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할만한 자격이 있었다. 주창이 보기에 명설의 실력은 데이비드와 비슷하다. 약 반수 정도 모자라지만 뛰어난 기지를 고려하면 충분히 반반싸움으로 몰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사파 특유의 잡기술에 의존하는 성향이 거의 없고 도리어 뻔한 수조차 적재적소에 사용하는데 당하는 입장에서 치명적이다. 집행팀이 전투경험이 많다지만 이 정도 수준의 적과 싸워본 경험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파들은 7급보다 훨씬 낮은 녀석들이고, 중국 등의 무인부대와의 충돌은 극히 드문 편.
“탁월한 실력이군. 무공을 버리고 이쪽으로 올 생각 없나?”
젊은 나이에 뛰어난 경지인만큼 무당의 무공으로 다시 시작해도 금방 따라잡을 것이다.
“댁이 무당을 포기하는 건 어때.”
검은 검기가 한 진인의 붉은 권기와 맞부딪혔다.
“하하, 그건 무리지.”
웃으면서 말하지만 쉽지는 않다. 자기보다 한두 수 아래 같은데 제압하긴 어렵다. 그와의 경지 차이라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처럼 답답할 일이 없다. 단순히 치명적인 기술과 변칙적인 기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
‘저 검 때문이겠지.’
무게중심이 잘 잡혀있고 날카로우면서도 예기를 잃지 않는다. 내력 또한 매우 안정적이다. 이건 그의 경지를 말해주기도 하지만, 그런 것치고도 뛰어나다.
‘저런 물건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지.’
“그 검, 화산의 것인가?”
명설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날 죽이고 확인해보면 알테지.”
명설은 한손으로 장풍을 쏘아내고 동시에 검기를 3방향으로 날렸다. 한 진인은 그의 수를 읽어내고 장풍을 장풍으로 받아친 뒤 양옆의 검기를 무시하고 정면의 검기를 자신의 권기로 맞받아치며 뒤로 뛰며 쭉 밀려나갔다.
역시나 그가 있던 자리에 명설이 갑자기 나타나며 검을 찔렀다.
“내가 불리한 상황인데 봐주지도 않나?”
“그럼 도망을 치셔야지.”
“놔주긴 할 거고?”
“퍽이나.”
한 진인은 그에게서 이상할 정도의 살심을 느꼈다. 분명 그와 자신은 원한도 없고, 어떤 관계도 없을텐데.
“고려그룹이라는 건 알 거 같은데, 정체는 모르겠군. 하나씩 주고 받아보는 거 어떤가?”
답은 검기로 돌아왔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즉각 피해낸 한 진인은 바로 뒤쪽에 있던 차량이 반으로 갈린 것을 무심히 보고는 이 이상의 대화는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하고 대응에 나섰다.
휙! 휙!
그가 팔을 휘두르자 어느새 품에서 꺼낸 작은 장치들이 사방으로 뿌려졌다. 일부는 바닥, 일부는 건물 벽, 일부는 차량과 신호등에도 불었다. 명설은 자신에게 날아온 장치들은 내력을 살짝 담은 장풍을 넓게 퍼뜨려 튕겨냈다.
한 진인의 주변에는 일부 작은 드론들이 떠있었고.
“이게 요즘 전투 방식이라지?”
주변에 붙은 일부 장치는 곧바로 그의 내력 성질을 분석했고 일부는 카메라를 통해 그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건네받은 다른 장치는 곧바로 그의 움직임과 행동패턴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이는 실시간으로 한주창 진인의 BID로 전송되었다.
또한 그의 주변을 날아다니는 드론은 그의 눈에 레이저와 점멸하는 빛을 쏘아대며 그의 시각을 교란하기 시작했다.
‘쯧, 늙은이답지 않게 싸우는군.’
그러나 명설 역시도 대응은 있었다. 레이저와 점멸하는 빛은 그가 이식한 의안의 화상패턴을 바꾸어 적외선, 자외선 따위로 받아들여 분석했고 필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보정되었다. 따라서 시각적 교란은 그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동시에 검과 장풍, 기탄을 쏘아보내 수십개가 넘는 작은 장치들을 부수었다. 그러나 그걸 가만히 두고볼 한 진인이 아니었다. 한 진인 역시도 권기와 권장을 쏘면서 일정한 거리를 지켰으나 그 공격지점의 절묘함이 명설의 행동을 착실히 방해했다. 심지어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 것처럼도 느껴졌고, 이는 실제로 그러했다. 한 진인은 그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기 위한 자료가 조금이라도 더 필요했다.
약 10여초, 본래라면 2초 내에 모든 것을 부수었겠지만 한 진인의 방해 덕분에 늦어졌다. 조금 쉽게 생각한 명설은 그에 대한 위험평가를 상향조정해야했다.
이후 명설은 검을 통한 거리적 이점을 살리며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한 진인은 그의 행동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는듯 이전보다 조금, 아주 조금 더 빨리 공격을 피해냈고 숫제 반격까지 했다. 명설 또한 그 거리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당하지 않았지만 검을 휘두를 때 발생하는 검과 팔에 의한 사각을 노린 공격은 그가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정교함이었기에 금세 긴장하게 만들었다.
한 진인은 그의 검격을 내력을 담은 주먹으로 막아내고 반대쪽 손으로 검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기름이라도 바른 것처럼 매끄럽게 빠져나오는 검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후에 생각했던 모든 공격들이 우습게 사라지고 다음 수들이 떠올랐다. 한 진인은 그가 검을 빼는 동시에 몸이 따라가듯 앞으로 나아갔고 발차기를 날렸다. 명설은 그가 뻗은 날카로움보다 무거워보이는 발차기를 막기 위해 마주 발차기를 날렸다.
그러나 한 진인의 각술은 중重의 묘리와 함께 예銳의 묘기를 담은 복잡한 기술. 보이는 무게에 비해 훨씬 빠르고 정확했다. 거의 착시를 발생시킬 정도의 아이러니한 시각감. 미처 발을 뻗지도 못해 힘이 실리지 못한 다리가 그대로 접히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한 진인이 그를 던진 것이고, 자신의 전투 흐름에 넣으려 했다. 의도가 통했다면 이후로 발생하는 모든 움직임은 한 진인의 의도와 목적대로 흘러갔을 것이다. 다음 수를 예상하는 것이 아닌 다음 수를 강제하는 방식으로.
하지만 그의 의도는 실패했다. 명설의 대응 역시 매우 터프했기 때문이다. 억지로 한 것이 역력하지만 어깨와 등으로 장풍을 쏘아 자신의 움직임에 강력한 회전을 주고 그 흐름에 따라 거칠기 그지 없는 검기를 뿌린 것이다. 그의 코앞까지 다가온 한 진인은 그의 대응에 감탄하며 황급히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검기의 위력은 내력의 양과 날카로움에 비례하지만 찢어내듯 만들어낸 거칠고 두꺼운 검기가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맞는다는 가정하에 어디에 어떻게 튈지 모르기 때문에 검기의 양만큼 전신에 호신강기를 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높은 경지의 무인의 검기는 담은 내력의 양이 많고 날카로운데다 상대의 움직임을 예상하거나 강제하기에 경지가 낮은 이로선 막을 수 없고 피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반대로 거친 검기를 뿌려도 기본적으로 담는 내력의 양에서 차이가 나기에 가까스로 호신강기를 만들어도 그 한번에 모든 내력이 동이날 것이다. 그걸 떠나서 검기발출의 이점은 검의 거리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일방적이고 치명적인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 뿐이다. 검기를 날릴 정도라면 하찮은 검을 펼치지도 않지만 마주하는 쪽에선 최소 비슷하거나 같은 수준의 경지가 아닌 이상 스쳐도 죽음으로 이어지는 공격이다. 과거 절정이 그에 못미치는 무인들과 차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튼, 한 진인은 충분히 가까운 편이었다.
삽시간에 다시 거리가 벌어졌다. 그들의 경지라면 유리하진 않지만 불리할 것도 없다.
“이 정도인가. 여기까지 알았으면 충분하겠지.”
그의 혼잣말에 한 진인은 무슨 수라도 있는가 싶었지만 이제부터 그 역시 진심으로 덤벼들 것이다. 지금까지 고작 20초에 불과하지만 이만큼도 많은 시간을 쓴 것이다. 이제 곧 사람들이 올 것이고 경찰이든 뭐든 병력들 역시 찾아올 것이다. 그 구성에 자신의 훈련생이 있다면 오히려 곤란해지기만 할 것이다. 그들의 안전이든, 자신의 입장이든, 그들의 입장조차도.
‘쯧. 이미 시민들 역시 다쳤고.. 조금 거칠더라도 조금 빨리 끝내야겠군. 이 이상 피해를 확산시켜서 좋지 않아. …팔 다리 한두 개 정도는 자를 수밖에 없겠군.’
혹은 뜯어내거나.
명설의 기세가 갑작스럽게 거세지기 직전, 한 진인은 어떤 기색도 내보이지 않은 채 갈무리된 채 기세를 자신의 안쪽에 담았다. 그리고 이전보다 배는 빨라진 속도로 명설을 향해 튀어나갔다. 그 자체로 충격파가 터졌고, 명설의 수준에서 받아낼 수 없을 것이다.
…원래라면, 그래야 했다.
퍼엉!!!
쉭-.
그의 손날이 명설을 놓쳤다. 아니, 명설이 먼저 그것을 읽고 피했다.
슥-.
그리고 명설의 검디 검은 검이 그림자 속에 숨어서 그의 오른팔을 길게 베어냈다.
“얕았군.”
바깥쪽 삼두근이 베였다. 그러나 깊이는 깊지 않다. 그럼에도 피해는 피해. 모든 피해는 그 크기와 무관하게 신체능력의 저하를 가져다준다. 그의 팔에서 흘러나온 피가 팔꿈치까지 걷어올린 검은 셔츠를 적셨다.
“몸이 느려졌다. 무슨 짓을 했지?”
명설은 어느새 그림자 속에서 눈빛만을 빛내고 있었다. 어쩐지 점점 짙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아니다. 그의 감각이 잡아내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젖어가듯 사위가 어두워진 것이었다.
“기감에 의존하다보면 주변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기 어렵지. 싸울 땐 적에게 집중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천천히 지는 땅거미를 눈여겨보는 사람들은 없거든.”
어느새 해는 져갔고, 그것이 비교해서도 주변은 특히 어두워졌다.
‘감각이 이상하군. 기감의 범위도 줄어들었고.. 정확성도 떨어졌어. 무엇보다..’
몸이 무겁다. 아니, 끈적하다. 마치 어떤 유체 속에 담근 듯한 느낌.
그러나 이런 걸 경험해보지 못한 것도 아니다. 마인들의 수법은 다종다양하니까. 한주창은 자신의 내력을 몸에 빠르게 돌리고 밖으로 뿜어내기까지 하며 명설의 그림자화된 내력을 밀어냈다. 그리고 이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오래 쓸 방법은 아니군. 하지만 저쪽은 다른 거 같은데.’
어느새 어둠 그 자체가 되어버린 공간에서 명설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안력을 돋워도 보이지 않았고 기감은 교란되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느껴졌다. 그의 투쟁심을 보여주는 붉은 내력만이 주변을 밝혔다. 그럼에도 어느새 밀도가 높아진 그림자는 그의 내력과 만나 선명한 힘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어디 한번 말라 죽어봐라.”
그리고 명설은 해가 지면서 그림자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사물의 그림자가 아니라 지구 자체의 그림자를. 밤이 되면 그의 어둠은 낮과 비교할 수 없는 효율을 보여준다. 내력 소모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공간에 대한 통제력까지.
어둠 속에서는 누구도 함부로 발을 내딪지 못하며 경거망동할 수 없다. 사소한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렇다 해도 가만히 있는 것 역시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는 어떻게든 행동해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소모되는 내력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한 진인은 경험이 많다. 수십년 동안 수백 차례는 어렵지 않게 넘기는 전투경험과 경지에 이른 경지는 물론 갈고 닦인 노회한 무인으로서의 감각은 뻗는 곳에 적이 있게 만드는 신기와 다름없다.
과감하게, 그는 눈을 감고 최소한으로 내력을 발산하며 몸 안으로 뭉쳤다. 세차게 움직이며 신체능력을 높히던 것이 이제는 단단하고 둔중하게 엮였다.
결심한 이상 행동엔 지체 없어야 한다.
한 진인은 강력한 반탄지기를 터뜨리며 몸을 던졌다. 그의 주먹에는 어마어마한 밀도의 내력이 뭉쳐 있었다. 그리고 그가 명설의 그림자를 찢어내며 향한 방향은 완벽하게 명설의 앞이었다.
쩌엉!!!
명설은 잠시 동안 당황했다는 것에 화가 났다. 이런 거 하나하나에 당황해서는 안 된다. 어떤 수법을 쓰고 어떤 경지에 있고 어떤 강함과 어떤 수단을 사용하든 당황해선 안 된다. 자기 중심을 잡고 모든 상황에 객관적인 상황판단을 내리는 것. 명설이 무학은 물론 기초 무공을 배우기도 전 가장 먼저 배웠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일요일 어느날 도장 창문 너머로 따스한 햇살이 떨어지던 때 가지런히 무릎꿇고 앉아 경청했던 그 기억은 행복했고 소중했다. 그러한 가르침은 명설의 삶을 관통하는 가치였고 그렇게 살고자 했다.
그럼에도 그는 당황했다.
한 진인의 대응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응이 정확했다는 것이 문제다. 그는 결코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없었다. 단순히 근거 없는 자신감을 떠나 그의 경지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 정면에서의 싸움은, 특히 그가 검을 들었다면 버틸 수 있을 뿐이지 이길 수는 없다. 버티는 것도 일정 시간 동안만 가능하며, 패턴이 파악되고 자신의 습관과 모든 수가 다 떨어진다면 바랄 수 있는 것은 그저 무당의 진인이 체력을 소모하는 것 뿐이다. 전투경험 역시도 자기보다 위일 터이고 어떤 식으로든 패배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그렇기에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쳐야할 것이다.
그림자 능력이 없었다면.
그의 경지에서 완벽하게 펼쳐진 그림자술과 해가 진 환경에서는 ex12등급의 초절정이나 그에 매우 근접한 수준이 아니라면 자신의 공격이 안 통할 순 있어도 자신의 위치를 이렇게 정확하게 알아낼 수는 없다. 실제로 그의 기색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아무 곳이나 생각 없이 냅다 공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직감이라고 하면 있어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뒤가 없는 도박이었다는 걸 안다.
“미친놈..!”
“자주 듣던 말이군.”
기척을 줄이기 위해 검기조차 답지 않았다. 그의 공격에 급히 내력을 담아내어 겨우 막았지만 손목의 인대가 끊어진 것이 느껴졌다. 아버지의 가르침과 골격 금속 코팅, 실전 경험에 따라 검은 물론 손목에도 내력을 담아 강화시키지 않았다면 부러지거나 검을 놓쳤을 것이다. 게다가 기혈 역시 뒤틀렸다.
입가에 흐른 검은 피는 그의 내력이 담겨 있었다.
한 진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듯 잠깐의 틈도 주지 않고 맹공을 퍼부었다.
초근접 상태에서늬 권격은 검술보다 위협적이다. 거리를 잡은 권술가는 어떤 무기를 든 적보다 강하다.
뻐억!!
왼주먹을 옆구리에 꽂으며 몸을 한발짝 앞으로, 그리고 상체를 뒤틀어 체중을 실었다. 명설은 급히 온 몸에 내력을 둘러서 신체 모든 부위를 방어해야했다. 다행인 점은 지금이 밤이라는 것.
다름 공격은 오른주먹이 위에서 사선으로 찔러오며 턱을 향해 왔고 명설은 생존본능이라고 불러도 될 것 덕분에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올라오는 왼손의 어퍼컷에는 대응할 수 없었다. 다만 턱을 한계 끝까지 젖혔기에 반쯤 스치듯이 받아냈다는 거고, 그걸 감안하고도 뇌가 흔들렸다.
그 다음 공격은 명치, 목, 가슴, 울대, 아랫배 등등 다양했다. 어느 한쪽을 방어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빠르고 정확했다. 다급히 내력을 소모하며 억지로 깨운 정신과 감각은 오직 더 혼란스럽고 고통스럽기 위한 것 뿐이었고 실시간으로 몸이 망가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키드니 블로우, 리버 블로우, 울대치기, 목 뒤로 팔을 감아 광대를 찍는 더티복싱까지도.
다채로운 공격 속에서 명설은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었다. 열이 받다못해 자비를 바라게 될 정도의 무자비한 유린. 어떻게든 손을 뻗어 막거나 흘려보려 해도 그걸 역으로 이용하거나 통하지 않았다. 급히 반탄지기를 터뜨리려 해도 혈도를 공격해 기혈을 튀틀어 내상을 입혔고, 피해를 감수하고도 쏘아보려는 초근접한 장풍 역시도 3차례나 팔과 어깨를 얻어맞으며 내력의 움직임이 끊겼다. 기혈 역시도 이미 3군데가 뒤흔들렸다.
그럼에도 어거지로 성공한 4번째 시도는 마주잡은 손에 맞대응하여 서로의 손바닥 사이에서나 폭발했다. 분명 막을 수 있음에도 일부러 유도한 것이다. 그의 내력이 훨씬 견실하였기 때문에 자신만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끄윽..!”
결국 피투성이가 되고 멍투성이가 된 그는 이를 악물며 그를 노려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나마도 장풍을 받아주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순간일 것이다.
“검을 내려놓고 항복하시게. 얌전히 점혈을 받는다면 사지멀쩡하게 데려갈테니.”
명설은 얻어터지는 중에도 검을 놓지 않고 있었다. 휘두를 수도, 찌를 수도 없는 간격에서 손에든 긴 무기는 도리어 족쇄가 됨을 알고 있음에도. 그는 무식하게 한손으로만 되도 않는 대응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놓기엔 너무 매력적이다. 쉽게 상대할 수 없는 적을 마주하며 전략적으로 놓거나 놓아도 되는 것이 아니다.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명설은 그의 말을 듣고 입꼬리를 올렸다. 살벌한 미소였다.
“이거나 받아.”
그는 한쪽 발을 뒤로 당긴 뒤 한 진인을 향해 무언가를 던졌다.
의아할 정도로 같잖은 수라고 생각한 한주창 진인은 그것을 권장으로 요격할 생각이었지만 화급히 내력을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가 처음 구해낸 여자아이였다. 아직도 기절한 채 누워있는.
‘그새 점혈해뒀군..!!’
안전한 곳에 옮겨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받아들고 명설을 보자 그는 이미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가 어쩔 수 없이 주변 차량 위에 그녀를 안전히 던지자마자 그가 자신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그는 피하지 않고 맞받으려 했다.
그러나 직후 울린 직감은 이미 틀렸음을 알렸다. 그리고 너무 늦었다는 것도.
“내 이럴 줄 알았지.”
아마 언젠가 찾아올 자신의 죽음이 이럴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을 것이다.
명설의 검에는, 진하고 진한 검디 검은 검강이 검보다 훨씬 길게 형성되어 있었다.
본능적으로 내력을 담은 주먹을 마주한 한 진인은 소리 없이 몸이 두동강나 검디 검은 아스팔트에 잔혹한 그림을 그렸다.
첫댓글 비장의 한 수는 최후의 최후에 쓰는 게 무협의 국룰이죠 ㅎㅎㅎ 좋습니다요. 그나저나 이쯤되면 채씨도 타격이 심해서 다음 단계 진행이 쉽지 않을 듯싶은데...채씨와 노인네가 키워놓은 얼라들이 도움이 되려나요?
스포 : 영약 받은 거 아직 안 씀.
@Khrome 까먹고 있었네욬ㅋㅋㅋ 영약먹고 10급되나여 ㅋㅋㅋㅋㅋ 아니면 영약먹고 날뛰다 국정원한테 잡히나요?