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최고지만 낯선 얼굴
벤츠는 지난 6월 24일 9세대 E 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다. 9세대 E 클래스가 국내에 출시된 후 4년 만이다. 새로운 E 클래스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겉모습이다. 앞모습뿐 아니라 뒷모습도 새로워졌다. 벤츠는 E 클래스의 얼굴을 두 가지 버전으로 디자인했다. 프런트 그릴에 세꼭지별 엠블럼이 박힌 아방가르드 모델과 보닛 위에 세꼭지별 엠블럼이 올라가 있는 엘레강스 모델이다. 아방가르드 모델이 다이내믹한 느낌이라면 엘레강스 모델은 좀 더 우아한 느낌이다.
시승차는 E 220 CDI 아방가르드. 도어를 열자 고급스러운 가죽 시트가 눈에 들어온다. 어깨 부분이 각진 E 클래스 시트는 나처럼 키가 작은 여자들이 앉기에도 편하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위치도 적당해 어정쩡하게 뒤꿈치를 들 필요가 없다. 스티어링휠은 적당히 묵직한데 그래서 안정적인 기분을 준다. 시동을 걸자 그르렁거리는 엔진 소리가 낮게 깔린다. 천천히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는데 디젤 엔진이라는 걸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조용하다. 달리는 느낌도 매끄럽다. 얼음판 위를 ‘스르륵’ 미끄러지는 느낌이다. E 220 CDI는 4기통 2.2리터 디젤 엔진을 얹고 3000~4200rpm에서 최고출력 170마력, 1400~2800rpm에서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오른발에 잔뜩 힘을 주면 엔진 소리가 커지면서 앞으로 튀어나간다. 가속이 제법 호쾌하다. 시속 150킬로미터를 넘어야 ‘웅웅’거리는 바람 소리가 거슬리게 들이친다. 스티어링휠이 묵직한 덕에 고속으로 달릴 때도 안정적이다. 노면에 착 달라붙어 달리는 느낌은 아니지만 제멋대로 앞뒤를 흔들 것 같은 불안감은 없다. 시속 160킬로미터를 넘게 달리는데도 편안한 기분이 든다.
새로운 E 클래스는 겉모습만 달라진 게 아니다. 평행주차는 물론 ‘T’자형 주차에, 평행주차한 차를 자동으로 빼주는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와 스타트 스톱 기능이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달린다. 새로운 E 클래스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풀 LED 헤드램프가 달렸는데 이 역시 디자인만 바뀐 게 아니다. 이 똑똑한 헤드램프는 어댑티브 하이빔 어시스트는 물론 깜깜한 밤에 헤드램프의 불빛을 더 밝게 하고 비추는 각도를 넓혀 도로 가장자리까지 잘 보이도록 하는 컨트리 모드, 시속 9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릴 때 헤드램프가 더 밝고 멀리 비추도록 해주는 모터웨이 모드, 비가 많이 와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 비추는 각도를 낮춰 앞이 잘 보이도록 해주는 강화 안개등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각종 안전장비와 주행 보조 시스템을 포함하는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시스템은 국내에 아직 적용되지 않았지만 곧 적용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E 클래스는 각종 안전장비와 첨단장비를 가장 많이 실은 중형 세단에 오를 것이다. 벤츠는 ‘최고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E 클래스에서도 여지없이 실현했다. 디자인만 빼고.
새로운 E 클래스는 겉모습만 달라진 게 아니다. 평행주차는 물론 ‘T’자형 주차에, 평행주차한 차를 자동으로 빼주는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와 스타트 스톱 기능이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달린다.
- NEWCOMER 1 | MERCEDES-BENZ E 220 CDI AVANTGARDE
- 기본 가격 6230만원
- 레이아웃 앞 엔진, RWD, 5인승, 4도어 세단
- 엔진 4기통 2.2ℓ DOHC 16밸브 터보 디젤, 170마력, 40.8kg·m
- 변속기 7단 자동
- 공차중량 1780kg
- 휠베이스 2875mm
- 길이×너비×높이 4880×1855×1470mm
- 복합연비 16.3km/ℓ
- CO₂ 배출량 120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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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이라 쓰고 5라 읽는 차
3시리즈 GT를 시승하기 바로 전날 우연찮게 3시리즈 세단과 투어링을 탔다. 비록 생김새는 다른 두 차지만 주행감각만 놓고 봤을 때 두 대는 영락없이 같은 차였다. 하지만 GT는 달랐다. 분명 3시리즈 라인업에 포함됐는데 실내 공간과 편의사양은 위 급인 5시리즈 수준이었다. 일단 생김새부터 거대하다.
세단보다 20센티미터나 늘어난 길이(4824밀리미터) 중에 110밀리미터가 휠베이스를 늘리는 데 쓰여 뒷자리는 거의 현대 제네시스에 육박한다. 키 180센티미터 성인이 앉아도 무릎과 앞 시트 사이에 주먹 한 개 이상의 여유가 있을 정도다.
실내 공간이 더 넓게 느껴지는 것은 5시리즈 GT에서 봤던 둥그렇게 부풀린 루프라인 덕이다. 지붕을 60밀리미터나 높여 헤드룸이 광활하다. 이렇게 차체를 한껏 부풀렸지만 굼떠 보이지 않게 하려고 차 곳곳에 요술도 부렸다.
앞 타이어 바로 뒤에는 앞바퀴로 흐르는 공기흐름이 원활하게 하기 위한 꺾쇠형 공기 배출구를 달고 앞뒤 문짝은 모두 프레임을 없애 쿠페스러운 분위기도 냈다. 트렁크 해치에는 가변식 스포일러까지 숨겼다. 평소에는 숨어 있다가 시속 110킬로미터에 다다르면 자동으로 솟아오른다. 그리고 속도가 시속 70킬로미터로 떨어지면 다시 해치 속으로 사라진다. 5시리즈 GT도 갖지 못한 멋진 장치다.
이렇게 바깥에는 군데군데 여러 장식을 더했지만 실제 몸놀림은 또렷하지 않다. 몸무게 때문이냐고? 아니, 3시리즈 GT의 몸무게는 세단 대비 70킬로그램 늘어난 1565킬로그램이지만 184마력짜리 트윈터보 디젤 엔진은 불어난 몸을 움직이기에 부족하지 않다. 차체 움직임이 늘어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길쭉해진 몸길이 탓이다. 허리가 긴 체형 탓에 움직임이 커져 코너에서 엉덩이가 자꾸 뒤로 빠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3시리즈 세단과 비교했을 때 얘기다. 뒷자리에 앉은 사람도 편할 뿐만 아니라 운전자에게도 GT는 편한 차다.
일단 시트포지션이 세단보다 6센티미터나 높다. 게다가 윈드실드까지 곧추세워놔 운전이 더 쉽게 느껴진다. 넓어진 시야는 운전 시 피로도를 확 줄여준다. 뒷자리에 앉아도 전방이 환한 게 느껴질 정도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한다고 5시리즈 GT를 만들어본 경험이 녹아나는 대목이다.
3시리즈 GT의 가격은 기본형과 고급형이 각각 5430만, 6050만원이다. 기본형만 보더라도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파노라마 선루프, 제논 헤드라이트 등 풍부한 편의사양을 갖춰놨다. 그런데 고급형을 보면 지갑을 탈탈 털고 싶은 마음이 요동친다.
BMW 오너들이 개탄하는 열악한 오디오 성능을 잠재울 하만카돈 오디오가 고급형에는 포함된다. 또 열선 스티어링과 18인치 알로이 휠 등 7가지 옵션이 추가로 들어간다. 고급형이었던 시승차에는 컴포트 액세스라는 폼 나는 옵션도 갖춰져 있었다. 양손에 짐이 들려 있을 경우 머플러 옆, 트렁크 하부에 발을 집어넣어 옆으로 휘저으면 트렁크 해치를 열 수 있는 기능이다. 이 ‘마법’을 보고 나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3이라 쓰고 5라 읽는 차’라는 것을.
3시리즈 GT는 5430만원짜리 기본형에도 많은 옵션이 기본적으로 적용됐다. 하지만 6050만원짜리 고급형에는 하만카돈 오디오와 열선스티어링, 컴포트 엑세스와 뒷좌석 열선, 18인치 휠 등 7가지 옵션이 추가로 들어간다.
- NEWCOMER 2 | BMW 320D GT
- 기본 가격 5430만~6050만원
- 레이아웃 앞 엔진, RWD, 5인승, 5도어 왜건
- 엔진 4기통 2.0ℓ DOHC 16밸브 터보 디젤, 184마력, 38.8kg·m
- 변속기 8단 자동
- 공차중량 1565kg
- 휠베이스 2920mm
- 길이×너비×높이 4824×1828×1489mm
- 복합연비 16.2km/ℓ
- CO₂ 배출량 120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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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덜고 재미는 키우고
내가 미니 JCW에 원한 건 단 하나, 경쾌함이었다. 요즘 출시되는 미니들은 대중과 적당히 타협하기 위해 부드럽고 편하다. 컨트리맨, 페이스맨 같은 정체성 모호한 녀석들도 등장해 미니의 색깔이 더 흐리멍덩해졌다. 하긴 생각해보면 미니의 근간은 작고 실용적인 차였다. 본성으로의 회귀라면 요즘 미니의 행보는 적당하다. 하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미니는 알싸한 달리기 성능을 지닌 차다. 그건 알렉 이시고니스의 친구 존 쿠퍼가 미니를 손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쿠퍼’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존 쿠퍼는 이 작고 실용적인 차를 레이싱카로 둔갑시켜 몬테카를로 랠리에 내보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레이싱카의 명맥을 잇고 있는 것이 지금의 JCW다.
우리가 원하는 JCW는 스로틀에 따라 엔진이 빠르게 반응하되 어느 속도에서든 예리하게 토크를 뽑아내야 하고, 변속은 주행흐름을 흩트리지 말아야 한다. 코너링은 날카롭고 핸들링은 예리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JCW는 내가 원했던 경쾌함을 120퍼센트 만족시켰다. 1.6리터밖에 되지 않는 엔진이 시속 170킬로미터에서도 토크를 쏙쏙 뽑아내는 것이 혀를 내두르게 했다. 트윈스크롤 터보가 들어간 이 엔진은 최고출력이 211마력이나 된다. 배기량 대비 출력이 굉장히 높다. 7000rpm 근방까지 엔진을 돌리며 달리는 짜릿함도 있다.
코너에서 노즈를 안쪽으로 욱여넣는 솜씨도 여간 아니고, 핸들링은 정교하고 날카롭다. 미니가 내세우는 고카트와 비슷한 움직임을 내기도 한다. 코너링만 놓고 보자면 폭스바겐 골프 GTD는 결코 JCW의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JCW는 재미지게 달릴 수 있는 차가 확실하다. 하지만 이런 퍼포먼스에 집중했기 때문에 뒤쪽을 탈탈 털고 다니면서 운전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경향이 있다. 댐핑 스트로크가 일반 모델보다 짧으니 노면 충격을 거슬러내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운전대는 무겁고 시트는 딱딱하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고통의 정도가 확실히 많이 줄었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허리를 움켜쥘 정도의 충격이 아니다. 승차감이 좀 더 정제되고 고급스러워졌다. 또 JCW는 조용하다. A필러를 두 동강 낼 것만 같던 풍절음이 많이 잦아들었다. 소음이 줄었으니 음악도 잘 들린다. 방음을 잘해서 자랑이라도 하듯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을 넣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JCW로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리면서 음악을 감상하게 될 줄이야….
JCW 보닛에 그어진 두 줄의 레이싱 스트라이프는 단지 멋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JCW의 모태는 레이싱에 있음을 나타내는 상직적인 의미이고, 재미있는 탈것을 좇는 욕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4500만원(쿠페는 4710만원)이 필요하다. 1.6리터 배기량과 차급을 생각하면 꽤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이 가격에 이렇게 재미있게 달리는 차는 찾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매일 운전의 재미를 만끽하고 싶다면 JCW가 딱이다.
JCW의 운전대는 무겁고 시트는 딱딱하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고통의 정도가 확실히 많이 줄었다. 승차감이 좀 더 정제되고 고급스러워졌다. 보강한 방음을 자랑이라도 하듯 오디오는 하만카돈이다. JCW에서 이렇게 고급스러운 음악감상을 하게 될 줄이야.
- NEWCOMER 3 | MINI JCW
- 기본 가격 4500만원
- 레이아웃 앞 엔진, FWD, 4인승, 2도어 해치백
- 엔진 4기통 1.6ℓ DOHC 16밸브 터보, 211마력, 26.5kg·m
- 변속기 6단 자동
- 공차중량 1185kg
- 휠베이스 2467mm
- 길이×너비×높이 3758×1683×1407mm
- 복합연비 1185kg
- CO₂ 배출량 150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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