을러져서 나쁜 상황이 반복되는 측면도 있다.
이런 게으름의 기준도 애매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1~2주일 아차 하고 지내다보면 어느새 상황은 나빠져 있다. 예를 들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관리해야 하는 사람은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하루 200mg/dl 미만으로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달걀 노른자 한 개에 210mg/dl 이상의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고 각 식품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모두 외울 수도 없기 때문에 식이요법만 맹신하다가는 제한치를 넘기기 쉽다.
이때는 전문의와 상담하여 약물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약물의 종류에는 아스피린, 스타틴 제제(HMG-CoA 환원효소 저해제), 담즙산 결합수지, 화이브레이트(fibrate) 제제, 니코틴산, 최근의 콜레스테롤 흡수 저해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콜레스테롤 저하제가 있다.
스타틴, ‘제2의 아스피린’ 이 가운데 최근 제약업계와 의학계에서 주목하며 논쟁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 스타틴(statin) 계열의 약품이다. 여러 제약회사에서 만들어 팔고 있는 이 약물은 화학명이 모두 ‘-statin’ 으로 끝난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스타틴 약이라고 부른다.
의약계에서는 스타틴의 효능을 긍정적으로 본다. 스타틴 제제는 몸 속 콜레스테롤의 80%가 만들어지는 공장인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여 혈관 내 LDL 콜레스테롤은 줄이고,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는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특정 효소를 억제하는 방식에 의해서 가능하다.
고지혈증 치료제 중 하나인 크레스토. | 실험에 의하면 스타틴 계열 약물은 LDL 콜레스테롤은 30~50%까지 떨어뜨릴 수 있고 HDL 콜레스테롤은 10%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또는 경계선에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실험에서도 심장마비 위험을 36%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타틴 제제는 관상동맥 질환으로 인한 사망, 장애를 줄이고 생명을 연장시키는 효능과 관련하여 가장 확실하게 입증된 지질 저하제다. 스타틴 제제는 동맥경화의 진행을 늦추고 뇌졸중의 위험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증명됐다. 이런 이유들로 의약계는 스타틴 제제를 1차 선택 약물로 권장한다.
스타틴의 가장 중요한 효능은 물론 심혈관 질환 예방이다. 미국의학협회(AMA)가 발행하는 내과 전문지 ‘아카이브스 오브 인터널 메디신’ 최신호 인터넷판에 실린 한 연구 보고서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스타틴 계열의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복용할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과 일반적인 사망 위험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 있다.
이 연구 보고서는 65세 이상 노인 5888명(평균연령 72세)을 대상으로 1989년부터 1997년까지 실시한 조사분석 결과 스타틴 계열의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복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위험이 56%,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44%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관상동맥 질환이 없고 혈중 콜레스테롤이 정상인 심부전 환자에게도 심장의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타틴은 건강과 관련된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관심 대상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넷판은 2004년 의학·보건 분야 올해의 10대 뉴스의 하나로 스타틴의 등장을 선정, 발표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통상 심장병 환자의 혈압강하제로 사용되는 스타틴 계열의 약을 아스피린처럼 여러 가지 질병에 모두 효과 있는 새로운 기적의 약으로 부르고 있다. 이 약은 암 세포의 전이를 막을 뿐 아니라 관절염, 치매, 골다공증, 다발성 경화증, 당뇨병 등에 두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2003년 ‘뉴스위크’ 한국판은 7월16일자에 콜레스테롤 특집을 게재하면서 스타틴을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기적의 알약”으로 소개하고 바야흐로 “스타틴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예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스타틴은 처방약 중에서 매출 세계 2위를 기록했다가 최근에는 1위로 올라서는 ‘대박 약물’로 부상했다.
스타틴의 효능은 이처럼 다양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근육통, 피로, 기억력 저하, 수면장애, 간 염증에 의한 간 효소치 상승(복용자의 0.5~1%), 근육 손상에 의한 ‘근육 융해증’(100만명당 10명 내외) 등이 지금까지 보고된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따라서 스타틴계 약물을 먹는 환자는 4∼6주 후 혈액검사를 통해 간 기능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담즙이 막히는 질환이나 간 질환이 있는 환자도 복용을 피해야 한다.
‘크레스토’ ‘리피토’ ‘조코’… 대표적인 스타틴 계열 약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크레스토’, 화이자의 ‘리피토’, MSD의 ‘조코’가 있다.
이중 크레스토는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치에 도달하는 환자 비율이 다른 스타틴 제제에 비해 탁월하게 높고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도 우수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슈퍼 스타틴’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최근 전남대병원 등 국내 여러 병원에서 시행된 임상연구에서 한국인에게도 매우 안전하고 강력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돼 한국인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슈퍼 스타틴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떤 스타틴 약제를 복용하는가보다 치료에 의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고지혈증 ‘기름청소’로 뿌리뽑자! 06] 올바른 상식 vs 잘못된 상식
야자유보다는 올리브유를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 당신은 콜레스테롤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가? 다음 11개 문항과 정답을 통해 잘못된 상식을 떨쳐버리자.
1. 우리 몸에는 콜레스테롤이 필요하다. ( O ) 콜레스테롤은 인체 구성에 필요한 세포막을 형성하고,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 코티손과 같은 주요한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만드는 재료다. 콜레스테롤은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혈액 내 과도한 콜레스테롤,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로 말미암아 동맥벽에 동맥경화반이 만들어지고 혈관이 좁아져 뇌혈관 및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2.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최선의 방법은 달걀 같은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음식을 제한하는 것이다. (X) 음식물 속에 포함된 콜레스테롤이 일반적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지만, 특히 나쁜 것은 포화지방이다.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치즈, 크림, 버터, 육류 같은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적게 먹는 것이다.
3.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서는 모든 육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X) 쇠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붉은 살코기는 포화지방이 높아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그러나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는 기름기가 없는 살코기를 소량 섭취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4.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 mg/dl 미만이면 문제가 없다. (X) 대다수 사람의 혈액 내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200mg/dl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혈중 콜레스테롤은 ‘나쁜’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과 ‘이로운’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심장병이나 당뇨병이 없는 경우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30mg/dl 미만이어야 하고, 심장병이 있는 경우에는 100mg/dl 미만으로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60mg/dl 이상이면 보호 효과가 우수하지만, 40mg/dl 미만인 경우에는 심장 보호 효과가 없으므로 심장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총 콜레스테롤이 10% 감소할 때마다 심장병 사망률은 15% 감소하고, LDL 콜레스테롤이 10% 증가할 때마다 심장병 사망률은 20% 증가한다. 총 콜레스테롤 = (중성지방/5) + (HDL 콜레스테롤) + (LDL 콜레스테롤).
5. 모든 식물성 기름은 심장에 이롭다. (X) 야자유와 코코넛유 같은 열대성 식물 기름은 포화지방 함유량이 높으므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경화 마가린에 있는 부분적으로 수화된 식물성 기름인 ‘전이 지방’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그러나 올리브유나 유채 기름은 단가 불포화지방과 다가 불포화 지방을 많이 지니고 있으므로 몸에 유익하다.
6.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은 심장병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 O ) 심장병 (협심증, 심근경색증)을 앓은 병력이 있는 사람은 재발 위험이 높으므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 심장병 위험이 크게 감소한다. 심장병이 있는 사람의 LDL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치는100mg/dl 미만, 그리고 심장병이 있으면서 당뇨·흡연 등 위험인자가 많은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서 70mg/dl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
7. 규칙적인 운동으로 ‘이로운’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다. ( O ) 하루 30분 이상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심혈관의 건강을 증진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40세 이상에서는 운동하기 전에 반드시 심장 전문의와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운동방법이나 운동시간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적절한 체중 감량이나 금연도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8. 여성은 콜레스테롤 수치나 심장병 발생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X) 폐경기 전 여성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남성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폐경기 이후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므로 심장병 위험도 커진다. 따라서 여성이라고 해서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
9. 마른 사람은 고지혈증에 걸릴 우려가 전혀 없다. (X) 표준 체중 이하의 마른 사람도 고지혈증에 걸릴 수 있다. 오히려 마른 체형 때문에 고지혈증에 대한 관심이 적어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문제가 생겨도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아 생긴 동맥경화증은 비만보다 안전하기는 하나 절대적인 안전지대는 아니다.
10. 콜레스테롤은 음식물을 통해서만 섭취가 가능하다. (X) 콜레스테롤은 합성과 흡수의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합성은 간, 창자 등 여러 조직에서 이뤄진다. 음식과 쓸개즙에서 유래하는 콜레스테롤은 창자에서 일부 흡수하고 간으로 이동하며, 다시 쓸개즙으로 배설되어 창자로 이동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나머지는 대변으로 배설된다.
비록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적은 음식을 먹는 경우에도 간에서 만들어지는 콜레스테롤이 매일 800mg 정도 된다. 콜레스테롤 저하제 중 스타틴 제제는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합성되는 것을 차단한다. 최근에는 음식물 섭취를 통해 운반된 콜레스테롤이 창자에서 흡수되는 것을 억제하는 약제도 개발됐다.
11.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적 소인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O) 나쁜 식생활 습관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위험한 인자이지만,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결정하는 중요 인자다. 콜레스테롤의 대사 과정에 유전적 이상이 있어 가족 구성원 가운데 일부가 고콜레스테롤혈증인 경우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라고 하는데, 만약 유전적 소인이 의심스럽다면 가족 모두 전문적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지혈증 ‘기름청소’로 뿌리뽑자! 07] 전문의 9인의 實戰 노하우 “콜레스테롤, 나는 이렇게 조절한다”
고지혈증 전문의는 과연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어떻게 관리할까? 딱딱한 병원 진료실이 아닌 병원 밖에서 들려주는 전문의들의 세심한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자.
〈질문 ①~④〉 ① 전문의로서 자신만의 콜레스테롤 조절 노하우가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② 고지혈증 환자들에게 가장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는? ③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고지혈증을 예방, 치료하기 위해 일반인에게 ‘이것만은 꼭 지켜라’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④ 일반인이 콜레스테롤에 대해 가장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은 무엇인가? |
질문에 대한 답변(응답자는 이름의 가나다 순)
김상현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내과 교수 [1] 음식조절하기(삼겹살, 달걀 노른자, 사골국, 튀김 같은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피한다)와 운동하기. [2] 콜레스테롤 조절에 대해 너무 강박적으로 생각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가장 유익한 웰빙 활동(well-being behavior)이라 생각하고 식습관, 운동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라.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약물은 뇌졸중, 심장병 등 동맥경화 질환 예방에 중요한 일을 하는 매우 유익한 약물이다. [3] 사골국, 삼겹살, 튀김 삼가기. 음주 삼가기. 규칙적인 운동. 주기적인 혈중 콜레스테롤 검사. 꾸준한 약물 복용 [4] 비만인 사람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마른 체형인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오해.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수가 없다는 오해.
김영조 영남대의료원 순환기내과 교수 [1] 규칙적으로 운동하기(조깅). 시간이 있으면 간혹 등산도 한다. 식이요법 하기(튀김과 같은 기름진 음식은 먹지 않고,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 가끔 점심도 먹지 않는다). [2] 고지혈증은 증상이 없고, 또한 고지혈증이 있어도 20~30년은 지나야 증상으로 나타나므로 어릴 때부터 위험인자를 줄이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고지혈증이 확인되면 적극적인 스타틴요법과 식이요법,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나름대로 익힌다. [3] 건강한 생활습관이 평소 몸에 배게 하여 자연스럽게 ‘antiatherosclerotic life’ 실천하기. 배 둘레를 주기적으로 측정하여 이상적인 배 둘레를 유지하며 복부비만 없애기. 고지혈증이 있어 스타틴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는 한 평생 복용하기(평생 약 먹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데 최근 자료를 보면 4~5년 이상 먹어야 효과가 있는 것을 보면 날마다 비싼 반찬을 먹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4] 약을 먹고 있으니 식이요법은 소홀히 해도 된다는 것은 오해다. 식이요법이 선행돼야만 콜레스테롤 조절에 성공할 수 있다. 체중조절, 규칙적인 운동 등도 병행해야 한다. 약 먹는 것으로 만족해서도 안 된다.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목표 수치에 도달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약을 먹고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해서 약을 끊으면 대부분 콜레스테롤 수치가 다시 올라간다. 약을 먹으면 정력이 약해진다고 오해하는 환자도 있는데, 그러한 부작용은 없다.
김효수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1] 점심식사 거르기. 점심식사를 거른 지 8년째다. 세 끼를 먹되 적게 먹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점심식사를 건너뛰는 것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식사량 감소효과뿐 아니라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점심시간이라는 장애물이 없어지니 효율이 극대화되고, 점심식사 후의 능률 저하 현상 등도 없다. 채소를 많이 섭취해 포만감 느끼기. 식사 천천히 하기. 식사량 조절과 더불어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현재는 너무 바빠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2] 단기간의 식이요법으로 일시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목표치까지 낮출 수 있지만,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 다시 올라간다. 따라서 식이요법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얼마나 떨어지는가를 탐색할 때는 실현 가능한 정도로 해야 한다. 여기서 목표치까지 낮추지 못한다면 스타틴과 같은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스타틴 제제는 일생 동안 복용해도 해가 없으며 오히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약이다. [3] ‘동맥경화증 예방을 위한 3-3-3 수칙’이다. 이는 다음과 같다. ① 식이요법 : 소식, 채식, 저염식 ② 운동요법 : 매주 3일 이상, 매번 30분 이상, 운동 전 3분 예비체조 ③ 생활요법 : 이상적 체중 유지, 금연, 긍정적 사고 [4]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는 생약이나 건강보조식품을 신뢰하지 마라. 거짓일 뿐이다. 예를 들어 중국산 빨간 쌀(적미)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고 하여 모 회사는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스타틴 약값의 서너 배 가격으로 판매하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식품이 약효를 발휘한 것이 아니라 적미 속에 스타틴 성분이 소량 함유되어 있어서 적미를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졌던 것이다. 즉 적미는 약효를 발휘하는 신비로운 식품이 아니며 이 식품 속에 시판 중인 양약의 성분이 소량 함유되어 있을 뿐이다.
뚱뚱하지 않은 사람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리 없다는 선입견을 버려라. 마른 사람도 콜레스테롤치가 높을 수 있다. 바로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경우다. 대표적인 것이 저비중 지단백 수용체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서 콜레스테롤 제거가 부실한 사람들인데, 한국인에서는 500명 중 1명꼴로 존재하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그것이다.
콜레스테롤 치료제, 즉 스타틴 제제는 대부분 일생 동안 복용해야 하는 약으로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뿐만 아니라 동맥경화증의 예방,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과 사망률을 떨어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약이다.
백상홍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심장내과 교수 [1] 식사 조절하기. 일단 아침에는 우유와 과일 주스를 한 잔 마시고, 점심과 저녁식사에는 음식량을 과거 식사량의 반으로 줄이고, 기름진 것을 피해 싱겁게 먹는다. 그렇다고 살코기를 전혀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저녁식사 시간과 취침시간의 간격을 최소한 4시간 이상 유지하고, 저녁 간식을 피한다. 중요한 것은 저녁 회식에 되도록 참석하지 않기. 참석하더라도 음식량을 조절한다. 또한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즐겨 먹는데, 이렇게만 해도 과체중인 사람은 최소한 3kg 이상 감량할 수 있다. 운동하기. 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틀에 한 번 정도는 한 시간씩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2] 고지혈증 환자 치료의 기본 원칙은 식생활 습관을 올바르게 하는 것. 자신이 섭취하는 음식의 내용과 칼로리에 대하여 알아본다. 식이요법과 체중조절로 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을 때는 이와 병행하여 콜레스테롤 강하제 약물을 복용한다. [3] 적절한 식사량과 음식 내용 조절하기. 한 번에 30분 이상, 1주일에 3회 이상 유산소 운동하기. 체중 조절하기.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기. [4]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스타틴 같은 약물을 복용함은 동맥경화를 관리하여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비록 혈액검사 결과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 됐다고 하더라도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영우 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1] 식사 조절하기. 운동하기 [2] 고지혈증을 추적하면서 지속적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적응이 되면 항고지혈증 약물을 복용한다. [3] 생활습관 개선하기. 항고지혈증 약물 복용하기. [4] 식사 조절을 통한 효과만을 과신하여 항고지혈증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것. 콜레스테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혈중 지질값이 정상이 되면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것.
이명용 단국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1]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총 콜레스테롤 292mg/dl이었음)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시행했으나 잘 조절되지 않아 지금은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복용하고 있다. [2] 고지혈증이 있고 식이·운동요법으로 잘 조절되지 않을 경우에는 약물을 이용해서라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3] ①음식 조절하기 : 우리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는 음식의 종류를 잘 알아두고 되도록 이런 음식을 피한다. ②운동하기 : 운동을 하면 LDL 콜레스테롤이 많이 감소되지는 않더라도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어 권장한다. ③콜레스테롤 치료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기 :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 보아 심장병과 중풍 등을 예방하는 데 콜레스테롤 치료가 필요하다. [4] 마른 사람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지 않으므로 자신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정명호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1] 채식하기. 육식을 할 때는 주로 껍질 부분이나 기름기를 제거하고 먹는다. 걷기. 체중이 늘지 않도록 만보계를 이용하여 매일 걷는 횟수를 측정하고 병원 내에서도 가능하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이용한다. [2]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매일 적절한 운동을 하고 과음과 과식을 하지 않는다. [3] 적정한 체중 유지하기. 기름기 섭취를 줄이고 되도록 채식하기. 과음, 과식 피하기.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을 경우 더욱 철저히 조절하기. 반드시 금연하기. [4]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면 정력이 감퇴한다는 오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너무 떨어뜨리면 뇌출혈이 발생한다는 오해.
조홍근 연세대 노화과학연구소 교수 [1] 하루에 한 끼는 생선 먹기. 날마다 채소와 과일 먹기. 되도록 육고기 피하기. 회식자리에 되도록 참석하지 않되, 참석하더라도 생선을 먹거나 과식하지 않는 곳으로 정하기. 1주에 4번 달리기. [2] 증상이 없어서 우습게 생각하기 쉽지만, 고지혈증에 비만·고혈압·당뇨병이 있으면 증상 유무에 상관없이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고지혈증의 정도에 따라 식사요법과 약물로 구분되는데 의사와 상의한다. [3] 지방은 생선으로 섭취하기. 기름진 음식 피하기. 1주일에 4번 이상 운동하기. 과식 피하기. 과음을 피하고, 마시려면 와인 마시기. 와인이 특별히 좋아서라기보다 양이 많아 많이 못 마시고, 맥주와 달리 안주를 밝히지 않게 되므로 체중 조절에 좋은 것 같다. [4]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는 이유가 콜레스테롤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먹어서인 줄 잘못 생각하여 “나는 고기도 안 먹는데 왜 콜레스테롤이 높은가”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대부분 콜레스테롤이 간에서 제거되지 않아 상승되는 경우가 많다(폐경기, 노화, 대사증후군). 또한 식사가 원인인 경우라 하더라도 콜레스테롤을 많이 함유한 식품을 섭취해서가 아니라 포화지방산을 섭취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한기훈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1] 금연하기. 과식하지 않기. 적당한 운동하기. 체중 관리하기.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고 알려진 음식 중 달걀이나 해산물 등은 다른 영양이 많으므로 특별히 제한하지 않으나, 동물성 기름이 많은 음식은 자제한다. [2] 식사나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상당히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습관을 꾸준히 유지해야 하며 높은 수치에 자극받아 일시적으로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고지혈증으로 인한 심장병을 예방하지 못한다. 때로는 열심히 생활습관을 바꾸어도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에 실패하는데 이때는 미련을 버리고 의사와 상담해 적절한 약물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3] 흡연, 과식, 과음, 비만, 운동 부족, 지나친 스트레스 등 피해야 할 것부터 피하자. [4] 고지혈증은 흡연 또는 고혈압과 같이 심장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임에도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문제다.
[고지혈증 ‘기름청소’로 뿌리뽑자! 08] 高콜레스테롤 자가 진단법
마른 사람, 젊은 사람도 안심 못해 남녀노소, 인종에 상관없이 위험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고지혈증은 동맥경화증, 뇌졸중, 협심증 같은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므로 미리미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이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는 요즘에는 마른 사람이나 젊은 사람도 안심할 수 없으므로 스스로 콜레스테롤의 위험도를 진단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아래 목록은 자신이 어느 정도 고지혈증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진단해보는 자가진단 목록이다. 점검 후 필요하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위험 원인을 없애야 한다.
고콜레스테롤 자가 진단법 |
번호 |
질 문 |
예 |
아니오 |
1 |
조금 걸으면 종아리가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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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아킬레스건(발꿈치)이 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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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기름진 음식을 좋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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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언제나 식사시간이 불규칙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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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이유 없이 짜증나고 초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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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직장에서 중간 관리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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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편식이 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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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취침 전에 잘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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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초콜릿이나 케이크 등을 좋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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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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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잠이 안 오고 수면 부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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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계단을 오르내릴 때 숨이 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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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간식을 즐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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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커피를 자주 마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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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담배를 많이 피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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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야채를 잘 안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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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사무직이다(실내에서 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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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달걀 요리를 좋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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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가끔 어지럼증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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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업무 외 잔업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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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
비만인 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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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
변비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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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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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
언제나 배부르게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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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가 5개 이상 : 당신은 콜레스테롤 체질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 10개 이상 : 당신은 콜레스테롤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의하면서 생활할 필요가 있습니다. ♣ 15개 이상 : 모르는 사이에 위험한 체질이 되어 있습니다. 꾸준히 검사받고 생활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항목이 적더라도 1, 2, 12, 19번 항목에 해당된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위험 체질이며, 특히 2번 항목에 해당되는 사람은 빨리 의사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2005 년 06 월 01 일 (통권 549 호) 신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