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8) 건설법
윤재윤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세종)
[1] 유치권의 성립 요건; 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다96208 판결, 2012. 2. 23. 선고 2011다61424 판결
<요지> 가. 건축자재대금채권은 그 건축자재를 공급받은 건물 신축공사 수급인과의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채권에 불과한 것이고, 공급한 건축자재가 수급인 등에 의해 건물신축공사에 사용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건물에 부합되었다고 하여도 건축자재의 공급으로 인한 매매대금채권이 위 건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 건물 전체에 대한 유치권을 주장하는 경우에 그 건물 중 일부를 건물 소유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이 직접 점유하고 있었다면, 임차인에 대하여 반환청구권을 갖는 자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던 건물 소유자뿐이므로 위 임대차계약은 유치권자와 임차인 사이의 점유매개관계를 인정할 기초가 될 수 없어서 유치권을 주장하는 자의 점유를 인정할 수 없다.
<해설> 유치권자는 채권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목적물의 점유를 계속하는 대세적인 인도거절권능을 가지므로 강제집행절차에서 사실상 최우선순위담보권을 확보하는 지위에 있다. 그런데 유치권자와 채무자 간에 허위, 과장의 유치권을 통모하는 경우 정당한 권리자에게 생각하지도 못한 피해를 입히게 되므로 유치권의 성립요건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고 법원의 판결 경향도 이 방향으로 흐르고 있으며(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7350 판결 등) 본 판결들도 이에 해당한다.
유치권의 성립요건 중 ‘물건과 피담보채권 사이의 견련성’에 관하여, 종래 건물의 신축공사를 한 수급인이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그 건물을 점유한 경우에는 그 공사대금채권을 그 건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으로 보아 유치권이 인정된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다16202·6219 판결). 그러나 건축자재의 매매대금채권을 가진 자가 그 건물에 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실무상 문제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판결은 수급인이 도급인과의 건물신축계약에 따라 건축자재를 건물에 부합시켰다 하더라도, 건축자재의 매매대금채권은 공급자와 수급인과의 매매계약에 따른 채권일 뿐이라 하여 ‘건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였다. 유치권을 인정하는 근거가 그 물건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을 보다 강하게 보호할 필요성에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하겠다.
나.판결은 목적물의 ‘점유’요건 중 간접점유의 근거에 관한 것이다. 유치권자가 물건을 간접점유하고 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간접점유자와 직접점유자 사이에 점유매개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건물의 소유자가 건물 일부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맺고 임차인들로 하여금 직접점유하게 한 경우, 임대차계약에 기하여 임차인들에게 임차 부분에 관한 반환청구권을 갖는 건물의 소유자가 물건의 간접점유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점유매개관계는 직접점유자가 간접점유자의 반환청구권을 승인하면서 자신의 점유를 행사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건물의 임차인은 소유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서 소유자에 대한 반환의무를 질 뿐 유치권자와는 특별한 계약관계가 없어 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았으므로 유치권의 성립을 위한 점유회수청구권은 부정된 것이다.
[2] 집합건물법과 주택법상 하자담보책임 간의 관계(현행법 관계); 대법원 2012. 7.12. 선고 2010다108234 판결
<요지> 2005. 5. 26. 각 개정된 집합건물법 제9조와 주택법 제46조의 하자관계 책임은 입법 목적, 하자담보책임의 내용, 하자담보책임의 대상이 되는 하자의 종류와 범위, 하자담보책임을 추급할 수 있는 권리자와 의무자, 하자담보책임을 추급할 수 있는 권리의 행사기간 등을 서로 달리하고 있어서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집합건물법 부칙 제6조 단서의 취지상 주택법 제46조에서 규정하는 하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담보책임기간 안에 하자가 발생한 때에 한하여 집합건물법 제9조에 따라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그 밖에 주택법 제46조에서 규정하지 않는 사용검사일 전에 발생한 하자나 오시공·미시공 등의 하자에 대하여는 위 대통령령이 정하는 담보책임기간의 제한 없이 집합건물법 제9조에 따라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해설> 오래전부터 해석상 이견이 심하였던 집합건물법과 주택법(구 주택건설촉진법)상 하자관계 책임에 관하여 국회는 2005. 5. 26. 두 법률을 동시에 개정함으로써 해결하려 하였으나, 입법상 오류로 여전히 하급심 판결에서 혼란이 심하였다. 이 판결은 2005. 5.26. 개정된 집합건물법 및 주택법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대법원판결이다. 집합건물법 부칙 제6조 단서가 ‘공동주택의 담보책임에 관하여는 개정 주택법 제46조의 규정이 정한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1) 주택법 제46조가 사업주체의 하자담보책임을 전면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는 주택법 전면 적용설, (2) 주택법 제46조와 집합건물법 제9조가 각각 독립적으로 적용되어 병존적으로 성립한다는 주택법 별개 적용설, (3) 집합건물법상 하자담보책임의 성립요건에 주택법 제46조 제1항의 하자발생기간이 추가됨으로써 집합건물법상의 하자담보책임의 책임기간만 단축된다고 보는 주택법 부분 적용설 등의 해석론이 있었다. (1)의 경우 각 법령의 합리적 해석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있고, (2)는 집합건물법 부칙 제6조 단서규정을 무시하는 문제가 있었다(건설분쟁관계법, 2012, 330면 이하 참조). 이 판결은 (3)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자담보추급권의 근거는 집합건물법 제9조로서 주택법 제46조와 독립적으로 성립하되, 주택법 제46조의 하자발생기간을 추가하여 요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2. 12. 18. 집합건물법과 주택법이 다시 개정되어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이 집합건물법에 통일적으로 일원화됨으로써 비로소 합리적 체계가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집합건물법과 주택법에 따른 하자담보책임 간의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2003. 11. 30.부터 2005. 5. 25.까지 사용검사 또는 사용승인을 받은 공동주택의 경우; 구 집합건물법에 따른 하자담보책임과 구 주택법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은 별개로 존재하므로 독립적으로 물을 수 있다. 이 경우 집합건물법상 하자담보청구권의 행사에는 구 주택법에 규정된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적용될 여지가 없으며, 준용되는 민법 제667조 내지 제671조에 따라 10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될 뿐이다. (2) 2005. 5. 26.부터 2012. 12. 17.까지 사용검사 또는 사용승인을 받은 공동주택(그 이후에는 사용검사나 사용승인은 기준이 되지 않고 2013. 6. 18. 이전에 분양되는 경우가 포함됨)의 경우; 이 판결이 적용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하자발생기간과 별개로 집합건물법상의 제척기간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2013. 6. 19. 이후에 분양되는 공동주택의 경우; 새로이 개정된 집합건물법에서 부칙 제6조 단서를 삭제하였으므로, 공동주택을 포함한 모든 집합건물에 관한 담보책임 규정이 집합건물법으로 일원화되며, 집합건물법 제9조의2에서 신설되는 담보책임기간에 따라야 한다.
[3]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과 하자보증금청구권의 관계; 대법원 2012. 9.13. 선고 2009다23160 판결
<요지> 집합건물법에 의한 구분소유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과 주택법령에 의한 입주자대표회의의 하자보수이행청구권 및 보증금지급청구권은 인정 근거와 권리관계의 당사자 및 책임내용 등이 서로 다른 별개의 책임이고, 또한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건설공제조합의 보증금지급채무는 사업주체의 하자보수이행의무에 대한 보증채무일 뿐이고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사업주체의 손해배상채무가 주채무는 아니어서,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주체에 대하여 주장하는 손해배상청구권과 건설공제조합에 대하여 주장하는 보증금지급청구권 사이에도 법률상의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할 것이므로, 판결에서 입주자대표회의의 건설공제조합에 대한 청구와 구분소유자들의 사업주체에 대한 청구를 병렬적으로 인용한 것을 잘못이라 할 수 없다.
<해설>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그 구분소유자는 아파트를 건축하여 분양한 자에 대하여 집합건물법에 의해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해당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법령에 의해 하자보수청구권 및 하자보수보증계약에 따른 보증금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각 책임은 모두 하자의 보수를 위한 것이므로, 판결에서 이를 병렬적으로 인정할 경우 중복하여 지급하는 것은 아닌지가 문제되었다.
이 판결은 집합건물법에 의한 구분소유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과 주택법령에 의한 입주자대표회의의 하자보수이행청구권 및 보증금지급청구권은 그 인정 근거와 권리관계의 당사자 및 책임내용 등이 서로 다른 별개의 청구권이고,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공제조합의 보증금지급채무는 사업주체의 하자보수이행의무에 대한 보증채무일 뿐이므로, 입주자대표회의가 건설사에 대하여 주장하는 손해배상청구권과 공제조합에 대하여 주장하는 보증금지급청구권 사이에 법률상의 직접적인 연계관계는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따라서 입주자대표회의의 공제조합에 대한 청구와 구분소유자들의 사업주체에 대한 청구를 병렬적으로 인용한 것은 적법하며, 각 청구권 중 하나의 권리를 행사하여 하자보수에 갈음한 보수비용 상당이 지급되면 그 금원이 지급된 하자와 관련된 한도 내에서 다른 권리도 소멸하는 관계에 있지만, 이는 의무 이행 단계에서의 조정에 관한 문제일 뿐 의무의 존부를 선언하는 판결 단계에서 상호 배척 관계로 볼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이 판결은 구법이 적용되는 것이지만, 현행 집합건물법과 주택법에 대하여도 같은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4] 하자담보추급권의 제척기간과 채권양도의 통지; 대법원2012. 3. 22. 선고 2010다28840 전원합의체 판결
<요지>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가 스스로 하자담보추급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짐을 전제로 하여 직접 아파트의 분양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소송 계속 중에 정당한 권리자인 구분소유자들에게서 손해배상채권을 양도받고 분양자에게 통지가 마쳐진 후 그에 따라 소를 변경한 경우에는, 채권양도의 통지는 양도인이 채권이 양도되었다는 사실을 채무자에게 알리는 것에 그치는 행위이므로, 위 채권양도통지만으로 제척기간 준수에 필요한 권리의 재판외 행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해설> 1997.경 입주한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2006.경 자신이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는 전제 하에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소송 계속 중 아파트의 구분소유권자들은 입주자대표회의에게 하자 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양도하고 그 무렵 피고에게 이를 통지하였으며, 양도통지가 이루어진 후인 2008. 4. 25. 입주자대표회의는 양수금청구로 소를 교환적으로 변경하였다.
원심은 구분소유자들의 위와 같은 채권양도통지는 피고에게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의무이행을 최고한 것으로서 각 하자 부분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인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재판외에서 행사한 것이고, 그 권리행사가 아파트를 인도받은 날부터 10년의 제척기간 내에 이루어졌으므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제척기간 만료로 소멸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다수의견)은 채권양도의 통지는 양도인이 채권이 양도되었다는 사실을 채무자에게 알리는 것에 그치는 행위이므로, 그것만으로 제척기간 준수에 필요한 권리의 재판외 행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채권양도통지에 채권양도의 사실을 알리는 것 외에 이행을 청구하는 뜻이 별도로 덧붙여지거나 그 밖에 구분소유자들이 재판 외에서 권리를 행사하였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소를 변경한 시점에 비로소 행사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최고에 해당하면 곧바로 이를 제척기간 준수에 필요한 권리의 재판외 행사에도 해당한다고 보아야할 근거는 찾기 어렵고, 채권양도통지를 재판외의 권리행사로 보아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경우, 소멸시효의 중단에서도 일시적인 효력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한 최고의 효과보다 오히려 더욱 강한 효과를 주게 되는 것이므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려는 제척기간 제도의 취지와 반한다는 점에서 대법원판결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5]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에서의 공사대금채권의 귀속형태; 대법원 2012. 5. 17. 선고 2009다105406 전원합의체 판결
<요지>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에서 도급인과 공동수급체 사이에 공동수급체의 각 구성원이 공사대금채권 중 각자의 지분비율에 따라 직접 도급인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기로 약정하는 경우에는 공동수급체 개별 구성원이 도급인에 대하여 각자의 출자지분 비율에 따라 공사대금채권을 직접 취득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약정은 공동수급체 대표자가 도급인에게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수급협정서를 제출함으로써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해설>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가 도급인에 대하여 갖는 공사대금채권에 대하여 종전까지 대법원의 주류적인 판결은 공동수급체는 조합체로서 공사대금채권은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하며, 구성원의 개별채권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서 있었다(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32482 판결 등), 반면에 2002. 1. 11. 선고 2001다75332 판결 등은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라서 공동수급체의 구성권 각자에게 지분비율에 따라 구분하여 귀속될 수도 있다고 판시하기도 하여, 과연 개별채권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 논란이 있었다.
이 판결은 (1)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와 도급인 간의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발생한 채권에 대해서, 공동수급체가 아닌 개별 구성원으로 하여금 지분비율에 따라 직접 도급인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약정을 하는 경우와 같이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라 채권이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지분비율에 따라 구분하여 귀속될 수 있고, (2)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이 기성대가 등을 구성원별로 직접 지급받기로 하는 공동수급협정서를 입찰서류와 함께 제출하고 도급인이 별다른 이의를 유보하지 않은 채 이를 수령하여 공동도급계약이 체결되면 위와 같은 약정이 묵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본 데에 의미가 있다.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와 같은 민법상 조합계약에 대하여 계약자유의 원칙상 구성원들이 자유 의사에 기하여 조합계약의 내용을 정할 수 있음은 가능하므로 (1) 논지에 대하여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2) 논지는 의문이 적지 않다. 공동수급표준협정서 제8조상 구성원 각자의 거래계좌로 기성대가를 직접 지급받기로 한 취지는 대표자의 공동수급대금 유용을 막는데 목적이 있고, 공동수급체 중 가장수급체가 상당부분인 현실을 볼 때 오히려 가장수급체를 과잉보호하거나, 공사대금정산관계를 복잡하게 하여 주된 시공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공동수급체가 공동수급표준협정서를 일률적으로 작성하고 제출하는 관행에 비춰 볼 때 이것만으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다만 이 판결로서 혼란스러웠던 쟁점이 정리된 것은 다행이라고 하겠다.
[6] 공동수급체 구성원 일부에게 입찰참가 무효 사유가 있는 경우의 처리방법; 대법원 2012. 9. 20. 선고 2012마1097 결정
<요지> 공동수급체 구성원 중 일부에 입찰참가 무효사유가 있어 그 구성원이 입찰절차에서 배제된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가 없는 나머지 구성원의 입찰참가가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고, 나머지 구성원만으로 입찰적격을 갖출 수 있는지 여부 등 일부 구성원의 입찰참가 무효사유가 공동수급체 입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나머지 구성원들 입찰의 효력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
<해설> 공동수급체의 구성원 중 일부가 대표자의 성명에 대한 변경등록을 해태하였던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상 입찰 등록 사항 중 대표자의 성명을 변경등록하지 아니하고 입찰서를 제출한 입찰을 무효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입찰공고 등을 통해 입찰 참가자들에게 이러한 사유를 무효사유로 고지하였으며 입찰 참가자들도 이를 전제로 입찰에 참가하였다는 사정이 있었으므로 해당 참가자의 입찰은 무효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참가자는 그 입찰절차에서 배제되어야 하더라도, 공동수급인 전부의 입찰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할 것인지 문제된다. 국가계약법이 적용되는 ‘공공계약’도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지배원리로 작용함이 원칙이다. 그러므로 공동수급인 중 일부가 변경등록을 해태하여 입찰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하여도 그것만으로 반드시 나머지 공동수급인에 대한 입찰절차가 무효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하자가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되어 이를 무효로 하지 않으면 정의에 반하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거나 또는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반사회적인 행위에 의한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 비로소 무효로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공동수급체 구성원 중 입찰의 무효사유가 없는 나머지 구성원만으로 입찰적격을 갖출 수 있는지 여부 등 일부 구성원의 입찰참가 무효사유가 공동수급체 입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나머지 구성원들 입찰의 효력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 공동수급체의 경우에 있어서 일부 구성원의 입찰 무효시 판단기준을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7] 분양계약에 있어서 손해배상액 예정의 인정여부;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590 판결
<요지> 분양계약서에 수분양자의 분양대금 납입 지체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납부책임과 금액만을 규정하고 매도인인 분양자의 이행지체에 따른 지체상금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경우, 수분양자의 분양대금 납입 지체에 적용되는 지연손해금 조항이 당연히 매도인에게도 적용되어 동일한 내용의 지체상금 조항이 있는 것으로 간주될 수는 없으므로, 수분양자는 분양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지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고 분양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실제로 입은 손해만을 민법 제393조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배상받을 수 있다.
<해설> 이전에 대법원은 공공용지의취득및손실보상에관한특례법상의 이주대책에 의한 택지분양계약에서 분양계약서상 수분양자의 분양대금 납입 지체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분양업자의 이행지체에 따른 지체상금에 관하여는 그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분양업자가 약정된 이주택지 사용 승낙일을 지키지 못하였다면 수분양자인 원고들에 대하여 그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수분양자의 중도금 및 잔금의 납입지연에 대한 연체료 지급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분양자의 이행지체에 대하여도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이나 신의칙상 타당하다고 판시한 바가 있다(대법원 1997. 7. 11. 선고 96다41014 판결).
이 판결을 둘러싸고 분양계약에서 수분양자의 채무불이행에 관하여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반면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약정이 없는 경우에 매도인에게도 동일한 내용의 손해배상액 예정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논란이 계속 있었다. 그러나 쌍무계약에서 채무의 견련성이 요구된다 하더라도 명시적인 약정이 없이 형평의 원칙을 들어 같은 내용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약정이 있다고 간주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반한다고 하겠다(대법원 2000. 1. 18. 선고 99다49095 판결). 위 96다41014판결은 어디까지나 이행지체에 따른 지체상금 규정이 없더라도 지체책임이 발생한다는 것 일뿐 동일한 지체상금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므로, 분양계약서에 명시한 일방당사자의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다른 당사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선례로 사용될 수는 없다. 본 판결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분양계약서에 명시된 일방당사자의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 예정이 명시적인 약정 없이는 다른 당사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음을 확인하여 96다41014 판결의 해석과 관련된 논란을 정리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8] 분양계약과 관련한 고지의무의 인정 기준;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다8709 판결
<요지> 부작위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작위의무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작위의무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이상 의무자가 의무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였더라도 불법행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이는 고지의무 위반에 의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 당사자의 부주의 또는 착오 등으로 고지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위법성이 부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설> 피고 시행대행사는 지역주택조합 방식에 의한 아파트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원고들과 조합원가입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미 그 사업부지가 뉴타운사업 후보지로 선정되어 있었고 이후 뉴타운사업을 뒷받침하는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위와 같은 아파트건설사업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나 원고들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는 시행대행사에게 고지의무가 발생하였는지와 시행대행사가 고지의무에 대해서 반드시 인식을 하였어야 하는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고지의무는 거래상대방이 그 사정을 고지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 발생하는데, 고지의무 위반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지역주택조합에 의한 아파트건설사업이 관계법령상 불가능해진 이상 원고들이 그러한 사정을 고지 받았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임은 명백하다. 따라서 조합원가입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시행대행사로서는 그 사정을 미리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고지의무의 여부는 객관적으로 판단되는 것이므로, 부주의 또는 착오로 인하여 고지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또한 고지의무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이상 시행대행사가 부주의 또는 착오로 고지의무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위법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계약체결 당시 사업 추진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정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착오 등으로 고지의무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도 위법함을 면하지 못한다는 객관적 기준을 제시한 것에 이 판결의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